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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이야기

 

 

작은책에서 철폐연대로 이어지는 인연

 

박공식 후원회원 인터뷰

 

 

 

8. 본문사진.jpg

 

2022.02.09. 이팝노동법률사무소가 함께 있는 작은책 사무실에서

박공식 후원회원님을 만났습니다. [출처: 철폐연대]

 

 

작은책 편집위원회 때 박공식 노무사님을 뵈었습니다. 박공식 노무사님이 “저도 철폐연대 회원입니다.” 하시길래, “아, 처음 뵙습니다.” 했더니, “철폐연대 사무실에서 뵌 적이 있을 걸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간담회에서 ‘노동교과서’ 얘기하셨잖아요.” 기억을 더듬어 보니 첫 만남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스치듯 인사를 나누어서 낯설었던 거였습니다.

박공식 후원회원님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인연이 이어지고 쌓아진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끼어들어 내 인연 얘기도 하고 싶을 만큼, 참 기분 좋은 대화였습니다.

 

 

Q. 노무사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노무사라는 제도가 있는 걸 안 거는 전역하고 나서였어요.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투쟁사업장이나 시민사회 활동 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전역하고 나서 노무사라는 제도를 알았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 같다’라고 하루 만에 판단했어요.

사람들이 왜 노무사 하냐? 물어보면 제가 늘 이 이야기를 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잠깐 학보사 기자를 했었어요. 4월 30일 메이데이 전야제를 외대 운동장과 경희대 운동장 각각에서 진행하고, 그다음 날 서울시청에 합류하는 거였어요. 저는 1학년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선배 기자가 시키는 대로만 질문하고 사진을 찍었어요. 선배 기자한테서 질문지를 받았는데, 사실 그 질문이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질문만 했어요. 그 질문이 뭐였냐면, 왜 따로따로 배치하는가였어요. 되게 중요한 질문이었잖아요. 1학년 풋내기 기자가 카메라 들고 와서는 집회 주관자한테 왜 따로 했냐고 물어보니까 깜짝 놀라서는 뭘 알고 질문하는 거야, 그러는 거예요. 아니요, 그냥 선배 기자가 시켜서 하는 건데요, 그랬죠. 그 당시만 해도 어떻게 보면 학습이 덜 된 상태로 나간 거죠.

그러다가 시각적인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만 해도 서울시청 구관이 남아 있었어요. 집회 전체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잖아요. 깃발도 흩날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선배가 팁을 알려줬어요. 카메라 기자들을 따라가라고요. 그래서 언론사 기자들을 유심히 보니까 서울시청 구관 건물로 들어가는 거예요. 현관으로 따라 들어가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옥상에 올라가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으려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또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연대하는 장면이 약간 충격적으로 다가왔었죠. 이렇게 되는구나, 약간 전율도 느꼈고요, 어린 마음에. 그런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가 전역 후에 노무사 제도를 알게 돼서 바로 도전을 하게 됐던 거죠.

 

 

Q. 이팝노동법률사무소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거예요?

 

A. 처음에는 일반 노무법인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안 맞는 거죠. 저랑, 기질이. 사용자 대리하고 있는데 안 맞는 거예요. 내 몸속에서는 이게 아니라고 그러는 거죠. 딱 3년 하다가 그만두고 나왔어요.

그러고 나서 동기랑 같이 해 보자 하다가 그것도 잘 안 맞고. 결국에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길로 가야겠다 맘먹었죠. 내가 하고 싶은 게 진짜 뭔지 그때는 잘 몰랐지만, 그래도 무작정 나는 사용자 사건은 하지 않아, 그런 마음만 가지고 있었죠. 그렇게 2015년 11월쯤 이팝노동법률사무소를 만들고 혼자 시작을 한 거예요.

 

 

Q. 이팝노동법률사무소가 작은책 사무실 한편에 있잖아요. 작은책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A. 제가 늘 안건모 선생님과 유이분 선생님께 죄송스럽게 얘기하는데, 작은책과의 인연은 컵라면 뚜껑에서 시작됩니다.☺

전역하고 노무사 시험 준비를 할 때,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선배 자취방에 자주 갔었어요. 선배가 사회과학책을 너무 좋아해서 <녹색평론>부터 <작은책>까지 다 있었어요. 어느 날 선배랑 자취방에서 소주를 먹는데, 컵라면 뚜껑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뭘로 덮었는데, 그게 작은책이었던 거죠. 이 조그만 책이 뭐지 싶어서, 그 자리에서 밤새 거기 있던 작은책을 다 읽었던 것 같아요.

