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1]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 택시지부 고공농성장

by 철폐연대 posted Jan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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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 택시지부 고공농성장

 

“택시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이 투쟁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인터뷰 ‧ 정리 임용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지난 2021년 6월 6일 세종특별자치시 국토교통부 앞에 20미터 높이의 망루가 솟아올랐다. 망루 위에 오른 노동자는 벌써 200일 넘게 고공농성을 진행 중이다. 한여름 폭염과 장마, 태풍을 맨몸으로 견뎌 낸 그는 이제 살을 에는 추위와 힘겹게 맞서고 있다. 밑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정신은 아찔해진다.

그가 하늘 감옥에 자신을 스스로 가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농성장 주변에 나붙은 구호들이 망루 위 노동자의 외침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대통령과 국토교통부는 택시발전법 11조의 2 즉각 시행하라!”

12월 19일, 고공농성 당사자인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동원택시분회장 명재형 동지와 이날 고공농성 사수와 지원 역할을 맡은 택시지부 정책위원장 이삼형 동지, 신진운수분회장 서영석 동지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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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 택시지부 농성장을 배경으로 나란히 선 이삼형, 서영석 동지. [출처: 철폐연대]

 

국토부 앞 망루와 움막에는 빨간 조끼를 입은 택시 노동자들이 있다

 

전날 폭설이 내려 농성장 일대는 온통 새하얗게 분칠을 한 모습이었다. 망루 아래 설치된 천막농성장 주변을 서영석 동지가 바지런히 빗자루로 쓸고 있었다. 여느 농성장 풍경이 그러하듯 이곳에도 농성 상황판이 현판처럼 문 옆에 걸려 있었다. ‘천막농성 298일차, 고공농성 197일차, 투쟁!’ 누군가 서툰 솜씨로 입체 효과를 정성껏 새겨 넣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개를 젖혀 망루 위를 올려다보니 때마침 명재형 동지가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은 도시락이 든 자루를 동아줄을 이용해 지상으로 반납하고 있었다. 망루는 파이프로 짜 맞춘 골조 꼭대기에 사뿐히 둥지를 틀고 있었다. 빈 도시락이 망루에서 느릿느릿 내려오는 사이 농성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경찰은 혹여 수상쩍은 물품이 섞여 내려온 것은 아닌지 동아줄을 타고 내려 온 자루 속을 대강 훑어보았다. 명재형 동지와 눈인사라도 건네 보려던 찰나 망루 모퉁이에 있던 그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수십 초나 지났을까. 이내 그가 천막에서 침구를 꺼내오더니 이불 속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기나긴 고공농성으로 근육이 약화된 탓인지 이불을 터는 그 모습조차 기운이 빠진 듯 보였다. 눈길을 거두어 천막농성장으로 들어갔다.

이 공간의 존재 이유를 증명이라도 하듯 내부에는 농성에 필요한 온갖 것들이 구비돼 있었다. 한쪽에는 화물 적재용 펠릿 위에 스티로폼을 겹쳐 만든 수면 및 휴게 공간이 있는가 하면, 입구 쪽에는 간이 탁상과 의자를 놓아 사무 공간도 그럭저럭 마련돼 있었고, 매일 출근 선전전 및 저녁 문화제를 위한 음향 장비 보관 창고도 겸비하고 있었다. 사무 공간에서는 택시지부 정책위원장 이삼형 동지가 노트북을 펼쳐 놓고 무언가를 분주하게 작성 중이었다.

“임 동지, 어서 와요! 커피부터 한 잔 해요.” 한겨울 농성장에서 타 먹는 믹스커피야말로 당 떨어지고 체온도 떨어졌을 때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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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천막농성장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농성 상황판. [출처: 철폐연대]

 

제멋대로 노동시간 줄여 택시 노동자 임금 강탈

 

