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9] 타다 드라이버는 노동자다! / 김태환

by 철폐연대 posted Sep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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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타다 드라이버는 노동자다!

 

 

김태환 타다드라이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왜 그들은 투쟁을 시작하였는가?

 

2018년 8월, 일반 택시보다 좋다고 알려진 타다 서비스가 인기를 누리며 서울에만 약 1,500대의 타다 차량이 운행되었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프리랜서 드라이버들을 대거 하청으로 고용하여 그들의 노력과 땀으로 이룬 결실을 그대로 가져갔던 쏘카와 자회사 VCNC가 있었다. 타다 서비스는 쏘카가 차량을 제공하고, VCNC가 앱과 전반적인 서비스 운영을 하는 구조였다. 물론 정규 고용직 드라이버도 있었지만, 전체 드라이버의 10% 정도에 불과했다. 프리랜서 타다 드라이버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가며 괜히 소송까지 불사하는 일을 벌인 것은 아니다.

 

쏘카의 전 대표 이재웅은 타다 금지법이 국회의 도마 위에 올라 있을 때부터 교묘하게 타다 운행 차량의 감차를 진행했으며, 툭하면 1만 2,000명의 드라이버가 일자리를 잃는다면서 타다 금지법의 발효를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서 유예기간이 1년 6개월이나 남았는데도 돌연 2020년 4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고 드라이버들에게 앱을 통해 공지로 통보하고, 폐업이 아닌 잠정 중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손쉽게 사업을 정리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이 서비스는 글로벌 서비스 우버를 그대로 따라 한 것이기에 잡음은 계속 있었다. 우버도 혁신이라 불렸지만 결국 영국, 네덜란드, 미국에서도 우버 드라이버는 노동자라며 판결한 사례가 나왔다. 타다 서비스의 핵심인 드라이버들은 우버의 드라이버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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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9. 타다드라이버비상대책위 출범 기자회견. [출처: 매일노동뉴스]

 

 

타다 드라이버가 개인사업자라고?

 

2019년 7월 15일 쏘카의 인력 파견업체 H사에서는 감차를 이유로 드라이버 70명을 부당해고하였다. 해당 업체 근무 중이던 A씨는 쏘카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하였으나, 2019년 12월 30일 근로자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 판정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민주노총 법률원과 상급 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에 항소하여 2020년 7월 1일 A씨는 근로자로 인정하고 사용자는 쏘카라는 판정이 나왔지만, 쏘카 측은 같은 해 7월 13일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한다.

 

이런 사건들을 겪으며 몇몇 타다 드라이버들은 타다 금지법과 관련한 서비스 중단을 막고자 사측과 협의하기 위해 2020년 3월 단체를 조직하고 사측에 항의 방문도 해 보았지만 불통은 계속되었다. 결국 2020년 4월 쏘카와 VCNC의 대표들을 파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하고, 35명이 부당해고 및 근로자지위 확인 민사 소송을 진행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판 연기로 2년이란 시간이 흘러 2022년 7월 18일 A씨에 대한 근로자지위 확인에 관한 첫 법원 판결이 나오게 되었다. 타다비대위는 법원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며 짧지만 긴 시간을 기다려 왔는데 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쏘카를 사용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인가?

 

몇 번의 변론에서도 많은 증거들이 넘쳐 나왔다. 쏘카와 VCNC의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타다 서비스 중개업무와 구체적인 수행방안에 관하여는 사전에 쏘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VCNC가 직접 제작한 드라이버 근무지침서, 근무복장 지침, 앱을 통한 대기장소 지정 등을 보더라도 VCNC를 자회사로 둔 쏘카가 사용자임이 분명했다.

 

타다 드라이버들은 쏘카가 제공하는 차량으로 VCNC가 관리하는 앱을 이용하여 거절이 없는 강제 콜로 지시하는 곳으로 이동하여 이용자를 승차시켰다. 운행 중간에도 이용자에게 절대 말을 걸면 안 됐고, 이용자 승하차 시 멘트와 라디오 주파수, 볼륨까지 근무지침서를 따라야 했다. 복장에 따른 경고, 운행 중지, 계약 해지에 따르는 징계를 받으며 실제로 고객의 불만 해결을 위해 드라이버를 회사로 불러 고객에게 직접 전화하여 사과하게끔 했다. 콜 수락률, 고객 평점에 비례하는 근무 확정 일자를 하루 전에 통보받으며 기본 10시간의 근무시간에 대한 급여를 수령했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프리랜서 계약이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라고 한다. 개인사업자라면 근무시간의 자유와 수익 창출 및 증진을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 또는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이 당연한데, 정해진 근무시간에 대한 급여와 마음대로 이동하지도 못하며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제재받으며 이게 개인사업자인가를 반문하게 된다.

 

첫 판결의 중요성, 같지만 다른 판결

 

현재 위와 같은 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끼치는 몇 가지 소송이 남아 있다. 쏘카와 VCNC는 여객운송법 위반으로 택시노조로부터 검찰에 기소되었으나 2020년 2월 19일 1심 판결 무죄를 선고받고 검찰의 항소로 인해 2심 판결이 진행 중이다. 타다비대위 측이 검찰에 고소한 파견법 위반 1심도 진행 중이며, 타다비대위 소속 35명의 부당해고와 근로자지위 확인 민사 1심 역시 진행 중이다. 위 3건의 변론에서 각 재판부들은 A씨의 행정소송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며 각 판결을 보류한 상태이다.

 

2019년 11월, 요기요에서 근무하던 배달 라이더들은 노동청으로부터 근로자라는 판정을 받았다. 당시 노동청은 3가지 이유를 꼽았는데, △ 배달 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한 점, △ 회사 소유의 오토바이를 배달 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정비도 사측이 부담했다는 점, △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 등을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배달 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타다 드라이버들이 위와 다른 기준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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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0. 타다드라이버 부당해고 첫 법원 판결 기자회견. [출처: 매일노동뉴스]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

 

플랫폼 시장이 전 세계에서 팽창하고 있다. 사업주들은 손쉽게 노동력을 구하고 노동자도 손쉽게 일자리를 구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를 포기한 채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사측에서는 직접 고용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의 사고에 대한 대처에서도 자유롭고 그들의 사회보장기금을 착취하며 나날이 사업이 번창하길 기대한다.

 

플랫폼 사업에서 노동자들의 지위를 사회가 인정해 주는 사례는 벌써 여러 나라에서 판결로 나왔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아직 시장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험만 가입시켜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면책을 쓰고 있다.

 

국회에서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허점투성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입법에 앞서 플랫폼 업계가 노동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하려는 문제를 정부가 나서 교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 아직까지 플랫폼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관련 법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현실이란 얘기다.

 

타다 드라이버들의 투쟁은 앞으로도 몇 년이 더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얼마 전 포스코 광양제철소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낸 지 11년 만에 인정받았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도 저런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고 우버의 판결만 보더라도 희망이 보이긴 한다.

 

끝으로 2022년 10월 20일, 35명의 집단 부당해고 및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의 첫 변론이 시작된다. 같은 법의 도마 위에 올라 있지만 다른 재판부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상식적인 판결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