[질라라비/201905] 민간 대기업 고용구조의 특징과 개선 방안 / 김혜진

by 철폐연대 posted May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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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포커스

 

민간 대기업 고용구조의 특징과 개선 방안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진행했다. 하지만 많은 수는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자회사로 전환하거나 혹은 차별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정부가 나서서 공공부문에서부터 모범적 사용자로서 ‘상시업무 정규직화’의 원칙을 지켜야 했지만, 고용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위계화되었다. 공공부문에서 고용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고용구조를 변화시킬 수도 없었다.

민주노조운동은 민간영역 대기업의 고용구조를 제대로 분석함으로써 노동조합의 힘으로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를 위해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민주노총 법률원과 함께 민간 대기업 고용구조의 특징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프랜차이즈 업종, 철강업종, 방송사, 통신서비스기업, 금융업의 고용구조 특징을 분석하고 대안을 논의하였다. 이 연구는 민주노총의 정책사업으로 진행되었고, 4월 5일 ‘대기업 비정규직 원인분석과 대안 - 민주노총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이 글은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의 결론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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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5. 토론회 현장 [출처: 철폐연대]

 

 

1. 대기업 고용구조의 특징

 

한국 사회 대기업의 고용구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대기업들은 ‘업무’를 나누어 별도 법인으로 외부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문어발식으로 여러 사업에 진출하면서 계열사를 늘려왔다. 그런데 지금 드러나는 양상은 한 기업 내부에 연결되어 있는 업무를 분리하여 그 중 일부를 ‘자회사’ 등의 형태로 외부화하는 것이다.

둘째, 고용구조를 외부화하면서도 본사의 직접적인 통제력은 놓치지 않는다. 한 기업의 업무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법인이 분리되어 있다 하더라도 독립적인 운영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본사는 다양한 형태로 자회사나 계열사, 하청업체에 영향력과 통제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런데 겉으로는 독립적인 기업들 간의 계약관계 문제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완전한 통제력을 행사하면서도 실질적인 책임은 비가시화된다.

셋째, 고용을 외부화하면서도 통제력과 영향력은 강력하게 행사하는 원청본사는 계열사나 외주업체의 이윤을 독식할 수 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고용을 축소하고 고용구조를 왜곡시킨다. 대기업의 신규채용은 줄어들고, 일상적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하청업체들은 모기업의 필요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므로 인건비 축소와 탄력적 고용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등 고용구조도 왜곡된다.

넷째, 이런 구조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박탈은 필연적이다. 실질적 권리를 가진 원청은 고용관계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비가시화된다. 자영업자와 노동자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는데 한국의 노동법제는 여전히 ‘근로계약 관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기본권을 보장받기 어렵다. 중층적인 여러 사용자들 속에서 교섭 상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섯째, 대기업이 고용을 외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었지만, 정작 대기업의 책임은 전혀 제도화하지 않았다. 대기업의 지배력 행사를 견제하고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지 않으면 고용구조의 왜곡과 노동자 권리 박탈을 막기 어렵다.

여섯째, 대기업들은 소위 ‘디지털혁명’ 혹은 산업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서 있다. 이때 노동자들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신기술의 도입이 노동자의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직무숙련 강화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부화된 노동자들의 생계 유지와 전직 등에 대해 대기업이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주요 산업별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의 특징, 이를 기반으로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장받기 어렵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대기업 자회사화의 확대․강화 양상, 자회사화와 동시에 중층적․다단계 고용구조의 고도화, 다단계 간접고용 구조와 특수고용 방식의 중첩, 복합적인 사용자 책임 회피로 인한 노동권리 찾기의 삼중고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 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일상화의 고리를 깨야 한다. 비정규직은 정상적 고용관계가 아님을 분명히 하여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의 명문화와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에 대한 한계를 개선함으로써 본질적으로 노동권 회복을 기본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현재 수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 ‘노조법 2조’의 사용자 개념을 대폭 넓혀서 교섭 상대로서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광범위하게 지우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이 중첩적으로 작동하는 경우 노동권 보장이 불충분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 간접고용 규제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을 확대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법을 적용받는 노동자 개념의 실질화가 필요하고, 공동연대책임을 기초로 한 사용자 개념을 전제로 노동자성 판단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의 분리로 인하여 노동조합법상 노동3권의 실현과정에서 근로기준법상 계약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노조법 적용에 제한을 받지 않도록,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및 노동조합의 경우 근로계약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한 노조법 적용 법리 및 노조법 조문 정비도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비정규직 고용구조의 확산 및 체계화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해당 산업발전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대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서 특정 산업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과 법․제도 개편 시 고용구조와 고용환경, 특히 고용형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분석을 전제로 해야 하고, 정책제도 설계 시 고용영향 분석을 바탕으로 한 산업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정 산업발전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기 전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반드시 연계하여 고용영향 분석을 기반으로 제도 설계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위원회의 고용구조 분석이나 비정규직 고용영향 분석, 특정 산업발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시 비정규직 고용영향 평가 및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반영하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노무도급계약이 불가피하게 허용되는 경우에도 직접고용 입찰조건을 의무화하는 방법으로 하도급구조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파견법과 직업안정법으로 이중화된 간접고용 규율제도의 노동시장 교란 및 직업안정을 저해하는 법․제도적 환경을 제거하여 일관성 있는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간접고용시장은 민간 인력중개산업의 활성화․대형화에 의해 고도화되고 있는 바, 직업소개․파견․도급 사업이 혼재한 복합중개산업에 대한 상호겸영 금지 등 직업안정법을 중심으로 한 위법한 근로자공급 규제, 신속하고 유연한 공공고용정책 시행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공공 직업안정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진입단계에서 비정규직 고용구조에 대한 예방적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외에 보완적으로 원청사용자와 하청노동자간 고용상 지배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원․하청 경영상 경제적 지배관계를 기초로 노동법 외적인 보완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법상 노무제공과 관련한 계약조건에 대해서는 원․하청 사업주뿐 아니라 하청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을 포함하여 다면적 협의구조를 제도화하고, 합의의 구속력을 강화하는 등 노동법 외적 보완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며, 산업안전법상 특수고용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는 것과 같이 특수고용 구조에서 차별시정의무에 대한 사용자 책임 확대 등 개별법령을 통해 보완적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섯째, 대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실효를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기업 고용공시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고용공시에 따른 비정규직 남용에 대해 제재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의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공공부문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구체적 조치가 있어야 고용형태 공시제도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비정규직 고용규모가 제대로 기입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단지 고용형태만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도 기입하도록 해서 차별적 처우의 실체가 확인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고용공시의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

