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404] 중국 사모펀드를 돕는 대한민국 법무법인, 삶이 짓밟히는 노동자 / 손세호

by 철폐연대 posted Apr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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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1)

 

 

중국 사모펀드를 돕는 대한민국 법무법인,

삶이 짓밟히는 노동자

 

 

손세호 •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락앤락지회 지회장 

 

 

 

락앤락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밀폐용기, 반찬통 하면 전 국민을 넘어 전 세계인이 알고 있는 브랜드 ㈜락앤락은 대한민국 기업입니다. 락앤락은 종합주방용품 제조 및 유통, 판매 회사로 1978년 대한민국에서 설립되어 현재 서울, 안성 및 해외(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독일, 미국 등)에 약 4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건실한 기업입니다. 직원은 생산 및 물류 등 현장 노동자는 물론 경영관리, 개발, 영업 등의 사무관리 노동자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2017년 8월 중국의 사모펀드(PEF) 운영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는 김준일 락앤락 창업주 겸 회장으로부터 지분 63.56%를 6,293억 원에 매입했습니다. 당시 어피너티는 인수 대금 절반인 3,000억 원 이상을 주식 담보 대출로 조달했습니다. 어피너티가 2022년 12월 최장 3년 연장한 담보 계약의 금리는 8%로 이는 인수 당시 금리(4%)의 두 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어피너티는 락앤락 인수 후 누적 718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통해 지분을 높여 갔으며,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투자금 회수 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분기배당과 결산배당을 동시에 실시하며 총 현금배당액 980억 원 가운데 어피너티에 683억 원이 지급됐습니다. 인수 첫해와 이듬해 각각 45억 원, 28억 원의 배당금을 수취한 이후 4년 만에 진행한 초고배당은 모든 언론사가 다룰 만큼 비상식적인 배당이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0월에는 약 14% 수준의 유상감자를 단행하며 비율을 고려하면 어피너티는 279억 원을 추가로 회수하였습니다. 

 

 

구분 2017년 2018년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합계
배당금 45억원 28억원     683억원   756억원
유상감자           279억원 279억원
자사주소각   230억원 140억원 200억원 148억원   718억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그리고 2022년 12월 22일 자본준비금 감액을 목적으로 임시주주총회를 하였습니다. 이는 자본잉여금 2,922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키며 4,500억 원을 상회하는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결정으로 어피너티는 또다시 대규모 배당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락앤락 노동자와 어피너티, 부당해고 

 

지속적으로 어피너티의 배를 채워 가는 과정에도 불구하고 락앤락 노동자들의 고용위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어피너티의 락앤락 인수 이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액은 지속 성장을 하였으나, 직원들의 급여는 수년간 동결 수준이었습니다. 어피너티가 보낸 락앤락의 경영진과 이사회의 방만한 경영으로 매출이 늘어가는데도 이익이 감소하는 기이한 현상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는 경영진 지인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컨설팅 몰아주기, 관계회사 만들기 등과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발생한 것이라 판단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며 임금 동결은 물론 락앤락의 오프라인 매장을 일순간 문 닫는 결정을 하며 50명에 가까운 직원을 권고사직 처리하는 만행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임금 체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회사로 변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2021년 락앤락의 노동자들은 스스로 무너져 가는 락앤락을 다시 일으키고자 고용안정과 정당한 임금과 복지를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였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달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2023년이 되면서부터 노사관계는 경영진의 변화로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2023년 1월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오면서부터 노사관계는 얼음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이는 정기임금인상이 3월인 회사가 1년이 지난 2024년 3월까지 답보 상태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23년 10월 단체협약 갱신에서 경영진은 기존 단체협약의 거의 모든 조항의 후퇴를 요구하였습니다. 노동조합이 신청한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회사의 저의를 의심하며 결국 조정중지를 즉각 결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락앤락은 2023년 11월 6일 15시 사내시스템에 ‘CEO 메시지’를 통해 지난 5년간 한국 사업의 영업 손실을 이유로 안성사업장을 가동중단한다고 일방적 결정을 통보하였습니다. 또한 회사의 인사부서는 공문을 통하여 “2024년부터 완전 외주화를 위하여 2023년 12월 31일 자로 안성사업장 가동중단을 결정하였다”라고 노동조합에 통보하며 안성사업장의 150여 명 노동자들에게 고용위기를 예고하였습니다.

