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110] 공공기관 자회사의 간접고용-구조조정의 성격 / 엄진령

by 철폐연대 posted Oct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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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포커스

 

공공기관 자회사의 간접고용-구조조정의 성격

 

엄진령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 2021년 4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간 ‘공공기관 자회사 임금실태 및 영향 요인 연구-저임금화를 야기하는 간접고용 구조와 제도적 요인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의 지부, 분회가 존재하는 자회사 21곳을 대상으로 임금 및 노동조건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회사 노동자들이 처한 조건을 만들어 내는 배경으로서 원청 모기관과 자회사의 간접고용 구조, 정부 정책의 문제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출하는 것을 연구의 목표로 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홈페이지 자료실에 게시되어 있으며, 여기서는 자회사의 저임금을 야기하는 원인과 개선방안, 무엇보다 공공부문 자회사 고용구조에 대해 연구팀이 정리한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요약 정리한다.

* 이 연구에는 엄진령(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유상철(공인노무사, 노무법인 필), 김유경(공인노무사,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박경환(공인노무사, 노무법인 필)이 함께 했다.

 

 

1.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과 자회사

 

현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통해 전환된 노동자는 총 192,698명이며, 이 가운데 파견ㆍ용역에서 고용형태가 전환된 노동자들은 120,099명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파견ㆍ용역노동자를 직접고용한 경우는 24,307명(32.5%)이며, 자회사 전환은 49,128명(65.6%)이다(2020.12. 기준). 이 정책에 기반해 자회사로의 전환을 진행한 공공기관(지방 공기업 7곳 포함)은 83개 기관, 자회사는 84개로 확인되며, 그 중 73개 자회사가 현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신설되었다. 정부는 자회사 전환 역시도 정규직 전환에 해당된다고 하지만, 자회사의 열악한 처우실태를 고발하며 원청 모기관과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노동자들, 자회사 전환에 맞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모-자회사의 기울어진 권력관계, 계약 인건비와 실제 인건비 사이에서 발생하는 중간착취 성격의 권리 누락, 고용의 분리를 통한 모기관의 책임 회피 등 간접고용의 본질적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 전환이 정규직 고용의 한 갈래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처우의 개선과 고용안정이라는 권리 상태의 변화를 담보해야 하고, 그로써 해당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의 질적 개선 또한 이끌 수 있어야 공공부문 고용 개선의 올바른 방향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처우의 문제는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 역시 ‘바람직한 자회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운영을 평가하는 등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자회사 고용이 괜찮은 고용형태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자회사에서 나타나는 권리 박탈의 문제는 노동자들이 주장했듯이 모기관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외부에서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는 자회사의 실질에 있기 때문이며, 이에는 자회사의 임금에서부터 직무임금체계를 확립하고자 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 모기관이 자회사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벗을 수 있도록 해준 반면 책임의 영역에 대한 제도화는 외면한 전환 정책, 여전히 자회사를 외부의 저비용 인력공급 통로로 활용하고자 하는 모기관들의 행태 등이 한데 얽혀 배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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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1. 낙찰률 폐지! 예산지침 개정! 인력충원!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공공기관 비정규 공동투쟁단 24시간 공동행동. [출처: 공공운수노조]

 

2. 자회사의 낮은 처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1) 직무임금체계와 노동에 대한 저평가

 

자회사의 임금체계 설계는 주로 개선보다는 기존 용역회사의 임금 수준을 어떻게 자회사로 옮겨올 것인가의 과정이었다. 정부는 가급적 직무급 형태의 기본급을 설계하여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고, 이에 따라 자회사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직무급제 형태의 기본급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발표하고자 했던 임금체계 표준모델(안)은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임금 수준을 최소화한 형태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활용해 직무임금체계를 설정한 자회사가 다수 존재한다. 또한 직무임금 설계 과정에서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삼은 경우에도 그에 낙찰률을 적용해 기본시급을 책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는 최저임금이 그 기준이 되었다. 용역업체 당시 임금이 낙찰률에 영향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낙찰률을 반영한 기본급 설계는 결국 용역업체 당시의 임금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틀로 작동하는 셈이다. 노동자들은 직무급이라는 임금체계 하에서 결국 최저임금 혹은 여전히 낙찰률이 적용된 임금을 지급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급 설계는 지속적으로 시중노임단가 미만의 저임금을 강요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2) 모-자회사 위탁계약상의 문제(낙찰률 적용, 계약 내용 미공개 등)

