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12] 사무금융노조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돌아보기와 내다보기 / 김영재

by 철폐연대 posted Dec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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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바닥 일기

 

 

사무금융노조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돌아보기와 내다보기1)


 

김영재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미조직비정규실장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은 올해 대산별노조라는 큰 배를 완성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앞으로 그 배에 기존에 타고 있던 승객들과 함께 더 넓은 민주노조 운동의 바다를 항해할 새로운 승객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면서 양적으로 성장하고 질적으로 발전하는 대산별노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사무금융노조는 증권,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협동조합, 공제조합, 일반사무직, IT, 콜센터, 보험설계사 노동자들로 구성된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사무금융노조는 2011년 12월 출범하여 그동안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사무금융연맹)과 함께 사무금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었으며 지난해 말 사무금융연맹을 해산하고 올해 사무금융노조 대산별노조를 완성했다.

 

사무금융노조가 양적으로 성장하고 질적으로 발전하면서 민주노조 운동에 기여하기 위해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측면에서 그동안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앞으로 방향을 내다보고자 한다.

 

 

3. 본문사진1.jpg

2023.10.26~27. 사무금융노조 미조직비정규위원회-비정규센터 합동 수련회.

[출처: 사무금융노조]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성과와 사무금융노조 조직화 비교2)

 

먼저 사무금융노조의 미조직 조직화와 비정규직 조직화를 평가하고 전망을 찾기 위해서는 민주노총과 다른 산별연맹의 전략조직화 성과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여 년 동안 기금 모금, 조직활동가 양성, 핵심 조직화 대상 선정 등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하여 1995년 조합원 42만 명에서 2023년 120만 명을 넘어서는 조직 확대를 이루었다. 조직화 성과에서 의미심장한 것은 여성 조합원과 비정규직 조합원 비율이 높게 증가한 것이다. 여성 조합원이 2002년 12만 5,000여 명(21.1%)에서 2021년 40만 5,000여 명(41.0%)으로 증가했으며, 비정규직 조합원이 2014년 12만 1,000여 명(17.5%)에서 2021년 31만 3,000여 명(31.7%)으로 늘었다.

 

공공운수노조도 2002년 9만 2,000여 명에서 2021년 24만 5,000여 명으로 조직이 확대되었고, 공무원노조도 2012년 7만 6,000여 명에서 2021년 12만 9,000여 명으로 조직이 성장했다. 서비스연맹의 경우 그 성장이 비약적인데 2002년 1만 4,000여 명에서 2021년 10만 6,000여 명으로 확대되었다. 민주일반민주연맹은 2014년 4,800여 명에서 2021년 4만 3,000여 명으로 확대되었다. 보건의료노조는 2002년 3만 7,000여 명에서 2021년 8만여 명으로 조직이 성장했다.

 

이런 조직 확대 성과는 2017년 촛불 항쟁과 같은 대중 투쟁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지만 민주노총과 산별연맹들의 주체적 노력과 전략적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총 조직률 확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해외 주요 국가들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웨덴은 1995년 노동조합 조직률이 80% 중반이었는데 2015년 이후 60% 중반으로 감소했고, 덴마크는 같은 기간 70% 중반에서 60% 중반으로 떨어졌다. 영국은 30% 중반에서 20% 중반으로 하락했고, 독일은 20% 후반에서 10% 후반으로 감소했다, 일본도 20% 초반에서 10% 후반으로 조직률이 하락했다.

 

한국의 경제·정치적 역동성 속에서 새로운 노동시장 형성과 대중들의 정치 투쟁, 의식 성장을 배경으로 노동조합의 능동적 조직화 노력이 결합하여 나타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사무금융노조(연맹)의 경우 다른 산별연맹이 커다란 조직 확대의 성과를 이루던 시기에 눈에 띄는 성장을 하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 머물러 있었다. 2002년 7만여 명이었던 조합원 숫자는 2021년 그대로 7만여 명에 머무르고 있다.

 

2011년 산별노조인 사무금융노조를 설립한 뒤 노조와 연맹이 양립하는 가운데 두 조직 간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내홍을 겪으면서 조직적 차원에서 중장기 전망을 가진 전략조직화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하지 못했다. 미조직비정규 담당자 1명이 일상적 상담을 통한 미조직 조직화와 비정규 연대 사업에 머무르고 있었다. 