노무사 합격하고 나서는 작은책에서 매달 하던 특강을 들으러 갔어요. 당시 저는 눈치 보던 인턴 노무사였는데도 너무 가고 싶어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헐레벌떡 달려와 맨 뒤에 까치발 들고 서서 들었어요. 작은책과의 본격적인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 것 같아요. 특강이 끝난 뒤 뒤풀이에는 당연히 참석을 했죠. 거기서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요. 글쓰기 모임도 추천을 받아서 몇 번 왔었고.

그러다 2015년, 홀로서기를 시작할 때였어요. 더운 여름날이었던 것 같아요. 수박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작은책을 찾아온 거죠. 안건모 선생님이 물어보시더라고요. 무슨 고민이 있느냐고. 아셨던 거죠. 제가 그냥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걸요. 혼자 사무소를 꾸리고 싶다고,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사건만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때 는 노동자 사건만 하겠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원하는 사건, 내가 이게 맞다라고 생각하는 사건만 맡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수박을 맛있게 먹고, 바닥에 앉아서 이리저리 책 구경하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건의를 드렸죠. 혹시 내가 사무실을 차릴 때까지만 작은책 책상을 빌려 써도 되겠느냐고요. 안건모, 유이분 두 분 선생님께서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두어 달이면 되겠거니 했는데, 계속 있고 싶은 거예요. 같이 점심밥을 차려 먹는 것도 너무 좋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쭉 머물고 있네요.

 

 

Q. 철폐연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과의 인연은 또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여러 인연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A. 철폐연대와의 인연은 작은책에 와서 시작됐어요. 제 옆자리에 정인열 선생님이 앉아 계셨고, 철폐연대를 소개해 주셨죠. 그전에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을 하면서 김혜진 동지는 여러 차례 토론회 등에서 만나서 알고는 있었어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권혁태 노무사님께서 소개해 주셨어요. 홀로서기를 하면서 권 노무사님을 만나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나누다가 청소년 노동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했고,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했죠. 많이 알고 참여했다기보다 배우면서 함께할 일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이하 ‘노노모’)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만난 김성호 노무사님과의 인연으로 가입을 하게 되었어요. 노노모 입장에서는 제가 특이한 케이스일 거예요. 일반 사무소에서 사업주 대리도 하고 다 해 본 노무사가 5년이 지나서 뜬금없이 가입한 거니까요. 다행히도 노노모에서 받아주셨죠. 저도 노노모의 강령은 알고 있었어요. 근데 저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결국 사용자 사건을 하지 않고, 노동자 사건, 노동조합을 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노노모 강령에 맞게끔 하고 있었다는 거죠.

 

 

Q. ‘작은책 노동 상담소를 연재하고 계시잖아요. 글 쓰기의 시작,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지요?

 

A. 작은책 책상에 앉고 나서 안건모, 유이분, 정인열 선생님이랑 매일 보는 사이가 된 거죠. 밥 먹는 사이가 된 거잖아요. 그러면서 작은책에서 저한테 꼭지 연재를 제안해 주셨고, 제가 흔쾌히 하겠다고 한 거죠.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 마감이 이렇게 고통스러울지는 몰랐어요.

노동 상담소 주제는 노동법 문답풀이이나 제도의 설명이 아니라, 제가 한 사건들 중에서 골라 사례 중심으로 쓰고 있어요. 첫 꼭지가 직장내 괴롭힘이었어요. 아파트 경비노동자 얘기, 이주노동자 얘기 들이 있었죠.

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작은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일터에서 삶터에서 살아가는 얘기들을 전달하는 철학, 이것이 제가 쓰고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일 외에는 어떤 것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A. 도시 생태 농업에 관심이 많아요. 제 취미 활동이면서, 제 삶에서 되게 중요한 게 ‘텃밭’이에요.

서울시에서 노들섬에 임시로 도시 텃밭을 만들 때, 첫해에 덜컥 밭 하나를 받은 거예요. 너무 좋았어요. 씨를 뿌리는 행위 자체가. 매주 텃밭에 갔었어요. 평소에도 지나가다 물 주고 그랬죠. 결국 모든 공간은 사람이랑 이어지게 되어 있어요. 거기서 또 텃밭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 친하게 되는 거죠. 작물 얘기하고, 씨앗 얘기하고, 도시농업 얘기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막걸리 한잔 하고. 그런 게 저는 너무 좋아요.

땅에서 나는 건 다 심는다고 보면 돼요. 사실 조그마한 두세 평 텃밭으로도 한 가정이 다 못 먹어요. 모두 나누는 거지요. 어떤 해엔 탈락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텃밭에 갔어요. 첫째 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갔는데 어른들도 다 좋아해 주시고. 그래서 저의 유일한 취미이자 힐링이 텃밭 하는 거예요. 맨발로 흙을 밟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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