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11] 23년 걸린 대교 학습지 노동자의 단체협약 쟁취! / 정난숙

by 철폐연대 posted Nov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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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23년 걸린 대교 학습지 노동자의 단체협약 쟁취!

 

 

정난숙 •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대교지부 지부장 

 

 

 

2023년 9월 대교지부의 첫 번째 단체협약 체결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대교지부는 2000년 9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현장의 부정 업무에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회사는 대교지부 전 지역의 노동조합 간부들을 한 명씩 한 명씩 해고하면서, 2006년 지부장까지 재계약 해지 통보를 날리는 참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학습지노조 조합원들과 연대동지들의 300일 천막 투쟁으로 지부장 해고를 막아 냈고, 현장 조합원들의 재계약 해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학습지노조는 2007년 재능교육지부 단체협약 쟁취와 해고 투쟁으로 긴 터널을 지나 조합원을 조직하며 활동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2018년 6월 15일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다’라는 대법원 판결로 대교지부의 단체교섭이 열릴 거라 기대했으나, 대교는 “재능교육 교사들이 노동자라는 판결이지 눈높이 교사가 노동자는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이에 대교지부는 2018년 8월 지방노동위원회를 시작으로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등 3년여의 법률 투쟁으로 드디어 ‘2021년 10월 14일 눈높이 교사는 노동자다’라는 승소 판결을 받은 후에야 단체교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 11월 회사에 단체교섭 공고를 요구하고, 단체협약을 위한 실무교섭을 시작하였습니다. 2022년 3월 25일 대교와 단체협약을 위한 기본협약 및 상견례를 시작하여, 2023년 8월 25일 제36차 단체교섭을 마지막으로 단체협약 전문과 54개 조항 그리고 부속합의서까지 잠정 합의하였습니다. 대교지부는 잠정합의안으로 조합원 설명회 등을 진행하였고, 조합원 총회를 거쳐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노동조건이 불안정한 학습지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가지는 단체협약의 소중함과 의미를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로 확인하였습니다. 이렇게 2023년 9월 22일 오전 11시, 대교지부의 첫 번째 단체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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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대교-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대교지부 단체협약 체결식.

[출처: 학습지노조 대교지부] 

 

 

대교 첫 단체협약의 내용 

 

2023년 첫 단체협약에서는 ‘노동조합 인정과 활동 보장’, ‘노동조합 사무실 쟁취’, ‘근로시간면제제도 쟁취’, ‘조합원 교육과 홍보 활동 보장’, ‘노사 소통창구’, 정규직 직원 전환 공개 채용’, ‘조합원이 신수수료제도 선택하고 회사는 신제도 전환 강요하지 않기’, ‘입회 취소 기능 개선’, ‘교재 및 학습 시스템 개선’, ‘소득세 원천징수 환급 처리’, ‘제품 및 마케팅 자료 지원’, ‘사업장내 성폭력, 성희롱, 직장내 괴롭힘 금지에 따른 예방조치, 사건조사, 피해자 보호조치 등’, ‘구제도교사 건강검진 부활’, ‘신제도교사 장의물품 지급’, ‘선생님 재계약심사기준 완화’, ‘센터장 재계약심사기준 완화’, ‘조합원 휴식을 위한 투명한 하계 휴양소 운영 등’을 단체협약안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복지후생과 조합원의 일하는 조건인 ‘건강검진’, ‘상해보험 가입’, ‘감염병 지원’, ‘경조금 지원’, ‘동절기 휴가와 휴가비’, ‘장기근속 포상’, ‘자녀회비 지원’ 등은 회사가 4년 연속 경영적자를 이유로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취하여 노동조합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쟁점이었던 눈높이 대교에만 존재하는 재계약심사제도 폐지, 기본수수료 지급 및 보장(센터교사 수수료 인상, 센터내 외방 수업시 50% 지급, 센터장 관리 수수료 지급, 모든 제품 제수수료 보장), 회비 할인 교사 부담 폐지(사회 공공사업 할인 회비와 패키지 제품 할인 회비), 수수료 삭감제도 및 음수성과금 제도 폐지(감률제도, 음수성과금 제도, 3개월 연동제 폐지) 등은 회사의 완강한 불가 입장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단체교섭의 교착 상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 수용불가 요구안들은 앞으로 노동조합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대교 투쟁, 특수고용노동자 투쟁과 함께 

 

현재 학습지 현장은 무척 힘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그런 노동자를 위해서 노동조합이 있는 것이기에 적어도 단체교섭은 체결해야만 이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단체교섭을 이어 갔습니다.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교섭위원들도 많은 실망을 했고, 교섭이 모든 걸 다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가며 단체교섭을 진행했습니다. 2년여 동안의 단체교섭을 진행하며 대교 본사 앞 선전전을 비롯하여 세 차례 단체협약 촉구 결의대회, 단체교섭 투쟁소식지와 조합원 및 연대단위 인증샷 투쟁, 현장선전전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신의 성실한 단체협약 체결 촉구를 알려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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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0. 조합원 단체교섭 촉구 결의대회. [출처: 학습지노조 대교지부] 

 

 

첫 단체교섭에서 노동조합이 쟁취해 낸 것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노동조합을 할 수 있다는 보장과 노동조합 사무실, 그리고 특수고용노동자에게는 최초인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대교지부 내에서 세 명의 간부들이 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조합 활동비를 임금으로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대교 학습지 노동자들을 위한 일하는 조건들을 쟁취하지 못한 것은 굉장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모든 학습지 노동자들은 1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야 하는 위탁계약직 신분입니다. 특히 대교는 위탁계약서를 작성할 때 재계약심사제도라는 기준을 만들어 기준 점수를 통과하지 못하면 재계약이 안 되는 악제도가 있습니다. 첫 단체교섭에서 악제도인 ‘재계약심사제도 폐지!’를 사측에 요구면서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결국 철폐시키지 못했습니다. 재계약심사제도 완화라는 개선안으로 재계약 조건만 좁혀 놓았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폐지가 될 때까지 노동조합이 해야 할 과제로 남았습니다. 악제도 폐지, 고용 안정 보장, 일할 맛 나는 일터, 생활임금 쟁취, 당당한 노동자로 거듭나는 노동조합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 대교지부는 2025년 단체협약 갱신체결을 위해 현장을 조직할 것입니다. 현장의 대교 학습지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며 활동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함께하겠습니다. 또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의 구몬지부와 재능교육지부 등의 단체협약 체결 투쟁에도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250만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노조법 2조·3조 개정을 위해 함께 투쟁할 것입니다.

 

2023년 단체협약을 체결하기까지 2년여 동안 본사 앞 선전전과 집회에 함께해 주신 연대동지들, 마음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조합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