 

사무금융 우분투 비정규센터 설립 및 전략조직화 시작 

 

사무금융노조에서 실질적인 전략조직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2020년 하반기부터다.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계획에 발맞춰 각 산별연맹들이 적극적으로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한 것과 비교하면 사무금융노조의 전력조직화 사업은 상대적으로 많이 늦었다.

 

사무금융노조는 2019년 우분투재단3)을 설립하고, 이듬해인 2020년 9월 우분투재단의 재정 지원을 받아 사무금융우분투비정규센터(비정규센터)를 설립했다.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센터장을 맡고 3명의 활동가가 비정규센터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했다. 이런 조건에 힘입어 다양한 캠페인과 연구사업, 조직화 사업을 통해 의미 있는 연구결과 및 조직화 성과를 이루었다.

 

조직화 측면에서 보자면 비정규센터는 무엇보다 사무금융노조 최초 콜센터 지부인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를 조직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당시 에이스손해보험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근무했던 구로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였다. 이를 계기로 비정규센터 활동가가 적극적인 조직화에 나서 2020년 12월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를 설립하였으며 단체교섭 과정에서 하루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2019년부터 KB손보CNS 콜센터 노동자들을 물밑에서 접촉해 오다 2021년 회사 매각설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조직화를 진행하여 KB손보CNS지부를 설립했다. 두 조직은 지부 설립 뒤 최초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조직의 안정을 이루어 냈다.

 

아울러 그동안 보험설계사 개별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던 보험설계사지부가 최초로 사업장 중심 보험설계사 조직인 한화생명지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한편에서 보험설계사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보험설계사가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게 되고, 다른 한편에서 보험업계가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를 통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험설계사 처우가 악화할 가능성이 커져 보험설계사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욕구가 높아졌다. 한화생명의 제판분리 과정에서 설립된 한화생명지회는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507일간 천막 투쟁을 전개하여 기초협약을 체결하는 데 비정규센터가 지원을 하였고 현재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센터는 또한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지주로 매각되는 상황에 대응하여 2022년 KB라이프파트너스지회를 설립하고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센터는 아울러 농협중앙회 경제지주 사업장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이 심각한 농협하나로유통을 조직하기 위해 2022년 성남, 수원, 일산, 창원, 대구, 목포 등 현장 설명회를 진행하여 농협하나로유통지부를 설립했다. 농협하나로유통지부는 그동안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교섭 결렬과 쟁의조정 중지로 투쟁을 펼치고 있으며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가 비정규센터를 발족하여 나름의 전략조직화를 실천하면서 이같이 사무금융 사업장 내 미조직 사업장을 조직화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설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동안 비정규센터에서 큰 역할을 했던 기존 3명의 활동가들이 2022년 이후 차례로 퇴직하고, 노조 임원 선거 뒤 센터장이었던 수석부위원장이 현업에 복귀하면서 센터장까지 공백인 상태가 되었다.

 

사무금융노조는 퇴사한 3명의 활동가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3년 1월 비정규센터에 신규 활동가가 1명을 채용했다. 비정규센터에 소속하지 않고 미조직 조직화를 담당했던 활동가에게 업종본부 조직 담당, 미조직 조직화 담당과 함께 공석인 비정규센터 센터장까지 겸임하도록 하면서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조건이 되었다.

 

이런 조건에서 2023년 상반기는 비정규센터의 일상 사업을 진행하고 민주노총과 공동사업에서 최소 역할을 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센터 내부 활동 역량 취약성과 더불어 사무금융노조 소속 몇몇 정규직 지부가 사업장 내 하청 콜센터 노동자 투쟁에 외면하거나 회사 측 입장을 대변하면서 비정규센터의 콜센터 및 비정규 조직화 사업은 더욱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럼에도 비정규센터의 지난 3년여 동안의 성과인 콜센터 지부와 보험설계사 지회의 현장 간부들이 민주노총과 사무금융노조 투쟁과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다른 산별연맹 비정규 투쟁에 적극 연대하면서 비정규센터 인력 부족을 보완해 주었다. 아울러 민주노총 내 비정규 사업에 있어 사무금융노조의 위신이 추락하는 것을 막아 주었다. 민주노조 정신과 단결과 연대의 정신을 실천하는 비정규 사업장 지부장과 현장 간부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 지난 3년여 동안 비정규센터의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비정규 사업장 지부장과 현장 간부들의 적극적인 캠페인 활동으로 올해 2월 6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티시스 콜센터 노동자들이 11월 현재 120명의 조합원으로 성장하여 사무금융노조 티시스지부로 인준받아 세 번째 콜센터 지부가 된 것도 의미 있는 양적 성장이다. 영등포, 수유, 안양, 대전, 대구, 광주, 전주 등 전국에 있는 티시스 콜센터를 두 차례 이상 순회하며 조직화에 함께한 비정규 사업장 지부장과 현장 간부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직화에 함께했던 지부장과 현장 간부들이 미조직 조직화와 연대의 중요성을 배우게 되는 질적 성장도 큰 성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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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 티시스 콜센터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출근 선전전. [출처: 사무금융노조]

