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7]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

by 철폐연대 posted Jul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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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

 

 

“전략조직화,

평가는 냉정하게 하되

‘한계’에 갇히지 않아야 더 나아 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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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불안정노동철폐를 위한 전국연대’라는 긴 이름으로 2001년 준비위가 발족했고, 2002년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던 철폐연대가 올해로 20년이다. 불안정노동의 철폐와 확산을 막고, 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와 주체화를 위해 싸워 왔지만 늘 아쉬움은 남는다. 현재 그 투쟁을 함께했던 동지들을 만나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중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 최정우 동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 담당자로서 특히, 공단의 작은사업장 조직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전략조직화, 민주노총의 계급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이미숙(철폐연대 집행위원·월담노조 위원장) : 최정우 동지에게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을 질문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부터 말씀해 주시겠어요.

 

최정우(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 : 제가 총연맹을 2014년도에 왔어요. 그때 민주노총이 3기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공단, 공공 비정규, 유통, 청년, 이주, 이렇게 5대 영역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저는 거기서 주요하게 청년 사업을 2014년 5월부터 진행했던 거죠. 그때는 실 명칭이 ‘미조직비정규전략조직실’이었거든요. 비정규직 현안 사업 등도 같이 담당을 했죠. 그러면서 2015년 한상균 위원장님이 직선 1기로 당선되고, 그때 일단 첫해에는 간접고용과 청년 사업을 병행했었고, 2016년부터 공단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됐죠.

 

: 청년 조직화 사업은 주로 어떤 거였어요.

 

: 선택과 집중이라는 목표 아래 5대 영역을 선정하고, 100억을 모금해서 총연맹 중심의 집중된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하자는 게 3기 전략조직화 사업이었어요. 5대 영역 중에 청년 부분이 있었거든요. 청년 사업은 2014년이 처음 시행하는 해였기 때문에 사업의 전형이 있거나 하진 않았어요. 제가 보기에는 결론부터 얘기하면, 세대별 조직화에는 한계점이 분명히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가장 좋은 방안은 일단 ‘조직 내’의 청년 사업을 활성화해서 이를 발판으로 ‘조직 외’에 미조직 청년을 조직해 나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좋은 방향이라는 결론을 냈어요. 조직 내 청년 사업으로는 가맹별 청년 조직화 사례를 수집했고, 청년 사업 담당자 워크숍, 해외 청년 조직화 사례 취합 등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이 되게 활성화돼 있었거든요. 그래서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을 좀 더 비중 있게 진행했어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전교조 실업위원회와의 사업도 하면서 예비 노동자라고 말하는 청소년 노동자 사업과 조직 내 청년 사업 등을 진행한 거죠. 결론은 청년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3기 전략조직화 사업은 2017년, 그러니까 직선 1기 한상균 위원장님 마지막 임기 말에 종료해요. 그 이유는 3기 전략조직화 사업이 100억 전략조직화 기금 모금과 함께 설계된 건데 100억 모금은 사실상 실패를 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전략조직화 사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있었고, 그에 대해 계속 논의를 진행했죠. 그러면 새로운 2기 직선 지도부와 새로운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겠다, 그래서 청년 사업이나 공단 사업 등 3기 전략조직화 사업은 일단은 종료가 된 거죠.

 

: 그러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단 사업은 미조직전략조직실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일상적인 사업 같은 건가요?

