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1] 노동탄압-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서면시장번영회 노동자들 / 허진희

by 철폐연대 posted Jan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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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노동탄압-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서면시장번영회 노동자들

 

허진희 • 민주일반연맹 부산일반노동조합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조합원

 

 

 

노조 결성 1년, 서면시장에는 재직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면시장 상가번영회 해고 노동자 허진희입니다. 서면시장번영회는 시장의 전반적인 관리와 주차 관리 일을 하는 단체입니다. 번영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무직과 주차관리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운영 일체를 책임지는 회장단이 있습니다.

 

저는 서면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작년 12월 민주노총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에 가입하였습니다. 하지만 번영회 회장단은 “조용한 시장에 난데없이 민주노총을 끌어 들이는 이유가 뭐냐?”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급기야 회장단은 측근을 앞세워 조합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라며 막말과 욕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올해 4월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회장단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결국 노조를 단체 탈퇴했습니다. 또한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하자 단 하루 만에 지회장을 부당해고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근로계약서 작성조차 한 적이 없는 여성조합원 1명을 ‘계약만료’라며 극심한 괴롭힘 끝에 탈퇴서를 받아내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조합원은 저 혼자만 남아 200일 넘게 투쟁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영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회장단은 민주노조의 흔적을 서면시장에서 말끔히 지우려 혈안이 됐습니다. 지난 10월 인사위원회를 졸속적으로 개최해 저의 징계를 결정하더니 11월 15일자로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서면시장번영회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한 지 1년 만에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조합원으로 남아 있는 재직자는 현재 아무도 없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노조파괴 행위입니다.

 

4 오늘, 우리의 투쟁_2 서면시장번영회지회 01.jpg

 

2021.12.11. <2021 부산민중대회> 부산역 선전전을 진행 중인 부산지역일반노조 조합원들 모습. [출처: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무자격 회장단의 노동탄압-인권유린

 

노동조합을 만들면 단체교섭이 시작됩니다. 회장단과 노조 간 단체교섭이 수십 차례 진행되었지만 회장단의 불성실한 태도로 합의에 이를 수 없었습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국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장단은 김태경 지회장이 근무시간에 교섭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구실 삼아 해고를 강행했습니다.

저 역시 똑같은 사유로 징계해고에 직면했습니다. 회장단은 정식으로 요청된 노사 간 단체교섭 자리에 저와 지회장이 참여하는 것을 근무이탈이라고 주장하며 징계해고에 나섰습니다. 노조를 만들고 단체교섭을 요청하여 그 자리에 현장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노동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회장단은 최소한의 헌법적 권리마저 짓밟았습니다. 이것은 노동3권을 침해하는 범법행위이자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막는 노조탄압입니다.

 

서면상가번영회지회가 설립되자 회장단은 측근인 자칭 인사위원장을 동원해 제 가방을 뒤지고 본인이 보는 앞에서 물건이 없어졌는지 확인하겠다며 퇴근을 못하게 하는 등 협박과 모욕을 일삼았습니다.

지난 7월 연일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었습니다. 저는 사무실 옆 회의실에서 쟁의행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의실에 설치된 에어컨 선이 절단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저는 고장 난 에어컨을 수리하기 위해 서비스 기사를 호출했습니다. 그러자 번영회 회장은 서비스를 받지 않겠다며 현장에 방문한 기사를 돌려보내기까지 했습니다. 노사 갈등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폭염의 날씨에서 에어컨 전기선을 절단하는 경영진의 비인륜적 행위 역시 이들의 극단적인 노조 혐오, 노조 탄압을 빼고서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또한 저는 경리 업무를 맡는 노동자인데 시설관리 업무까지 혼자서 떠안아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회장단은 업무 외 모든 일을 저에게 전가해 놓고 이를 제때 수행하지 못하면 갑질을 했습니다. 이 같은 괴롭힘으로 저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기도 했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했지만 힘없는 여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야근수당 한 번 받지 못했습니다.

서면시장 앞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끼니도 거른 채 하루 12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데다가, 여름에는 업무 중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도 없어 매우 힘겨운 처지였습니다. 이처럼 서면시장번영회 노동자들은 일터에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상황에 놓여 지냈습니다.

 

자격 없고 무책임한 회장단의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럴수록 돌아오는 것은 괴롭힘과 협박이었습니다. 회장은 술을 먹고 오밤중에 여성 조합원에게 전화를 걸고 자정 무렵에도 문자를 보내고 협박하는 등 소름 끼치는 상황을 만들기 일쑤입니다.

