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1] 현대차 자본의 노조파괴ㆍ기획폐업에 맞선 자동차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 최현진

by 철폐연대 posted Jan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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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현대차 자본의 노조파괴ㆍ기획폐업에 맞선
자동차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최현진 •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자동차판매연대 부양지회 지회장

 

 

 

자본의 이윤극대화와 노동자 분열을 위해 탄생한 자동차판매대리점

 

자동차판매대리점은 IMF 때 현대차가 절반 정도의 정규직 판매노동자를 구조조정하여 정규직이 근무하는 지점과 비정규직이 근무하는 대리점의 이원적인 판매 구조를 만들었다.

원래 정규직이었던 판매노동자들이라 모든 관리와 지휘체계는 지점과 대리점이 다르지 않았고, 두 곳 모두 원청의 직접적인 관리가 20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현대차 자본의 동일한 관리체계하에,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동일한 판매 방법으로, 일하는 곳의 간판만 지점과 대리점으로 다를 뿐이었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지점과 대리점의 근무조건과 환경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지점의 판매노동자는 대기업의 정규직인만큼 상대적으로 좋은 노동환경으로 나날이 발전되어 갔지만, 대리점의 판매노동자는 현대차 자본과 대리점 소장들의 탐욕과 착취에 의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은커녕 비인격적 대우와 4대보험조차 가입되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으로 변질돼 버렸다.

이원적인 판매구조로 인해 정규직 판매노동자의 파업권은 무력화되었으며, 어떻게 팔리든 판매만 되면 회사와 대리점 소장의 이익은 그대로 보장되기에 비정규직 판매노동자는 무한 출혈경쟁에 내몰렸다. 대리점의 소장은 모두 현대·기아차 정규직 출신이며, 대리점에 수십 년을 근무해도 소장이 될 수 없고 소장의 말 한마디에 퇴직금 한 푼 받지도 못하고 쫓겨 나가는 신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총단결이 필요하다!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는 2015년 8월 22일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동조합’으로 설립총회를 하고 서울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를 하여 만들어졌다.

2014년 10월 “현대차 자본으로부터 자동차판매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권리를 지키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전선이 필요하다.”는 한 기아차 정규직 판매조합원 동지의 고민과 제안으로 ‘기아차 대리점 판매노동자 밴드’가 개설되었고, 부산지역 기아차 판매대리점 비정규직 판매노동자들에게 초대문자가 발송되었던 것이 노동조합의 시초가 되었다.

얼마 후 원청의 지시와 압박으로 대리점 소장들이 밴드 가입 인원들을 색출하여 해고 압박으로 탈퇴를 종용하면서 와해되었지만, 이 동지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전국의 현대·기아차 대리점 판매노동자 모두에게 가입 초대문자를 발송하여 같은 뜻을 가진 동지들이 모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였다.

2015년 초부터 비밀리에 전국을 돌며 준비회의를 하였고 마침내 설립총회를 성사시켜 민주노조 깃발을 올렸다.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비정규직이 그것도 특수고용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든 대가는 혹독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설립총회를 했지만 불과 이틀 후인 월요일에 출근하자 선출된 임원 전원에게 “탈퇴하지 않으면 나오지 마라!” 해고를 압박하며 탈퇴를 강요당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해고통지서도 징계절차도 필요 없었다. 그저 “내일부터 나오지 마!” 말 한마디면 그것으로 해고되는 것이 현실이었고, 어떤 법도 우리를 지켜줄 수 없었다.

설립총회에서 10명의 임원을 선출하였지만, 며칠 만에 대부분의 임원들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탈퇴할 수밖에 없었고 단 3명만이 남았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여 법적 지위를 인정받고 노조법으로 보호를 받자!” 서울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를 하고 노동조합 신고필증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어이없이 빗나갔고, 법을 무시한 현대차 자본의 탄압은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탈퇴를 거부한 사무총장은 결국 해고되었고, 김선영 위원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언과 폭행을 대리점 소장에게 한 달 넘게 당했다.