 

: 2018년, 그러니까 직선 2기 때 ‘미조직비정규전략조직실’이 ‘미조직전략조직실’로 실 명칭이 바뀌거든요. 비정규 사업은 조직실로 가고, 그러면 우리는 계획했던 미조직전략조직을 전담하는 실이 생긴 거죠. 전담자도 생긴 거고요. 그리고 전략조직 기금이 조성돼서 그 기금을 가지고 전략조직 사업을 진행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보면 그게 이제 일상적 사업이냐, 전략적 사업이냐, 이렇게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는데…, 사실 우리한테 일상적 사업이냐 이렇게 얘기했을 때는 약간 민감한 건 있어요. 그래서 어쨌거나 ‘미조직 노동자 전략 조직을 진행하는 실’이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그리고 사업 계획이라든가 논의도 특별위원회이긴 하지만 ‘미조직전략조직특별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초기에는 위원회를 위원장이 맡았었고, 지금은 수석 부위원장이 맡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총연맹의 위상과 역할 강화 속에서 전략조직화 노선은 총연맹의, 특히 민주노총에서의 중요한 노선이라는 거고, 그래서 총연맹과 연맹들의 사업을 아우르는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보시면 돼요.

사실 3기를 종료하면서 가맹조직의 전략조직 사업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해요. 그러다 보니까 총연맹의 전략조직 사업은 가맹과 지역본부의 전략조직 사업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것으로 주요 위상과 역할이 정리되죠.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노총의 계급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거죠.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은 대략 0.32% 정도인데, 전체 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영세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을 총연맹이 집중 조직해야 한다는 게 지금의 주요한 방향인 거죠. 거기 입각해서 그 의제화 사업도 있는 거고요. 그리고 공단은, 특히 국가산업단지는 평균 사업장 인원이 50인 미만이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입주 업체 대비 고용 인원을 보더라도 20명 선이거든요. 전국적 평균은 작은사업장 밀집 지역이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 실에서는 공단 사업은 결국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이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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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2. 작은사업장 노동자와 함께하는 5인미만 차별폐지 순회. [출처: 노동과세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여전히 유효한 사업, 공단 조직화!

 

: 그래서 작은사업장 밀집 지역, 특히나 공단 노동자 조직화에서는 사업장 단위 조직화를 넘어서야 한다는 문제의식들이 제출되었던 것 같아요. 개별 사업장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시도, 지역 단위 조직화에 대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쉽지만은 않은 것 같긴 해요. ‘개별의 사업장 단위를 넘어서야 한다’는 설정은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일까요?

 

: 최근에 드는 고민 중심으로 먼저 몇 가지만 얘기를 하면, 사실 공단 사업은 우리 민주노조 운동의 태동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잖아요. 84년의 구로동맹 파업이라든가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주요한 역할을 공단이 했다고 볼 수 있죠. 많은 선배 노동운동가들의 현장 진출과 투신이 있었던 거고…, 사실 그 역사만큼 공단이라고 하는 곳이 현재는 되게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뭔가 계속해서 똑같다, 되게 ‘올드’하다, 한물갔다, 뭐 이런 표현을 최근까지도 여러 사람에게 들었어요. 이 말이 뭐냐면, 공단 사업에 사업비를 들이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런 얘기인 거죠. 그 사업비로 진짜 되는 사업을 진행하면 그것보다 몇 배 효과가 있을 거라는 얘기까지도 있어요.

그리고 사업장 조직화 방식을 넘어서서 조직화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쭉 있었긴 한데, 지금 그 전형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그러면 사업장 조직화 방식을 벗어나는 것은 뭘까, 저는 첫 번째는 미조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접촉하고, 어떻게 조직화를 할 것이냐에 있다고 봐요. 작은사업장일수록 사장과 대면 노동을 하니까 사업장 교섭으로, 또는 사업장으로 조직화가 불가능한 곳이 분명히 있다는 거죠. 그럼 이 층들을 어떻게 묶어 세울 것인가. 지금은 논의가 깊숙이 되진 않았지만 2018~19년도에 있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큐베이팅 노조의 시도나 준조합원 제도 등을 활용하는 것도 지역이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지역본부이든 금속 지부이든 화섬 지부이든 같이 협업해서 지역 조직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하면서 그 해당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지방 정부를 대상으로, 그리고 법제도 개선 사업을 병행하면서 우리의 힘들을 축적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열릴 거다, 이렇게 봅니다.