농성장 임시 사무실에 빙 둘러앉아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고공농성 조건상 명재형 동지는 전화 인터뷰로 갈음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택시발전법 11조의 2(택시운수종사자 소정근로시간 산정 특례)’에 관한 내용이었다. 택시 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애타게 외치는 구호 ‘택시발전법 11조의 2 즉각 시행!’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택시 노동자 임금 지급의 기초가 되는 간주근로시간을 적용할 때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게 택시발전법 11조의 2 내용이에요. 택시 노동자에게 최소한 주 40시간 이상의 기본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이 법 조항의 제정 취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월급제 시행을 위한 근거는 마련해 놓고, 정작 시행시기를 못박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명재형 동지는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삼형)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렵사리 법을 만들어 놓고서 시행시기를 늦춘 이유는 대관절 무엇 때문인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2019년 8월, 국회 입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산정하는 특례 조항이 신설되면서 부칙(단서조항)을 두었어요. 이 부칙을 보면 서울시만 2021년 1월 1일부터 우선 적용하고, 나머지 지역들은 공포일(2019년 8월 25일)로부터 5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울시 시행 성과, 매출액, 근로시간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에 시행한다고 돼 있어요. 택시 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양산하는 구조를 바꾸자고 만든 법인데, 전국의 택시 사업주들은 이 유예조항에 힘입어 ‘도로 사납금제’나 다름없는 ‘무늬만 월급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삼형)

 

그동안 택시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급을 보장받지 못했던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 번째는 악명 높은 사납금제이고, 두 번째는 근로기준법 제58조 2항의 간주근로시간제 규정의 문제이다. 이 중 간주근로시간제는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무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하여 일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노사 합의만 있다면 실제로 일한 노동시간이 아니라 임의의 노동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본다는 것이다. 결국 택시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면서도 이 규정에 따른 노사합의로 인해 터무니없이 단축된 노동시간만 인정받는 셈이다.

 

“택시월급제 시행 이후 택시 사업주와 어용노조가 간주근로시간을 일 2.5~3.5시간으로 정해 놓아서 월 60~90만 원만 지급하는 사업장들이 전국 곳곳에 넘쳐납니다. 이는 적정노동시간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보장한다는 법 취지에 어긋나는 불법 행위이죠. 월급제가 시행되지 않는 지금, 택시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일해도 생활비조차 벌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택시발전법 11조의 2 전면 시행을 요구하고 있고요. 반쪽짜리 전액관리제 말고, 온전한 전액관리제, 택시 완전월급제를 하자는 겁니다.” (이삼형)

 

전액관리제 시행 뒤에도 활개 치는 불법 사납금제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택시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을 가로막는 요인 중 또 다른 문제는 사납금제이다. 사납금제를 두고 택시 노동자들이 ‘현대판 노예제’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사납금제는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이 매일 회사에 납입하는 일정 금액의 돈을 일컫는다. 1일 운행 당 회사에 내는 고정금액이 바로 사납금이다. 대략 10~20만 원에 달하는 사납금을 제하고 남은 운송수입금이 택시 노동자의 그날 수입이 되는 것이다. 하루 운송수입금이 사납금에 미달할 경우 그 부족분은 고스란히 택시 노동자가 채워야 할 몫이 된다. 손님이 없어 공치는 날은 물론이고, 몸이 아파서 쉬는 날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택시 노동자들은 사납금 초과 수입금을 벌기 위해 연일 과로와 과속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도 사업용 차량 중 교통사고 발생율과 사망사고율이 가장 높은 게 일반택시에요. 이걸 바꾸자고 지난 30년간 택시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투쟁해 왔어요. 그 과정에서 쉰두 분이나 되는 택시 열사들이 나온 거고요. 그래서 봉건적인 사납금제를 철폐하자고 김재주 동지가 510일간 고공농성을 벌였고, 마침내 2019년 8월 2일 국회에서 두 개의 법안이 제ㆍ개정됩니다. 하나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21조 1항과 26조 2항에 일정 금액의 기준을 정해 수납 또는 납부하는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된 것이고요. 다른 하나가 바로 택시발전법 11조의 2 신설입니다. 이렇게 사납금제가 없어지고 월급제가 도입됐지만, 현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이삼형)

 

