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4]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삭감을 통해서 바라본 공공돌봄의 위기 / 오대희

by 철폐연대 posted Apr 05,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오늘, 우리의 투쟁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삭감을 통해서 바라본 공공돌봄의 위기

 

 

오대희 •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어떤 곳인가?

 

사회서비스원은 그동안 돌봄을 민간에서 이윤추구의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여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에서 제공하던 돌봄 서비스를 공공이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설립목적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전문성 및 투명성을 높이고, 그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시민의 다양한 사회서비스 수요에 부응’하는 것으로 공공 부문이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지역사회 내 선도적 제공기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및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추진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지원사, 보육교사 등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를 향상시키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표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시간제 호출 근로의 형태로 일하던 방문 돌봄 서비스인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종사자들의 고용안정과 월급제를 통해 안정된 좋은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주요사업으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사회복지시설의 수탁운영’, ‘사회서비스 관련 법령에 따른 각종 서비스 등의 제공’, ‘사회서비스원의 운영 시설 및 제공 서비스와 지역 내 사회서비스 연계 계획 수립지원’, ‘사회서비스원에 종사하는 사람의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 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서비스를 공공에서 제공하면서 전문성, 투명성을 높이고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사회서비스원의 주요 핵심사업입니다.

 

서울시에는 여러 복지시설이 있습니다. 대부분 구립, 시립이긴 하나 민간위탁으로 운영되어 실질적으로는 민간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2019년 2월 28일에 서울시의 출자·출연기관으로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갖는 가치는 더욱 특별합니다. 현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12개의 종합재가센터와 7개의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며 지역사회에서 서울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산 삭감으로 배신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지난 2년 5개월여간 300여 명의 돌봄인력을 투입하여 2만 1,000시간의 긴급돌봄을 제공하며 코로나19 시기에도 서울시민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모두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감염병이 처음 창궐하던 시기, 사회적 취약계층들의 대응체계가 없었던 대혼란의 상황 속에서 저 역시도 공적 사명감으로 현장에서 중증장애인 자가격리시설 동반입소라는 긴급돌봄지원에 첫 사례로 투입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공공돌봄기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금 현재도 공백없는 돌봄을 위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예산은 끊겨가는 상황입니다. 작년 11월 23일 언론보도를 통해 예산삭감 소식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서울시의회를 비롯해 다양한 루트로 예산삭감 내용들을 확인했습니다. 노사갈등이 있었지만 서울시민들에게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고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 필수노동이라는 인식도 생겼는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예산삭감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구성원 모두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예산 70% 삭감’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존폐가 우려되는 수준으로 공공돌봄을 받고 있는 이용자들은 다시 민간시장으로 가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돌봄노동자들은 설립 취지대로 처우개선은커녕 집단해고를 걱정하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왜 예산이 삭감되었나? 추측해 볼 수 있는 것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공적돌봄이 이뤄지는 기관에서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공적돌봄을 축소시키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왜 예산삭감이 이루어졌는지 추측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22.11.21. 서울시 보건복지위원회회의,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 임금설계의 문제다. 애초 운영구조설계의 문제다.

* 2022.12.01. 서울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회의, 김상한 복지정책실장 : 민간종사자보다 많은 월급을 받아 간다.

* 서울시 복지정책실 민원 답변 : 돌봄종사자의 월급제 운영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돌봄종사자 대상 생활임금을 적용한 월급제 운영으로 양질의 일자리 제공 및 처우개선은 이루었으나, 정액월급으로 지급되다 보니 서비스 제공시간 및 난이도와 관계없이 모든 직원들이 동일한 월급을 받고, 안정적 월급체계하에서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및 근로의욕 저하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 2022.12.27. 뉴스1, 오세훈 시장 :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조직이다. 바람직한 근로행태를 보이지 않았다. 병가비율이 높다 등

* 2023.02.09. 노컷뉴스, 김현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의장 : 민간시장이 하면 맞는 일이었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표방하는 정당과 사회민주주의 표방하는 정당의 차이는 공기업 민영화하느냐 국유화냐의 차이다. 사회서비스원 생기기 전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됐고 거기 필요한 요양서비스 이미 민간이 하고 있었다. 갑자기 공공이 개입했다. 사회서비스원 조직을 문재인 정부 때 전국에 다 만들어 운영해 본 결과 능률과 효율이 안 오른다. 능률과 효율이 안 오르는데 시민 세금을 자꾸 지원할 수 없다. 당연히 개혁, 개선해야 한다. 교통방송과 비슷한 취지로 보면 된다. 민간이 하면 될 일을 공공이 해서 오히려 능률을 떨어뜨리고 예산낭비 시키고 있다. 운영 및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 출연금 의존도가 너무 높아 재검토가 필요해서 감액(서울시도 상당 동의), △ 사업수입을 더 올려야 한다. 민간보다 많은 급여를 받아가고 있다, △ 바람직한 근로행태를 보이지 않는다. 도덕적 해이한 조직이고 병가비율이 높다. 시의회에서 경고를 담아서 경고성 예산삭감을 했다, △ 돌봄은 민간시장이 하면 맞는 일. 민간이 하면 될 일을 공공이 해서 오히려 능률을 떨어뜨리고 예산낭비 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210억 원 중 142억이 삭감되어 운영의 위기가 닥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두고 서울시와 관계 책임자들은 공적 책임마저 부정하는 발언으로 공공돌봄을 향해 날 선 이야기를 내뱉고 있습니다.