 

 

비정규센터를 통한 전략조직화로 지난 3년여 동안 비정규 사업장이 6곳이 조직되고 비정규 주체가 형성되어 사무금융노조에서 미조직비정규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대기업 금융직과 정규직 중심의 사무금융노조에서 그동안은 비정규직 문제는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시혜와 후원, 연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사무금융노조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권리를 쟁취해 나가고 미조직비정규위원회까지 구성하게 되었다. 

 

사무금융노조 전략조직화 대상 및 과제 

 

현재 사무금융직 노동자 가운데 금융직 노동자 숫자와 비율은 줄어들고 일반 사무직 노동자 숫자와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금융/보험업 비대면 업무 증가, 점포 및 지점 폐쇄 및 통합, 명예퇴직과 정년퇴직이 늘어나면서 금융/보험 사업장 노동자 숫자와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금융/보험 노동자 비율은 2008년 4.7%에서 2021년 3.3%로 줄어든 반면, 일반 사무직 노동자 비율은 2008년 19.9%에서 2021년 21.5%로 늘어났다. 상담/통계/안내 종사자 평균 연령은 2008년 32세에서 2021년 39세로 증가했고, 금융/보험 종사자 평균 연령은 2008년 35세에서 2021년 40세로 증가했다.4) 경영/회계 관련 종사자는 2008년 38세에서 2021년 44세로 평균 연령이 증가했다. 인구 구성 변동을 고려하면 사무금융노조는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으로 조직화 되어 있는 금융/보험직 노동자들의 조직률이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전국에 30~40만 명으로 추산되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있으며, 그 가운데 금융/보험 관련 콜센터 종사자만 5만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설계사들도 전국에 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콜센터 노동자와 보험설계사는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이자 다수가 여성들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앞으로 조직 확대를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장5)이자 임금이 낮은 일반 사무직 노동자들과 청년 노동자들을 조직화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전략조직화 이후 비정규직과 여성의 조직률이 높아진 것처럼 사무금융노조는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자이자 여성들이 다수인 콜센터와 보험설계사를 적극 조직해야 한다.

 

일반 사무직과 청년 노동자, 콜센터와 보험설계사를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금융 중심 정규직 조합원과 업종 간, 세대 간 긴장과 갈등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간접고용 콜센터 관리자가 정규직 지부 조합원이고, 보험설계사를 관리하는 지점장이 정규직 조합원이다 보니 현장에서 긴장이 발생하고 있으며 정규직 지부와 비정규직 지부 간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사무금융노조가 양적으로 성장하고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반 사무직,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하는 데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과 갈등 구조를 만든 자본에 맞서 단결할 수 있는 노동자 의식 교육과 문화 사업, 공동 실천(투쟁)을 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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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지난 10월 26~27일 진행된 사무금융노조 미조직비정규위원회-비정규센터 합동 수련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임.

2)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20년 평가와 전망 연구보고 토론회’(2023.10.12.) 자료집 [그림]과 [표] 참고 및 인용.

3) 우분투재단은 한국 사회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무금융 노사가 함께 사회연대기금을 출연해 만든 재단법인임.

4) 민주노동연구원(2022), <사무금융연맹 35년, 사무금융노조 10면, 평가와 미래전략>, ‘제2장 조직체계 진단과 조직 확대 전략 모색’ 표와 자료 참고.

5) 지역의 소규모 지점(각 지점이 개별 사업장)을 두고 있으면서 전국 규모인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공제조합, 수산업협동조합 등을 조직하여 서울의 금융 사업장 중심에서 전국 지역 조직 체계를 갖춘 산별노조로 성장 발전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