전액관리제를 전면 시행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그 법이 현장에 적용된 지도 어느덧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이러저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혼선을 줄여 나가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전액관리제는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어야 한다. 그런데 웬걸, 택시 현장은 ‘도로 사납금제’로 후퇴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두 법안의 제ㆍ개정 이후 택시 사업주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1일부터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시행되자 택시 사업주들은 택시월급제인 전액관리제로 임금체계 개편을 단행했다. 법 개정 이후 더 이상 불법 사납금제가 발붙일 수 없게 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전액관리제를 시행했지만, 실상은 이름만 바꾼 변형된 사납금제에 불과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택시 사업주들은 1일 단위로 납입하도록 하는 기존의 사납금 대신 월간 단위로 공제하는 ‘기준금’이라는 이름의 변형 사납금제로 버젓이 회귀했다. 이 기준금은 ‘월 책임 운송수입금’이라고도 하는데, 많게는 월 300~400만 원에 이른다. 기존 사납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회사에 갖다 바쳐야 하는 것이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0년 말 퇴임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남겼어요. 집값 안정이라는 과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 마음이 무겁지만, 지난 30년간 이루지 못한 사납금 관행을 폐지하고 택시월급제를 도입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요. 얼마나 기만적인 말입니까? 월급제가 현장에 제대로 연착륙됐느냐를 꼼꼼히 짚어 봐야 할 주무부처 책임자가 법 시행 뒤에도 불법경영이 판친다는 사실을 과연 모르고서 이런 얘길 했을까요.

택시월급제를 도입했지만, 그와 함께 ‘그럼 도대체 얼마짜리 월급제냐?’ 이 기준을 마련한 법(택시발전법 11조의 2)을 동시 시행하지 않았기에 결국 이런 퇴행을 낳은 겁니다.” (이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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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택시 고공농성 200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명재형 동지의 모습. [출처: 정택용]

 

이길 때까지 싸운다!

 

명재형 동지는 택시발전법 11조의 2가 전면 시행되기 전까지 땅을 밟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고공농성 200일을 앞두고도 그는 더 멀리 보고 더 오래 버틸 각오부터 다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버틸 만합니다. 제가 아직 예순이 안 됐거든요. 아래 있는 동지들보다 더 젊습니다(웃음). 그래서 저는 군대 생활 한 번 더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300일, 400일 남았을지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앓는 소리 하면 못쓰죠.” (명재형)

 

우렁찬 목소리로 결의를 밝히지만, 싸움이 길어지는 통에 그간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을 것이다. 몸뚱이 하나 누일 곳만 겨우 갖춘 망루 위 천막 생활은 또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지….

 

“농성이 길어지면서 초반보다 근육량도 빠지고 관절도 많이 안 좋아진 걸 느껴요. 천막 안에서 앉아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무릎이나 허리에 조금 무리가 간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운동도 하려고 하는데, 바람이 불어서 평소에도 망루가 제법 흔들리는 편이거든요. 아무래도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명재형)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명재형 동지가 투쟁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사납금제 시절로 회귀하지 않고 완전월급제를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지난여름 사측에 휴직계를 던지고 망루 위에 올랐다.

명재형 동지가 분회장으로 있는 부산의 동원택시분회 조합원들도 한마음으로 이 투쟁을 함께하고 있다. 분회 조합원들은 법대로 전액관리제 시행을 요구하며 주 40시간 준법운행을 한 대가로 사측의 각종 차별 행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일례로 동원택시 사측은 유독 민주노조 조합원들만 회사(차고지)에서 근무교대할 것을 종용했다. 조합원의 자택에서 원거리에 있는 차고지를 새벽부터 나오라는 얼토당토 않는 지시를 해 놓고는 못 버티겠으면 제 발로 나가라는 식이다. 얼마 전 사측은 동원택시분회 전 조합원에 대한 징계해고까지 남발했다.

전액관리제 안착을 무산시키기 위해 민주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동원택시분회 조합원들은 이러한 징계해고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을 비롯한 택시지부 조합원들은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불법 사납금제를 현장에서 몰아내고 택시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현장을 꼭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버텨 내고 있다.

 

택시발전법 11조의 2 전면 시행, 못할 이유 없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택시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택시발전법 11조의 2 전면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법 조항의 시행 부칙에 적시한 세 가지 요건, 즉 △시행지역의 성과 △매출 변화의 추이 △소정근로시간의 변화 추이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는 게 이삼형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의 주장이다.