 

 

4. 본문사진1.jpg

2022.12.15.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삭감예산 원상복구 촉구 기자회견.

[출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예산삭감 사유들 관련하여 시민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들

 

서울시와 의회, 오세훈 시장의 언급까지 예산삭감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 속에서 알아야 할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민간과 다른 정규직 조직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민간에서의 시급제 인력풀과 약화된 관리감독, 교육훈련시스템의 부재, 개인 간 매칭시스템은 이용자가 바라는 최소 수준의 서비스 정도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안정한 고용관계는 돌봄서비스의 불안정한 연속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공공돌봄 시스템을 바탕으로 공공성 투명성 강화를 위해 관리감독과 개인 간 매칭이 아닌 명령시스템 매칭과 안정된 서비스의 질 제고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노동강도, 전문성, 서비스 질 제고와 안정성은 시간적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은 월급제라는 사실입니다. 돌봄노동에서 월급제와 시급제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사례만을 두고 이야기하자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은 돌봄서비스만 수행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돌봄서비스가 주된 업무이긴 하지만 ‘돌봄’만이 이들의 노동이 아닙니다. 실제로 출근 후에 가정으로 이동하는 시간, 서비스를 준비하는 시간, 일지 등 행정 서류를 적는 시간 등 돌봄서비스 제공 외에도 여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의 현행 시간제 바우처 시스템상 돌봄서비스로 인한 수가만 수입에 반영되는 구조라서 아무리 열심히 돌봄노동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생활임금의 수입만큼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또한 전문성, 투명성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은 부족합니다.

 

이처럼 이용자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충분한 예산·구조가 아닌 민간의 열악한 임금과 운영구조는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불안정 노동 일자리의 표준으로 이어졌고 노동시장의 약자인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떠맡겨졌습니다. 결국 돌봄노동자들의 가치와 전문성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민간의 현행 시스템으로 인한 문제이지, 그것에 대해 공공 돌봄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이 많은 임금을 가져간다며 비난하는 것 자체가 돌봄노동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희생정신으로 돌봄을 지속하고 싶은 ‘천사’ 돌봄노동자는 없습니다. 지금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을 향해 퍼붓는 비난은 지금 다가올 미래의 서울의 돌봄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돌봄 현장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용자 중심이라는 것은 곧 노동자 존중과 같습니다.

 

마치며

 

만약 폐업이 된다면, 현재 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용자에 대한 돌봄 공백이 우려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원구의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일방적으로 폐업된 경험이 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민간처럼 이용자를 선택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좋은’ 이용자, ‘돈 많은’ 이용자만 골라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돌봄의 공공성이 갖춰야 하는 가장 큰 덕목 중에 속하는데 과연 민간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이용자들, 이윤의 논리로 돌봄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는 이용자들 또는 장애가 심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생존과 삶을 의존해야만 하는 이들은 어디에서 안정된 돌봄을 받아야 할까요?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취약계층들의 불평등 심화와 돌봄의 공공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권리, 그리고 앞으로 만약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돌봄인력(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교사)이 부족해진다면 수많은 서울시민들은 누구에게 돌봄을 받아야 할까요?

 

결국 공공돌봄 서비스에 지불 능력이 없는 시민들이 오로지 피해를 감당해야 합니다. 이렇게 공공돌봄을 예산문제와 연결시켜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축소와 구조조정을 하려 한다면, 신자유주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회적 돌봄이 같은 논리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은 다시 무너질 것입니다.

 

복지는 원래가 공공의 영역입니다. 국가에서 지원을 하는 것이지, 영리사업이 아닙니다. 그리고 돌봄 복지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노동자인 사람에게 투자해야 하는 일입니다. 무슨 월급도둑처럼 취급한다면 공공돌봄의 퇴행이고 배신입니다.

 

정치인들의 공공돌봄에 대한 부족한 이해로 인한 예산삭감 사태는 서울시민의 돌봄재앙을 부를 수 있습니다. 공공돌봄을 위기에 몰아넣은 이 배신의 정치를 절대 잊지 않고 거리에서, 그리고 서울시에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약자 간 싸움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과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