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3] 끝까지 버티고 싸워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이 되도록 하겠다! / 임종린

by 철폐연대 posted Mar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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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끝까지 버티고 싸워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이 되도록 하겠다!

 

 

임종린 •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

 

 

 

2021년 7월 1일, 회사가 금품을 살포하며 노조 탈퇴 작업을 하여 조합원 수가 급감, 여름 가장 더울 때 SPC가 운영하는 한남동 패션5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한 뒤 가을과 겨울을 보내고 입춘이 지났다. 그 사이 회사가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는데 그중 일부분이 인용되었고, 농성 천막도 철거하라고 하여 한남동 패션5에서 양재동 SPC 본사로 농성장 이사를 했다. 판사가 우리 투쟁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농성장을 치우라 마라 하냐며 화도 났지만, 노조 간부들끼리는 몇 년간 투쟁을 하다 보니 농성장 이사도 다 해본다며 웃어넘겼다. 법적투쟁을 하면서도 성과가 있었는데 이 글을 통해 정리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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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1. 한남동 패션5 앞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진행한 ‘SPC 민주노조 탄압 분쇄 결의대회’ 모습. [출처: 화섬식품노조]

 

 

첫째,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증거자료가 많이 모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다. 끈질기게 조합원에게 연락하고 진급으로 회유하던 관리자들(FMC, BMC)은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회사의 압박이 너무 심하다. 제발 좀 살려달라.”, “회사가 선택한 노조는 한국노총이니 진급이나 지역 이동을 원한다면 회사 편에 서야 한다”는 거였다.

 

백번 양보해서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니 노조 활동을 한 것이다고 해도 그걸 본업보다 더 열심히 해서 문제였다. 중간관리자들보다 더 문제인 건 제조장들이었다. 2018년에도 관리자들의 사용자성을 다투기 위해 지노위에 갔었는데, 당시 한국노총과 회사 모두 관리자들은 노동자이고 제조장부터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그때는 그 주장이 받아들여져 지노위에서 졌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조장들이 직접 개입해서 특정 노조 가입과 탈퇴 작업을, 그것도 매우 적극적으로 했다. 직접적인 증거도 굉장히 많이 확보되었다. 사용자인 제조장들이 개입된 부당노동행위로는 ① 신규 입사자가 해당 지역사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근로계약서를 쓸 때, 제조장이 특정 노조 가입원서를 주며 특정 노조에 가입해야만 입사가 된다며 노조 가입을 받은 일, ② 육아휴직중인 직원에게 전화하여 ‘민주노총에 있으면 점주들이 싫어해서 복직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탈퇴서를 대필해 주겠다고 한 일, ③ 제조장이 현재 담당은 아니지만 과거 인연이 있는 조합원에게 전화해서 직접적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하라고 한 일이었다.

 

그러자 회사는 말을 바꿔 제조장도 노동자라고 주장했다. 다행히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선 제조장을 사용자라고 보았고, 따라서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회사는 인정할 수 없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항소했다. 그리고 판정일 당일 마지막 변론에서 “제조장들을 사용자라고 인정하면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들의 노동3권을 지켜달라”고 했다. 기가 막혔다. 이 보세요들, 우리 노동3권부터 건들지 마세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제조장이 사용자임을 또다시 확인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았고 행정소송에 들어가 있다.

 

둘째, 노동조합탈퇴서 위조사건이다. 9월 어느 날, 7월에 탈퇴서를 낸 한 조합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조합비가 공제되고 있지 않은데 확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7월에 탈퇴했음을 알려주자 본인은 탈퇴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아주 간혹 본인이 어디에 가입했는지, 탈퇴를 했는지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서 또 그런 사례인가보다 하고 한국노총에서 들어온 탈퇴서를 보여드렸다.