 

모-자회사간 위탁계약에서 모기관은 필요한 위탁비용을 산출해 놓고도 이에 다시 낙찰률을 적용해 더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이는 인건비 규모 자체를 감축시켜 결국 처우 개선의 압박 요인이 된다. 낙찰률이 100%라고 하는 경우에도 애초에 위탁비 산정 시 인건비에 낙찰률을 미리 적용하거나, 저단가의 시중노임단가 기준을 사용하거나, 저단가 시중노임단가 적용 인원을 과도하게 늘리거나 원청이 위탁비용을 조절하고 축소할 수 있는 요소들은 너무도 많다. 심지어 계약상 인력을 줄이는 것으로 손쉽게 구조조정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모-자회사의 계약 세부 내용은 경영상 비밀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임금의 직접 재원이 되는 위탁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자회사의 상황에서 실질적인 처우 개선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자회사 노사 교섭이 어려워지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자회사는 여력이 없다, 모기관에서 허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들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교섭하고 협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노동자들의 대응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자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해치는 것이기도 하다.

 

3) 모기관과의 교섭통로 부재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 심지어는 고용과 관련해서도 영향을 미치는 모기관과의 직접적인 교섭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있다. 지배력을 행사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부여되는 것이 노동법상의 당연한 원리이나, 사법기관이나 노동위원회는 모기관의 사용자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는 제도적인 개선이 있어야만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그나마 모기관과의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는 원하청협의기구는 형식적으로 연 1회 운영 횟수를 채우는 수준으로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우회로가 되는 것은 안전근로협의체여서 모기관의 권한 하에 있는 시설개선 등이 일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모기관 노조와의 공동 대응이 없으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

 

4) 권한 없는 자회사

 

자회사의 운영은 전적으로 모기관에 의존하게 되며, 자회사는 모기관을 상대로 계약의 개선이나 자회사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신설 자회사인 경우에는 모기관에서 초기 자회사 운영의 틀을 잡는데 그 과정에서 모기관의 요구에 맞는 자회사 경영의 방식이 갖추어지고, 자회사 경영진은 모기관의 지시나 방침에 따르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움직인다. 이는 사실 자회사 경영진의 해태라거나 무능, 책임의 회피 등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모-자회사의 지배구조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에 그렇다. 자회사의 독자적 수익사업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질에서는 모기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며, 수행하는 위탁업무의 범위도 모기관의 결정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수익창출 사업이 존재하는 것처럼 현상하는 경우에도 모기관의 설비나 시설을 이용해 파생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모기관은 수수료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이윤을 창출해 낸다. 이 이윤은 공공이 함께 지불하여 모기관의 주머니로 들어가거나, 자회사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5) 정부의 정책이 만들어 내는 한계

 

직무임금체계 설정의 문제에서 살펴보았듯이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체계 및 수준의 설계에 있어서는 정부의 정책이 미친 영향이 크다.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벗어나기 위해 교섭을 통해 임금 수준을 올리고 기본급을 개선하고자 하지만, 이는 다시 정부의 예산편성지침과 같은 공공기관에 대한 각종 지침에 가로막힌다. 특히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자회사의 노동자들에게는 이와 같은 지침이 직접적인 처우 개선의 저해요소가 된다.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에서 총인건비에 대하여 인상률 및 차등기준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이를 이유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자회사는 총인건비 한도를 벗어난 임금 인상을 회피하고 있다. 저임금 공공기관에 대해 그나마 여지를 두지만 여전히 낮은 인건비 인상률 제한은 자회사의 임금수준을 저임금으로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기타공공기관이 아닌 자회사라고 하여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모기관은 총인건비 제한 등을 이유로 계약상 인건비를 제대로 올리지 않는다. 이에는 제도적 요인보다 원청을 넘어서는 임금 수준 개선을 피하고자 하는 정서적 반발도 존재하지만, 모기관의 사업비 예산편성 시 자회사의 처우 개선분을 배치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지침이 없이는 해당 사업비의 증액을 기대하기 어렵다.

