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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알바가 아니라 맥도날드의 책임입니다

 

신정웅 • 아르바이트노동조합 맥도날드분회 조합원

 

 

 

맥도날드는 알바를 범죄자로 만들지 말라

 

8월 3일 저녁 9시가 넘어가자 KBS 뉴스에서 익숙한 단어가 들려왔습니다.

“세계적인 햄버거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맥도날드에서 폐기 대상으로 정한 햄버거 빵 등의 식자재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온 사실이 공익신고자의 제보로 드러났습니다.”


맥도날드에서 폐기 대상으로 정한 햄버거 빵, 또띠아 등의 식자재를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기 위해 유효기간 스티커만 덧붙이는 ‘스티커 갈이’를 한 사실이 공익신고자의 제보로 드러난 것입니다. 유효기간이 16시간 지난 햄버거 빵과 13시간 지난 또띠아에 날짜를 변경한 스티커를 덧붙여 판매하는 모습이 제보된 영상에 고스란히 드러나며 충격을 주었습니다.

여기까지만 접해도 많은 분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분노가 일어난 건 이어서 나온 뉴스 때문이었습니다.

 

“맥도날드는 이른바 ‘스티커 갈이’ 수법으로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해 온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버려야 할 식자재를 그냥 쓰라고 지시한 사람은 점장이나 부점장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이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팀 리더’ 직책의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해당 아르바이트생 한 명만 징계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매장 운영을 책임지는 정규직 점장과 부점장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팀 리더’는 어차피 시급제 아르바이트 노동자입니다. 크루랑 똑같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입니다. ‘스티커 갈이’를 할 권한도 없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버려야 할 식자재의 유효기간을 늘려서 버리지 말고 햄버거를 만들라고 지시한 사람은 점장이나 부점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또한 맥도날드의 무리한 정책에 따른 사실상 회사의 지시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식품 위생, 후속 조치는 ‘휴대전화 사용금지’

 

8월 4일 KBS 9시 뉴스가 나가기 전 취재진은 제보 받은 영상을 근거로 맥도날드에 해명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은 모든 매장 근무자들에게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일반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기존에도 휴대전화를 못 썼지만, 이들을 이끄는 ‘팀리더’ 아르바이트생과 부점장이나 점장은 휴대전화를 써 왔습니다.

 

또 다른 알바 노동자가 매니저로부터 받은 문자에는 바지 주머니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지급하는 근무복 바지는 주머니 모양이 있지만 봉합되어 있어서 주머니가 열리지 않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사제 바지를 입기도 했지만 취재가 시작된 이후로는 사제 바지도 주머니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다른 매장들에도 비슷한 공지가 내려졌습니다.

 

휴대전화가 필수인 배달 노동자들은 카운터에 출입할 수 없도록 아예 막은 매장도 있습니다. 이후로는 배달 노동자가 물 한 잔 마시려고 해도 지금은 무조건 관리자 또는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맥도날드가 근무 중 휴대폰 소지나 주머니 사용 등을 금지한 이유는 공익 제보 영상이 휴대전화로 촬영된 것을 알고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휴대폰 소지 및 주머니 사용 금지에 대해 원래부터 식품 위생을 위해 직원들이 지켜야 할 사항일 따름이며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맥도날드 측의 해명을 믿는 알바 노동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동안 알바 노동자가 처리할 수 없는 일은 휴대전화로 바로 점장이나 매니저에게 보고하고 처리해 왔기 때문입니다. “식품 위생을 위해서”라는 맥도날드의 말에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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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5. “맥도날드는 알바를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 앞 기자회견 진행 모습. [출처: 알바노조]

 

알바의 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나는 불매한다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고 함께 일하는 알바 노동자가 대기발령으로 근무에서 제외되며 이후 어떤 추가 징계가 내려질지 알 수 없는 불안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대기발령으로 대기 중인 알바 노동자 외에도 많은 알바 노동자들이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지시에 따라 늘 해 오던 업무였기에, 사건 초반에는 또 다른 알바 노동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나 뉴스를 통해 맥도날드 사태가 알려지고, 이후 이 모든 책임이 알바 노동자 한 명의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맥도날드의 답변을 접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휴대전화에 등록된 분들과 카톡, 텔레그램 등 온라인 단체소통방에 현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버려야 할 식자재로 불량 버거를 만든 것도 모자라 알바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 맥도날드에 분노하는 사람은 비단 저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8월 5일, 다급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응 방안 논의에 흔쾌히 응해 주신 기본소득당, 정의당 비상구-갑질근절특별위원회, 정치하는엄마들, 민생경제연구소, 알바노조, 정병욱 변호사님, 홍종기 노무사님 등과 함께 첫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맥도날드에 요구하였습니다.

 

하나, 한국맥도날드는 3개월 정직 처분한 알바 노동자를 당장 원직복직 시키고 정중히 사과하라!

하나, 한국맥도날드는 이번 모든 일에 대해 본사의 책임을 인정하라!

