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401] 60만 요양보호사의 희망,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출범했습니다 / 정찬미

by 철폐연대 posted Jan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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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1)

   

 

60만 요양보호사의 희망,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출범했습니다

 

 

정찬미 •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협회장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요양보호사 일자리는 불안정하고 노동환경은 열악합니다.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은 사회보험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공공요양기관은 1%에 불과하고 민간요양기관이 99%를 차지합니다. 사회보험 재정으로 운영되는 장기요양서비스가 민간시장에 맡겨지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략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민간기관은 국가 재정에 의존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영리추구를 우선시하여 인건비 등의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식으로 기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세한 개인 기관들의 개업과 폐업이 지속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 어르신과 요양보호사에게 돌아오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성희롱이나 폭언, 폭행 등은 장기요양보험 시작부터 문제가 되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장기요양보험법에서는 수급자나 그 가족에 의한 폭행이나 성희롱 등에 대해 장기요양기관장에게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기관장들이 영리를 위해 이용자 편에 서기 때문입니다. 

 

요양보호사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재가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시급제 호출형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3시간의 단시간 노동은 가계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생계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부 요양보호사들은 최소생계비를 벌기 위해  하루에 두세 군데를 옮겨 다니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동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고, 교통비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이동시간에 쫓겨 점심을 굶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다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요양시설에서는 인력이 부족해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다 건강이 악화되어 현장을 떠나는 요양보호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관장들은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어려워 많은 시설에서는 입소를 위해 대기하는 어르신이 많은데도 어르신을 입소시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과 장기근속을 장려하여 서비스 질을 향상한다는 목적으로 동일기관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요양보호사에게 장기근속장려금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 사정(사망, 요양원 입소, 요양병원 입원 등)에 따른 비자발적 실직이 잦은 방문요양보호사들이 동일한 기관에서 3년 이상 근무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제도 자체가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요양보호사들의 안정된 일자리 보장과 안전한 돌봄환경, 적정임금이 보장되지 않으면 돌봄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부족한 인력으로는 장기요양서비스 질도 담보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2025년이 되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게 됩니다. 요양보호사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가 대혼란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하루빨리 요양보호사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처우를 보장하여 안정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수립하여야 하며, 젊은층이 유입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22년 4월에 장기요양 현장의 문제들을 지적하며 적정 임금체계와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방안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정책권고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울요양보호사협회 임원진들과 뜻을 같이하는 활동가들이 연대하여 요양보호사 전국조직이 필요함을 공감하고 전국조직을 만들기 위한 준비모임인 전국요양보호사총연합회(준)를 우선 출범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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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요양보호사 처우개선과 보수교육 내실화를 기자회견​. [출처: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전국요양보호사총연합회(준)는 수차례 기획회의를 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우선적인 활동으로  2024년부터 의무교육이 되는 요양보호사 보수교육의 내실화와 장기근속장려금 지급 시 총경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제로 전국 요양보호사들에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국회토론회와 기자회견도 했습니다. 그 결과 당사자 목소리에 귀 기울인 보건복지부에서 요양보호사 보수교육 시간을 시설이나 데이케어만 유급으로 인정한다는 기존 입장을 변경하여 방문요양보호사도 유급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장 요양보호사들이 목소리를 모은 결과이며 값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준비회의를 통해 전국요양보호사총연합회(준)라는 명칭 대신 전국요양보호사협회(준)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정했습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준)는 이미 서울지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서울요양보호사협회를 모태로 창립하였습니다. 서울요양보호사협회는 2017년 12월에 창립되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에 장기요양요원 처우개선 조례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해 왔습니다. 1천여 명의 회원들이 매달 25개 자치구에서 자조모임을 하면서 요양보호사의 목소리를 모아 서울시와 자치구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무료 독감예방접종 등 장기요양요원의 건강권과 노동권 보장, 직무역량 강화를 위한 좋은 돌봄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는 2023년 11월 25일 창립총회를 하고 출범했습니다. 창립 목표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과 권익향상, 좋은 돌봄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는 발대식을 하면서 10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 공공요양기관의 확충

- 요양보호사 적정 임금 기준 마련

- 방문요양보호사의 최소 노동시간 보장

- 장기근속장려금 제도 개선

- 요양시설의 인력 배치 기준 개선

- 요양보호사 전문성 강화를 위한 보수교육 방식 개선

- 요양보호사 건강권 보장

- 정부 장기요양위원회에 요양보호사 대표 참가

- 장기요양요원 처우개선 종합계획수립

- 장기요양지원센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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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창립총회 & 발대식에서 10대 요구안 발표.

[출처: 전국요양보호사협회]

 

 

10대 요구안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과 전문성 제고, 요양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지원체계 수립, 정책 결정구조에 참여권 보장 등 요양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좋은 돌봄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좋은 돌봄은 돌봄 노동자의 높은 숙련도와 직업적 자긍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협회 활동의 목적입니다. 요양기관장이나 서비스이용자들도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국요양보호사협회는 60만 요양보호사들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에 전달하여 정책에 반영되도록 당사자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입니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노동권이 존중받는 좋은 돌봄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