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6] 능력에 따른 공정한 인사평가가 가능한가? / 김승현

by 철폐연대 posted Jun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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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포커스

 

 

능력에 따른 공정한 인사평가가 가능한가?

 

 

김승현 • 노동권연구소 연구위원

 

 

 

1. 노동 현장의 능력에 따른 공정한 인사평가 논의에 앞서서

 

‘공정하다’라는 의미는 평가를 받는 또는 평가를 하는 사람의 주관적 인식 상태를 말한다. 즉, 공정성은 객관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여 가지는 투입 대비 보상에 대한 주관적 자각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위 정의는 개인의 지각(知覺)인 공정성에 대한 논의의 시초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배의 정의’부터 비교적 근대인 애덤스(Adams)의 공정성 이론,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경영학 인사관리 이론에서 말하는 공정성, 노동법의 해석에서 말하는 공정성까지 오랜 기간 장기간 하나의 개념을 파생시켜 논의된 개념이다.

 

2022년 현재 공정성의 개념은 어떠할까? 최근 화두인 MZ세대가 느끼는 공정성 자각 요소는 기존 세대와 차이를 보이지만 사람이 느끼는 ‘자각’ 그리고 상대방과의 ‘비교’라는 본질적 요소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공정성의 개념에 있어 최근 세대는 이른바 ‘절차적 공정성’, 즉 평가도구 자체의 공정성에 좀 더 주안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정성을 평가하는 요소에 부여하는 가치는 변화가 감지된다. 먼저 변화의 주요한 부분은 ‘수용성’1) 가치의 변화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른 평가의 타당성2)이 보장된다면 응당 그 결과는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책임이고 이러한 점에서 결과적 공정성은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보장되어야 하는 평가 타당성이라는 가치 그 자체의 변화도 감지된다. 이는 평가하고자 하는 능력을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결과적 공정성을 고려한 다양한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평가 방식보다 다소 일률적 획일적 평가 기준을 세워 시험이라는 유형의 평가를 선호하며 이러한 방식이 더 공정하다는 자각을 갖는다.

 

이처럼 공정성은 오래된 이론에서부터 현재 노동 현장 주체들의 지각 형태에 따라 중요 요소가 달라지고 있다. 다시 말해 독특하고 새롭게 개발된 공정성이 아닌 기존 공정성 개념 요소의 강약이 달라진 형국이다.

 

‘공정성은 상태가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주체의 인식이다’라는 정의를 고려해 볼 때 필자가 다루고자 하는 ‘능력에 따른 공정한 인사평가가 가능한가?’라는 주제는 이처럼 변경해 읽어도 좋을 법하다. ‘인사평가가 사람에게 공정하다는 자각을 갖게 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말이다.

 

2. 인사평가는 기업경영 효율화의 도구이지 노동자의 공정성 자각이 그 목적이 아니다

 

1) 인사평가의 설계자는 사용자이고 목적은 경영 효율성이다

 

인사평가는 채용, 승진, 전보, 보상, 퇴사 등 인사관리 전 분야에서 활용된다. 채용에 있어서는 회사가 원하는 효용성을 달성하기 위해 원하는 사람을 얻기 위함이고, 승진, 전보, 보상에 있어서 인사평가는 거래적 관점에서 보상의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다. 나아가 퇴사에 있어 인사평가는 사용자에게 명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데, 시용에 따른 해고, 기간제 근로계약과 관련한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 정리해고에 있어서 해고대상자 선정 등에 사용된다.

 

인사평가의 태생적 목적이 경영 효율화의 도구이다 보니 그 설계자는 사용자이고 그 목적도 사용자 생산성 향상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 실무에서 인사평가 제도를 신설하기 위해 가장 처음으로 하는 일은 최고 경영자를 인터뷰하고 회사의 경영목표를 분석해 KPI(핵심성과지표)를 도출하는 일이다.

 

즉 철저하게 경영목표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개발하여 방출하는 모델로서 인사평가는 존재하는 것이지 노동자의 공정성 자각 그 자체를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공정하다는 자각조차 경영 효율에 이득이 될 때 고려되는 것이다.

 

2) 실무상 인사평가 제도는 경영자 의중에 좌우된다

 

인재 확보에 있어 사용자의 입장은 그 효용을 명확히 알기 어려운 인적 투자이다. 때문에 인적성 시험, 실무능력 시험 때로는 경영자의 직관에 의존한 채용 등 여러 채용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인사확보 실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패를 줄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여러 인사관리 교과서에서는 조직목표의 달성은 이윤의 추구를 말하는 것이고 때로는 사회적 윤리적 성과를 달성하는 일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공정성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중요한 인사평가의 핵심요소 중 하나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상은 사용자의 의중에 드는 사람인가, 즉 사용자가 설정한 조직문화에 부합한 인사인지가 인사평가의 가장 중핵적 요소라는 것은 국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조직 정치를 잘하는 사람, 사장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채용해 높은 자리에 승진시키고 조직을 장악해 최고 경영자의 의지대로 경영을 지속하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 인사평가는 우리가 경영학 교과서에서 보던 양상과 다르게 돌아간다. 기업 규모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노동자 확보에 있어서는 미리 경영자의 의도에 따른 인재상을 설정하고 평가도구를 조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양상은 중소기업일수록 좀 더 강화되는 경향을 가진다.