변화의 시도는 꾸준히 있어요. 금속노조는 ‘공단 조직화 사업’에서 ‘공단 사업’이라고 명명했죠. 공단은 조직화 사업이 우선되기보다는 사업을 통해서 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권리보장 사업과 법제도 개선 사업, 현장 밀착 의제 사업을 먼저 해 보자는 거죠. 예를 들면 공동 세탁소라든가 최근에 이제 진행하고 있는 휴게 여건 개선 사업,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시도하면서 사용자협의회나 지방 정부와의 노정 협의를 추진하고, 초기업 교섭으로 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사업을 진행해 보자는 거예요. 예전에는 그럼 안 했냐? 그건 아니잖아요. 예전에도 포괄 임금, 공짜 노동 근절, 임금 체불, 그런 의제 사업들을 쭉 진행해 왔죠. 그리고 그 사업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냐? 그것도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사업이 쭉 축적돼 있었고, 그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조직화는 지속되고 있는 거죠.

 

‘전략’이나 ‘미조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사업을 고민해야 한다

 

: 아까 공단 조직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공단지역 조직화 시도는 단시일 내 조직화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원을 투여하며 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노동조합의 조직화 사업 평가 방식이 조직화 규모를 성과 지표로 두고 판단되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는 보여요. 그런 측면에서 조직 내 공감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는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 똑같은 고민이고요. 최근 2022년 윤석열이 당선되고 우리 지형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잖아요. 그 변환 속에서 총연맹의 전략조직화 사업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죠. 그간 1, 2, 3기 전략조직 사업을 평가하면서 유의미한 점과 성과, 한계를 구분하고, 총연맹은 어떠한 노선과 전략 전술을 갖고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 제시가 필요한 시기에 왔다고 봅니다. 아까 말씀하신 업종이나 직종 내지는 사업장 조직화를 넘어선 방식에 대해서도 그간의 논의가 중단됐는데, 다시 그걸 이어서 총연맹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시기에 왔다고 생각해요.

사실 유럽이나 해외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올라가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2021년과 2022년은 확실한 정체 상태예요. 그 원인을 분석해 보자는 거죠. 그 원인을 한 분은 이렇게 얘기해요. “300인 이상 조직률은 이미 유럽 수준에 와 있다. OECD 평균을 하는 거고. 문제는 작은사업장으로 갈수록 우리가 너무 부끄러운 수치다. 그럼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곳이 어디냐? 판을 좀 다시 한번 짜야 한다”고요. 사실 실제 피부로 느끼는 거죠. 총연맹이 이후에 전략조직화의 돌파 방향을 정확히 분석해야 하는데, 그게 작은사업장이라는 거죠. 거기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내지 않으면 그냥 조직률은 정체될 거라고 봅니다. 그건 너무나 뻔해요. 예를 들면 보건 사업장에 상급 병원 있잖아요. 조직률이 40%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러면 조직화할 수 있는 데는 다 조직을 한 거고, 공공부문 비정규직도 38%가 넘었단 말이죠. 그러면 아직 남아 있는 돌봄 등 전형적인 최저임금 노동자, 열악한 작은사업장 노동자들,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 거죠. 배달 노동자도 일시적으로 코로나 시기에 일감이 많아서 소득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 권리의 사각지대인 거잖아요. 그런 노동자층을 총연맹이 전략의 영역으로 설정하고, 집중 조직화해야 하는 게 우리 과제라고 봅니다.

특히 지역을 얘기하면 공단도 그렇고, 모든 게 지역 중심으로 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거든요. 산별노조도 지역 전략이 있어야 하고요. 산별노조는 노조의 관장력과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그간의 사업이 있었고, 지금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봐요. 그러면 현장 중심으로 그리고 지역 중심으로 산별노조의 강화 전략도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지역본부와 지역 산별노조의 지역 조직들이 지역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되돌아보고 바닥에서 다시 한번 더 시작을 해야 하는 거죠.