서면시장 선전전에서도 폭력은 계속되었습니다. 회장단이 수족처럼 부리는 측근은 여성인 저의 등을 때리거나 의자를 걷어차 시종일관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혼자서 회의실에 앉아 있을 때에는 회의실에 감금당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지금도 어디선가 큰 소리가 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노동인권 탄압입니다.

 

서면시장을 망친 주범, 누구입니까?

 

현 회장단은 서면시장을 책임지기보다는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1960년대 초반 목조건물로 처음 들어선 서면시장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입니다. 서울 강남역에 이어 전국 유동인구 2위에 이를 만큼 부산 서면은 각종 먹거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서면 지역 한복판에 자리한 상가형 시장의 높은 상품성에 매료된 재개발 자본들은 호시탐탐 서면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회장단은 재건축, 재개발을 준비하기 위해 상식 밖의 일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게가 장사를 할 수 없는 매우 좁은 공간까지 지분을 쪼개어 측근들로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회장단은 상가번영회라는 단체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서면시장 활성화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좇고 있습니다.

 

게다가 회장단은 비민주적으로 선출되어 ‘선거 무효’ 재판에 휘말려 있습니다. 서면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장단의 비민주적 선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렇듯 무자격 회장단은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자격 시비 소송에도 아랑곳없이 끝까지 버티면서 시장 자금 운영에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11월 초 법원에 사퇴서까지 제출하고 사퇴 방송까지 했지만, 뻔뻔스럽게도 회장을 다시 한다면서 매일매일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상인들을 기만하고 나아가 사법부까지 기만하고 있는 무자격 회장단을 반드시 퇴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회장단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파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직장폐쇄를 단행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경영진이 직장폐쇄를 결정할 시에는 상가번영회의 사무실 업무도 당연히 멈춰야 합니다. 그런데 회장단은 대체 근로자를 투입하여 사무실을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하였습니다. 노조 관계자들의 사무실 방문을 막고자 직장폐쇄로 위장한 것입니다. 노조의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노동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회장단이 대체 근로자 6명을 계속 투입했지만 관리비, 재산세 부과가 엉터리로 이뤄지면서 서면시장 운영은 더욱 엉망이 돼 버렸습니다.

서면시장번영회지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옥상에서 천막을 치고 3개월 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천막에서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회장단이 노조를 탄압할수록 전국의 많은 노동자들이 응원과 지지의 마음으로 지회 투쟁에 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사 갈등 상황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손 치더라도, 회장단의 비상식적인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서면시장 회장단은 노동자의 인권은커녕 법과 원칙도 깡그리 무시하고 있습니다.

 

4 오늘, 우리의 투쟁_2 서면시장번영회지회 02.jpg

 

2021.10.27. 서면시장 앞 복개천 도로에서 펼쳐진 투쟁문화제 모습. [출처: 서면시장번영회지회]

 

부당해고 철회하고 원직복직 쟁취하자!

 

김태경 지회장은 5월 1일자로 부당해고 당하여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회장단은 이행강제금을 납부할지언정 복직 명령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리비, 전기세, 시설 현황에 관해 훤히 알고 있는 지회장이 복직될 경우 그동안 회장단이 감추고 싶은 어떤 비밀들이 탄로날까봐 두려웠던 걸까요?

저 역시 200일 넘게 업무에서 배제되어 7개월 내내 제대로 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차비도 없이 출근투쟁을 하면서 고통스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투쟁을 지속하는 까닭은 내 소중한 동료들이 부당해고 인정을 받고 현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기 때문입니다.

 

서면시장번영회지회는 현장에서 집회와 현수막과 붉은 깃발을 들고 매주 수요일 행진을 하고 투쟁문화제도 한 달에 한 번 열면서 지치지 않고 즐겁게 투쟁을 합니다. 저도 해고된 지 한 달을 넘겨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투쟁 240일가량을 지난 지금은 지회장과 저 둘 다 해고자 신분이지만, 우리보다 더 긴 시간 투쟁하고 있는 다른 사업장의 조합원들도 만나고 투쟁 현안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연대와 단결만이 노동자를 지치지 않고 끈기 있게 투쟁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부산일반노조 소속 투쟁사업장인 신라대지회, 전포사회복지관지회가 비슷한 시기에 연이어 승리를 쟁취했고, 우리 지회가 마지막 장기투쟁 사업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지만 투쟁을 통해 불평등한 세상을 비로소 들여다볼 수 있었고, 또한 단결 투쟁만이 이 험악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서면시장번영회지회를 지키고,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서면시장의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인간답게 사는 길에 노동자는 하나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