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6]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인권개선 방안 / 이수정

by 철폐연대 posted Jun 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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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포커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인권개선 방안

 

 

이수정 • 노동권연구소 연구위원

 

 

 

이 연구는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과제*로 진행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06년 <실업계 고등학교 현장실습 실태조사 - 교육권·학습권·건강권 관점에서>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현장실습이 학생들의 원활한 직업 세계로의 이행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전공 불일치, 위험한 작업환경, 규정 시간 초과 실습, 현장실습 중도 탈락 등의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현장실습을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유도하고, 현장실습 운영에 유관 단체가 참여하는 형태로 바꾸라고 제언했다.

 

15년이 흘렀지만, 이번 연구 결과도 2006년에 확인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 당국은 여전히 현장실습 제도를 노동시장 이행 통로로 이해하고 있으며,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기 위한 정책적 관심은 미흡했다. 정책적 무관심 속에 학생의 안타까운 사고와 사망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2018년부터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수없이 반복된 개선 방안과 마찬가지로 교육적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변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안전한 실습’을 강조했지만 2021년 10월 고 홍정운 님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실습’과 ‘취업’이라는 공존할 수 없는 목표를 고수하며 실질적으로는 ‘취업’만 강조하는 제도에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2022년 실태조사는 이런 제도로는 학생의 생명뿐 아니라 학습권, 노동권 등 어떤 기본권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1.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를 둘러싼 논의의 출발점

 

현장실습은 교육과정이다. 현행법에도 직업계고 현장실습은 “진로와 관련하여 취업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 및 태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직업 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훈련과정”(직업교육훈련촉진법) 혹은 “다양한 직업적 체험과 현장적응력 제고를 위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경험하고 적용하는 교육과정의 일환”(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이다. 그러나 교육과 학습은 방기한 채 산업수요에 따라 ‘조기취업’ 형태로 노동력을 공급하는 제도에 머물러 왔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현장실습 유형은 <표 1>과 같이 교내외 다양한 활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 이래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으로 운영하고 관리해 왔다. ‘산업체 파견형 → 산업체 채용약정형 → 산업체 채용형’ 등 명칭에 변화가 있지만, 교육과정의 일부를 산업체에 맡긴다는 의미에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으로 통칭한다.

 

 

<표 1> 현장실습 제도의 유형

구분

유형

세부 활동 내용

실시시기

교내 활동

교내 현장실습

산업현장 전문가가 학교로 찾아가 지도하는 현장실습

1~3학년

교외 활동

산업체 체험형

현장실습

산업현장을 직간적접으로 체험하는 현장실습

※ 견학, 체험활동, 취업캠프 등

연계 교육형

현장실습

  • , 훈련기관, 실습장, 기업 등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현장실습

※ 공동실습소, 폴리텍,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 전문대학 등

3학년

산업체 채용형

현장실습

산업체 채용을 전제로 해당 기업에서 직접 활동하는 현장실습

[출처: 2022년 개정 직업계고 현장실습 공통 매뉴얼]

 

 

교육부가 그간 현장실습 제도를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위주로 운영하면서 가장 방기해 온 것은 특성화고 학생이 보장받아야 할 학습권이다.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한국의 특성화고 교육은 산업 수요에 즉각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기능을 익히는 데 집중하는 기능주의적 입장에 매몰되어 있었다. 직업교육의 목표 역시 인문·일반 교육과 분리해 사고했다. 취업 준비에 필요한 세분화된 기능을 익혀 기업체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직업주의적 시각을 취했다. 학생의 보통교육 학습권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었고, 평생학습자로서 기초역량을 갖추는 일은 주요 고려사항이 되지 못했다.

 

2022년 실태조사는 중등단계 직업교육이 ‘취직을 위한 교육’이 아닌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는 관점에 기반했다. 따라서 직업교육은 학습자가 일에 대해 비판적 관점으로 사고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정의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현장실습을 살피면 세분화된 기능보다는 범용성 있는 기술을 익혀 직업 세계 변화에 대처하는 역량 함양이 중요한 목표가 된다. 또한, 직업교육의 목표는 전인적 성장과 비판적 사고력을 제고하는 인문주의적 교육 목표와 부합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따라서 2022년 실태조사는 현장실습이 산업체에 파견하는 형태가 아닌 중등단계 직업교육 과정에 충실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인권 보장 실태를 살폈다.

