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712] “힘내요 비정규직” 철폐연대 후원주점을 마치고 / 이미숙

by 철폐연대 posted Dec 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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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비정규직” 철폐연대 후원주점을 마치고

이미숙 (철폐연대 집행위원)

 

3년 전인 2015년 4월 1일, 12년 된 철폐연대가 7년 만에 재정마련을 위한 후원주점 ‘비정규직 철폐 동창회(同唱會)’를 열었었습니다. 7년 만에 하는 주점이라서 후원이 얼마나 들어올까 가늠을 할 수 없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함께하는 동지들과 ‘동창회’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참 열심히 준비했었습니다. 다행히 주점은 성황리에 마쳤고, 후원금도 두둑이 들어와서 그동안 쌓아왔던 빚들을 갚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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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와는 다르게 성공’한 후원주점 [출처: 철폐연대]

 

그리고 2017년 11월 2일, 우리는 또 한 번의 후원주점을 열었습니다. 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창립 때부터 똬리를 틀고 있던 ‘건영빌딩 601호’를 떠나 월세가 더 싼 곳으로 이사를 하고, 상임활동가들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활동비로 버티고는 있지만, 사업의 규모를 줄일 수는 없는 터라 3년 전 주점으로 갚아냈던 빚이 그만큼 다시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3년 만에 또다시 하는 후원요청. 투쟁사업장도 아니고, 비슷한 시기에 다른 주점들도 진행이 되서 이번에도 걱정을 좀 많이 했습니다.

주점이 시작된 4시부터 11시까지 빈자리 없이 많은 동지들이 철폐연대를 후원하기 위해 기꺼이 찾아와주었습니다. 하지만 빈자리가 없어서 대기줄이 늘어설 만큼 빵빵했던 세종호텔노조 주점에 비해 다소 소박해 보였던지 몇몇 동지들이 걱정 아닌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숨겨진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수익의 최대화를 위한 동지들의 배려(?)가 가득 담긴 ‘방문보다 통장’이라는 기치 덕분인지, 후원주점은 ‘보기와는 다르게 성공’했습니다. 후원금 통장에 찍힌 수많은 동지들의 이름과 단체들의 명단을 보면서 대충 활동하면 안 되겠다는 사명감마저 들었으니까요.

이번 주점은 힘주지 않고 진행하자는 의견들이 모아져서 따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인지 방해받지 않고 함께 오신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일부러 찾아와주신 KBS계약직지부, 안전업무직협의체, 방과후돌봄교사, 기간제교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비정규 투쟁사업장 동지들을 소개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현재 투쟁하고 있는 세종호텔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 역시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주점을 위해 하루를 꼬박 자원활동으로 고생해준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꼭 전달하고 싶습니다. 호텔 요리의 진수를 보여준 세종호텔노조 고진수 셰프를 필두로, 멀리 구미에서 족발을 직접 들고 출장(?) 오셔서 내내 일만 하다 내려가신 아사히비정규직지회 김정태‧김태우‧오수일 동지, 자신은 없지만 시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며 후원주점 내내 일을 손에 놓지 않았던 윤지영 동지, 100접시의 골뱅이소면 양념을 직접 준비하고 제조와 메뉴 담당까지 거뜬히 해낸 김인선 동지, 주방과 준비 천막을 오가며 적재적소에 일손을 보탠 전장호 동지 등이 정성 가득한 주점 음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또 의외로(?) 부지런했던 사무금융노조 정현철 동지와 부족한 일손을 기꺼이 메우기 위해 현장 긴급투입의 모범을 보이신 이근재 동지,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댕댕거리며 열심히 일했던 월담 조영신 동지, 하루 전 장보기부터 함께했던 카스 동지, 자원봉사 1호 신청자 변혁당 임용현 동지, 손님으로 왔다가 자봉으로 변신한 조혜연 동지와 김철식 동지 등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완벽한 서빙 실력을 발휘해 주었습니다. 역시, 15년의 활동을 통해 쌓아온 동지들의 사랑은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파견법 시행 2년을 맞은 2000년 ‘파견용역노동자 노동권 쟁취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가 발족됐습니다.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근로자파견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고용의 질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많은 이들이 같이 인식하면서 출범한 공대위였습니다. 이 힘을 바탕으로 2001년에는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한 전국연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준비위’가 발족했고, 2002년 9월 14일 철폐연대는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후 철폐연대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수요집회(2002), ‘비정규노동자의 노래’ 음반 발매 및 비정규직 영화제 ‘어깨걸고’(2003), 비정규운동 대토론회(2005),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선언운동(2008), 비정규운동 10년 평가와 향후 과제 제시를 위한 대토론회(2009), 불안정노동자 정치대회(2010), 파견법폐기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파견노동포럼(2016) 등을 통해 불안정노동 철폐 운동의 정책을 수립하고 사회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2011년부터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로서 ‘노동권의 확장’과 공단 지역의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활동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뜻을 모은 동지들과 함께 2013년 10월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을 만들었고 지금껏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철폐연대는 지난 15년의 시간 동안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웠고, 비정규노조를 함께 세워냈고, 투쟁에 함께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 활동을 꾸준히 지켜내고 있는 동지들이 있고, 다른 공간에서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지들도 있고, 새롭게 결합한 동지들도 있습니다.

15년의 활동을 통해 켜켜이 쌓아올린 불안정노동 철폐를 향한 고민만큼 우리네 삶도 나아졌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비정규직은 줄어들지 않고 불안정한 노동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활동 속에 무엇을 더 채워야 할까. 때론 힘들고 고민의 늪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후원주점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동지들이 지켜보고 있었구나. 그리고 마음을 보태고 있었구나!’ 더디지만 세상은 분명 조금씩 바뀌고 있고, 그것을 동지들이 해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철폐연대가 아직은 좀 더 존재해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