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7] 현대제철 원청 사용자성 판정의 의의와 한계 / 이두규

by 철폐연대 posted Jul 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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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 포커스

 

 

현대제철 원청 사용자성 판정의 의의와 한계

 

 

이두규 • 금속노조 법률원 충남사무소 변호사

 

 

 

 

1. 사건의 경위

 

현대제철 주식회사(이하 ‘현대체절’)는 전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당진에도 제철소가 있는데, 제철소에는 약 1만 2,300명의 노동자가 재직 중이다. ‘정규직’과 대부분 파견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비정규직’의 비율은 ‘비정규직에 자회사에 입사한 사람들도 포함할 경우’ 약 1:1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치는 늘 저평가되어 왔고, 수행한 업무는 늘 위험한 것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설움을 떨쳐 내고자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충남지부 산하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를 설립하였다. 지회는 여러 방식의 투쟁을 수행하였으며, 투쟁 방식의 하나로 ‘불법파견 소송(파견법상의 고용 간주 확인 내지 고용 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택하여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현대제철에 대해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 재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① 산업안전보건, ② 차별, ③ 직접 고용 및 정규직 전환, ④ 자회사 채용 중단, 네 가지 안건을 그 내용으로 하는 교섭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현대제철이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는 것이 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현대제철이 교섭 요구 사실의 공고를 게시하고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하였다.

 

2. 주된 쟁점

 

가장 중요한 쟁점은 ‘명시적 묵시적 고용계약 관계에 있는 사용자만이 교섭 의무가 있는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하는가’하는 질문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심문회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는 자는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원용하며 현대제철이 당진 공장에 재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이에 현대제철은 노동위원회 심문회의 과정에서 ‘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자를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로 볼 수 없다’며 ‘대법원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는 자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고 본 것은 사실행위인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음에 대해서 인정한 것일 뿐으로, 교섭 의무를 전제로 하는 교섭 해태의 부당노동행위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는 자가 아닌 명시적 묵시적 고용계약 관계에 있는 사용자만이 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3. 판정의 경위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피신청인과 신청인 산하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의 노동자들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없으므로 신청인에게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들어 현대제철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본문사진1.jpg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서. [출처: 노동과세계]

 

 

4. 판정의 요약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1) 노조법상의 사용자는 계약 당사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사실상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자도 같은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사업주 이외의 사업주라 할지라도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노동 3권에 대해 수인 응낙 의무를 부담하거나 이들의 노동 3권을 사실상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자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표현하며 기존의 대법원 판례(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할 경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를 원용하였다.

 

2) 현대제철은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위와 같은 논리적 전제에 따라 현대제철이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우선 현대제철과 하청업체 노동자들 사이에 명시적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명시적 묵시적 고용관계는 성립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는지 살펴보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기에 적어도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안전 이외의 교섭 요구 의제(차별시정,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채용 중단)에 대해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입증되지 않았기에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1)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주목하여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산업안전보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현대제철의 철강 제조공정 체계에 상시 지속적으로 편입되어 있다.

-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현대제철의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작업내용이 구조적 기능적으로 연동 내지 연계되어 있어 공통의 작업환경에 놓여 있다.

- 현대제철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작업 내용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작업 내용을 결정하고 MES뿐만 아니라 무전기 등을 통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세부적으로 내리는 등 작업 내용의 상당 부분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되고 있다.

- 현대제철은 안전수칙을 정하여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도 따르게 하였고, 안전점검 및 평가기준 등을 마련하였으며, 직접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통제하고 있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은 일관제철 제조방식 등의 연속공정 특성상 원청 근로자들의 작업 내용뿐만 아니라,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도급 작업의 예정 시작일, 예정 종료일, 예상 작업기간 등의 구체적인 작업의뢰 내용을 결정하고, 이를 MES에 입력하면,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원청의 구체적인 작업의뢰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구속되어 작업을 수행해 오고 있고, 현대제철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작업 내용에 관한 작업 표준을 마련하였으며, 일부 공정에서는 MES뿐만 아니라 무전기나 전광판, 전화, 무전, 카카오톡, 이메일 등을 통해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세부적으로 내리고 있는 점이 확인되는 등 작업 내용의 상당 부분이 현대제철에 의해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표현하여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하게 한다.

