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12] 비정규직 노동권 쟁취 투쟁의 과정과 과제 / 엄진령

by 철폐연대 posted Dec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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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포커스

 

 

비정규직 노동권 쟁취 투쟁의 과정과 과제

 

 

엄진령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과 철폐연대는 11월 16일 “비정규직 노동권 쟁취 투쟁의 과정과 과제” 워크숍을 통해 함께 지난 투쟁을 돌아보고 평가, 진단하며 이후 공동의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0여 년 투쟁의 과정을 어떻게 돌아보고 평가하는지, 이후 운동의 전망과 과제에 대해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를 나누는 자리였다. 워크숍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이자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인 차헌호 동지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사내하청 투쟁의 역사와 과제에 대해서는 김현제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이, 공공부문 자회사 투쟁의 과제에 대해서는 김선종 한국마사회지부 사무국장이, 특수고용 노동자 투쟁의 역사와 과제에 대해서는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발표했다.

 

 

[발표 요약]

비정규직 노동권 쟁취 투쟁의 과정과 과제

 

 

발표1. 사내하청 투쟁의 역사와 과제 

 

사내하청 투쟁의 역사는 2000년대의 불법파견 소송을 중심으로 한 투쟁, 그리고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2010년 이후의 투쟁, 이렇게 두 국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첫 번째 국면은 2004년 이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이 세워지기 시작하면서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을 사내하청 철폐와 정규직 전환으로 나아가는 주요 경로로 채택했던 시기다. 이 시기의 투쟁은 자본의 저항이 거셌던 만큼 노동조합의 투쟁도 강경하게 벌어졌고, 점거파업, 고공농성, 단식 등 투쟁의 양상도 강경했다. 불법파견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비단 하루였지만 사내하청 대표자회의의 공동파업이 이루어졌고, 사회적 여론화에도 성공했다. 그렇게 원청 노사를 포함한 3자교섭 혹은 4자교섭이 열리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두 번째 투쟁의 국면은 주체의 조건과 무관하게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로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소송을 넘어 현장의 투쟁으로 법원의 불법파견 판단 여부를 넘어서고자 했던 의지와는 달리 이후의 과정은 판결이행 투쟁으로, 혹은 소송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흘렀다. 불법파견 판결을 얻게 되는 사업장들은 늘어났지만, 투쟁을 다시 불붙이면서 제기했던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 현대차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의 문제의식은 사라졌다. 불법파견 소송을 조직화와 투쟁의 전략으로 삼지 않았던 이후의 사내하청 노동조합들이 있으나 최근 자회사 전환으로 흐름이 전개되고 있고, 이 전체를 묶을 투쟁의 틀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다음의 투쟁 국면을 열기 위해 불법파견 투쟁의 정확한 의미와 성과, 한계를 가리고, 다시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원청 대자본을 상대로 한 투쟁이 그 방향이 될 수 있다. 그를 위해서는 소송을 중심으로 한 투쟁과 조직에 익숙한 현장 노동자들이 다시 원청을 상대로 한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재조직하는 과정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청과의 교섭 구조를 만드는 것,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직접 원청을 상대로 사내하청 폐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해 내야 한다.

 

물론 계속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 판결 이행 촉구의 흐름을 단칼에 잘라 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판결의 결과로 노동자들이 갈라지고, 판결에 못 미치는 합의에 머문다면 결국 사내하청 폐지, 정규직 전환이라는 요구의 근거마저 상실될 우려가 크다. 중요한 것은 불법파견이라는 판단의 취지를 사회적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이 원청을 상대로 한 노동조합의 요구가 되어야 한다. 완전한 정규직 전환,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 투쟁으로 다시금 사내하청 노동자들, 제조업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큰 투쟁이 통일적으로 기획되고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발표2. 공공부문 자회사 투쟁의 과제 

 

지난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책 가운데 일부 정규직으로 전환된 곳도 있지만, 대부분 무기계약직(공무직), 자회사로 전환이 되었고, 전환을 합의했으나 아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들도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같은 노조로 조직하며 온전한 정규직화를 위해 함께 파업하고 투쟁해 정규직 전환을 이루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대다수는 자회사 전환을 선택했고, 정부가 공언한 처우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환 과정에서 대다수 공공기관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고, 노동자들 간의 갈등이 확대되었다. 공정담론 가운데 차별은 당연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 또한 늘어났다. 무엇보다 전환 대상으로 거론되지도 않은, 간접고용으로 남아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를 포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을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해 전망을 열어야 한다.