 

 

3. 대기업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민주노총의 과제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통해 그것이 민간부문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일부 노동자들의 무기계약 전환으로 그쳤으며, 노동자 전체의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못했고, 고용구조를 더욱 중층화하고 위계화했다.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여 노동권을 보장하는 데에도 이르지 못했다. 정부 정책이 민간영역으로 영향을 미칠 만큼 의미가 있지는 못했다. 그러므로 지불능력이 충분하고 독자적으로 고용구조를 바꿀 수 있는 대기업의 고용구조를 제대로 변화시킴으로써 한국 사회 불안정노동의 확산과 고용구조의 왜곡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과 대기업 노동조합, 산별노조․연맹이 그런 역할에 나서야 할 때이다.

 

첫째로, ‘상시업무 정규직화’의 원칙 아래 대기업에서부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투쟁을 해나가야 한다. 그동안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은 제조업 사내하청에서 ‘불법파견 제소’라는 형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비록 ‘신규채용’과 ‘선별채용’의 결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대기업의 비정규직 확산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점은 의미를 갖는다. 기업 주도로 무기계약직 혹은 자회사 전환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무기계약직의 경우 이후 지속적 투쟁으로 직군통합을 이루어낸 사례가 있으며, 자회사로 전환한 경우 원청과의 교섭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런데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장기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경험은 거의 없다. ‘상시업무 정규직화’ 원칙이 현장에서부터 실현될 수 있도록, 대기업 노동조합에서 고용구조 개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업종’ 고용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업종고용정책을 갖고 있어야 산별교섭에서도 주도력을 가질 수 있다. 대기업들의 일상적 구조조정도 문제이지만, 특히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산업의 변화로 큰 수준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시기이다. 그런데 이런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처한 위치에 따라 다른 강도로 작동하는 차별적 고용조정 과정이다. 대기업 노동조합이 조합원만의 이해관계에 근거한 대응계획을 세우게 되면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 전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비정규직을 조직하여 주체로 세우는 공동의 전략이 있어야 능동적 대응도 가능하다. 또한 노동자들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가 많이 있다. 건설노조가 투쟁으로 시공참여자 제도를 폐지하고 그것이 다단계하도급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듯이, 산별노조가 노동시장의 관행을 바꿀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기업 비정규직을 조직해야 한다. 대기업은 비정규직도 대규모로 조직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나 현대제철 등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조직되었고, 통신서비스산업 노동자들도 전국적 조직화가 이루어졌다. 대형유통할인점도 홈플러스 등 빅3를 중심으로 조직화가 진전되었다. 그런데 이 조직화가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권력 자원을 활용한 노조 탄압이 심각했기 때문에 노조 관리전략이 고도화한 KT나 포스코는 비정규직 조직화도 매우 힘들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분산되어 있고 고용형태가 다양하며, 특수고용화하면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조직화가 매우 더디다. 그 업종 노동자 전체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로서 대기업의 책임을 묻는 구조를 만들려면, 산별노조들이 ‘전략적 목표’ 아래 대기업 비정규직 조직화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넷째, 중층화된 고용구조에서 실질적인 사용자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별교섭을 현실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다. 핵심은 사용자 교섭단 구성을 강제하는 것인데, 그를 위해서는 정부의 행정조치도 필요하겠지만, 노조법 개정도 필요하다. 산별교섭이 제도화되기 전에라도 다양한 형태로 초기업단위 교섭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초기업단위 교섭은 대기업 하청업체 전체를 아우르는 형태였는데, 원청 대기업은 교섭에 형식적으로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교섭 과정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원청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프랜차이즈 원청과 가맹점주, 가맹점 노동자 3자간의 교섭을 제도화한 것을 원용해볼 수도 있다. 대기업에서 여러 고용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포함하는 공동 정책 협의틀을 만들고 그것을 교섭구조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다섯째, 재벌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모색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자체 고용인력을 줄일 뿐 아니라 하청업체 단가인하 압력 등 이윤 수탈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유연성을 강제하거나 낮은 고용율을 유지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재벌개혁 방안으로 제기하는 ‘주주권 강화’의 경우 일상적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노동조합이 경영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고 개입력과 통제력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기업이 고용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여러 방향으로 대기업을 지원해왔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공공조달 입찰제한’ 등을 활용하여 대기업이 좋은 일자리 확대에 역할을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은 중요한 과제인데,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협력업체들이 단체를 만들면서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보고서]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