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9] 초단시간 노동자 / 최은실

by 철폐연대 posted Sep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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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어쓰는 비정규운동

 

 

초단시간 노동자

 

 

최은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1. 개념 : ‘초’단시간 노동자란?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버린 초단시간 노동이란 단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일하는 것을 두고 초단시간 노동이라고 하며, 왜 단시간 노동자 중 초단시간 노동자를 구분해서 호칭하는가는 명확하게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법률상 초단시간 노동자는 단시간 노동자 중 한 달에 60시간, 한 주 평균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따라서 내가 일하는 시간이 보통 한 주에 15시간이 안 되거나 매주 일하는 시간이 들쑥날쑥하다면 한 달 동안 일한 근로시간의 총합이 60시간이 안 되는 경우를 ‘초’단시간 노동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일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 노동형태의 구분 중 보통 하루 7~8시간, 주 4~5일씩을 일하는 보통의 노동에 비해 노동시간이 매우 짧은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개념만을 두고 보았을 때는 일하는 노동시간만을 기준으로 초단시간 노동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되기 때문에 초단시간 노동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의외로 초단시간 노동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초단시간 노동으로 계약을 한 후 상시적으로 초과노동을 시키는 경우, 이를 계약 내용에 근거해 초단시간 노동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실제 일한 시간을 바탕으로 한 주 평균 15시간 이상 또는 한 달에 60시간 이상을 일한 경우 일반 단시간 노동으로 보아야 할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2. 보호의 배제 : 초단시간 노동자인지에 대한 다툼은 왜 일어나는가?

 

한편, 초단시간 노동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이후에 자신의 노동이 초단시간 노동이 아닌 일반 단시간 노동인지를 다투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초단시간 노동의 경우 다수의 권리보호 규정에서 배제되어 노동자로서의 온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초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과 연차유급휴가를 부여받지 못하여 1년 이상 일하더라도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한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하더라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도 않는다. 아울러 4대 보험의 경우에도 산재보험을 제외한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은 3개월 미만 근로조건이나 수입 정도에 따라 가입 예외 조건이 있어 4대 보험 혜택도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초단시간 노동을 단시간 노동과 구분하여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 등에 있어 혜택을 배제하고 있을까? 초단시간 노동은 한 주에 일하는 시간이 극도로 짧기 때문에 별도로 주휴를 보호하거나 연차를 부여하여야 할 필요성이 적다는 것이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 및 연차휴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퇴직금은 왜 적용 배제하는가? 통상적으로 이처럼 짧게 일하는 경우에는 장기간 해당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적으로 일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퇴직금과 같이 최소 1년 이상 일해야 하는 규정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도 퇴직금 적용 예외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근무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주휴수당이나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등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일도 시키지 못하는데 일하는 시간, 일하는 날에 추가하여 휴일이나 연차일에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런데 초단시간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 이러한 부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지난 10년간 초단시간 노동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통계청 경제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더라도 2013년 초단시간 노동자의 규모는 83.6만 명이었던 데 반해 2021년에는 151.2만 명으로 증가한 것이 확인된다.

 

특히 초단시간 노동은 박근혜 정부 시기 학교 내 돌봄, 방과 후 노동을 확대하면서 해당 자리의 노동을 편법적인 초단시간 노동자로 메꾸면서 사회문제화되었고, 요양이나 가사노동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초단시간 노동계약을 체결하여 일하고 있으며, 청소년·청년 등이 수행하는 아르바이트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다.

 

3. 문제 : 초단시간 노동의 문제는 어디에서 오는가?

 

초단시간 노동이라는 고용형태 자체는 노동자가 개인의 사정에 따라 특별히 짧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일할 필요가 있거나 원해서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자는 초단시간 노동이 아니라 일정 시간 이상을 일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입과 일자리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주휴, 연차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을 목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이 강요된다는 점에서 발생된다.

 

박근혜 정부 시기 초등돌봄이 정부 주도로 확대되면서 수많은 돌봄교사들이 채용되었는데, 초등학교라는 교육기관에 채용되는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봄교사들이 당연히 학교 또는 교육청 등과 근로계약을 체결한다고 생각했고, 짧은 시간만 일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돌봄교사들은 학교 소속이 아닌 간접고용 형태로 민간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형태도 한 주 14시간 50분, 14시간 30분 등 초단시간 형태로 계약하며 일해 왔음이 밝혀졌다. 문제는 하루 3시간가량 또는 한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것이 당시 돌봄정책이나 돌봄교사들의 일의 양에 비해 적정했는가이다. 돌봄교실은 보통 초등 1학년 방과 후 시간부터 오후 5시가량까지 지속되는데, 돌봄교실 운영을 위한 행정업무 등까지 포함한다면 대부분은 오전부터 학교에 출근해 돌봄교실 준비를 하고 돌봄교실 운영 후 정리 업무까지 수행하게 되기 때문에 하루 3시간가량의 근로시간을 훨씬 초과하여 일할 수밖에 없다. 당시 돌봄교사들도 한 주 14시간 30분, 14시간 50분가량만 일하기로 근로계약을 하였으나 실제로는 이를 훨씬 초과하여 일해야만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에 자신들처럼 근로계약은 초단시간으로 하였으나 실제로는 주 15시간을 상시적으로 초과하여 일하는 경우에 초단시간 노동자인지, 단시간 노동자인지를 질의하였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초기에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제대로 답변을 했다면, 수많은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헷갈리지 않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실제 일의 내용, 형태, 일하는 방식 등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라 초단시간 노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신뢰한 것인지, 믿고 싶은 대로 믿은 것인지, 이후 근로계약만 주 15시간 미만으로 체결하고 상시로 연장근로를 맘껏 시키는 편법적인 초단시간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판단은 법원의 판단에 의해 뒤집힌다. 법원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한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정하고 실제로는 초과근로를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는 경우, 이러한 근로시간 약정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무효로 보았으며, 근로의 실제 내용에 따라 일반 단시간 근로자로서 보호되어야 함을 명확히 했다.