 

분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만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 공동투쟁이 있을 때 완전한 정규직화가 가능했던 사례들을 보면 정규직의 인식 변화,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 노동조합도 그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법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분들도 있다. 특히 자회사 전환 이후 모기관-자회사 계약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 점, 그리고 정부의 예산 통제 등의 정책이 투쟁의 큰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그 같은 부분은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처우의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제도적 과제를 정선하고 그의 실현 과정은 현장의 투쟁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발표3. 특수고용 노동자 투쟁의 역사와 과제 

 

1999년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을 시작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특수고용 노동조합들의 동일한 과제는 바로 ‘노동자성 쟁취’였다. 노동자성 부정은 노동조합 활동을 가로막고, 자본의 탄압에 노출되게 했으며, 그나마 일구어 낸 노동조합의 성과를 부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로 모였고, 이는 노동자성 쟁취를 위한 법제도 투쟁을 위한 기구였다. 제도 개선 투쟁의 진전은 없었지만, 자본은 인정하지 않더라도 끈질기게 노동조합 활동을 해 왔고, 법원의 판결로 노동자성이 조금씩 인정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20여 년의 과정이었다.

 

그 가운데 큰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은 ILO기본협약 비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크게 달라졌어야 할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 문제에 있어서 정부는 설립신고필증을 내어 주는 것으로 법 개정 필요성을 부정했고, 정작 지금의 노조법 2·3조 개정 과정에서도 노동자 개념 확대는 배제되었다. ILO기본협약 비준 이후 이미 특수고용은 해석상 인정되는 것으로 가고 있지 않냐는 생각을 갖는 이들도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과정에서 특수고용 노동조합 단위들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이 역시 고용노동부에서 신고필증을 교부하면서 문제가 해결된 듯한 착시를 일으켰던 탓이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여전히 온전하지 못한 권리 상태로 인해 현장에서 깨지고, 구속되고, 손배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화물연대, 건설노조 탄압에서 보듯이 또다시 단체협약이 무효화되고, 조폭으로 몰고, 노동조합을 탄압한다. 물론 노동조합 활동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교섭을 하고 협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그에 얼마만큼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담아내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

 

또한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의 문제에 함께 대응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특수고용 형태보다 더 유연한 노동형태이다 보니 함께 묶어 논의하기를 꺼리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 특수고용 직종에도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고, 플랫폼 모두의 노동기본권 보장의 요구를 명확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런저런 개별적인 보호를 이야기하지만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여전하다. 근로기준법상의 권리 보장과 같은 개별적인 보호도 좋지만 노동3권의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소용이 없다. 그래서 노동3권의 온전한 적용이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과제다.

 

 

[토론 정리]

비정규직 공동투쟁, 계급적 단결을 위한 길 찾기

 

 

정규직 노동자와의 갈등과 연대,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지난 투쟁의 과정에서 사내하청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의 안전판으로 인식하는 과정도 있었고, 공공부문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전환에 반대하며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규직 노동자들을 설득하며 함께하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유의미한가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사내하청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이미 고용형태에 따른 계층화가 이루어졌음을 느낀다고 한다. 노동조합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정규직이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비정규직 투쟁을 억누르는 측면 또한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국면 속에서 고용의 불안정화는 정규직 노동자에게까지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1998년 현대자동차 구조조정 이후 비정규직이 확산되어 온 과정과 한 맥락이다. 그렇기에 함께 싸워야 함을 설득하고 연대의 고리를 형성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사례처럼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고용개선에 반대하고 세력화하여 등장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어 싸우고자 할 때, 조합 가입에서부터 반대에 부딪혀야 했던 자동차판매연대노조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은 어떤 직종이든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노동조합이 원칙을 지키며 대응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반노동자적 인식이 개별로 불거질 때는 그를 걸러 내는 노동조합의 노력이 필요하고, 세력화하여 등장했을 경우에는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런 원칙을 세우는 과정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로서 만들어 가야 할 몫이다. 정규직과 선을 그을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규모를 키우고 실력을 키우느냐가 중요하다.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노동자적 형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동지적 관점으로 바라볼 건지, 반노동자적 집단으로 치부할 것인지, 결국 이의 답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제기해야 제어될 수 있고, 산별노조의 원칙도 세워질 수 있다. 

