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111] 활동의 즐거움과 전망, 함께 찾기를! / 정록

by 철폐연대 posted Nov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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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이야기

 

활동의 즐거움과 전망, 함께 찾기를!

 

정록 회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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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1. 정록 회원은 ‘기후위기 시대, 잘 살아보기’를 위해 올 한 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출처: 정록]

 

2011년 희망버스 집행 단위에 결합하면서 철폐연대를 처음 알게 됐고, 그 뒤로도 ‘집회시위 제대로 모임’, 대한문 앞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 추모 공간 지키기 활동 등을 계기로 철폐연대 사무실을 자주 들락날락 했다네요. 철폐연대와는 ‘일로 만난 사이’지만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지는 좋은 동지이자 벗, 정록 회원님을 그이의 활동 공간이기도 한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만났습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A. 철폐연대도 함께하는 ‘탄중위 해체 공대위’ 활동을 지난 8월 말부터 열심히 결합하고 있고요. 그 밖에 ‘공권력 감시 대응팀’ 활동도 있지만 이건 함께하는 다른 동지들을 믿고 가고 있어요!☺ 그리고 변혁적 사회운동의 전망에 대해 같이 고민을 나누는 ‘다른세계로 길을 내는 활동가모임’에도 함께하고 있어요.

 

Q.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탄중위 해체 공대위 활동의 성과와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앞으로 공대위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 및 단체와 함께 공대위 활동의 성과나 의미는 무엇인지 나누는 집담회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런 자리를 통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만, 집행위 활동을 해온 입장에서는 이렇게 보고 있어요.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기후운동이 2019년 이후 급성장을 했고, 이 의제를 사회적으로 환기하고 여론을 만드는 데서도 한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해요. 또 사회운동 안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많이 인식돼 왔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리가 무엇에 맞서 싸워야 할지 막상 손에 잡히지 않는 문제가 있었잖아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해야 한다는 정도로요. 이번에 공대위 활동을 하면서 향후 10년, 30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라든지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한국사회의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정부, 그리고 탄중위에 맞서 전선을 긋는 의미를 남겼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당사자들, 농민이나 노동자, 지역 주민들과 구체적으로 만나고 이야기하는 계기를 잡았다는 데 의의가 있겠죠.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미명하에 여러 변화가 시작될 텐데요. 정부나 자본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대안이고 기후악당에 맞서 싸우는 민중이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어떤 활동에 온 힘을 쏟아붓게 되면 그만큼 몸과 마음도 소진되기 마련이잖아요. 정록 동지는 어떻게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계신가요?

 

A. 별다를 게 없어서 문제네요. 오히려 음주만 더 늘었거든요. 얼마 전에 사랑방 소식지 <사람사랑>에도 쓴 적이 있었는데요. 그나마 집 근처에 전망이 좋은 공원이 생겨서 산책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어요. 요즘 들어 공기도 좋고 날씨도 좋아서 산책하는 재미가 꽤 있었죠.

 

Q. 벌써 2021년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네요. 올해 계획하셨던 일은 잘 갈무리하고 계신지, 아울러 내년에는 어떤 일들을 벌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아무튼 이래저래 바쁘게 보냈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네요.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사랑방이 가입하고 운영위 단체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19년도였는데요. 그런데 운영위 참여만으로는 전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거리감만 느껴지고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사랑방도 기후정의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많이 배우고 전망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논의했고, 저랑 가원 동지가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행위에 참여하게 됐거든요. 그러다가 탄중위 해체 공대위 활동까지 이어진 거죠. 어찌 보면 그리 길지 않은 기간 기후정의운동에 몰입했던 것 같고, 그 속에서 기후정의운동과의 접점, 활동의 역량, 고민들이 급격히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활동의 경험을 통해 응축, 확장되는 과정인 것 같고요. 탄중위 해체 공대위는 아마 11월 중순 경에는 정리하게 될 텐데, 공대위 활동은 이렇게 마무리하더라도 기후정의운동 네트워크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만큼 내년 초까지 그런 작업들을 펼쳐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한 축으로는 사실 에너지를 많이 투여하지 못해서 아쉽긴 한데…. 사랑방 내적으로는 지난 2013년 20주년 워크숍에서 전망 논의를 하면서 변혁적 사회운동의 질서들을 다른 단체들과 만들어가야겠다는 아주 오래된 고민이 있었는데요. 시간이 흘러 올해 사랑방이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주변 활동가들, 단체와 함께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전망과 고민을 나누면서 이 문제의식을 가시화하려는 노력들이 워크숍, 토론회 같은 방식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일단 어려운 이야기를 끄집어 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단체들, 활동가들과 교류하면서 전망 논의를 지속했으면 좋겠어요.

 

Q. 얼마 전 반월시화공단에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와 노동기본권 확대 사업을 주된 목표로 월담노조가 출범했어요. 그동안 인권운동사랑방도 월담과 함께하면서 미조직/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꾸준히 만나왔는데요. 월담노조에 바라는 점을 듣고 싶어요.

 

A. 우선 월담노조가 공단 노동자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업별 노조 형태와 월담노조가 지향하는 지역노조의 상은 분명히 다르잖아요. 그랬을 때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편에 서서 함께 싸울 수 있는 든든한 뒷배? 그런 측면에서 월담노조의 존재감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물론 그게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알지만, 조합원 숫자로만 환산되지 않는 영향력을 월담노조가 지역과 공단 전체에 각인할 수 있길 바라요.

 

Q. 작년 인권운동사랑방은 빠듯하지만 뿌듯하게후원인 배가 운동을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잖아요. 철폐연대도 보고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은데어떻게 하면 든든한 활동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A. 사실 사랑방도 단체 후원인을 늘리는 데 그렇게 열심인 조직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2015년 즈음 해서 활동가들도 최저임금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후원인 배가 운동을 고민하게 된 거죠. 작년에 이런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사랑방은 이런 활동가들이 있고 저런 활동을 하는 인권단체”라는 걸 전면에 내걸고 함께 힘을 보태 달라는 메시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작년 사랑방 후원 사업은 활동가조직을 표방하고 그 활동가들 사이에서 민주적인 관계를 맺고 가꾸는 게 곧 사랑방이 지향하는 운동임을 강조했었는데요. 이건 조직의 위상이나 성격, 또는 후원인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고민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 같아요.

 

Q. 본인 업무 만족도를 점수로 나타낸다면 몇 점이라고 생각하세요?

 

A. 업무 만족도? 높은 편이죠. 음… 10점 만점에 8점? 사랑방 활동이 특정한 인권 영역이나 특정한 인권 침해 당사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뭔가 바꿀 수 없다거나 어딘가 긴박돼 있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무엇보다 활동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하고 싶은 의제가 있다면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게 장점이 아닌가 싶고요. 아무래도 활동가들이 전망을 찾아 나서면 조직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가 제 나름 높은 점수를 매긴 이유입니다.

 

Q. 마지막으로 철폐연대 동지들, <질라라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나누어 주세요.

 

A. 그동안 철폐연대 총회를 두어 번 참석했었어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마다 총회 자료집에 나와 있는 여러 사업의 목록들이나 수천만 원 가까운 적자 예산을 본 것 같아요. 제게는 그렇게 많은 사업 목록들, 마이너스 예산 이런 것들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앞서 업무만족도 이야기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본다면, 철폐연대도 소수 활동가들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 소진돼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도 좀 줄여 보고 상임활동가나 회원들이 즐겁게 도모할 수 있는 사업, 활동 중심으로 가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