 

또한 회사는 공시 및 언론을 통하여 “생산효율 제고 및 비용절감을 사유로 향후 국내 외주업체와 베트남, 중국의 자사 생산시설에서 생산을 이어가 생산중단에는 영향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생산센터 및 베트남 생산센터의 노동자들에게도 가동중단을 통보하였습니다. 공시 및 언론에 공개된 사항과 회사 내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유리생산센터와 쿡웨어생산센터 소속 직원 전원을 가동중단 및 외주화를 이유로 권고사직 및 계약해지 처리하였고, 사출생산센터의 직원 일부도 권고사직 및 계약해지 처리하였습니다. 또한 해외법인 현지화라며 영업법인의 직원들에게도 권고사직을 통보하며 락앤락의 위기는 극에 달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고용위기 발생 시 고용안정위원회를 진행하며 “외주화 … 발생 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아니한다”라는 단체협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희망퇴직을 강행하였습니다. 친 회사 성향의 직원들만을 잔류인원으로 분류하고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30여 명의 직원들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외주업체조차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주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 또한 산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경영진은 공장문을 닫기로 결정했고 외주화를 결정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있음에도 수십 명의 계약직을 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외주업체가 결정되자 외주업체(KCTC)의 인원들을 안성사업장에 투입하여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30명의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습니다. 결국 2024년 1월 31일 회사는 31명의 노동자를 해고하였습니다.

 

 

3. 본문사진1.jpg

2024.01.22. 락앤락 정리해고 철폐! 구조조정 저지! 고용안정 쟁취!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결의대회. [출처: 화섬식품노조] 

 

 

그리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어피너티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배당을 진행했고 또 배당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에게는 설명도 되지 않는 경영상의 이유라며 희망퇴직, 권고사직, 해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뒷배경에는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있습니다. 2023년 김앤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노무사들을 인사부서로 채용하였고, 결국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수십억을 들여 김앤장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기업과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 자본과 그를 돕는 대한민국 대표 법무법인으로부터 심각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중국 사모펀드 어피너티는 대한민국 국민인 락앤락의 노동자를 말살하려고 최고 범법자들의 수호자인 김앤장에 수십억을 때려 붓고 있습니다. 그것도 락앤락 돈으로 때려 붓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을 사찰하고 감시하며 갖은 핑계를 대며 인사위원회, 징계 등으로 락앤락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락앤락 노동자들은 매일 고용불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락앤락 노동자들의 바람 

 

지금의 어피너티 및 경영진은 회사의 성장 후 매각이 아닌 하루빨리 조각내어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에만 급급합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많은 직원들을 불법까지 강행하며 실직자가 되도록 내몰며 심각한 고용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락앤락지회와 락앤락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입니다. 그렇게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락앤락을 만들기 위해 락앤락지회 조합원은 이제 행동으로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그 첫 번째는 부당해고로 고통받고 있는 조합원들과 부당해고 구제신청(2024년 2월 19일 접수)의 법적 투쟁, 집회 및 선전전 등의 행동으로 시민사회에 우리의 싸움을 알려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근무 중인 조합원들과도 투쟁력을 높여 서로를 보호하고 요구를 쟁취하는 싸움을 시작하여 반드시 락앤락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이루어 낼 것입니다.

 

지난 세계여성의날 전날 회사의 만행이 있었습니다. 전 직원을 모아 놓고 경영진이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HR 임원은 여성 임원에게 “여성으로서 임원이 되신 이유가 뭡니까?”라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런 불평등 불공정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락앤락지회는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노동의 보상으로 행복을 받을 수 있는 그날까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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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어피너티 사무실 앞에서 진행되는 락앤락지회 노동자들의 항의 피케팅. [출처: 락앤락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