 

소송, 법률, 제도 투쟁의 양날, 그 위에 서는 투쟁의 기획 

 

특수고용의 경우에는 제도 투쟁이 없이는 조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제도 투쟁을 하면서 노동자로서의 존재를 확인해 왔던 과정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현장의 요구와 제도 투쟁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단가, 수수료 투쟁이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곧 임금 투쟁인데, 이의 제도적 확정은 다 ‘노동자성 인정’의 문제와 맞닿는다.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현장에서 쟁취하기 위해 싸우지만, 그를 넘어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으로 또 나아가야 한다. 현장 투쟁을 조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현장의 힘을 제도 개선 투쟁의 힘으로 어떻게 전환시켜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공공부문의 경우는 제도나 정부의 지침이 직접적으로 노동조건을 통제하기에 제도 투쟁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자회사 가운데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경우에는 총액인건비제의 적용을 받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그에 영향을 받는다.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복지 3종세트라고 하는 식대, 명절상여금, 복지포인트 외에는 제대로 처우가 개선된 것이 없다. 그런데 수당의 신설도 제도적으로 가로막혀 있다. 그러다 보니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임금을 더 올리기 위해서도 모두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로 주어지는 셈이다. 그만큼 제도의 개선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현장은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에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사내하청의 경우에는 길었던 불법파견 소송, 법률 투쟁의 과정이 오히려 제도 개선 투쟁에 대한 회의를 낳게 하기도 했다. 법률의 잣대로 요구하고 싸울 때 우리의 요구도 투쟁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를 넘어서는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산별노조의 역할이 강조된다. 소송을 전술로 활용해 왔고, 또 하려고 하는 사업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단위들도 있다. 이를 묶어 공동의 투쟁을 만들어 가는 산별노조의 역할, 예를 들어 임단협 공동 요구안으로 비정규직 제로를 담아 투쟁을 조직한다든지, 지역 순회투쟁 등으로 현장에서부터 투쟁을 묶어 나가는 실천을 조직하는 등의 산별노조의 역할이 필요하다.

 

소송을 활용하는 것과 소송으로만 경도되는 것, 법률이나 제도 개선을 위한 투쟁을 현장의 투쟁과 밀착시키는 것, 혹은 제도 개선 투쟁의 공중전에 그치는 것. 그 차이는 실로 크지만, 그 차이는 인식 속에서만 뚜렷할 뿐 현장의 투쟁을 펼쳐 나가는 과정에서는 종종 뒤섞이고 목표와 과정도 뒤섞인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큰 줄기를 잡아 나가는 투쟁의 기획일 수밖에 없고, 그 투쟁의 시작을 현장의 힘으로부터 끌어올리는 당연하지만 지난한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공동의 과제에 기반한 공동투쟁의 조직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지난 2018년, 산별, 지역, 현장을 가로질러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며 공동투쟁을 조직하고자 하는 한편, 현장의 의제를 중심으로 연대를 조직하는 것, 더 나아가 비정규직 투쟁의 전망을 함께 고민하는 등의 과제를 또한 안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힘을 모을 투쟁의 전선은 쉬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 투쟁, 그런 의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역시 우리가 실천하고 토론하며 세워 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올해 ‘비정규직 임금 올려’라고 외치며 싸웠다. 무엇을 중심으로 모일 거냐, 의제를 넓히고자 할 때 개별 사업장의 이해들은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최저임금 문제, 높은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후퇴하는 비정규직 임금 문제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는 생각에서였다. 어쩌면 모두가 공감할 듯 여겨지는 의제에서도 의견 차이는 존재한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으로 집중될 때, 최저임금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는 인식은 비정규직 안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동의 의제를 도출하고 그에 힘을 모으는 과정에는 많은 토론과 협의가 전제될 수밖에 없다.

 

토론과 협의보다 때로 중요한 것이 한 번의 경험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투쟁 당시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단식을 하면서 앞서 싸웠다. 필요한 사회적 과제를 스스로 선택하고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를 조직하면서 돌파하는 싸움을 해 본 것이다. 그런 경험이 쌓일 때 제도화의 과정에서 다른 수위의 싸움을 조직할 수 있다. 공동의 의제를 함께 찾아내고, 공동의 실천을 조직해 내는 것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에는 노동자성 인정의 문제가 투쟁의 전제 자체를 여타 비정규직과 다른 지점에 두게 만드는 걸림돌로 존재한다. 어떤 공동의 과제를 두더라도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싸움을 한 번 더 치러야 하는 숙명(?)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하여금 특수고용 문제를 좀 더 어렵게 느끼게 만들고, 스스로는 더 열악한 처지에 있다는 압박감을 또한 낳는다. 이런 무게를 서로 덜어내는 것은 서로 더 많이 공유하고 공감하며, 어깨를 단단히 걸기 위해 다가가는 노력일 것이다.

 

그래서 발표자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공동의 과제를 찾아가기 위해 더 많은 토론의 자리를 갖자는 제안, 공동의 요구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지금 같이한다는 것에 더 뜻을 두자는 마음, 오늘의 토론과 고민이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이를 수 있도록 공동의 교육자료도 꾸리자는 제안, 오늘의 논의를 그 약속과 제안의 시작으로 하자는 다짐의 말들이 바로, 멀리 있지 않은 공동투쟁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