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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아산공장에 울려 퍼진 희망의 함성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모비스아산지회

 

10월 15일 현대모비스아산지회 노조 설립일은 저희 지회 동지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된 뜻깊은 날입니다. 그날의 열기와 함성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 편이 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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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5. 현대모비스아산지회 창립총회 [출처: 금속노동자(김경훈)]

 

우리는 2017년 5월 금속노조 충남지부 간부와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현대모비스라는 거대기업과 싸우는 건 승산 없는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는 그 한 마디에 우리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진보정권의 노동정책 기조를 보고 그때까지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힘을 모아 싸워보자는 한 마디에 희망의 불씨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다행히 현 대통령께서 노조 설립의 권리를 인정해주셨고 비정규직 철폐를 노동정책 기조로 세운, 당연하지만 그동안 지난 정권에서 하지 못했던 일을 실현하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저 거대자본과 싸워서 이길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에 우리와 근무환경, 임금 등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운영되는 현대모비스 화성공장의 노조 설립을 보았고, 우리의 믿음은 굳은 신념으로 다져졌습니다.

창립총회 당일 우리는 모두 느꼈습니다. 지난 14년간 쌓였던 울분을 두 눈에 흐르는 눈물로 씻어내고 함성으로 표현하려 했던 동지들의 절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 직서열 납품을 하는 사내 협력업체(4개)로만 생산라인이 구성된 공장입니다. 쏘나타, 그랜저, 아슬란 차종을 총 4개의 모듈(칵핏, fem, 프론트샤시, 리어샤시)로 조립하여 납품하는, 연간 30만 대를 목표로 하는 현대모비스의 주력 공장입니다.

내부 사정을 모를 경우에는 대기업에다 주력 공장이니 노동자 대우나 직원 복지가 최고 수준일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희 동지들은 최저임금의 굴레와 살인적 노동 생산의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14년간 권리가 무엇인지, 사람답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 따위는 우리에게 없었습니다. 원래 일만 하는 남편, 항상 피곤한 아빠, 늘 바쁜 아들로 살아왔습니다. 30명이 일해야 할 라인에 24명, 22명이 일을 해야 했고, 근속연수가 높은 장기 근로자에 대한 대우는 회사의 따가운 눈총과 눈칫밥 먹는 고인 물 취급이었습니다.

우리 동지들의 희망은 작고 소박합니다. 필요한 만큼의 인원 배치와 최저임금이 아닌 지금까지 회사에 희생한 정당한 대우입니다.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런 가축과 같은 억압과 희생이 강요되는 삶이 아닌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그런 대우를 바랍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갖는다” 정말 우리 공장에 잘 어울리는 속담 중 하나인데요. 우리 동지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성과를 어떤 왕서방들이 가져가는지 우리가 이룬 성과만큼 대우를 해주는지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290여 명 동지들의 작고 소박한 희망입니다. 저희 지회 소식지 이름을 <희망의 함성>이라고 한 이유도 이 작은 희망을 이제는 가슴 속에 담아두지만 말고 함성이라는 큰 소리로 묻고 따져보자는 취지입니다.

 

저희 지회는 이제 막 걸음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단기간에 설립된 지회라는 불안감도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줬던 동지들의 투쟁정신과 단결력이라면 흔들리지 않을 거란 믿음과 신념이 자신감으로 다가옵니다. 저희 초대 집행부는 노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금속노조 충남지부의 자문을 구해가며 지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 현대모비스아산지회 동지들은 회사와 싸우고 빼앗고자 뭉친 것이 아닙니다, 더 이상 잃지 않고자 정당하게 따져보고자 모두들 일어선 것입니다. 노사 모두가 승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무리한 쟁의나 물리적 마찰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항상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사측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할 용의 또한 있습니다. 노사가 항상 웃으며 대화로 모든 문제를 풀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 지회의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하지만 원청과 사측에서 이를 악용하고 머슴 부리던 버릇을 못 고치고 안일하게 대응한다면 우리는 확실히 보여줄 것입니다. 우리가 14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첫 임‧단협이라는 높은 산을 앞에 두고 있지만 한 발 한 발 굳게 나아갈 것이며, 넘어지면 도와주고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그 산을 넘어보고자 합니다. 집행부는 임‧단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조합원 동지들은 각자의 업무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집행부를 응원할 것입니다.

“단결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라는 말과 같이, 단결을 통해 고용안정을 이루고 노동의 가치를 지키고 삶의 터전이자 우리 삶의 이유인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 드리지만 우리는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외치는 것입니다. 끝으로 항상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관계자분들과 우리와 같은 현대모비스 화성 동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울분을 함성으로, 현장과 우리의 삶을 바꿔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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