 

노동관계는 사용자의 우월한 지위에 의해 노동자의 근로계약 내용이나 실제 근로의 내용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악용된다. 이 때문에 계약의 내용이 아니라 실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노동관계법 해석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가 노동관계법 해석의 기본까지 무시하여 정부의 초단시간 노동 정책 확대에 손을 얹으며 억지 해석을 내놓고,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이에 대응한 법률투쟁을 하던 2010년대 중후반, 초단시간 노동의 확대 경향은 노동계의 가장 중요한 흐름 중 하나가 되었다.

 

 

5. 본문사진.jpg

2014.10.01. 시간제근로자 기본권 찾기 3법 입법발의 발표 공동 기자회견. [출처: 참세상]

 

 

4. 편견과 차별 : 초단시간 노동은 임시직이 아니다

 

초단시간 노동은 노동자가 한 주 또는 한 달에 몇 시간 일하는지를 기준으로 노동형태를 구분한 것으로, 초단시간 노동자라는 것이 기간제 또는 단시간 노동과 구분되어야 할 차이점은 없다. 초단시간만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임시직일 것이라거나 이렇게 짧게 일하면서 적은 돈을 필요로 하는 것은 생계가 아니라 용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일 뿐, 초단시간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도 아니다.

 

특히 최근 주휴수당, 연차수당의 적용 제외뿐만 아니라 퇴직금, 무기계약직 전환 적용 제외를 악용하기 위해 노동자가 원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의 강요에 의한 초단시간 노동자가 확대되고 있다. 위의 돌봄교실 노동자의 경우에는 장시간 근무실태 등이 확인되고 법원의 판단 등이 뒷받침되면서 초단시간 노동자의 지위는 벗어나고 있지만, 간접고용, 불안정고용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외 가사노동이나 요양노동의 경우에는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이 강요되고 있어 하나의 일자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일자리만으로 충분한 생계가 어렵게 되면, 노동자들은 부득이하게 2개 이상의 일을 하도록 내몰린다. 안정적으로 지속해서 일하지 못하고, 수시로 기존의 일자리에서 쉽게 내몰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도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2개 이상의 일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으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주로 하는 일 외에 주말 또는 밤 시간에 별도의 일자리를 갖는 경우도 많다. 즉, 노동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한 주에 15시간을 넘어 30시간, 40시간뿐만 아니라 한 주에 60시간 이상을 일하지만, 한 사업장을 기준으로 보면 한 주 15시간 미만을 일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법률 보호와 혜택에서 제외된다.

 

초단시간 노동이 과거에는 정말 보호의 필요성이 ‘없는’ 임시직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용자의 입장이 아니라 노동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임시직이기 때문에, 잠깐 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휴나 연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누가 판단한 것인가? 항상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만 일하는 경우기 때문에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덜 벌어가도 된다고 누가 말한 것인가?

 

오히려 임시직이란 급하게 잠깐이라도 일을 해야 하거나 기존의 일에 추가로 더 일해야 할 만큼 노동자의 보호가 더 요구되는 것은 아닌가? 만약 한 주 14시간씩만 일해 보니 쉬는 날이 충분해서 주휴수당이나 연차가 필요 없다면 지금의 법률체계에서도 노동자는 주휴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등을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 노동자가 포기하는 것과 법률로 배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오히려 더욱 보호해야 할 노동자들에 대해 사업장의 규모, 경제력을 핑계로 보호를 배제하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노동관계를 사용자-노동자만의 관계로 단순화함으로써 국가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국가는 책임지고 5인 미만 사업장, 초단시간 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이 발생되지 않도록 법률적으로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조치해야 한다. 개별 사업장에서 이러한 차별을 스스로 고쳐나가기 어렵다고 한다면 국가가 나서 차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하며, 지원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불법이 이루어지는 사업장이라면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률이 강제하는 기준도 지키지 못하거나 오히려 불법을 일삼는 기업을 국가에서 지원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국가 역시 해당 불법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만 주휴, 연차, 퇴직금, 무기계약직 전환 등을 적용 제외하는 관계 법률 등은 조속히 개정되어 일반 노동자들과 동일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해 차별 규정이 개정된다면 기존의 차별적인 법률 규정을 이용해 초단시간 노동을 악용했던 잘못된 관행이 줄어들 것이며, 기존의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초단시간 노동에 얽매이지 않고 한 주 15시간보다 많은 시간 동안 한 사업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제대로 된 보호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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