 

(2) 기타 의제에 대해서는 현대제철이 교섭 의무를 지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안전보건의제 이외의 의제에 대해서는 현대제철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보유하였다는 점에 대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사내하청 노동자들 사이의 차별에 관한 의제는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내지 성과급을 구체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도급대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생산물량에 따른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인건비 증감 간의 상관관계가 불분명하여 현대제철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현대제철이 구체적으로 성과급을 결정하였다는 점이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았다.’ 하여 현대제철의 지배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아울러 중앙노동위원회는 불법파견 소송이 계류 중이고 그 외의 확정판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통해 현대제철이 ‘불법파견 해소’ 쟁점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진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는 대리인이 심문회의에 임하는 전략상 파견관계에 대한 명확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의 대리인은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에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파견관계에 대한 명확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중앙노동위원회는 불법파견 소송이 계류 중이고 그 외 확정판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및 자회사 전환을 원치 않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에 관한 사항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보유 행사하였는지에 대해 입증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자회사 채용 중단’ 쟁점에 대해서도 현대제철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진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3) 교섭 의무 귀속에 대해

 

현대제철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기에 교섭 의무를 가진다면, 교섭 의무를 홀로 부담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었다. ‘사내하청’ 업체에 교섭 의무가 존재하는지 명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사내하청 협력업체 역시 상당 부분 지배 결정권을 가질 것이기에, 교섭 의무가 현대제철과 하청업체에 중첩적으로 귀속된다고 보았다. 현대제철과 하청업체가 함께 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4)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대해

 

한편,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관한 교섭에 응할 경우 창구단일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하였다. 현대제철이 노동위원회 심문회의 과정에서 ‘창구단일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노동조합법 해석을 통해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통해 보더라도 현대제철에 교섭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할 정도로 창구단일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사내하청 업체별로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취지로 판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중앙노동위원회는 ‘근로자들의 이해관계의 공통성을 기반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해야 하는 교섭단위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종사하는 하청 사업으로 그대로 유지된다’고 표현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창구단일화 절차에 관한 판단은 사내하청 협력업체에도 여전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존재한다고 보아 교섭 의무가 중첩적으로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과 논리적으로 연결된다. 사내하청 협력업체에도 교섭 의무가 존재하는 이상, 각 사내하청 협력업체를 기준으로 창구단일화를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 판정의 의의

 

요약하건대,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사내하청 협력업체들 역시 안전에 관하여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기에, 안전에 관한 교섭 의무는 현대제철과 사내하청 협력업체들이 중첩적으로 진다고 보았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따를 때 창구단일화 절차는 각 사내하청 협력업체별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차별,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채용 중지에 관하여는 현대제철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우선 노조법상의 사용자를 묵시적 명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자로 한정시켜 해석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다시 확인한 점에 의미가 있다. 최근 사용자 측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할 수 있는 사용자와 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할 수 있는 사용자는 그 범위가 다르다’는 주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하였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정의규정을 통해 사용자를 정의하고 있다. 하나의 법 안에 하나의 정의규정이 있는데 조문마다 ‘사용자’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노동위원회의 판정은 결과적으로 사용자 측의 위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하청업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위험의 외주화’의 부작용을 노동조합의 교섭을 통해 줄일 가능성이 확보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공장 원청’의 교섭 의무가 인정되지 않았기에 그동안 ‘위험의 외주화’는 교섭을 통해 제어될 수 없었다. 이번 판정을 통해 교섭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 자체는 막아낼 수 없더라도 ‘외주화된 위험’을 교섭을 통해 줄일 가능성은 확보되었다. 한편, 사용자 측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원청이 산안법상의 의무를 다하였기 때문일 뿐이며, 산안법상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하여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금속노조는 이에 ‘산안법상 의무가 이행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내하청업체가 현대제철의 설비에 대해 어떤 권한도 가질 수 없음은 명백하기에 현대제철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울러, 산안법상 의무는 일반적인 의무이기에 각 사업장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없고 교섭을 통해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결과적으로 교섭 의무를 인정하여 교섭을 통한 안전 확보의 길을 넓혔다.

 

다만, 차별이나 불법파견에 대해 사용자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점에는 의문이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① 현대제철이 투입되어야 하는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의 수와 시간을 결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② 현대제철이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도급비가 투입되는 인원에 따라 산정됨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③ 현대제철이 하청업체들의 임금체계에 대해 결정력을 가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제출하였다. 현실적으로 이보다 높은 수준의 입증은 쉽지 않다. 입증 정도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지금까지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하청업체는 권한이 없다고 말하여 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원청은 스스로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여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은 매우 형해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판정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용자’와 교섭할 가능성이 커졌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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