폭행 당시의 음성녹취와 CCTV 영상을 확보하여 지상파 TV 뉴스에 제보하였고 9시 뉴스에 3일 연속 보도되면서 결국 노동조합은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위원장이 근무하던 대리점은 폐업되었고, 결국 원청에 의해 해고자 신분이 되었다. 수석부위원장이던 나 또한 2016년 4월에 해고됨으로써 결국 노동조합의 위ㆍ수ㆍ사 모두가 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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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 자동차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을 반대하는 현대자동차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집단 피케팅 모습. [출처: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노동자는 하나다, 아니 하나여야 한다!

 

2016년 5월. 현대차 자본의 불법적인 노조탄압에서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 상급단체 가입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하고 노동조합 준비 단계부터 함께했던 금속노조에 가입하기 위해 ‘조직형태 변경총회’를 하였다. 당연히 가입될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황당한 일이 발생되었다. 같은 일을 하는 현대·기아차 정규직 판매지회 조합원들의 필사적인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금속노조의 규약대로 처리되었어야 하지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자신의 전결사항을 중앙위와 대의원대회의 결정으로 미루면서 책임을 회피하였다. 조직력도 투쟁자금도 최소한의 생계대책도 없이 버려진 우리에게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공투위) 동지들이 손을 내밀었다.

김선영 위원장과 나는 공투위 동지들과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함께 투쟁과 연대를 하며 자동차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알렸고 조직을 확대시켜 나갔다. 우리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사무실 앞에 한겨울에 수개월 간 개집 같은 천막을 치고 ‘노조가입 승인하라, 규약대로 처리하라!’며 투쟁을 했다.

하지만 정규직판매조합원들은 금속노조 중앙위와 대의원대회 때마다 회의를 무산시키고 시간을 끌어 정족수 미달로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고, 집단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발언권조차 주어지지 않아 번번이 그 상황을 몇 시간 동안 지켜보다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야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공투위 동지들과 회의장 밖에서 “금속노조 가입 승인하라!”며 목이 터져라 외치는 것밖에 없었다.

2년의 시간이 흘러 2018년 5월 금속노조 10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위원장이 규약대로 전결로 처리함에 따라 2년에 걸친 금속노조 가입투쟁은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 지금의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 서울지회, 부양지회, 전북지회가 설립되었다.

 

끊임없는 탄압과 민주노조 사수투쟁

 

나는 2016년 해고된 후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고, 지노위에서 대법원에 이르기 까지 일관되게 부당노동행위 판결과 복직판결을 받았고, 2019년 8월 최종 확정판결을 받았다.

수차례에 걸친 개별 해고 사건들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서 원청인 현대차 자본은 노동조합 탄압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이전의 조합원 개별 해고 방식에서 노동조합 가입대리점의 폐업을 통한 집단해고 방식으로 전술을 변경하였고, 20여 개 대리점을 순차적으로 폐업하여 수백 명의 조합원이 해고되고 생계를 박탈당했다.

법원은 원청인 현대차 자본의 대리점 직원들에 대한 사용자성을 부정함으로써 노조파괴 기획폐업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다. 수백 명의 조합원들이 살인과도 같은 해고를 당하고 있음에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아무런 제재 조치도 내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원청인 현대차 자본은 사용자가 아니라 처벌할 수 없고, 사용자인 대리점 소장은 폐업하고 도망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문만 열어 놓아도 한 달에 수천만 원씩 수익이 나는 대리점을 단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폐업하고, 정규직 판매노동자 중에 대리점 소장을 새로 뽑아 다시 대체 개소를 하고 비조합원만 고용승계를 하여 민주노조 조합원만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노조파괴 기획폐업이자 현대차 자본의 위장폐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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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0. 현대차 부산지역본부 앞 천막농성장. 수비대리점 조합원 동지들의 중식선전전 모습. [출처: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현대차 부산수비대리점과 의정부송산대리점의 고용승계 투쟁

 

2021년 1월 1일 부산에 위치한 현대차 수비대리점이 폐업되었다. 영남권에서 가장 먼저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활동한 수비대리점이 폐업될 것이라는 소문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돌기 시작했다.

