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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맞서 싸우는 상인들

서효성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사무처장)

 

1 2016년 3월 완성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건물의 입체 조감도 [출처 필자].jpg

2016년 3월 완성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건물의 입체 조감도 [출처: 필자]

 

진실을 감추며 진행하는 현대화사업

 

뉴타운 재개발이나 일반 재래시장 재개발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자들 속에는 이권개발에서 엄청난 부를 가져가는 소수의 전략가들이 있고, 이들은 막대한 자본으로 철저히 먹이사슬 구조를 만들어가는 치밀함을 보이며, 현대화 또는 뉴타운 사업이 확정되기까지 동의를 구하기 위해 온갖 사탕발림으로 환상을 심어주고 모두를 위한 사업이라고 현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허가 등 모든 절차를 마치면 자본에 눈이 먼 악마로 돌변한다. 이때부터는 철저한 손익계산에 의한 절차에 따라 개발 지역의 구성원들을 쫓아내고 몰아내기 위해 막대한 자본으로 용역깡패를 동원해 폭력탄압을 하기 시작한다. 뉴타운이든 현대화든 환상이 깨지는 순간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되거나, 잃어버리기 직전이다.

 

노량진수산시장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중앙도매시장으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아래 ‘농안법’) 아래 규율된다. 농안법에 의거 시장개설권자는 서울시이며, 시장 관리운영의 주체도 서울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상인들은 90여 년 동안 노량진수산시장의 자리를 지켜오며 이러한 사실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다.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을 15년여 동안 불법으로 관리하면서 부당이득금을 매년 60-70억이나 챙겨왔음은 더더욱 알 수 없었다. 단지 현대화사업에 국고보조금이 지원되고, 현재의 규모에 좀 더 환경이 좋은 시장을 만들어 주는 줄로만 알았다.

현대화된 건물은 점점 올라가는데 상인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던 것도, 상인들의 공청회와 시뮬레이션 요구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잘못된 현대화사업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게 무섭고 사회와 언론에 이슈화되는 것이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시장의 접근성과 기능성, 활용성이 중요함을 몰랐을 리 없는 수협이, 저렇게 협소한 현대화시장으로 상인들을 몰아가는 내막에는 현 시장부지에 카지노를 포함한 부동산 투기를 하기 위한 꼼수가 숨어있음에 틀림없다. 2016년 3월 현대화 건물이 완성되고 이주해야 되는 시기가 오면서 수협은 15년 동안 엄청난 갑질을 해왔던 자신들에게 저항 한 번, 이의제기 한 번 못하던 상인들의 입주거부 투쟁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비리와 불의에 저항하는 상인들

 

잘못된 현대화 건물 입주를 거부하며 상인들은 생애 처음으로 투쟁조끼를 입고, 조직을 만들어 저항하기 시작했다. 막연히 ‘왜 현대화 건물을 저렇게 지었을까?’ 생각했던 의아함은 투쟁과 함께 잘못된 현대화사업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분노로 바뀌었다. 그동안 1년 365일, 24시간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이 마침내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수협 측의 폭력적인 탄압에 당연히 많은 두려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희열도 느끼며 싸운다. 지난 15년 동안 당했던 것에 대한 분노, 당연하게 여겨왔던 수협의 갑질이 뼈에 사무칠 정도로 시리다.

상인들의 입주거부가 예상 외로 강경하니 수협은 공기업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냈다. 용역을 고용해 상인들을 탄압하고, 수협 직원들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 입주 거부 시 손해배상 청구, 강제퇴거 등 온갖 공갈협박으로 입주를 강요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상인들이 요지부동이다. 한편으로 상인들은 수협 측에 공청회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서로의 주장하는 바를 토론하고, 결과에 대해 수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수협 측이 초지일관 무조건 입주만을 주장하면서 대화를 통한 협상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수산물도매시장의 특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반 대형마트 수준의 기능을 갖춘 건물로 지어진 결과를 인정하기 싫은 수협의 탄압은 도를 넘어 서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노량진수산시장 20여 개의 식당에 전기, 수도, 가스 공급을 일시에 중단시키고 입주를 강요하자 식당가는 할 수 없이 현대화 건물로 입주를 하였고 지하 고등어막 작업장 역시 전기 공급을 중단하면서 일부 상인들이 입주를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상인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 수협은 2016년 4월 1일 새벽 0시 30분 용역 400여 명을 동원해 차량출입구에 포클레인과 청소차량을 세워두고 상인들의 업무를 방해했다. 이를 상인들이 저지하면서 충돌이 생기자 폭행하고 탄압했지만 상인들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차량출입구의 모든 차량을 상인들의 힘으로 빼내자, 수협은 7월에 11톤 대형탑차 6대에 200여 명의 용역들을 실어와 모든 출입구 봉쇄를 시도했다. 폭행을 당하면서도 적극 저지한 상인들은 오히려 도로교통법, 업무방해 등을 명분으로 연행됐고, 이에 상인들은 공권력에 철저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밝혀지는 잘못된 현대화사업의 진실

 

애초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주도한 최순실사단의 이성한은 부동산개발업자로서 이성한이 위촉한 차은택 등 구성원들의 면면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과 전혀 무관한 비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수산물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에는 관심이 없고, 현대화 건물 면적을 기존 시장 면적의 1/3로 축소하여 그 부지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짓는 투기사업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그 결과 노량진수산시장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부는 부실공사와 공사비 부풀리기가 의심되는 전형적인 권력과 자본에 의한 총체적인 부실 현대화사업으로 진행된 것이다.