우리 민주노총은 소위 말해서 힘은 있다고 봅니다. 110만이 이렇게 단일하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신뢰는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거예요. 그래도 이번에 화물연대는 안전 문제를 중심으로 대중적 공감을 되게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총연맹으로 항의 전화도 많이 오기는 했지만, 예전보다 그렇게 심하진 않았어요. 지금은 민주노총이 현장, 그리고 시민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우리의 우군들을 많이 형성해 나가는 사업으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 속에서 전략조직화 사업 또한 ‘전략’이나 ‘미조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여러 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 방안이 뭔지에 대해서 체계 있게 논의가 지금 필요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보다 노사협의회를 강화하면서 노조 힘 빼기를 본격화하겠다는 건데, 우리는 거기에 대항해서 노조의 문턱을 낮추는 게 여전히 유효하고, 누구나 노조를 할 수 있는 노조 하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거기에 따른 지역별 특색에 맞는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고, 모범 사례를 여기저기서 많이 만들어 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히 사업장으로 조직하기 힘든 작은사업장, 업종·직종별이 됐든 지역별이 됐든 모범을 한두 개 만들어 내보자는 거예요. 그래서 산업단지 초기업 TF 같은 걸 좀 만들어 보려고 해요. 4~5개 지역을 선정해서 아까 얘기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뭐가 좀 되네’ 뭐 이런 느낌이 들게 해야죠. 예전에는 그냥 소위 말해서 선전홍보 사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의제를 명확히 하고, 교섭 그리고 체계, 그리고 미조직 공단 노동자들과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라는 대안을 놓고 집중 사업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짜고 있어요. ‘공단은 이제 한물갔다’라는 것이 아닌 다시 공단을 좀 들여다보고 여전히 유효한 과제임을 이야기해야죠.

올해 지자체의 선거 공약을 보시면 알겠지만 각 17개 광역시도에서 산업단지에 대한 공약이 없는 광역시도는 없었어요. 시군구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측면에서 산업단지는 아직 유효하다는 거죠. 왜냐면 권력과 자본이 산업단지에 주목하고 있으니까요. 국힘이건 민주당이건 모든 정책 공약집에 다 들어가 있어요. 그게 스마트 산단이니, 산단 대개조니, 뭘 갖다가 짓겠다느니…, 전부 부동산 부흥 정책밖에 없지만요. 거기에 노동자는 쏙 빠져 있는 거죠. 그럼 우리는 어디에 집중해야 하느냐는 명확한 방향은 나오는 거죠. 노동이 존중받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 그들의 정책에 맞서야죠. 낡지 않았다, 정권과 자본은 아직도 온갖 미사여구를 다 갖다가 붙여서 꾸준히 하고 있다, 근데 우리만 ‘낡았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거죠.

 

: ‘낡았다’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는 뭔가요?

 

: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라는 거죠. 그러니까 공단은 그냥 금속에서 권리찾기 선전전 같은 걸로 하고, 일상 사업으로 하면 되지 그걸 뭘 총연맹까지 붙어서 전략조직 사업으로까지 하냐는 거예요. 전략조직 사업을 거의 10년 넘게 했는데 성과도 하나 없지 않냐, 그러니까 실현할 수 있고 더 집중해야 할 다른 영역을 설정해서 거기에 집중하는 게 맞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죠. 근데 저는 아까 얘기했듯이 집중 돌파 지역을 선정해서 모범을 내야 한다고 봐요. 새로운 방식의 전형을 내고, 모범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 보자는 거죠.

