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10]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by 철폐연대 posted Oct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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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노조법 2·3조 개정, 이번에는 꼭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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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1.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긴급인권보고서 발표회에서. [출처: 노동과세계]

 

 

 

노조법 2, 3조 개정 투쟁에 대하여

 

Q.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의 시작은?

A. 대우조선 하청 투쟁 동지들이 열어 준 공간이 지난 20년 동안 이 주제와 관련된 투쟁 과정에서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이 시기와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게 우리가 부여받은 과제가 아니겠느냐 싶은 거죠.

처음엔 학술단체들과 연결해 입법 토론회를 한번 하고, 그것을 계기 삼아 다음 스텝을 밟아 보자, 막연하지만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쿠팡 집회에서 김혜진 동지를 만났습니다. 김혜진 동지가 손배가압류 제한 입법과 관련해 손잡고 등과 함께 좀 더 단위를 구성해서 논의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 한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노조법 2조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긴 했었어요. 그러고 나서 제안서를 쓰고 초동 모임을 하고 운동본부를 구성한 데까지 온 거죠.

 

Q.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A. 대우조선 투쟁에서 임금 인상 요구가 전면에 나오긴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지점은 원하청 관계입니다. 임금의 문제도 결국 원하청 문제 속에서 풀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 과정을 풀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계속해서 똑같이 반복됩니다. 원하청 관계, 간접고용 관계에서의 노동 3권은 사실상 현실에서는 없는 것 아니냐, 근본적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냐, 하는 문제의식이 굉장히 컸습니다.

동시에 200만 원 월급을 받는 하청노동자들이 노동권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8,000억 원까지 얘기 나오는 손배 탄압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란 건, 결국 노동 3권 행사가 원천적으로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거죠. 노동권 행사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굉장한 난관을 뚫고 행사하고 나니 결과적으로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이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노동 3권이라는 것은 법전에만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바꿔내기 위한 중요한 테마로 두 가지, 원청 사용자성 인정 문제와 손배가압류에 대한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겠다고 본 거죠. 대우조선 하청 투쟁과 그간에 쌓아 왔던 여러 가지 투쟁의 산물로써 이런 공간들이 열리는 것이니까, 이 과정에서 좀 더 확실하게 제도화를 하자. 100%는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라도 진전이 있다면, 어떤 근본적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 지점에 있어서 법 개정 투쟁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겁니다.

2조는 사용자 개념을 폭넓게 하자는, 이미 해석론으로 상당히 진척된 부분이 있으니까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명문화하자는 것입니다. 3조와 관련해서는 너무나 협소하게 면책 조항이 돼 있으니까, 헌법에 규정된 노동 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면책 조항을 실질화하자. 손배가압류의 면책 범위를 확실하게 넓히고, 책임 주체를 제한시키고, 노동조합 외 개인에 대해서는 할 수 없도록 하는 등등의 내용으로 2조, 3조 개정 입법 투쟁을 하자는 것이 취지입니다.

 

Q. 이를 전체의 운동으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A. 2000년대 초반에 법제도 개선 논의할 때랑 내용이 똑같아요. 사내하청 문제가 불거지고 그다음 손배가압류 문제도 불거지면서, 2010년대 초반에 와서도 똑같은 법제도 개선 토론회가 진행되었어요. 내용도 똑같고 주장도 똑같고 개선 방안도 똑같은 그 내용이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는 거죠. 쉽게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그것을 바뀌지 않게 하는 엄청난 사회적 저항이 있다는 겁니다. 국회 내에는 말할 것도 없고, 보수 정치권, 보수 언론 등 이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강한 세력이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폭넓고 깊이 있는 대항 세력을 구축하지 않으면 그 강고한 저항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포인트를 뒀습니다.

이는 노동계만의 싸움으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노동계의 숙원 과제이니만큼 노동계가 중심이 되어야 하겠지만, 전 시민사회가 힘을 많이 결집시켜서 사회적 공감대와 사회적 여론도 만들어 내는 그런 과정 속에서 이 싸움들을 해 나가야 한다. 폭넓게 진을 치고 가지 않으면 최소한의 결과물도 얻기 쉽지 않겠다, 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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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방송 비정규직 투쟁에 대하여

 

Q. 방송 비정규직 투쟁도 함께하셨는데요?

A.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CJB 청주방송 관련한 소송을 했습니다. 이재학 피디 사망 이후 투쟁도 진행했고요. 직장갑질119, 방송계갑질119 활동을 하면서 방송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관심이 생겼는데, 이재학 피디와 연결되고, 이재학 피디 근로자성 인정 소송을 하게 된 거였습니다.

방송계, 언론계, 이쪽의 비정규직 문제는 뭐랄까, 굉장히 고질적이고 다층적입니다.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하는 오명을 쓴 사업장이잖아요. 이한빛 피디 투쟁이 있었고, 그 성과를 이어받아서 이재학 피디 투쟁이 진행되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방송 비정규직 투쟁 관련해 한 단계 더 나아간, 사회적으로 결집했고 여론화했고 문제의식을 확산했고,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사업장 투쟁만이 아닌 전체 방송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서 일정한 의미와 성과는 있지 않았나 싶은 거죠.