 

한편 채용 이후 보상, 배치, 승진 등 인사평가는 좀 더 자의적이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인사평가 결과를 통보할 뿐 그 목표설정, 평가의 구체적 방법과 이유를 제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평가 결과를 노동자들이 언급하거나 이의제기하는 것은 차후 직장에서 퇴출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금기시되어 있다.

 

또 실무상 퇴사와 관련한 인사평가는 인사 전 과정 중 공정성을 기대하기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퇴사는 경영자의 의중에서 벗어난 노동자를 조직에서 이탈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제법 규모가 있는 중견급 회사도 이미 특정 노동자에 대한 퇴출을 결정한 이후 부랴부랴 그 근거인 인사평가 내역을 마련하기 바쁘다. 나아가 인사평가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운용된다. 인사평정 결과의 추상적 근거라도 피평가자 노동자에게 고지되어야 어떠한 반대 의견이라도 낼 것인데 모든 게 비밀에 부쳐져 있어 이의제기도 어렵다.

 

공정한 인사평가란 적어도 피평가자에게 그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가 자각하는 공정한 인사평가는 엄밀하게 말하면 허구에 가깝다.

 

인사평가는 태생이 경영 효율화 도구이고 공정성은 노동자가 조직을 이탈하거나 생산성을 효율이 떨어지지 아니할 만큼의 만족적 자각이면 충분하다. 또 이는 절대적 각각 노동자의 자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력 수급과 공급에서 비롯된 기업 대외적·대내적 만족감을 말하는 것이다.

 

3. 국내 인사평가와 관련한 노동쟁송의 모습

 

1) 노동쟁송의 대상으로 인사평가

 

인사평가가 공정하지 못해 이것이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는 노동자가 부쩍 늘고 있다. 과거에는 인사평가를 통한 연봉삭감, 배치전환, 전보, 승진누락 그리고 노력과 보상의 불균형에서 오는 정신질환 산업재해 등에서 등장하던 인사평가 부당성에 대한 항의가 인사 문제 각 지점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인사평가는 노동문제의 불이익 처분의 중요한 근거이다. 예컨대 노동 현장에서 유리한 노동자 처우에 인사평가가 문제 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익적 처분을 받은 노동자가 인사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문제 되는 경우는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에 있어 인사평가이다.

 

그렇다면 노동쟁송에서 인사평가 그 자체가 분쟁의 대상이 될까? 실무에서 인사평가 그 자체를 두고 분쟁을 해 주길 원하는 노동자는 많다. 즉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니 이 자체를 수정해 달라는 분쟁을 의뢰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한 요구이다. 인사평가는 단순히 사용자의 의사표시에 불과한 것이지 그 자체로 노동자가 명시적인 불이익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 되는 것은 불이익 처우의 근거인 인사평가이지 인사평가 자체를 쟁송이 가능한 법률상 불이익이라 보기는 어렵다. (법원은 이와 같은 이유로 불이익한 인사평가를 그 밖의 징벌로 보지 아니한다.)

 

2) 인사평가는 영업기밀이고 개인정보라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퇴출을 위한 인사평가, 승진, 보상 부분에서 인사평가 결과를 적시하여 사용자가 불이익한 처분을 내리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그 평가가 왜 이루어졌는지 알려 주는 회사는 극히 드물며 이의제기한다고 하여도 알려 주지 않는다.

 

특히 최근 회사에서 많이 주장하는 것은 인사평가 자체가 영업기밀이고 각 노동자 간 평가서열은 개인정보이므로 절대 알려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동자가 자신의 인사평가 구성, 평가 방법, 평가의 이유를 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 인사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 자각한 노동자는 법률적 쟁송을 시작한다. 노동자는 그때야 자신에 대한 평가 결과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쟁송에서는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노동자의 인사평가 결과는 최하위 평가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회사가 제출한 최초 증거에 인사평가 ‘결과’를 제출하지만 그 구체적 산출방식을 제출하는 경우는 없다. (간혹 극단적 최하위 인사평가를 반복한 결과가 사용자에게 쟁송의 불리한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동자는 인사평가 결과를 처음 보거나 그 산정방식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기에 사용자에게 인사평가의 구체적 이유를 묻는다. 그러나 사용자는 공정한 인사평가를 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인사평가의 구체적 설계 내용, 평가 방법, 평가 기준, 평가 이유 등을 제출하지 않는다. 더욱이 정량적 평가 내역이 있는 경우 그 평가의 구성 방법과 내역을 따져 묻기라도 하지만 평가 자체가 정성적 평가로 구성된 경우에는 그 평가의 공정성을 물어도 사용자로부터 별다른 답변을 듣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인사평가와 관련한 노동자의 쟁송은 피곤하다. 막연한 사용자의 인사평과 결과에 그 구성의 단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묻지마식 방어를 해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일을 잘했고 자신의 업무방식이 얼마나 괜찮았는지 하나하나 단서를 찾아 직접 입증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평가와 관련한 정확한 논쟁을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무엇 때문에 사용자가 저성과자로 평가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소명이기 때문이다.