하나, 한국맥도날드는 ‘스티커 갈이’로 드러난 2차 유효기간 관리감독 실태를 공개하고 전국 400여 곳의 매장을 전수조사해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한국맥도날드는 이후 과정에서 열심히 일만 하는 알바 노동자들을 더 이상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

 

그리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한국맥도날드의 식자재 관리 위생 문제와 알바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기자회견 바로 다음 날인 8월 6일, 맥도날드는 최근 불거진 맥도날드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게시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언론 플레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알바 노동자게 내려진 3개월 정직 중징계 처리에 대한 입장 또한 여전히 알바 개인의 잘못이라며 징계 철회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저희는 징계 받은 알바 노동자의 억울함만큼은 풀어드리고자 정당,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맥도날드 사태로 분노한 시민들과 노동자 분들께 함께해 달라고 호소하였고, 가칭 ‘맥도날드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대책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회의에서 맥도날드가 보여 준 너무나 익숙한 입장과 사과문에 대해 모두가 공분하였고, 결론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8월 9일, ‘맥도날드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대책위’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유효기간 스티커 조작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알바에게 책임을 전가해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로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는 조치를 취한 맥도날드에 대한 전 국민적인 불매운동을 선포하였습니다.

 

사과하는 척 하지 마라! 열심히 일한 알바가 무슨 죄냐!

알바의 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나는 불매한다!

 

위와 같은 구호를 들고 전국적인 불매운동은 시작되었습니다.

알바 중징계 철회를 위한 불매운동은 10일 가까이 전국적으로 다양한 단체와 시민들의 참여로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국민이 알바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맥도날드의 행태에 분노하며 알바 징계 철회를 위한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이 징계 받은 알바 노동자와 함께 일했던 동료가 그간의 상황을 담은 글을 보내 주셔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고 청원운동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8월 18일 새벽, 국민일보에서 “맥도날드 ‘스티커 갈이’ 3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맥도날드 내부 제보 영상 50여 개를 분석한 결과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 17건이 확인되었으며 2차 유효기간을 넘긴 식자재 영상은 30여 건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맥도날드는 알바 노동자에 대한 중징계를 철회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것도 알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맥도날드는 말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책위는 8월 19일 세 번째 기자회견을 열게 됩니다. “이래도 알바 탓이냐? 범인은 맥도날드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동시다발 알바 징계 철회 불매 1인 시위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날은 전국동시다발로 진행되다 보니 전국 곳곳에서 많은 분들이 1인 시위도 진행해 주시고 인증샷도 보내 주셔서 대책위 카톡방이 사진들로 넘쳐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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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중징계 철회될 때까지 나는 불매한다!” 불매선언 인증샷. [출처: 알바노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어떻게 싸우고 있을까?

 

시간을 거슬러 한 달 전인 지난 7월 12일 저녁, 2022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던 날 민주노총이 주최한 ‘최저임금인상 투쟁문화제’에 연대 발언 요청을 받아 세종시에 내려갔습니다. 무대로 올라가 최저임금에 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발언 말미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희 알바노조는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최저임금 1만 원’의 선봉에 서서 꽤 오랫동안 열심히 투쟁해 왔습니다. 한때 저희와 함께하는 분들이 2,000명 정도 계셨었지만, 그간의 사정과 여러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이제는 300명 정도 남았습니다. 제가 여기 오기 전 통장을 보니 노조 통장에는 30만 원이 있고, 제 통장에도 30만 원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반상근으로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두 분한테 해고예고수당을 줄 테니 이제는 나오지 말라고 하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물론 싸움은 끝내지 않을 겁니다. 저 혼자서 다시 시작하고 또 동지를 만나고 노조를 조직하고 하겠지만 저는 이 자리가 솔직히 좋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최저임금 만 원을 여전히 현실화하지 못한 이유는 나와 같은 뜻을 품은 만 명의 동료를 아직까지 조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부족한 점이 많아 아직 만 명의 동료를 조직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다시 돌아가서 사무실 보증금도 마련해야 하고 당분간 저 혼자서 동지들을 찾아서 나서야겠지만, 저희가 다시 힘을 낼 수 있기까지 민주노총 동지 여러분들이 저희 몫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싸워주시길 바랍니다. 투쟁!”

 

발언을 저렇게 했지만 재정이 너무 어려워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함께했던 두 명의 노동자들과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했습니다. 지금의 조합비로는 세 명 중에 한 명이 급여를 받지 않아야 두 명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기에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주간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던 중 맥도날드 사태가 공중파를 통해 알려지자 급여를 줄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갔던 두 분이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두 분은 알바를 하고 있으니 돈을 받지 않고 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저는 우리가 시급 만 원을 주장하는 활동을 하는데 돈을 받지 않고 일할 수는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러나 징계 받은 알바 노동자만큼은 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결국 세 사람은 다시 함께 집회를 준비하고 맥도날드에 근무하는 다른 알바 노동자분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들의 노력을 지켜보던 분들로부터 십시일반 후원금이 답지했습니다. 일 년 만에 들어온 후원금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였고, 한 푼 두 푼 쌓인 마음으로 지난 20일에는 일단 한 명의 7월 급여를 지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원금만을 바라고 단체를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저는 알바를 하나 더 늘리려고 면접을 보러 다녀야 했고, 일과 육아를 병행 중인 상근자와 결혼을 앞둔 상근자 역시 생계 문제를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8월 24일 현재까지도 맥도날드는 알바 노동자 중징계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들도 동참하고 있는 대책위 카톡방에는 이러한 맥도날드의 행태에 좌절하기보다는 알바 노동자 한 명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하자는 마음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징계 받은 알바 노동자의 억울함이 하루 빨리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과 저희 또한 시간이 많지 않아 이 글이 독자 여러분들을 만날 때쯤에는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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