때문에 현대화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상인들이 한 번도 내부를 구경할 수 없게 하고 출입을 불허하는 등 철저한 보안유지를 했었다. 현대화 건물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상인들은 분명히 공사 중에 반대를 했을 것이고 이는 수협 측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협은 “이미 건물이 다 지어졌는데 어떡하라고, 건물이 다 지어질 때까지 뭐했어?” 라는 태도로 모든 책임을 상인들에 전가하기 위한 기만행위를 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

[시행 1994.5.1.] [법률 제4554호, 1993.6.11., 일부개정]

 

제12조 (도매시장의 개설·운영) ①도매시장은 서울특별시·직할시 또는 시(이하 "市"라 한다)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부류별로 또는 2이상의 부류를 종합하여 중앙도매시장은 농림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지방도매시장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개설한다.  <개정 1986.12.31., 1993.6.11.>

②도매시장을 개설한 자(이하 "開設者"라 한다)는 도매시장사업을 위하여 설립된 지방공기업법에 의한 지방공사(이하 "管理公社"라 한다)나 개설자에 소속된 공무원으로 구성된 도매시장 관이사무소(이하 "管理事務所"라 한다)로 하여금 시설물관리·거래질서유지·유통종사자 지도감독등 도매시장의 관리업무를 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지방도매시장에 대해서는 지정도매법인으로 하여금 도매시장관리를 하게 할 수 있다.  <개정 1993.6.11.>

③개설자는 도매시장에 그 시설규모·거래액등을 고려하여 부류별로 적정수의 지정도매법인을 두어 이를 운영하게 하여야 한다.  <개정 1993.6.11.>

④개설자가 도매시장을 폐쇄하고자 할 때에는 그 3월전에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개설허가권자(이하 "主務官廳"이라 한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정 1986.12.31., 1993.6.11.>

 

또한 정부(해양수산부)는 농안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현대화사업 국고보조금 15,400억 원을 도매시장의 개설권자인 서울시가 아닌 수협에 직접 지원함으로써, 현대화사업은 철저히 서울시를 배제한 사업이 되었다. 여기에는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사단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다. 수협은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노량진수산시장이 중앙도매시장이라고 하고, 시장 내에서 권리 행사를 할 때는 자신들의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수협의 얄팍한 수작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 됐다. 서울시 또한 잘못된 현대화사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단순히 도매시장을 버린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농안법을 위반함에 따라 수협은 연간 60~70억 원의 부당이득금을 챙겼고, 이는 서울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인 손실을 주었기 때문이다.

 


전통노량진수산시장을 왜 존치시키려 하는가?

 

노량진수산시장은 90년의 역사를 가진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동양 최대의 수산물전문 도매시장이다. 백년의 역사를 가진 스페인의 보케리아, 영국의 버로우마켓과 함께 당당히 세계 3대 먹거리시장으로 발돋움하였고, 오랜 시간 동안 시장만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단순한 수산시장이 아닌 한국인의 정서와 추억이 깃들어 있으며 풍부한 수산물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였다. 노량진수산시장만의 독특한 문화와 재미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영상문화 컨텐츠의 배경이 되었고, 한류 열풍의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굳이 현대화수산마트만이 남는다면 시장을 찾는 소비자나 관광객 수는 현격히 줄어들 것이며 대한민국의 관광명소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노량진수산시장이 가진 문화유산적 가치와 전통을 훼손하지 않고 현대화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 시장의 기본적인 골격이 보존되어야 한다. 건물이 노후화되기는 하였으나 매우 튼튼한 철골 구조로 되어있으며, 도‧소매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통로의 동선 또한 상당히 넓은 구조로 효율성이 높다. 스페인과 영국이 백 년의 시장 역사를 잘 보존하여 많은 자국민과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시장이 되었듯이 노량진수산시장 또한 지속적인 영업 활성화와 더불어 단계적인 수리와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수협은 도매시장 기능 유지 명목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하였고, 현 시장에 부동산 개발을 포함한 신규사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부에서 수협에 약 1조 4천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의 기능을 상실케 하는 현대화시장으로 시장 종사자들을 몰아넣고 카지노를 포함한 임대사업을 벌이려는 것은 정부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

 

노량진수산시장은 90년 동안 소비자, 관광객, 상인 들이 일궈놓은 공공성이 보장되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협의 존재 이유는 어민과 어업종사자 및 수산업종사자를 위한 것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90년 역사의 노량진수산시장은 한 번 사라지면 영원히 없어지지만, 현대화 건물은 다목적 건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상인들은 노량진수산시장을 존치시키기 위해 연대하는 동지들과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투쟁을 할 것이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맞서 싸우는 상인들_서효성-질라라비20170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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