 

또 쟁송의 법원 단계라 하여 크게 다르지는 않다. 사실조회 등 문서제출 명령이 이루어져도 복잡하게 설계된 인사평가의 극 일부만을 제출하거나 그마저 개인정보로 하여 성명을 모두 삭제해 제출하거나 영업기밀이라고 하여 평가의 구성항목 대다수를 삭제해 제출하기 때문에 꼬리를 무는 논쟁이 계속되어도 정밀도가 떨어지는 공방만이 계속된다. 복잡하고 정밀도가 떨어지는 논쟁에서 평가의 재량권을 크게 보장받은 사용자가 쟁송에 유리함은 당연한 일이다.

 

3) 인사평가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이상 제3자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자 측이 인사평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분쟁을 시작하면 회사는 늘 사용자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인사평가라는 주장, 업무 특성상 본래 정량적 평가가 어렵다는 주장, 인사평가는 회사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정량 평가의 구체적 영업데이터를 밝힐 수 없다는 주장, 업무상 적정한 평가였다는 주장 등 여러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해 보인다. 인사평가 설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등급 부여를 위한 표준화, 행동 기반의 평가모델, 목표 기반의 모델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져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설계한 사람이 마음먹고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장시간 설명 과정을 거쳐야 상대방이 이해할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는 인사평가 설계구조 자체의 이해 없이 극히 일부의 단서에 의존해 인사평가 공정성에 대한 쟁송을 이어 나간다. 시스템을 모르니 사용자가 제시한 부분만을 가지고 인사평가 공정성을 따져야 하고 그 상위 개념에 대해 묻거나 본질적 인사평가 시스템을 알고자 추가로 정보를 요구하면 회사는 영업기밀이라 하여 다시 정보를 차단한다. 결국 사용자의 인사평가가 복잡하고 난해할수록 사용자가 유리한 것이 인사평가와 관련한 분쟁의 구조이다.

 

4. 법원 : 사용자의 고유한 재량권인 인사평가

 

1) 인사평가에 대한 법원의 기본적 입장

 

법원은 인사평가는 ‘원칙적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웬만하면 사용자의 인사평가는 위법한 것으로 평가하지 않으며 최대한 사용자 재량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이다. (다만 인사평가가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인사평가와 관련해 살펴볼 수 있는데 사용자의 주관적 평가에 의해 인사평가가 좌우될 수 있다는 사정3)은 인사평가의 위법성 판단의 중요한 요소라 보지 않는 경향도 상당하다. (보상이 아닌 퇴출을 위한 인사평가 항목 전체를 주관적 평가로 구성하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2) 법원은 사용자가 재량으로 작성한 인사평가 기준의 적용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따져 묻는 경우는 있음

 

앞서 보았듯이 인사평가가 설계의 방침, 방법, 내용에 있어서 법원은 사용자의 상당한 재량을 존중하여 웬만하면 불공정 인사평가를 주장하는 노동자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만 강행법규에 반하여 차별적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경우, 측정 가능한 정량적 지표가 사실과 다르게 기입된 경우, 평가자가 평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평가자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 경우, 평가 기준을 차별적으로 변경해 적용한 경우, 정량적 평가의 기초자료의 객관적 정확도가 부인되는 경우,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는 경우(예컨대 근태 평가 0점임에도 불구하고 결근한 사실이 없음)에는 인사평가가 위법하다는 평가를 내린 사례도 보인다.4)

 

3) 인사평가의 사전고지가 평가의 정당성에 영향을 주는지

 

앞서 우리나라 인사평가 문제점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사평가’ 사전고지라고 했다. 즉 시행되고 있는 것인지 어떠한 기준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입장이 뚜렷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른 요소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사평가의 위법성을 판단하고 있는데 대체로 노동위원회는 인사평가가 분쟁에 들어 사후적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별도의 심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은 인사평가 정당성의 하나로 본 경우는 더러 확인된다. 예컨대 근로계약 갱신과 관련한 심사항목 및 갱신기준점수가 변경되었음에도 고지한 사실이 없는 경우, 노동자가 입사 후 근무 평가가 실시되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 인사평가가 위법성 판단의 요소로 고려한 흔적은 있다.