 

2. 주요 연구 결과와 쟁점

 

(1) 특성화고 교육환경 변화와 현장실습 제도 운영 현황

 

① 잦은 학과 개편과 교명 변경

 

실태조사 결과 특성화고는 매년 미달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지역과 계열 편차는 있으나 특성화고 재구조화 과정에서 학과 개편과 교명 변경이 잦았다. 학교 생존을 위해 학생 모집에 유리한 학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바뀐다고 들었어요. 내년부터 이제 관광레저과랑 저희 관광외국어과가 합쳐져서 호텔항공과로 바뀌고, 외식산업과가 이제 베이커리학과랑 외식산업과는 두 개로 파트가 나눠지고 그런다고.” - 재학6/여/서울/가사·실업/관광·레저.

 

<재학6>처럼 기존 학과가 합쳐지거나 나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고, 금융 관련 학교에 보육과 펫, 애니메이션 학과가 편성돼 교명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인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교사에게 “빨리 부전공 자격 따가지고 오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 마련과 교원 수급 정책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이 불안정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② 현장실습 참여자 감소와 대학 진학률 증가

 

“지금은 애들이 안 그래도 진학 쪽이 더 많아요. 구십칠대 삼(97 : 3)? (중략) 저희 반에서는 지금 아무도 없어요. 지금 저 빼고 다 대학을 가니까, 이제 저밖에 취업하는 사람이 없는데, 취업 희망자인 저도 지금 현장실습을 안 나가니까 지금 과나 반에서는 없어요.” - 재학10/남/대전/농생명/원예화훼장식.

 

특성화고 교육환경과 함께 눈에 띄는 변화는 취업 희망자와 현장실습 참여자 비중이 낮아진 점이었다. <재학10>의 경우 취업을 희망하지만 학교 교육이 대학 진학자 위주여서 현장실습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다 했다. 현장실습 참여 예정이었으나 산업체 번복으로 좌절되어 불안해했다. 교육부 자료 분석 결과에서도 2018년 ‘학습중심 현장실습’ 도입 직후 학생의 참여율은 22.5%까지 떨어졌다. 2021년 33.5%까지 늘어나긴 했지만(2016년 57.1%, 2017년 41.7%) 면접 결과 참여자 수 감소 경향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았다.

 

현장실습 참여율이 낮아지자 교육부는 2022년 다양한 우회로를 개발했다. 2022년 공통 매뉴얼에 따르면 ‘연계 교육형 현장실습’(현장실습 유형 <표1> 참고)을 우수 교육기관 연계과정/전공심화 과정/전공전환 과정으로 세분화하고,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을 신설했다.

 

③ 산업체 파견 유형 확대 : 연계 교육형 세분화,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 신설 등

 

교육부가 택한 우회로는 2018년 이후 ‘학습중심 현장실습’ 제도 보완과정에서 만들어 온 기준과 절차를 스스로 무력화하는 방식이었다. 신설한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에 전공 적합도 요건이 빠졌고, 선도기업 선정 절차에서 요구하는 기업 조건은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학습’은 피하면서 ‘조기 취업’은 취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채용 의무와 수당 지급 기준(산업체 채용형의 경우 기업에서 최저임금의 40% 이상 부담) 등에도 예외를 뒀다. 3주짜리 판매직 교육과정도 포함하고 있는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에 대해 교사와 교육청 담당자는 “학교의 직업교육을 무시하는 것 같다”, “학원에다 왜 교육을 시키러 보내냐”며 학교 교육과정을 흔드는 제도라고 성토했다.

 

그간 운영하지 않았던 연계 교육형의 세분화는 전공 전환 과정에 집중됐는데, 이는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려는 의도라기보다 전공과 무관한 실습 과정의 확대라는 점, 몇 개월의 외부 기관 교육으로 전공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특성화고 교육과정을 뭉개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업 중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없는 전자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자산업인 S·J기업은 매년 수백 명의 현장실습생을 받고 있지만 ‘산업체 채용형’이 아니어서 사전실사와 현장실습 운영계획서 검토 없이 선도기업으로 승인되고, 전공과 무관하게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 직원 배치에 필요한 교육을 정책 자금으로 해소하고, 일정 기간 교육 후 학생을 학교로 돌려보내 채용 의무 부담도 지지 않는다. 교육에 참여했던 이들 중 취업을 원하는 이들만 졸업과 동시에 취업으로 전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교와 기업은 산업체 채용형 운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학교는 현장실습 참여율과 취업률을 챙기고, 기업은 각종 규제를 피하면서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현장실습 제도는 2018년 이후 담당자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었다. 복잡한 제도로 가릴 수 없는 현실은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이름만 바뀌었을 뿐 운영방식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습중심’을 강조하지만, 산업체 파견 유형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실태조사 참여자들은 현장실습에 대해 여전히 ‘조기 취업’과 동일시한다는 점, 기업은 학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을 위한 제대로 된 취업 지원 정책이 없다는 점 등이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취업을 원하는 재학생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변칙적 교육과정 운영과 학습권 침해