또 한편으로는 너무도 고질적이라서, 정말 잘 안 바뀌다 보니,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재학대책위를 해소하면서 잠시 얘기 나눴던 게, 이 사업의 경험을 가지고 이대로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질적 전환을 해 보자는 거였습니다. 너무도 소중한 경험이었으니 이 연대의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계속 가져갈 수 있는 고민을 해 보자는 것이었죠. 물론 어쩔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라 연대체 구성에 대한 고민은 고민으로만 그치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움의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방송작가 노동자성 인정의 흐름, 방송 제작 현장에서의 근로기준법 적용 투쟁(‘미남당’) 등 조금씩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남은 과제라고 하면, 파편적이고 산발적이 아닌 전체 운동으로 수렴해 들어가는 과정도 어느 순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개별 근로자성 인정을 넘어서는 투쟁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하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

A. 변호사, 노무사분들한테 노동자성 송사가 제일 어려운 송사 유형 중 하나잖아요. 너무나 많은 사실관계를 증명해야 하고, 그걸 뒷받침할 자료들을 취합해야 하는데 그런 자료는 우리한테는 없고 사측에만 있으니까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러 가지로 힘들어서 하나하나 노동자성을 인정해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는 있겠으나, 이거 가지고는 근본적인 어떤 문제 해결은 분명히 한계가 있죠.

그래서 힘의 관계 속에서, 그게 교섭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인 어떤 연대 방식일 수도 있을 텐데요. 아직은 교섭의 어떤 과정까지 쉽게 나아가기 어려운 구조가 있을 수 있으니까, 다양한 힘의 관계 속에서 노사 관계의 어떤 제도적 장치들을 구축해 나가는 방식, 이런 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나가는 것, 법적 대응 또한 그것에 하나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방식으로 고민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다음으로 제작 시스템에 대한 문제인데요. 이것이 직접적인 노동 조건의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구시대이고 후진적인 제작 시스템하에서는 노동 조건이 근본적으로 보장되기는 어려운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주장을 아무리 진척시키려고 해도 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또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싸움이랄까, 개선이랄까, 제작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계속 추동해 내는 것 또한 굉장히 큰 과제인 것 같아요. 근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누가 할 것인가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기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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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 49재 추모 결의대회. [출처: 노동과세계]

 

 

 

비정규직 투쟁과 법률가들

 

Q. 현재 비정규직 투쟁은 법률가들이 끌고 가고 있다, 라는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제가 2002년에 노무사가 됐어요. 금속 법률원에 있을 당시였는데, 우리끼리 어떤 얘기를 했었느냐면요. 우리는 활동가냐 법률가냐 이거였어요. 그때는 서로 노무사가 막 되어서 근본적인 고민을 정말 많이 할 때였는데, 우리는 법규 활동가다, 라고 했습니다.

현재 민주노총 법률원은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변호사만 해도 몇십 명이라고 하던데,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예요. 그만큼 수요가 생긴 거라고 봐야겠죠. 노동조합 운동에, 노동 운동에, 법률 앞에 투쟁이라는 걸 붙인다고 치더라도 그에 의존하는 경향이 점점 더 지배적으로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소송을 통해서 인정받는 투쟁이 하나의 지배적인 경향으로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런 얘기 나올 때마다 좀 조심스럽기는 한대요. 운동 진영의 어떤 한계가 그런 방식으로 드러나는 거죠. 우리가 주체적으로 조직해서 싸움을 만드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부담과 한계일 수도 있고, 제도적인 한계일 수도 있고, 사용자나 정부의 공격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위축돼 버리는 거잖아요. 운동이. 그러니까 자꾸 법적인 판단에 기대는 것일 테고요. 법적인 판단에 한 번 기대는 순간 이 싸움은 관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법률적인 방식이 필요한 지점은 분명히 있는데, 운동적인 측면에서 계속 역작용이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Q. 비정규직 투쟁에서 법률가들의 역할이라면?

A. 법률가라는 게 애초에는 개인의 권리 구제의 역할들을 대리하는 건데, 투쟁과 관련해서 뭔가 역할을 하는 것은 법률가의 본질적인 역할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정해진 답은 없는 것이니 각자의 생각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투쟁 과정에서 법률가들이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제가 잠깐 현장에 있을 때 느낀 건데요. 노동위에서 기자회견을 하러 오거나 집회 때 오거나 하면, 그런 건 있었던 것 같아요. 법률가들도 공감하고 있구나, 우리의 주장이나 얘기에 뭐랄까 하나의 힘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최대한 많은 투쟁 현장에 가서 소송대리인이나 형사 사건의 변호인이 아니라 그냥 법률가로서 발언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법리적으로 맞냐 그르냐를 떠나서 어쨌든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들이 투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힘을 받는 지점일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또한 투쟁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잘 안 되는 지점에서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 지점에서 송사를 통해 상징적인 결과물들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이 의미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노동법에 대하여

 

Q. 노동법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A. 집단법과 관련해서, 우리나라 노조법은 만신창이입니다. 노동 3권이라고 하는 집을 지어야 하는데, 헌법이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만신창이로 지어서 그 안에 들어가 제대로 살 수 없는 지경입니다. 노동 3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살점이 뜯겨 나가는 거예요. 그 집이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는 거죠. 노조법이 노동 형법처럼 처벌의 근거가 되는 방식이 돼 있는 거죠.

