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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라라비

재벌개혁, 직접교섭을 향한 ‘SSEN’ 무기한 전면파업
안민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선위원)

 

2014년 임단협 체결과 재도약
지난 2014년 6월 28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의 76년 무노조경영을 깨뜨리고 임단협을 체결했다. “전태일님처럼은 못해도 선택했다.” 했던 최종범 열사와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지 못하겠기에 저를 바친다.” 했던 염호석 열사,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투쟁했던 동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현장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았다. 기준단협 체결 이후,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지역별 후속교섭을 진행하게 됨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발생했고 조직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분회별 임단협을 어렵게 정리했지만, 사측은 임단협을 온전히 지키지 않았고 노조탄압을 일삼았다. 조합원들은 지난날의 투쟁으로 쌓인 생활고와 피로도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렇지만 지회는 흩어지지 않았다. 설립부터 임단협 체결까지,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함께 겪어왔던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는 오히려 조직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지회는 조직운영 체계를 다졌고 지역은 간부를 재정비하며 회의체계를 안정화시켰다. 그리고 ‘전국이 하나다’는 동질감을 잃지 않고 공동의 목표와 문제의식, 투쟁방향을 설정해나갔다.
이에 지회는 2015년 임협에서 중앙 집중 형태의 집단교섭을 이끌어냈고, 2016년 2번째 임단협을 체결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회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노동조건을 바꾸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거대 권력인 삼성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키고 노동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잘못된 삼성이 바뀌어야 했고 세상이 바뀌어야 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앞장서 변화의 씨앗을 움트다
2016년 지회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했다. ‘원청의 직접교섭 책임’,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금지’, ‘하청업체 교체 시 고용‧근속‧단협 승계’ 제도화를 요구하며 당사자로서 노동3권 쟁취 투쟁 선봉에 설 것을 결의했다. 
또, 임단협 투쟁이 본격화 된 후부터는 과감하게 삼성의 3대 경영세습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총수 일가가 이윤을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화하는 동안 삼성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감수해야 했던 희생을 폭로했다. 정경유착과 헌정유린으로 점철된 삼성공화국을 바로 잡아야 우리 삶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열찬 투쟁을 전개하고 있었던 뜨거운 여름, 지회는 또다시 안타까운 죽음을 받아 안게 된다. 바로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 가전수리 기사의 추락사였다. 목숨을 잃은 동료는 비조합원이었지만, 그러한 구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동료의 죽음에 목 놓아 울던 조합원들은 “누가 갔어도 죽었다.”며, 수리기사의 죽음은 건당수수료제와 실적압박, 위험한 노동환경 등이 만들어낸 구조적인 문제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은 자의 몫으로서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싸울 것을 결의했다. 2016년 여름, 지회는 위험의 외주화 투쟁을 대대적으로 벌여냈고 부분적으로나마 고소작업차 지원과 2인 1조 작업 등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촛불로 광장을 물들이다
2016년 임단협 체결로 가열찬 투쟁이 끝난 후, 조합원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해 겨울, 한국사회가 발칵 뒤집힌 일이 벌어졌다. 바로 헌정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였다. 그 중심에는 또다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있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 이재용이 국정농단 사태의 진짜 몸통임을 알리며 이를 ‘이재용-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했다. 
다시 광화문과 전국의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들었다. 전 조합원이 직접 수십만 장의 유인물을 뿌리며 ‘이재용 게이트’를 알려내고 ‘박근혜-재벌체제 해체’와 ‘이재용 구속’을 외쳤다. 그리고 마침내,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 탄핵과 이재용 구속이라는 결과를 일궈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하다
2017년 임금교섭에 나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사측은 기본급 4만 원 인상안을 내놓았다. 현재의 기본급이 138만 원임을 감안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사회적 요구 수준을 고려했을 때,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사측은 기본급 인상 외 다른 임금요구안은 ‘모두 수용불가’란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권한이 없다.”, “여건이 안 된다.”는 하소연만 이어가는 협력사 사측과의 교섭 자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이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2017년 6월 13일, 3년 만에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함을 선포했다. 그리고 재벌개혁 투쟁의 선봉에 서서 노조할 권리 및 직접교섭 쟁취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재벌개혁,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이유
노동자가 생각하는 재벌개혁의 출발점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 확장’이다. 삼성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자의 피땀을 갈취하면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해 왔다. 또한,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성과를 독식하면서도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 등 손실은 사회화해왔다. 성과독식에는 재분배가, 손실전가에는 책임 확장이 따라와야 한다.
이러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 확장의 중심에는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 보장’이 있어야 한다.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는 하청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다. 실질적 노동조건과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상대와 교섭을 할 수 있어야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에 혹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협력사 사장을 압박해서 조금이라도 몫을 나눠받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무노조경영 삼성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켜내고 변화를 만들어온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은 삼성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으며, 우회로는 없다. 그렇기에 매년 반복되는 원·하청의 사용자 책임 회피 속에서 노동조합이 올곧게 설 수 있기 위해서는 잘못된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직접교섭 요구는 단시간에 달성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을 움직이기 위해 극단적인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유지할 순 없다. 더 이상 동료들이 목숨을 걸고 희생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기에, 직접교섭권 쟁취 투쟁은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법제도는 항상 절박한 노동자의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기에, 당사자가 주체로 나서 권리를 요구하고 이를 사회적 흐름으로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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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30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전 조합원은 사회적 총파업에 돌입하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사전대회를 가졌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최저임금 1만원!, 노조할 권리 쟁취! 원청 직접교섭 쟁취!”를 외치며 결의대회를 갖고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출처: 지회]

 

재벌개혁 실천단 SSEN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무기한 전면파업을 선언한 이후, <재벌개혁 실천단 SSEN>을 꾸렸다. <재벌개혁 실천단 SSEN>은 매주 조합원 30명으로 구성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박 4일간 실천 투쟁을 벌이며 삼성에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려내고 있다. 늘 재기발랄하게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가는 SSEN의 미래가 기대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투쟁하는 조직, 삼성전자서비스지회’라는 소개가 늘 당당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자부심을 품은 채 싸워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새로고침! 삼성 새로고침! 우리 삶도 새로고침!”하는 그날까지, 투쟁!

 

 

재벌개혁,직접교섭을향한‘SSEN’무기한전면파업_안민지-질라라비20170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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