 

: 전략 사업을 어떻게 이해하고 구분할 것인가에 약간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특정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조직할 건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건 분명 사실이에요. 어떤 의제로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예산을 얼마나 들일 것인가, 사업 기간은 어떻게 둘 것인가 등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죠. 고민은 ‘전략 사업’을 조직 발전 전략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뭔가 한때 집중하고, 일정 시기가 되면 철수해도 되는 사업처럼 인식하는 게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게 지도부가 바뀌거나 사업 계획이 바뀌게 되면 전략 사업도 전면 수정되거나 연속성을 잃어버리는 경우들이 많더라는 거예요. 노동조합이 기본 필수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사업이 아닌, 잠깐 손 놔둬도 되는 사업처럼 이렇게 인식하는 경우들이 되게 많아서, 그렇다면 아예 노동조합의 주요 일상 사업으로 배치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 맞아요. 말씀하신 대로 전략 사업이라는 것은 거기에 맞는 전략과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여러 가지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공단은 아직 그런 설정이 없죠. 말씀하신 측면에서 일상적으로 가자는 것에는 동의해요. 그리고 우리 내에서도 전략조직 사업을 진행한 게 거의 한 15~16년이 됐으니 실질적으로 논의한 건 이제 20년이 넘은 거거든요. 그러면서 총연맹의 전략조직 사업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그간에 많이 있었는데, 얘기하신 것처럼 전략의 의미에 너무 갇혀 있었던 것도 있었죠. 전략을 생각하는 분들도 견해와 의견들이 너무 다양한 것도 있어요. 그래서 전략에 너무 갇히지 말자에 동의해요.

 

지역본부가 조직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 필요,

지역별 조직화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 현재 대규모로 조직되는 노동자를 보면 대부분 업종이 같거나,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뭔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눈에 보이는 조직화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꾸준한 조직화 시도로 그렇게 되는 예도 있고, 뭔가 송곳 같은 계기가 생겼을 때 갑자기 모이기도 하고 말이죠. 근데 공단에서는 그런 게 가능할까, 이런 고민도 사실 있어요. 그래서 사업장을 넘어서는 조직화를 계속 시도하되, 한편으로는 업종별 또는 직종별 조직화도 시도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고민도 생기더라고요.

 

: 지금의 총연맹은 조직화가 일어나는 곳은 사실상 업종 조직화라고 봅니다. 그리고 작은사업장 중심으로 봤을 때 금속은 금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화섬은 화섬 사업장을 조직하는 거죠. 그래서 말씀하시는 대로 총연맹은, 예를 들어서 콜센터라든가 돌봄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은 각각 산별로, 업종 직종별 조직화로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것은 좀 더디 가더라도 그렇게 업종 직종별 조직화가 맞는다고 보는 거죠. 공단에서도 일단은 금속과 화섬이 제조업 노동자 중심으로 조직하는 게 맞고, 그 안에서도 사무직군이나 전문직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예전에 인천본부가 공단 사업으로 공단 경비 노동자를 한번 조직해 보겠다고 해서 실태조사도 했었거든요. 특정하게 경비 노동자를 설정했던 거죠. 그러한 시도들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고 봐요. 저는 말씀하신 대로 그런 업종 직종별 공감대를 모아서 조직화하는 건 맞는다고 보는 거죠.

 

