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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창지회는 ㈜대창 조시영 회장보다 1분 더 버틴다
심경수 (금속노조 경기지부 대창지회 선전부장)

 


㈜대창은 1974년에 대창공업사로 출발한 후 반도체, 전기․전자부품, 자동차, 선박, 산업용 기계류 등의 소재로 쓰이는 황동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다. 4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있으며, 황동봉 업계 국내 1위로 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경쟁 업체가 없을 정도다. 아시아 1위에 전 세계 업계 순위로는 5위다. 연간 생산능력은 12만 톤 규모다. 대한민국 황동의 역사를 써 오고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대한 처우는 입사 11년 차 시급은 6,149원, 입사 1년차 시급은 6,030원이다. 1년차인 그가 앞으로 10년을 뼈 빠지게 일해도 시급은 껌값보다도 못한 119원 인상된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6.030원은 2016년 최저임금이다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도 좋다. 매출액 4,615억 원, 당기순이익 136억 원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액은 신장세를 보였으나 당기순이익은 적자였다. 선물옵션으로 인한 손실과 유럽·미국 등 대외수출 투자 실패가 적자를 초래한 원인이고, 변동성이 큰 해외 통화옵션과 선물거래에 손댄 게 적자폭을 키운 것이다.

저임금에 혹사당하던 (주)대창 노동자들은 지난 4월 19일, 220명이 가입해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대창지회(제2노조)를 설립했다. 이후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교섭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합원이 달랑 4명뿐인 제1노조(휴면노조)가 2003년에 설립된 채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휴면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시효가 남았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대창지회 조합원들은 잔업·특근을 자발적으로 거부하며 지난 5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 관련 시정신청을 하는 한편 휴면노조 해산 의결을 요청했다. 그리고 대창지회는 7월 12일 파업 선포식을 열고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경기지노위는 8월 10일 제1노조에 대해 휴면노조로 판정하고 해산을 의결했다. 제1노조가 조합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임금협약을 체결하지 않는 등 회사 쪽이 제2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는 방패막이로 활용하면서 대창지회의 교섭권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정이었다. 
이 와중에 회사 측에서 대체생산에 투입한 생산팀장이 8월 6일 오전 압출기에 끼어 사망하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 부분 파업으로 생산물량이 줄어들자 사측이 사무 관리직 노동자들을 현장에 투입해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자초했다. 노동조합은 사망사고와 관련 회사에 공식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으나 “인사경영권에 개입하지 말라.”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은 8월 9일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사망사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없이 9월 29일 작업중지를 해제했다. 반면 회사는 그 기간 동안 영업직원과 비조합원을 동원해 완제품을 출하했다. 
대창지회는 11차례의 교섭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이 성실교섭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8월 17일부터 총파업에 나섰고 현재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회사는 일주일 뒤인 8월 25일 식당 폐쇄로 맞섰다. 이후 대창지회는 지역문화제, 세월호 거리서명, 전국노동자대회·민주노총 결의대회 등에 참여하며 투쟁결의를 다져왔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엄청난 무게의 황동을 다루는 생산 현장임에도 설비는 노후하고, 주야 맞교대를 교묘히 이용한 생산량 경쟁 등으로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언저리를 맴도는 저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잔업에 특근을 도맡아 하면서 현장은 '지옥도'를 방불케 했다.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전까지 회사는 대부분의 안전사고를 공상 처리했다. 그나마 조합이 설립된 후에서야 산업재해처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노동조합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정규작업을 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자 회사는 태업을 벌이고 있다며 임금감소로 대응했다.
 
대창은 군산 출신의 조시영(72) 회장이 자수성가로 일군 기업이다. 조 회장은 재경군산향우회장을 맡으며 군산 교육발전을 위해 2009년부터 매년 1천만 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그밖에 각종 지역 행사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서울사무소의 직원휴게실 일부를 향우회 사무실로 쓸 정도다. 고향사랑이 각별한 조 회장이지만 함께 피땀을 흘리며 대창을 키운 노동자들에게는 인색하다. 대창이 지난해 509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조 회장은 퇴직금 85억 원에 계열사 연봉 등까지 합쳐 140억 원을 가져갔다. 지난해 조 회장과 직원 간의 급여 차이는 무려 127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선물옵션 등 경영 실패로 발생한 적자를 이유로 들며 올해 초 그간 시행해 온 사원복지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사원주택 매각, 복지포인트(평균 80만 원)·생일자 선물(3만 원)·동아리 활동 지원금 등을 모두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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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0 금속노조 결의대회 [출처: 조남달(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창은 6개월여 기간 동안 노사가 팽팽한 대치 전선을 펼쳐 왔다. 하지만 10월 들어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개연성이 있다. 회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 파업으로 월급을 받지 못한 조합원들이 생활고에 직면하자 회사가 조합 탈퇴를 유도하고 있다. 삼정노무법인에서 회사에 노조 대응 컨설팅을 하는 데다 소속 노무사를 사측 교섭위원으로 위촉까지 했다. 그 결과 서울사무소와 당진공장 등 약한 고리 중심으로 모두 18명의 조합원이 탈퇴했다. 10월 1일 현재 조합원 수는 239명으로 줄어들었다. 사측의 조합원 탈퇴 유도가 그만큼 회사가 경영상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반증이라고 보고 있다. 전면파업으로 인해 생산재고가 바닥나자 외국으로부터 관련 제품을 수입해 국내 거래처에 공급해 오다 10월부터는 수출마저 전면 중단하고 국내 업체에 납기를 맞춰야 할 만큼 상황이 긴박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금속노조가 고소·고발한 불법파견, 대체인력 투입, 불법하도급,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과 관련 노동부가 10월 14일부터 특별근로감독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일단 불법파견과 불법하도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회사는 사망사고 이후 중단한 사무직 직원의 생산 현장 투입을 재개하고 있다. 숙련노동자도 안전사고가 빈발할 정도로 위험한 작업 현장에 사무직 직원을 대체 투입하다가 또 다시 중대재해 사고가 날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경영진이 져야 하며 지난 8월 발생한 사망사고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지난 10월 11일 회사와 19차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현재 노사 간 쟁점은 조합 활동시간 보장이다. 회사가 전임자 시간, 조합사무실, 조합원 교육시간, 임원간부 활동시간 등에 대해 전면적으로 보장해 주면 파업을 풀고 조업을 하면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금이나 단체협약 등은 정상조업을 하면서 논의할 수 있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회사는 먼저 파업을 풀어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조합 활동을 보장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조합 활동시간 보장과 관련해 법적으로 규정된 시간 이상을 줄 수는 없다. 우리가 법을 어길 수는 없는 거 아니냐?”며 “정상 조업 여부는 조합에 달려 있다. 10월에는 원만하게 교섭해 회사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일권 지회장은 탈퇴공작에 대해서는 모두 공개하며 조별 토론과 간담회를 통해 결의를 더욱 다지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조합원은 알바 등을 하면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금속노조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과도 상황을 공유하며 연대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사는 더 이상 불법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조합 탈퇴공작과 불법하도급을 멈추고 노조를 인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노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교섭을 하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이제 노조를 인정하고 조합 활동을 보장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

대창지회 전 조합원들은 다시 노동조합이 없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맘으로, 악질 대창자본보다 1분 더 버틴다는 각오로 싸우고 있다. 금속노조 푸른 깃발이 시화공단에 펄럭이는 그날까지 단결 투쟁하여 꼭, 승리할 것을 다짐하며 지금도 총파업 중이다.

 

 

대창지회 투쟁_질라라비(2016_1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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