 

 

3. 자회사 처우 개선 및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1) 자회사 구조 상태에서의 계약 관련 개선

 

모-자회사 간의 계약은 상시적 계약의 존속을 전제해야 하지만, 양자 간 권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완전히 동등한 계약을 상정하기 힘들다. 상시적 계약의 존속을 가정하면서 그 불균형을 외면한다면 모기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되는 계약을 제어하기 어렵다. 이 불균형을 바로 잡는 방법으로 정부는 모-자회사 간 경영협약 등을 통한 연계나 자회사의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를 방향으로 제시하고 권고하지만, 모회사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자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도 어렵고, 경영협약이 권력의 불균형을 해소하지도 못한다. 모기관의 양해, 심지어 정규직을 포함한 모기관 노사의 양보와 협력을 통한 자회사 처우 개선은 모기관의 책임 회피를 돕는 것일 뿐이며, 지속성을 담보하지도 못한다. 이에 대해 모-자회사 간 위탁계약을 규율할 수 있는 새로운 법령 체계의 마련이 시도될 필요가 있다. ‘계약사무규칙’의 하위 행정규칙(고시)으로 모-자회사 위탁계약에 관한 별도 고시를 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필요 인력의 산정 방식, △시중노임단가의 적용에 관한 사항, △일반관리비의 적정한 책정, △복지 개선에 관한 필요 예산, △예정가격에 대한 낙찰률 적용 배제 원칙, △모-자회사 간 필요 설비, 토지, 건물 등의 활용에 대한 수수료 제한 등에 관한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2) 정부 지침의 개선 및 정책의 변화

 

무엇보다 정부의 관련 지침을 수정해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자회사 계약에 대해 시중노임단가의 적용이나 낙찰률 개선 등 계약의 실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이는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 개선으로 귀결되지 않고 자회사의 이익으로 남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익의 처분에 대한 권한 역시 궁극적으로는 모기관에 있다. 공공연한 중간착취가 발생하고 있고, 그 상당부분의 책임은 정부의 지침에 있다. 명확하게 저임금 공공기관 및 자회사에 대해 총인건비 규제를 배제하는 등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회사의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위탁사업비를 증액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증액이 추후 예산삭감과 같은 패널티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해 처우 개선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내는 조치도 필요하다. 더불어 저임금화를 강제하는 정부의 기존 정책들을 정비하여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의지가 있음을 밝히고 변화의 단초를 만드는 것도 꼭 필요한 정부의 역할이다.

 

3) 공공기관다운 모기관-자회사 운영 개선

 

공공기관답게 모기관-자회사가 운영될 수 있도록 모기관의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모기관은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의 결정에 위탁계약의 내용을 통해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그에 대한 노동관계법상 책임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직접고용과 자회사라는 양자의 선택에서 다수 공공기관이 자회사 전환을 선택한 배경에는 그와 같은 고용상의 책임 면탈 목적이 또한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모기관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권한이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혹은 공동의 사용자로서 노동3권의 상대방으로서 그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노동권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라 자회사의 운영에 대한 모기관의 책임으로도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은 그 업무의 일부를 자회사 등의 형태로 외부에 위탁해 운영하더라도 해당 서비스 제공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책무를 진다. 하기에 모기관의 책임은 자회사를 포함해서 모기관이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제공하는 모든 공적서비스에 대한 것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모기관이 가진 권한에 상응하여 자회사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3권의 상대방으로서의 책임, 그리고 자회사의 운영에 대해서도 명확한 책임을 지도록 제도화하는 것을 통해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4) 자회사 설립 및 운영의 규제 필요

 

