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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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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은 1908년 "노조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임금을 인상하라!"라는 구호를 내건 미국의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하는 날입니다.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은 1908년 "노조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임금을 인상하라!"라는 구호를 내건 미국의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당시 방직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와 악취가 가득한 지하실에서 빵 대신 먼지를 먹으며 출입문도 잠긴 채 하루 14시간씩 일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피복회사의 여성노동자 146명이 불에 타죽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분노에 찬 여성노동자들은 루투거스 광장에서, 무장한 군대와 맞서며 여성들의 정치적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요구했습니다.

매년 3월 8일이 되면 전 세계의 여성들은 이 날의 정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로부터 95년이 지난 오늘날, 경제 발전을 이루어 내는데 여성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동력을 형성하기 위한 조건을 모색하는 논의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지식기반-고부가가치 산업이 요구하는 전문성과 함께 높은 감수성과 창의력을 갖춘 여성인 력이 경쟁의 무기가 되며, 전체 경제구조에서 서비스업의 구성비가 높아지는데 발맞추어 '여성 인력'이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노동시장에 참가하는 여성들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이러한 높은 관심이, 여성들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변화했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감내하며 가족 내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이중고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현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늘날 여성이 처한 현실
현재의 경제시스템에서 '상품 생산'과 '노동 인구의 재생산'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집니다. 그 중 상품생산은 공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지만, 출산-양육을 비롯한 노동인구를 재생산하는 일은 '가족'이라는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생산' 노동은 아무런 대가도 주어지지 않은 채 여성들에게 떠맡겨 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노동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정규직보다는 임시직, 파트타임 등의 비정규직 혹은 비공식부문의 직종을 선택하게 됩니다. 전체 여성 고용 중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혹은 비공식 부문의 일자리는 대부분 고소득-전문직 종사자들의 활동을 보조하거나 금융 귀족들의 레저, 유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른 바 '하인 노동'입니다. 대다수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보험상품판매원, 방문판매원, 학습지 방문교사 등 이른바 '특수 고용직'은, 노동시장 내에서 숙련을 요하지 않는 부차적인 노동으로 간주되어 낮은 임금이 할당됩니다.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서,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금체불, 업무상 재해와 각종 부당노동행위, 인권유린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한편, 가족 내에서의 여성의 지위 또한 문제가 됩니다.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부차적인 지위를 할당받는 여성들은, 다시 가족으로 돌아오면 재생산 노동의 일차적인 책임을 누가 맡을 것인가에 관한 협상에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누군가는 주로 돈을 벌고, 누군가는 주로 가사를 책임지며 부수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 후자의 역할이 여성에게 주어집니다. 이렇듯 여성들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여성들에게 노동시장에서 부차적인 지위를 할당받도록 하고, 다시 노동시장에서 낮은 임금은 여성들의 노동이 가계 소득 구성에 있어서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도록 합니다. 이러한 성별 분업은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양성평등정책의 본질과 한계
지난 2월 25일 출범한 노무현 새 정부는 유래 없이 여성 장관을 4명이나 임명하는 등, 양성평등 실현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고 실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남아 선호사상을 부추기는 호주제를 폐지할 계획이고,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의원 등 선출직에 할당제를 도입하고, 여성공무원 임용묙표제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여성정책은 '어떻게 하면 여성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값싸고 안정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부담 없는 여성인력은 첨단 IT산업과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한 금융적 팽창이 경제 발전의 방향이 되는 오늘날 1차적인 활용 대상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급격하게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보며 '노동력 부족'을 예견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더 많은 여성들을 노동시장에 참가하도록 하고, 또한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러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극복하는 방안이라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가정과 직장의 양립을 위한 지원체계 확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차별 시정과 고용 촉진 기반 구축을 통한 남녀고용평등의 실현', '사회복지시스템을 통한 보육 지원' 등을 방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가족 내에서, 그리고 노동시장에서 부차적인 지위와 역할을 할당받는 여성들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합니다. '차별 시정을 통한 남녀고용 평등의 실현'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목표는 고용 기회에 있어서 평등을 약속할 뿐, 여성들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특징으로 하는 일자리가 집중되는 경향은 변화의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또한, '휴직 제도'와 '서비스의 종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출산 및 보육의 사회적 지원 체계 하에서도 여성들은 출산과 양육을 전적으로 떠맡을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육아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추가되는 비용을 감당해야만 합니다.

현재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여성들은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전반적으로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필수적인 사회서비스 관련 예산이 삭감되어 가계유지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은 부족한 가계 소득을 보충하기 위한 노동자 가족의 전략으로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적 서비스의 해체로 점차 늘어나는 가족 내에서의 재생산 노동 역시 그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어, 여성이 감당해야 할 노동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듯 여성의 이중노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재생산 시스템은, 가족과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을 계속 부차적인 지위에 머무르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여성이 제공할 수 있는 노동이 무한하지 않은 바에야 근본적으로 유지 불가능합니다. 이번 3·8 여성의 날은 여성들이 단결하는 날입니다. 현재의 여성정책이 '가정과 직장의 양립'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로, 여성들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감내하며 가족 내에서, 그리고 노동시장에서 부차적인 지위로 내모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려내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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