 

특성화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주요 기제는 현장실습 제도 자체라 할 수 있다. 현장실습 제도는 교육과정 편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성화고 교육과정은 보통교과와 전문교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운영한다. 현장실습으로 대체가 가능한 전문교과의 45~50%는 3학년에 배치된다. A학생이 3학년 2학기에 현장실습에 참여한다면 전문교과 심화과정은 배우지 못하고 졸업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 이론을 실습한다는 취지도 무색하다.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도 3학년 2학기는 수시 준비에 집중하는 시기여서 결과적으로 한 학기 수업은 그냥 흘려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면접 조사에 참여한 교사도 가르치기 어려운 수업은 “다 3학년 2학기로 빼고 대충 넘어간다”고 했다.

 

한편, 특성화고 학생 중 다수는 학습 결핍이 누적된 채 입학했고, 특성화고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더 심화하거나 소외되는 과정을 겪고 있었다. 학습에 대한 자신감 하락과 결핍은 진학 동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진학 후 회복하는 경우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학교는 학생의 학습 결핍을 해소하려는 노력보다는 자격증 취득 목적의 수업을 운영하거나 수업의 양을 줄이고 난이도를 낮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특히, “수업 자체가 아예 자격증 따는 수업을” 한다고 해 거의 모든 학교의 교육과정이 자격증 취득과정에 잠식된 형국이었다. 보건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3년 내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한 수업만”해 보건 분야 다양한 내용을 배우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단순 기능 습득 위주의 교육 현장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불안정하고 변칙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인해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중등단계 교육을 마치면 채울 것으로 기대되는 인문적 소양과 민주시민 의식 함양 및 학업역량 소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살피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3) ‘학생이냐, 노동자냐’라는 오래된 쟁점과 노동권 침해

 

현장실습생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관점의 전환과 법·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재학9>는 8월에 현장실습을 나가 ‘학생’ 신분으로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작성했다. 3개월 후 11월에는 회사의 채용 전환이 결정되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노동자’ 신분이 되었다. 하던 일은 그대로였는데 다시 수습기간 3개월을 정해 최저임금 10%도 삭감했다. 3개월 실습 기간 경력도 인정받지 못했고, 임금은 더 깎이는 등 노동조건이 후퇴했다.

 

그간 반복해 온 ‘학생이냐, 노동자냐’라는 이분법적 접근은 현장실습생을 차별적인 상황에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학생이냐, 노동자냐’라는 신분 구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관점의 전환을 통해 노동 관련 법·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즉, 청소년은 현장실습, 현장 견학, 체험 활동, 캠프 등 어떤 형태의 활동 중에도 학습권과 안전생명권, 노동권 등 기본권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연구 과정에서 살펴본 바로는 ‘학생’ 신분을 강조하면서 산업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의 역할은 상당히 축소되어 있었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상 침해된 권리의 구제 절차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분산되어 있어 매우 복잡하고 실효성이 떨어져 학생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3. 현장실습생 기본권 보장을 위한 과제와 정책 제언

 

주요 연구 내용에서 지면 관계상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학습중심 현장실습’ 운영과정에서 학생의 안전과 건강권, 참여권 보장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점검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지 않았고, 사고 중심의 ‘안전’을 강조하면서 나이/지역/학력 등 사회적 차별로 인한 사회적·정신적 건강은 살피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지역 조례를 통해 현장실습 운영위원회 참여가 보장되는 추세이긴 하나 자신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 과정에 참여할 통로는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언한 주요 정책 과제를 소개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1) 특성화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교육과정 운영

 

 

핵심 과제

중점 과제

세부 과제

실행 주체

1. 특성화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교육과정 운영

비교육적 산업체 실습 중단과 직업교육 정상화

비교육적 산업체 실습 중단과 교육과정 정상화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사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에 직업교육 정의