 

“부칙을 핑계 삼아 택시발전법 11조의 2 전면 시행하지 않을 명분이 전혀 없어요. 코로나19 확산으로 택시업계 전체 매출이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운행 대수 당 매출은 오히려 늘었어요. 코로나19를 계기로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기도 했고, 택시 사업주들은 오히려 코로나19 위기를 빌미로 사납금ㆍ기준금을 대폭 인상했거든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카카오T나 우티 같은 온라인 중개 플랫폼에 가맹한 택시 회사들의 경우 일반 택시에 비해 월등한 배차성공률로 막대한 수입을 거두고 있기도 하죠. 게다가 택시 사업주들은 택시월급제 시행으로 경영위기가 더 가중됐다면서 소정근로시간을 일 2.5시간 내지 3.5시간으로 정정해 월 60~90만 원만 지급하고 있고요. 이렇게 실태가 빤히 보이는데도 국토부가 계속 시간 끌기만 한다면 택시 사업주 이익만 옹호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겁니다.” (이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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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택시 고공농성 200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여 중인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를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 [출처: 정택용]

 

사납금제보다 더 지독하고 악랄한 놈이 온다

 

국토교통부와 대통령이 이미 제정된 법에 대해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하기만 하면 해결되는,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차일피일 법 시행을 미루고 있을 뿐이다. 그 덕에 택시 사업주들은 터무니없는 소정근로시간 적용으로 전액관리제 시행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불법 사납금제로 돌아갔다.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한 법인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면서 택시 노동자들의 위기감과 절박함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 사이 온라인 중개 서비스에 기반한 플랫폼 기업들은 택시 운송사업에서 야금야금 파이를 키우고 있다. 당장 택시발전법 11조의 2를 전면 시행하는 싸움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싸움에도 택시 노동자들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제가 속한 법인택시도 택시 호출 중개 서비스 가맹 사업장인데요. 과거에는 택시 운전하면서 담배 한 대 태우고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화장실 한 번 갈 시간도 없어요.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근처 대기하고 있는 새로운 승객이 강제배차되는 시스템이에요. 정말 웃긴 건 뭐냐면, 승객한테 호출비를 비싸게 받으려고 호출앱에서 근처에 빈 택시가 없다고 안내를 하거든요. 가맹 택시가 없으면 일반(비가맹) 택시에도 배차가 이뤄져야 하는데, 2㎞ 반경 안에 있는 우리(가맹 택시)한테 먼저 배차가 되는 거예요. 콜을 받아서 손님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다 보면 콜이 어느 순간 취소가 돼요. 손님이 근처에 있는 일반 택시를 잡아 탄 거죠. 그런데 막상 콜 취소 수수료는 플랫폼 기업이 가져가 버려요. 열심히 내달려 온 기사한테 주는 게 아니라요.” (서영석)

 

“요즘 공유경제다, 4차 산업혁명이다 해서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잖아요. 이 시장에 진입한 거대 기업들은 ‘즉시 배차’ 같은 알고리즘 배차 서비스를 무기로 호출 수수료 인상에 나서고 있어요. 지금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는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기업을 보세요. 이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착취해서 결국엔 이용자에게도 그 피해가 전가되고 있잖아요. 게다가 자기들이 배차권을 틀어쥐고 카카오뱅크로 배차 수수료까지 거둬들이고 있죠. 플랫폼 기업들은 최소한의 법적 규제도 없이 무분별하게 택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지만 정작 직접고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면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 기업에게 원청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게 하는 투쟁을 준비해야죠.” (이삼형)

 

택시지부는 택시발전법 11조의 2 전면 시행에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다. 이번 싸움이 택시월급제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싸움이 끝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머지않아 ‘택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명 하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텐데, 자칫 잘못하면 모빌리티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택시 플랫폼 구조 아래 노동자의 이름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서이다. 위장된 프리랜서, 소사장 지위를 강요하는 플랫폼 자본과의 투쟁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명재형 동지와 택시지부는 국토부 앞 고공농성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노동자의 이름을 지킨다는 것은 자긍심을 갖고 나, 우리 모두의 권리를 지켜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 투쟁의 대열에 앞으로 더 많은 택시 노동자, 연대 시민이 함께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