수비대리점의 조합원이 소장에게 진위 여부를 물었다. 소장은 “절대 폐업할 일 없으니 열심히 일하라.”며 대답했다. 폐업을 불과 열흘가량 앞두고 재차 질의하자 소장은 다음과 같이 실토했다. “폐업한다고 직원들에게 말하면 판매실적이 떨어질 수 있으니 끝까지 숨겨라.”는 현대차 부산지역본부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새해 첫날 현대차 수비대리점 5명의 조합원들은 십수 년간 근무하던 직장에서 쫓겨나 생계를 박탈당했다. 자동차판매연대 부양지회는 2020년 12월 21일부터 5명의 조합원들과 부산 중앙동에 위치한 현대차 부산지역본부 앞에서 투쟁을 시작하였고, 2021년 1월 4일부터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20년간 현대차가 해오던 대로 인근 대리점이나 대체 개소 대리점으로 고용을 승계해서 계속 일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도 아니고, 해고기간의 임금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그저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이라도 좋으니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계속 일만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 현대·기아차는 대리점 폐업 시 판매노동자들은 인근 대리점이나 대체 개소 대리점에 전원 고용승계를 해 왔다. 오히려 경력직 판매노동자들을 서로 모셔 가려고 소장들이 경쟁을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최소한의 단순하고 기본적인 생존 요구를 걸고 투쟁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폐업한 수비대리점의 대체 개소 대리점은 2021년 4월 정규직 판매조합원이 소장으로 뽑혀 ‘송정대리점’이란 상호로 영업사원들을 고용하여 버젓이 영업 중이다. 현대차도 소장도 우리의 요구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하고 있으며, 부산의 인근 대리점에서도 수비 조합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는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수비 동지들이 천막농성을 하기 전에는 조합원들은 제외하고 비조합원들은 고용승계를 해 왔으나, 이제는 연좌제를 물어 비조합원들까지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사태 해결을 위해 진정을 넣었지만 수개월이 흘러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그러던 중 2021년 5월 31일 부로 의정부에 위치한 현대차 송산대리점이 폐업되었고, 대리점이 대체 개소되었지만 역시 고용승계는 이루어지지 않아 해고된 조합원들이 6개월째 투쟁하고 있다. 기아차 김해가야대리점은 직원 6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한 달 뒤 대리점 판권을 자진해서 반납하는 형식으로 2021년 12월 31일 폐업을 통보하였고, 비조합원 5명은 인근 대리점으로 고용승계하였다.

2021년에만 노동조합에 가입한 5개 대리점이 현대차 자본의 노조파괴 기획폐업ㆍ위장폐업으로 자동차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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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9. 서울 삼성동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앞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고용승계 쟁취 결의대회 장면. [출처: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노동3권 쟁취 투쟁! 결사 투쟁!

 

전태일 열사 51주기 영화 ‘태일이’가 개봉되고, 각종 매체에서 전태일 열사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 50년이 넘게 지난 현재 근로기준법 적용조차 되지 않는 노동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대자본의 탄압과 정권의 비호 속에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

나 또한 대법원의 복직 판결을 받은 지 2년이 훨씬 지났지만 복직명령은 무시당하고 있고, 사용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양산 솥발산 열사추모공원에 1년에 몇 번씩 가게 되지만 조합원들을 데리고 가는 것은 꺼리게 된다.

조합원들이 “제비뽑기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부양가족이 없는 사람이 누구지?”라는 말들을 한다.

그럴 일은 없어야 하지만… 살아서 싸워야 하지만…. 딱히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 투쟁의 역사가 언제 해결 방법을 처음부터 갖고 싸운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옳지 않은가? 우리가 여기까지 오면서 단 하나라도 편하게 얻었던 적이 있었는가?

언젠가는 승리할 날이 오리라고 믿으며 단 한 명이 남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투쟁하는 수밖에….

 

“너희는 조금씩 갉아 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아~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