근로기준법만 해도 내년이면 제정 70년입니다. 정말 오래되었거든요. 전통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한 법체계와 내용이 다변화되는 이 상황을 반영하기에는 한계에 이른 거죠. 한계에 다다른 지점들을 찾아 지속적으로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꿔 주어야 하는데, 이걸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노동법 자체가 반쪽짜리다. 적용 범위뿐만이 아니고 내용적으로도 반쪽짜리 규범으로서밖에 역할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부분들에 대한 전면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Q. 그렇다면, 노동법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까요?

A. 제가 핵심으로 생각하는 건, 정의 조항입니다. 특히 노동자와 사용자라고 하는 이 정의 조항이 현재 규범의 적용 대상으로 얘기되는 이들을 다 담지 못해요. 너무 협소하게 제한적으로 과거의 고용관계를 전제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근기법이든 노조법이든 개별법 집단표 영역에서의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을 재정립하는 그런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입법 대응의 방향이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얘기되고 있는 거죠. 우선 노동법을 대폭 정비해서 노동자, 사용자 모두를 포섭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여기에 다 몰아넣는 것은 현실을 너무 교조적으로 보는 거다. 이건 이거대로 두고 새로운 규율 체계를 만들어 보완을 하면 된다는, 예를 들어 ‘플랫폼종사자법’과 같은 것이죠. 또 다르게는 적용 범위는 폭넓게 하자. 그러나 너무 강한 방식의 규율 체계로 하면 안 되고, 아주 낮은 수위로 기본적인 내용만 담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기본법을 만들어 기존 노동법 체계와 병행하자는 문제의식도 있습니다.

저는 어떤 방식이든 기존 노동법상의 정의 개념을 계속 고수하는 것은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지점을 그대로 둔 채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현실이 또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에요. 그런 측면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의 재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요. 그다음엔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서 고용이든 노동 조건이든 여러 가지를 바꿔 내야 하잖아요. 바꿔 내는 힘은 결국 노동 3권의 행사거든요. 그런데 노동 3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노조법을 정비하지 않으면 정의 규정을 아무리 확대하더라도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들을 갖다 쓰지 못하는 꼴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까 노동 3권의 실질적인 보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노조법의 정비, 집단법과 개별법상의 노동자·사용자 개념의 재정리, 저는 이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민변 노동위원장으로서의 과제


Q. 최근 주목하고, 집중하는 일이 있다면요?

A. 5월부터 민변 노동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임기가 2년인데, 내부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민변 노동위원회가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부분들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이고 활발히 활동해야 하겠다. 역할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책임을 맡은 입장에서는 이것이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민변 노동위가 뭘 할 수 있고, 뭘 해야 하는지, 위원장으로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는 대외적인 연대 활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변 노동위는 법률가 집단이면서 동시에 단순한 법률가 집단은 아니다. 민변 노동위는 노동단체라고까지는 얘기할 수 없어도 노동의 영역에 있어서는 적어도 법률로만 얘기하지 않는 어떤 역할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역할들을 노동위의 이름으로, 노동위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판을 깔고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민변 노동위가 적어도 이러저러한 노동의 어떤 영역에서는 투쟁의 공간에서는 일정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노조법 개정 투쟁입니다. 2003년 현장에 있을 때, ‘하철’이라는 필명으로 오래 기고를 한 적이 있어요. 하철은 ‘하청 철폐’의 줄임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우조선 하청 투쟁할 때 굉장히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이건 뭐, 자랑이기도 한데, 희망버스에 민변 노동위가 22명 함께했어요. 거제도까지 5명이 가면 많이 가는 거라는 말도 있었는데, 제가 두 자릿수 채우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죠. 그런데 22명이나 간 거예요. 어쨌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처절했잖아요.

이런 제 개인적인 경험과 투쟁의 양상들이 섞이면서, 이대로 끝내면 안 된다. 이 싸움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은 동지들이 있는데 이제 우리가 받아 안고 뭐든 해야 한다. 다양한 단위가 망라돼서 다양한 방식의 투쟁들을 배치해서 반년 동안 제대로 된 싸움을 한번 만들어 보자. 어쨌든 법 개정이라고 하는 걸로 성과를 좀 내 보자 싶은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철폐연대 동지들과 질라라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상근하시는 분들이 항상 굉장히 진지하게 여러 가지 싸움들, 문제들에 대해 천착해 가시는 게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일관된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요. 저는 법률가지만, 법률로만 얘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법률로 얘기되는 지점은 마지막으로 남겨 두고, 다양한 노동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소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또 어느 공간에서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정리 안명희 / 철폐연대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