 

그러자 그 조합원은 자기는 이런 탈퇴서를 본 적도 없고 쓴 적도 없으며 글씨체 또한 본인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탈퇴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회사 사무실 프린트기로 인쇄했을 때 찍히는 워터마크가 있었다. 프린트한 사람, 소속, 날짜, 시간이 적힌 워터마크였고 한 관리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조합원은 굉장히 불쾌해하며 고소하길 바랐고, 사문서위조로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당연하게도 혐의가 인정되어 검찰에 기소가 됐다.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뿌리자 한국노총에선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한국노총 조합원의 ‘실수’였을 뿐이고, 민주노총에서도 가입과 탈퇴를 위조하고 있다며 물타기를 했다. 우리가 가입, 탈퇴를 위조하고 있다는 증거를 대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아직도 증거를 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실수였다고 주장하려면 ‘실수인데 어쩌라고, 너네도 했잖아!’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올 것이 아니라, 실수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경찰에 확인해보니 검찰에 송치된 관리자는 혐의를 인정했다고 했다. 왜 탈퇴서를 위조했느냐고 물으니, 피해 조합원이 사귀는 사람도 기사이고 우리 조합원이었는데 이번 노조탈퇴 공작 때 탈퇴를 했다며, 사귀는 사람이 탈퇴했으니 당연히 피해 조합원도 탈퇴하리라 생각하고 미리 작성해 뒀다는 것이다.

 

정말 할 말이 없는 사건이다. 탈퇴서를 위조해서 허위 제출해야 할 정도로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았던 걸까? 탈퇴서 포상금을 받기 위해, 몇 푼 벌어보겠다고 남의 신상정보를 도용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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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1.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청년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회사의 증거인멸 정황을 공개하고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출처: 화섬식품노조]

 

 

셋째, 진급차별구제신청 지노위 승소 건이다. 노조 탈퇴 작업을 할 때 가장 잘 먹히는 레퍼토리가 바로 진급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진급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인정이자 보상이고 또 급여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공평한 진급체계를 개선하기는커녕 불투명함을 이용하여 기사들의 간절함을 가지고 장난을 쳐댄 거다.

 

확보한 증거자료 중엔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한 기사에게 “야, 이 멍청아, 그 노조에 있으면 진급 못 해!”라고 하는 녹취도 있고, “오늘 탈퇴하면 내일 진급시켜 줄게!”라고 하는 진술도 있었다. 회사에선 진급 발표를 계속 미루면서 민주노총에 있으면 진급이 안 된다며 계속해서 탈퇴 작업을 했다. 그리고 결과가 났는데, 확연하게 우리 조합원들이 진급을 못 했고 탈퇴한 인원이 더 많이 진급을 했다. 그간에도 진급을 빌미로 장난치는 일이 있었지만 이번엔 해도 해도 너무했다.

 

같은 SPC 내 민주노조인 던킨도너츠지회에서도 거의 똑같은 진급을 빌미로 한 회유 탈퇴 작업과 진급 차별이 있었다. 그래서 진급차별구제신청으로 지노위 제소했는데 노조가 이겼다. 회사의 항소로 중노위에 갔는데 중노위에서도 진급 차별을 인정받았다. 같은 회사 내에서 비슷한 사례로 좋은 결과가 나와서 우리도 진급차별구제신청을 넣었다.

 

회사와 서로 이유서와 답변서를 주고받다가 마지막 자료로 부당노동행위 자료를 냈는데, 지노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부당노동행위가 심각하다며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니 판결일을 미루자고 했다. 그 와중에 회사는 각 지역 사업부 본부장 한 명이 혼자 진급평가를 한다고 주장했다. 말이 안 되는 게 각 사업부별로 약 500여 명이 있는데 그걸 혼자서 평가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조합원들에게 본부장 혼자 평가한다더라는 회사의 주장을 전달해주자 “현장에서 본부장을 만나본 적이 없는데 날 어떻게 평가한다는 거냐?”, “와서 인사만 하고 갔는데 언제 평가를 했다는 거냐?”며 어이없어했다.

 

그런데 회사가 그렇게 무리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본부장이 제조장이나 관리자들과 함께 진급평가를 한다고 하면, 제조장을 인사평가를 하는 사용자로 봐야 하기 때문에 회사는 본부장 혼자 한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런 걸 자승자박이라 하던가. 지노위 위원들도 본부장이 한두 번, 많아봤자 두세 번 보는 직원들을 모두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계속해서 질문했다. 그렇게 우리도 던킨도너츠지회와 마찬가지로 진급차별구제신청에서 승소했다.