: 총연맹은 지역본부를 통해, 그리고 산별은 산별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지역 조직 사업을 쭉 진행하고 있잖아요. 특히 세종충남 희망노조나 전북 미소유니온 등은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조직화를 위한 일종의 전략적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하는 건데,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 희망노조에 대한 평가는 저는 개인적으로 되게 좋게 보고 있어요. 지역본부별로 그런 사례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 희망노조가 가능했던 원인이 뭔지도 한번 같이 평가해 보고 이후에 방향도 함께 논의해 봤으면 좋겠어요. 지역본부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잖아요. 그래서 지역본부별로 특성들이 있어요. 세종충남의 희망노조가 가능했던 지역별 특성이 있는 거죠. 희망노조는 약간의 인큐베이팅 같은 노조죠. 개별 가입 상담을 통해서 노조 가입을 원했던 분들과 지역의 센터나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으로 가입해서 지역 사업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유니온 같은 그런 형태죠. 다른 지역도 그게 가능한 지역이 있고 아닌 지역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한번 그런 지향을 두고 총연맹 차원에서 지역별 희망노조 같은 것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고민이 있어요. 그리고 산별에서도 마찬가지죠. 민주일반 같은 경우에는 일반노조가 하면 되고, 금속 같은 경우에는 지역지회가, 공공 같은 경우에는 평등지부라든가 이런 지역지부들이 하면 된다는 겁니다. 근데 그것을 할 수 있는 지역본부의 담당들은 보통 네다섯 개의 일들을 다 하고 있다는 거예요. 조직, 노안, 정치, 문화, 이런 역할들을 서네 개씩 중첩해서 하다 보니까 온전히 그 사업에 집중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그런 활동을 보장해 주려는 방안 또한 지역과 지역 가맹, 산별과 민주노총이 논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작은사업장 조직화는 뚫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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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7.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희망노조 출범식. [출처: 노동과세계]

 

 

전략조직화 20년,

평가는 냉정하게 하되 한계에 갇히지 않아야 더 나아 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 조금 정리하자면, 민주노총 전략조직 사업 관련해서 말씀을 많이 해 주셨는데요. 지금까지 1기, 2기, 3기 등을 거쳐 오면서 사업 초기에 두었던 문제의식이 분명히 있었을 거고, 진행하면서 경험 속에서 수정되었던 부분들도 분명히 있었을 거란 말이죠. 중간에 말씀하신 것처럼 기계적 평가만 놓고 보면 전략조직 사업 중에 공단 사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 점에서 조직화 사업의 전반을 돌아본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 성과적으로만 보면 2017년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총연맹의 전략조직 기금은 안정적으로 집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중집이 전략조직 기금의 사용 승인과 안건으로 논의를 하다 보니까 굉장히 세세한 부분까지 보게 되는 거죠. 그것은 분명한 발전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는 다섯 명이긴 하지만 전담 인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죠. 그러면 마지막으로 총연맹이 역할로 하는 전략조직 사업이란 무엇이냐, 위상과 역할, 그것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거죠. 각자가 위치한 곳에서 그걸 바라보는 상들은 되게 다양해요. 그것을 집중적인 논의를 통해서 한번 맞춰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고민과 평가들을 모아서 총연맹에서는 내년까지 20년 전략조직화 사업 평가와 방향 과제를 내는 연구 사업과 토론이 이어질 거예요. 종합보고서 방식이나 특위에서 논의된 거까지 더해서 한 1년여 동안 토론이 이어질 거고, 거기에 가맹의 전략조직 사업의 성과와 한계, 과제 그리고 지역본부의 미조직 사업에 대한 위상과 역할, 방향 과제 등을 다 모아서 총연맹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논의해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결론으로 정리하자면, 민주노총의 전략조직 사업은 2000년 초기부터 전략의 개념을 도입해서 논의됐죠. 초기 1기 전략조직화 사업은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였습니다. 그러나 1기의 방식에 있어서는 성과와 한계는 명확했다는 것이죠. 50억 기금 모금 사업으로 진행해서 23명의 활동가를 배출해 현장으로 파견해서 사업을 했는데 그 또한 성과 한계는 분명합니다. 다만, 너무 한계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어떤 연구자가 이런 얘기를 해요. “애 목욕시키다가 목욕물만 버려야 하는데 애까지 버리면 안 된다”라고요. 그래서 전략조직화도 그간의 20년의 성과를 잘 모아 내야지, 자꾸 목욕물 버린다고 애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는 거죠. 사업에서는 성과와 한계는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고, 그걸 어떻게 더 나아 가는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가는 중요하죠.

