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7]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의 권리, 이제 스스로 찾겠다! / 고현실

by 철폐연대 posted Jul 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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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2%

 

 

‘차별 철폐! 노동기본권 쟁취!’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의 권리, 이제 스스로 찾겠다!

 

 

고현실 • 한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 위원장

 

 

 

모든 생물은 ‘생로병사’라는 자연적인 과정을 겪습니다. 그 가운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생로병사의 과정 중 보건의료 기관 및 시설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기관 및 시설에 종사하는 인력들을 우리는 ‘보건의료인력’이라 칭하며, 그 가운데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이 존재합니다.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에 대한 규정이 「의료법」에 포함된 것은 1966년으로써, 당시 간호사의 교육 수준이 오늘날과 같은 교육과정으로 일원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간호사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함에 따라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은 ‘대체인력’이라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차별의 아이콘이 되어 보건의료 현장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례 없던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은 펜데믹 극복을 위한 의료 활동들(선별진료소, 음압병동, 생활치료센터, 지자체 방역 활동 등)을 전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에 가려져 간호조무사들의 노동은 등한시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정부의 태도를 통해 알 수가 있습니다.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차별적 태도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은 보건의료인력 단체 중 유일하게 법정 단체를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태도가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의사나 간호사들은 보건복지부장관 면허 자격임에 비해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은 보건복지부장관 면허(1967년)에서 시·도지사 자격(1974년)으로 그리고 보건복지부장관 자격(2017년)으로 변경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간호조무사 노동자가 다른 보건의료인력에 비해 얼마나 차별적 대우를 받아 오고 있는지 입증하고 있습니다.

 

85만 명(2022년 5월 기준)에 달하는 간호조무사 노동자들 중 25만 명이 활동하고 있는 보건의료 현장은 어떻습니까? 2021년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실태 자료*를 살펴보면, 정부의 관리·감독의 부재 속에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관계법령과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태는 보건의료 기관 및 시설의 규모, 성격, 지역,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보건의료 기관 및 시설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즉 1차 의료기관들은 대다수가 「근로기준법」이 모두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의 사업장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였더라도 교부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1주 평균 약 44시간을 일하고 공휴일에도 근무를 하는 등 평균 노동시간이 많으며, 연간 평균 휴가 사용 일수가 약 8일로 「근로기준법」이 최소 보장하는 휴가 일수인 15일에도 미치지 못해 인간답게 쉴 수 있는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은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최저임금을 받거나 혹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기본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은 성희롱을 당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심각한 문제에도 쉽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은 폭언, 폭행, 따돌림, 인격 무시, 회식 등의 강요, 격무 및 허드렛일, 사적 심부름 등 심각한 상황이며, 그 주요 가해자는 사용자 혹은 상급 직종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소극적 행정 그리고 관리·감독의 부재 속에서 ‘차별 철폐! 노동기본권 쟁취!’라는 슬로건 하에 권리를 스스로 찾기 위해 하나로 뭉쳤습니다. 전국 각지의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은 스스로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간호조무사 직종 노동조합 설립을 목표로 2021년 4월부터 노동조합 설립 발기인 모집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전국 13개 시도별 노조설립추진위원회 구성을 통해 간호조무사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노조설립추진위원회 전체 구성을 2021년 7월에 완료하였습니다. 이후 전국 13개 시도별 간담회 또한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각 현장의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목소리와 요구들을 귀담아들으며 한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 설립 총회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 절차에 돌입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2022년 5월 15일, 노동조합 설립 총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이 설립되었고, 규약 제정 안건과 초대 임원 선출 등의 상정 안건을 처리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기본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이후 고용노동부의 설립 신고 절차를 밟아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을 수령하여 공식적으로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3. 본문사진.png

2022.05.15. 한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 설립 총회. [출처: 간호조무사노조]

 

 

현재 한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은 2022년도 임시대의원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간호조무사 직종을 위한 전국 단위의 노동조합으로서 그 세부적인 조직 기틀을 완성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운영 측면 외에도 현장 조직화, 간호법 제정 반대 투쟁 등의 현안 해결, 단체교섭 성사 등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현장 조직화는 2022년도 주요 사업인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현장 간부가 현장을 조직하는 노동조합으로서 현재 활동하는 25만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을 조직해 나갈 것이며, 이를 넘어 간호조무사 자격을 갖추고 있는 85만 전체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조직화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한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 초대 임원진은‘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큰 목표를 통해 지배와 흡수를 뜻하는 획일성의 동(同)이 아닌 공존과 다양성을 전제로 한 화(和)의 논리로 노동조합이 사회운동으로서의 일부가 아니라 삶의 일부분으로서 행동하는 노동조합의 패러다임으로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초대 임원진은 임기 동안 노동조합 운영 지표를 △ 첫째, 기본에 충실한 대중적 노동조합, △ 둘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익적 노동조합, △ 셋째,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는 개혁적 노동조합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대중적 노동조합’은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생활임금 확보, 노동조건 향상 등의 기본 사업을 성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민주적인 대중 조직 운영 원리의 실현과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을 목표로 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익적 노동조합’은 집단 이기주의 배격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동조합 활동 실천과 지역 사회의 공동선(共同善) 실현과 사회, 보건의료 현장의 개혁 활동 실천을 목표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복지국가 만들어 가는 개혁적 노동조합’은 사회 양극화, 노동 양극화 극복을 위한 복지 향상 활동과 차별 철폐·개선 활동을 수행함과 동시에 인간 중심의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사회적 약자 지원 활동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운영지표를 통해 행동하는 그리고 실천하는 한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이 되겠습니다. 이 여정의 시작은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 찾는 것입니다. 전국 85만 간호조무사 노동자들의 차별 철폐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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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2021.11.25.) 자료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