 

사실 진급 차별을 인정받는 게 기쁜 일인가 싶기도 하다. 진짜로 회사가 우리 조합원을 차별했다는 걸 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니 말이다. 먹거리를 만드는 데 품질과 위생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하고 노력한들 부정한 방법으로 공평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면 과연 품질과 위생이 다 무엇인가,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나만의 생각일 리 없다. 대다수 기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문제로 이슈가 계속되고 있을 때, 이례적으로 김연아 선수도 의견을 냈다.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중요하다”라고. 우리에게도 딱 맞는 이야기다. 진급평가도 경쟁인 거고 모든 직원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중요하며 공정하게 평가받을 권리가 있다. 파리바게뜨는 회사의 명예나 발전보다 노동조합 탄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회사의 이런 마인드를 소비자들은 알고 있을까?

 

넷째, 작년 7월 천막농성에 돌입하며 고용노동부에 고소장을 낸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결과가 나왔는데, 본부장 6명과 제조장 3명이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됐다. 앞서 지노위와 중노위에서도 인정받았는데 고용노동부에서도 부당노동행위와 진급 차별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법적으로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가 있었음을 인정받고 있는데 회사는 여전히 억울하다고 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를 한 본부장과 제조장들은 개별 사안일 뿐이라는데, 말인즉슨 개인의 일탈이라는 거다. 개인이 일탈해도 오히려 감싸주는 회사. 과연 이게 일탈일까? 검찰에 기소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다섯째, 고용노동부에 고소한 주 52시간 위반 건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 기소되었다. 이것도 굉장히 어이없고 웃긴 사건이다.

 

어느 기사가 굉장히 화가 난 채로 노조에 연락해 왔다. 회사는 주 52시간이 초과할 수밖에 없도록 업무배치를 해놓고선 당일에 조금 일찍 퇴근하라는 식으로 근무시간을 줄여 52시간을 맞춰왔는데, 그날도 아침부터 30분 일찍 퇴근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물량이 너무 많은 매장이라 불가능함을 알리고 제시간에 퇴근했더니 52시간 30분 근무하여 시간을 초과하게 된 것이다.

 

퇴근 후 본인도 모르게 근무시간이 수정됐다는 알람을 받았는데, 확인해보니 관리자가 기사의 동의 없이 52시간을 맞추기 위해 근무시간을 조작한 것이었다. 평소에도 근무시간을 줄이라 해서 급여 깎여가며 힘들게 일해온 게 부당하다고 느꼈는데 시간까지 조작당하니 더 참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관리자에게 전화하여 자초지종을 물으니 편법인 걸 알지만 위에서 52시간 초과가 떠서 어쩔 수 없었다며 매장에 찾아가 ‘만 원’을 주겠다고 했단다.

 

우리 회사는 파리바게뜨에 제빵, 카페 기사를 공급하는 인력회사인데 인력이 항상 부족하다며 기사들 휴무도 휴가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52시간 초과 문제가 계속해서 노조에 걸리자 이제는 특별연장근로신청이라는 꼼수를 쓰고 있다. 회사에선 고통분담이라고 하는데 특별연장근로신청으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건 직원들이다. 도대체 회사가 고통스러울 일이 무어란 말인가. 회사는 뒷짐 지고 기사들만 못 쉬고 서로 휴무로 눈치싸움을 하게 만들며 고통전가를 하고 있을 뿐이다.

 

2021년은 우리 조합원, 특히 나나 간부진들에게 굉장히 힘든 한 해였다. 그래도 버티며 투쟁하다 보니 법적으로 계속해서 유리한 판정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회사는 이런 법적 결과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것을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이다. 그래서 더욱 힘내서 투쟁하려고 한다. 유리한 법적 판단이 나온다 한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바라만 보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 끝까지 버티고 싸워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이 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