위 제안들이 자회사 구조 하에서의 개선이라면 보다 궁극적으로 자회사를 통한 공공부문 운영 자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현 정부의 정책으로 무수히 많은 자회사들이 신설될 수 있었던 것에는 자회사의 설립 목적에 대한 규제 자체가 부재했던 것에 원인이 있다. 공공기관의 출자목적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며, 출연ㆍ출자가 행해진 이후에도 이의 타당성에 대해 재검토함을 통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 훼손 및 공적 서비스의 목적 상실의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자회사 고용을 바라보는 관점과 대응

 

모기관이 지배력을 갖는 종속적 구조로서의 모-자회사 관계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끌어와 자회사를 독립적 실체로 자리잡게 하려는 정책적 의지는 구조 자체와 어긋난다. 이 균열은 간접고용 구조 하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공공성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적 시도를 외면했기에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 어긋난 지점에서부터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는 발생한다. 그래서 자회사로 고용이 전환된 노동자들은 모-자회사의 간접고용 구조 하에서 처우 개선의 어려움을 겪고, 종종 고용불안과 다시 마주치기도 한다. 자회사 전환을 반대하면서 투쟁했던 이유를 확인하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자회사 고용의 질곡을 겪는 것과는 달리 외부적 시각은 자회사 고용의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 외주화해서 운영하던 업무들을 모기관이 100% 출자한 자회사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일정 정도 모기관으로 책임을 되돌리는 과정으로 이해하거나 그 가능성을 살피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자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독립적인 기술력이나 전문성을 갖게 된다면 안정적인 공공부문의 일부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현실에서는 자회사가 용역업체에 불과하다는 노동자들의 비판과 자회사를 개선의 방안 혹은 개선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긍정적 관점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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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 “문재인 대통령,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와 만납시다”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발걸음! 청와대 도보행진. [출처: 건강보험고객센터시민대책위]

 

자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즉 용역업체에 불과하다는 노동자들의 비판과 자회사를 개선의 방안 혹은 개선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긍정적 관점의 차이는 해당 노동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그어 놓은 선 위에 존재한다.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했으나, 자회사 또한 정규직 전환의 한 방식으로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와 함께 생명안전업무의 경우에는 반드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이행하라는 주문이 덧붙여졌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직접고용해야 하는 업무, 자회사로 고용해도 되는 업무가 나뉘게 되었다. 오랫동안 노동자의 일을 단순한 일, 주변적인 일, 핵심적인 일 등으로 나누어 오던 논리가 다시 작동했고, 이미 용역업체를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단순노무로서의 성질을 증명하는 근거가 되어 자회사 전환이 당연시되었다. 이처럼 직접고용-정규직화까지 해야 할 업무인가 아닌가의 판단과 이에 따르는 비용적 판단, 그리고 고용관계에서 발생하는 노동관계상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물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결과로 양산된 자회사들인 셈이다. 하기에 직접고용과 자회사 전환을 나누는 것은 업무의 성질도, 모기관과의 연계성, 핵심업무 여부도 사실은 아니었다. 그저 기존에 노동자들의 노동을 외부로부터 공급받아 활용해 온 익숙한 간접고용 구조에의 선호, 오랫동안 용역으로 운영하면서 사용자로서, 원청으로서의 많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점에 대한 선호였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회사 고용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바라보아야 본질을 정확히 볼 수 있다. 애초 통합된 업무를 비용의 관점에서 외주화해 온 과정이었으며, 지금의 자회사 전환도 더 나은 고용으로의 개선이 아닌 구조조정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자회사에 넘길 권한이 없다는 것에서 증명된다. 애초 해당 업무의 운영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모기관에 있기에 이는 민간 용역업체로부터 모기관으로 회수되어 자회사로 다시 위탁되는 과정이다. 용역에서 자회사로의 고용 개선이 아니라, 외주화의 활용 방식이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 변경된 것이기에 역시 구조조정의 맥락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타당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형이 다시금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방향인가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럴 때 공공기관의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은 해당 기관이 그 사회 안에서 주어진 공적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가이며, 이는 해당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한 명의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으면서 안전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다. 자회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운동의 대응 역시 자회사를 포함한 모기관의 사업 전체가 공공기관으로서 우리 사회 내에서 제대로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점에 판단의 잣대를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