 

: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리자면, 서두에서 최정우 동지도 말씀하셨지만, 조직화가 단순히 조합원 숫자 늘리기를 넘어서 민주노총의 계급 대표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저희도 공단에서 선전전 등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노동조합 관련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민주노총을 이야기하거든요. 결국, 민주노총에 대한 인식은 이미 있고, 내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들은 있는데, 이게 반대적 감정도 함께 존재한다는 거죠. 또 한 가지는 민주노총의 조직화 사업이 어찌 됐든 노조 하기 어려운 노동자까지를 아우르면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려면 문턱을 없애는 작업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동네방네 민주노총, 방방곡곡 민주노총’ 이런 것들이 좀 만들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에요. 동네마다 동사무소가 있듯이 민주노총도 동마다 있고, 그래서 언제든지 가입하고 상담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을 좀 해 봤거든요.

 

: 우리 사회에서 민주노총의 위상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 봐요. 여러 가지 원인 중에 주요하게는 자본과 정권의 고립 정책이 분명히 있긴 하죠. 그렇지만 우리도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봐요. 조직 운영 방식도 더 토론해야 하고요. 예를 들면 우리 총연맹 실의 체계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하나 있고, 또 한 가지가 87세대가 이제 퇴직을 하시잖아요. 그러면 그때 우리는 준비되어 있냐? 민주노총의 역사성과 유의미성을 이어 나가야 하는 부분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한 측면으로 있는 거죠. 그래서 계급 대표성이나 계급성을 좀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덧붙여서 너무 패배적인 생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저는 되게 좀 힘들었던 것이 코로나 시기에 집회했을 때 거의 하루는 항의 전화 받느라고 아무것도 못 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다음 한번은 거리를 막고 집회를 했는데, 이번엔 전화가 안 와요. 그러면 왜 전화가 안 오지? 또 이상한 거야. 너무 우리가 고립돼 있나?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어찌 됐든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위축되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거를 하되, 이제 지역과 현장과 그리고 민주노총의 지지 우호 세력들을 하나하나 더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한 방식으로 전환이 좀 필요한 시기에 왔다고 봐요.

말씀하신 대로 ‘동네마다 민주노총’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본부 강화 TF에서 미조직 사업의 한 방향으로 얘기가 되어야 하는 거고, 사업비라든가 전담 인력이라든가 등이 함께 이야기되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그걸 논의할 시기가 왔다고 봐요. 그리고 민주당이 대부분의 지방 권력을 장악하고 있을 때는 약간 지방 정부 노동정책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지방 정부 노동정책 개입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잖아요. 국힘 ‘니네나 잘해라’ 이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투쟁과 요구를 통해서 당당하게 지방 정부 정책 요구에 개입해 나가는 게 필요하죠.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 주세요.

 

: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같은 경우는 우리가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균 근속이 거의 2년이 채 안 되잖아요. 1년이 좀 넘는 거죠. 돌봄 노동자들 같은 경우도 한 센터에서 계속하여 근무하는 경우가 대개 짧죠. 결국,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끊임없이 이동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높다, 그들이 바로 작은사업장 노동자이고, 특수형태 고용이고, 프리랜서 불안정 노동자라는 거죠. 우리 사회는 이제 극단적 양극화 사회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사실 규모 있는 사업장은 적정한 연봉에 삶을 윤택하게 누리는 거잖아요. 그게 꼭 연봉뿐만 아니라 휴가나 복지에서도 그렇죠. 그렇게 적정한 자기 임금이 확보되면서 혜택을 누리고 사는데 그렇지 못한 불안정 노동자층은 계속 소외되고 사라져 가고 있잖아요. 코로나를 거치면서 더 여실히 드러낸 거고요. 그래서 우리의 사업은 바로 이런 불안정 노동자층에 집중돼야 하는 거죠. 우리 민주노조 운동 진영은 여기에 주목하고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가를 꾸준히 놓치지 않고 가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뷰·정리 이미숙

철폐연대 집행위원 / 월담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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