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삼중고를 뚫고 일어선 한온시스템 사내하청 노동자들

성세경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

 

 

자동차 공조시스템을 만드는 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은 여러 자본을 거쳐 온 오래된 사업체다. 1986년 한라그룹 소속의 만도와 포드의 합작회사로 한라공조(주)가 설립되었고, 1997년 외환위기 때 한라그룹 부도로 지분이 100% 포드로 넘어갔다. 2008년 포드의 자동차 부품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에 지분 50.5%를 매각해 한라비스테온공조로 업체명이 변경되었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2015년 한앤컴퍼니에 지분 50%, 한국타이어에 지분 20.5%를 매각했고, 업체명을 한온시스템(주)로 변경하였다.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기업으로 전세계 50여 개 생산공장과 연구소가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고용인원은 2만 명이며, 총매출액은 5조 9천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에는 한온시스템 대전과 평택, 울산에 공장이 있다. 대전공장은 라디에이터와 에어컨, 히터, 콘덴샤를 생산하고, 평택공장은 콤프레셔를 생산한다. 자동차 공조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차인 울산과 아산, 기아차인 화성, 평택, 광주 등 완성차공장으로 직납한다. 일부는 한온시스템 울산공장으로 나간다. 모듈제품이 아닌 개별제품은 대부분 현대모비스로 납품하고 있다.

1994년 노조를 설립했고, 1995년 자동차연맹을 거쳐 2006년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대전공장 530여 명, 평택공장 420여 명으로 조합원은 총 950여 명이다. 2008년 한온시스템 대전과 평택 공장은 1조 8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울산공장은 2004년 경 설립됐고, 노조는 2009년 만들어졌다. FEM(샤시+라이트+라디에이터+콘덴서) 모듈 공장이다. 조합원은 120여 명이다.

한온시스템대전 사내하청지회는 영업 지원과 물류(지게차) 업무를 맡고 있으며, 직접 생산은 하지 않는 간접사업부에 해당된다. 조합원은 50명이다.

 

 

노동조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삼중고

 

한온시스템 영업부와 구매부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관리한다. 영업부는 자동차 부품인 히터와 에바코어, 라디에이터 출하 업무를 총괄한다. 구매부는 출하 업무 실적을 고려해서 도급단가를 결정한다. 한온시스템은 2013년 주야2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로 변경되었다. 한온시스템지회(이후 정규직지회)는 단체교섭에서 보전수당을 신설했다. 사라진 시간외근로수당을 보전하는 수당이다.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는 보전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업무량은 그대로였다. 2019년 1월부터 상여금 400% 중 200%를 기본급으로 녹여버렸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 정규직노동자의 갑질도 일상다반사였다. 지게차를 타고 업무를 보고 있으면 “야, 유수 이리와”, 휴게시간에 쉬고 있으면 “빨리 들어가서 일해”라며 휴식시간을 뺏기도 했다. 반말은 기본이고, 폭언과 욕설도 들어가며 일을 해야 했다. 업무지시도 메일로 해야 하지만 정규직이 하청사무실로 와서 구두로 지시하기도 했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의 관계는 전형적인 갑을관계였다.

 

하청관리자의 갑질도 만만치 않았다. 팀장에게 소모품인 장갑과 마스크, 의약품이 떨어졌다고 말해도 그냥 무시했다. 인원 편성과 주말특근 배치를 제안해도 “너희들이 관여할 문제 아니다”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업무와 안전 문제를 제안하면 “회사가 정한 대로 하면 된다”며 강압과 무시로 일관했다.

 

 

노조 설립 준비와 단체협약 체결

 

2018년 6월 27일,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7명의 하청노동자를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다. 사업장 기초조사를 했다. 그리고 7월에 두 번을 더 만나 노조 설립을 위한 세부논의를 진행했다. 정규직지회 지회장도 참석해서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보안이 유지되지 않았다. 사내하청 관리자들은 “노조 만들면 계약해지 한다”며 노동자들을 겁박했고, 금속노조에 대한 비방이 현장에 퍼졌다. 준비가 부족했기에 노조를 설립하기는 어려워 모임을 중단하고 온라인 소통만 유지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2019년 3월 중순 하청노동자들은 다시 뭉쳤다. 계약해지로 고용불안이 심화되었고, 잔업과 특근은 줄어들었다. 상여금 200%를 기본급으로 녹인 것은 노조 설립의 결정타였다. 4차례 준비모임을 갖고 4월 6일, 한온시스템대전 사내하청지회(이후 사내하청지회) 설립총회에서 지회 회칙과 전진우 지회장을 비롯한 임원을 선출했다. 다음날 노조 설립 보고대회를 주야간 근무조로 두 번에 걸쳐 진행했다.

 

 

1 19임투 결의대회, 발언하는 사내하청지회장 [출처 필자].jpg19임투 결의대회, 발언하는 사내하청지회장 [출처: 필자]

 

 

사내하청지회 교섭은 금속노조 임·단협 시기와 맞물려 돌아갔다.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4월 24일 시작된 1차 상견례 교섭에서 6월 19일 8차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7월 5일 조정을 신청해 7월 15일부터 쟁의권을 확보했다.

비정규직지회와 정규직지회는 세 번의 공동파업을 전개했다. 7월 18일 지부공동파업과 7월 24일 금속노조 1차 총파업을 함께했다. 그리고 8월 28일 한온시스템 원·하청 공동파업을 전개했다. 정규직지회는 8월 30일 잠정합의했고, 사내하청지회는 9월 4일 잠정합의했다.

 

사내하청지회는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상여금은 400%로 환원시켰고, 1년차 시급 8,400원을 시작으로 근속 1년 단위로 시급을 100원씩 올렸다. 정기수당과 더불어 상여금 400%도 통상시급에 산입하는 것으로 했다. 보전수당도 신설해 시간외근로수당 부족분을 일정하게 채웠다. 무엇보다도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확보했고, 고용안정과 인사 및 노동안전과 후생복지를 제도적으로 보장받았다.

 

 

정규직지회의 모범적인 연대

 

사내하청지회가 임금과 단체 협약을 체결하게 된 가장 큰 힘은 정규직지회의 연대였다. 작년과 올해 초동주체 모임부터 조민제 지회장은 노조 설립 주체들과 이야기하고, 많은 힘을 주었다. 사내하청지회를 설립한 후 간부와 조합원 교육도 진행해 사내하청 간부와 조합원 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심어주었다.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노동조합으로 마음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아픔과 고통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그 의지를 더 굳건하게 지킬 수 있었던 힘은 정규직지회의 연대였다.

 

일반적으로 사내하청지회는 정규직지회의 집행부 성향에 따라 부침이 있다. 부침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사내하청지회의 독자적인 힘을 세워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상 시기 분임조 토론과 활동으로 조합원들을 노동조합의 주인으로 세워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더불어 지역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는 기풍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지면 임금과 근로조건이 해마다 나아진다. 그리고 자본은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관리에 들어간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공장 안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차단하고 계급적 관점과 시야를 갖기 위해서라도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 정규직지회의 연대의 힘이 컸기 때문에 사내하청지회도 연대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연대를 조직하고 실천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부분 삼중고를 겪는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기 마련이다.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하면서 삼중고에 일정하게 균열을 냈고, 자존감도 회복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자본은 매각을 위해 호시탐탐 반격을 노릴 것이다. 자본의 반격에 원·하청이 함께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투쟁한다면 자존감의 또 다른 이름인 권리와 인권, 인간의 존엄을 현장에서 활짝 피워낼 수 있을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