 

또 이와 관련해 취업규칙 등 인사평가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경우 법원은 인사평가의 공정성이 확보되도록 사용자가 사전에 인사평가 지침을 고지한 것으로 보고 인사평가 결과를 긍정하는 요소로 인정하기도 한다.5)

 

4) 인사평가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법원의 태도

 

일반적 인사평가 기준이 합리적 객관적 수준에서 마련되고 그 기준이 절차적 공정성에 따라 적용되었다면 법원은 인사평가의 정당성을 부인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에 불리한 인사평가 결과가 발생하였다면 어떠할까? 법원은 극단적으로 하나의 집단에 분리한 인사평가 결과가 도출된 경우 그 결과의 구체적 이유를 사용자에게 요구하기도 한다.6)

 

5. 제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인사평가가 가능하게 하려면

 

1) 사용자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인사평가 규범이 존재해야 가능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가 2016.1.22. 발표한 이른바 ‘공정인사 지침’이라는 제도는 기존에 존재하던 인사평가와 관련한 여러 판결례와 경영학에서 말하는 평가기법을 조합하여 일정 기준에 이르면 노동자를 ‘통상해고’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이었다. 이에 노동계는 쉬운 해고라며 강하게 반발하였고 이에 정부는 인사평가 제도를 규범화하는 데 실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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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8. “공정인사 지침은 쉬운 해고가 아닙니다. 해고에 대한 안전장치입니다.”

고용노동부 노동개혁 홍보 카드뉴스. [출처: 고용노동부 블로그]

 

 

이때 정부가 주로 내세운 논리가 ‘공정 인사평가 제도’이다. 즉 기존에 법원 등이 판결례로 적립해 온 평가를 체계화할 뿐 새로운 것도 노동자에 불리한 정책도 아니라는 것이 주요 주장이다.

그러나 공정한 인사평가는 앞서 보았듯이 노동자 지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경영 효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인사평가의 ‘기준, 방법, 실행, 부진 노동자 선정 등’ 모든 과정의 주인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다.

 

더욱이 인사평가 공정성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사용자 재량의 보호’라는 원칙적 입장을 반복해 확인하고 있고 이에 사법 판단을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기준을 체계화한다는 것은 사용자에 의한 통상해고가 좀 더 자율화됨을 의미하는 것이고 진정 공정한 인사평가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인사평가를 통한 통상해고는 기존 해고의 정당성 판단에 맡겨 두어야 한다. 일률적 획일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은 인사평가의 내재적 기능이므로 고용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된다. 자칫 해고제한 제도 전체가 무력화될 위험도 존재한다.)

 

때문에 공정한 인사평가 지침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상당한 재량권을 통제할 적절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준하여 검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노동자가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이 아니라 평가 기준의 설정과 적용, 해석에 대하여 일정 부분 지분을 가지고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인사평가의 필수적 기재사항, 평가 기초자료 구비를 법규화하고 인사평가 자체를 심의할 수 있는 외부기관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위 수준까지 나가기 어렵다면 사용자의 인사평가 제도의 사전등록제도를 고려해 볼 수도 있겠다. 예컨대 취업규칙 제정 절차와 유사하다. 사용자는 최소한 노동자와 합의 내지 협의를 통해 인사평가안을 도출하고 법률 공포에 준하는 정도로 공포하고 이를 노동 관서에 등록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인사평가는 그 존재를 이유로 한 각종 처분의 근거로써 효력을 부인해야 할 것이다.

 

또 인사평가가 단순히 사용자·노동자가 느끼는 보상에 대한 자각임을 넘어 그 불균형에서 오는 노동자의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인사평가 기준 내지 평가 방법, 평가자에 대한 적절한 통제는 규범으로 정함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평가 기준은 가능한 정량적·객관적 방식으로 설정하도록 하며 불가피한 정성적 평가라도 그 행동 기준을 구체화하여 5단계 이상으로 나누도록 하는 등 구체적 규범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평가 방법에 있어 노동자가 참여해 목표를 설정하고 설정된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는 사전에 마련한 기초자료에 근거해 인정하기로 하며 기초자료가 없는 경우 불리한 인사평가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등 인사평가 공정화 작업을 규범으로 강제하여야 한다.

 

마지막의 인사평가는 외부에 의해 그 자체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위 상세한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외부기관에 심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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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용성이란 평가한 결과를 피평가자가 받아들이는 정도를 말한다.

2) 평가하고자 하는 능력을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정도를 말한다.

3)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다31949 판결.

4)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두25695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6953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665 판결 등.

5) 서울행정법원 2009. 10. 29. 선고 2008구합46477 판결.

6)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두11310 판결, 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3다2219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