국회, 교육부

특성화고 관련 정책에서 취업률 지표 사용 금지

교육부, 중기부

직업교육정책 논의에 참여권 보장

교육부, 고용노동부, 교육청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는 학습권 보장

기초학력보장법 및 기본계획에 특성화고 기초학력 보장 명시

국회, 교육부

특성화고 보통교과 수업 확대

교육부, 교육청

발달단계 고려한 교과 편성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사

특성화고 기초학업수준 진단 도구 개발 및 직업기초능력평가 폐지

교육부

 

 

특성화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려면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가져오는 비교육적 산업체 실습은 중단되어야 한다. 전문교과의 현장실습 대체를 허용하는 지침을 폐기하고 고등학교 3학년 보통교과와 전문교과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현장실습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어떤 지표도 발견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막연한 신념으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매몰될 게 아니라 교사, 교실, 교재, 평가 과정을 충실하게 갖춘 다양한 형태의 실습이 전문교과의 일부로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직업교육의 정의와 역할을 규율하는 법·제도도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 직업교육을 정의하고 이에 근거한 국가 교육과정이 수립되어야 한다. 새롭게 정의하는 직업교육은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력 양성과 공급’이 아닌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인적 인간의 성장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2) 특성화고 학생 및 청소년의 기본권 보장

 

 

핵심 과제

중점 과제

세부 과제

실행 주체

2. 특성화고 학생 및 청소년의 기본권 보장

실습생 및 청소년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체계 정비

계약, 노동 형태와 관계없이 경제적, 조직적 관계 아래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인정

국회, 고용노동부

아동 청소년 발달과정에 따른 섬세한 규정 마련

국회, 고용노동부

ILO 협약에 따른 조치 이행

고용노동부, 교육부

청소년 대상 취업지원제도 운영과 조기 취업 중단

청소년 대상 취업지원제도 운영 및 전담부서 설치

고용노동부, 교육부

조기 취업 중단 및 취업 경쟁 완화

고용노동부, 교육부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보장

청소년 노동 사업체에 지도·감독 확대 및 알 권리 보장

고용노동부

청소년 노동시장 구조 질적 개선

고용노동부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보장

교육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학교 노동교육 강화

노동교육을 보통교과로 편성

교육부

노동교육 내에 집단적 권리 교육 포함

교육부

 

 

특성화고 학생 및 청소년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실습생 및 청소년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체계를 정비하고 청소년 대상 취업지원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특히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위해 계약, 노동 형태와 관계없이 경제적, 조직적 관계 아래 일하는 사람을 모두 노동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장실습표준협약서와 근로계약서를 시기를 구분해 따로 쓰면 신분 구별 짓기가 가능하다는 무책임한 발상에서 벗어나 청소년, 학생이 누려야 할 총체적 권리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3) 특성화고 학생 및 청소년의 지원 제도 확대

 

 

핵심 과제

중점 과제

세부 과제

실행 주체

3. 특성화고 학생 및 청소년의 지원 제도 확대

특성화고 학생 통계 생산 및 공개

특성화고 학생 대상 신뢰성 갖춘 통계 생산

교육부

청소년·청년 정책에 특성화고 특성 반영

청소년·청년 정책에 대학 비진학 특성화고 졸업생 현안 반영

여성가족부, 교육부

권리침해 시 구제 절차 지원

청소년 보호 신고 의무 확대

국회, 고용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청소년 권리구제 기관의 책임성과 권한 강화

고용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연결될 권리 보장

특성화고 학생 자조 모임 지원

교육부, 교육청, 교사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 안팎의 지원체계가 급격하게 단절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제도 설계를 위해 현황 파악은 필수인데 현재 특성화고 학생 대상 신뢰성을 갖춘 통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무엇을 근거로 정책을 생산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과 교내에서 내실 있게 진행하는 현장실습의 교육적 효과를 비교하는 통계나 현장실습이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졸업 후 미진학·미취업자의 삶은 어떤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정확한 현실 파악 없이 ‘취업에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는 어떤 제도도 실효성 있게 운영하기 어렵다. 많이 늦었지만,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높이고, 그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제대로 된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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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인권개선 방안 마련 실태조사>, 2022. 이 연구는 강문식, 김성호, 노현정, 이수정, 임동헌, 조용화, 하인호가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보고서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서 별도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인용이 필요한 경우 보고서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