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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직장갑질119’ 활동 1년을 돌아보며

정현철 (‘직장갑질119’ 노동스탭,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미조직비정규국장)

 

11월 1일은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지 1년째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노동 상담 스탭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혀달라는 원고 요청을 받은 10월 30일, 하루 종일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이 벌인 희대의 갑질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1년 동안 한국 사회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갑질을 폭로하고 근절시켜보겠다며 활동했는데, ‘여전히 하나도 바뀌지 않았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어쩌면 뒤늦게 이렇게 알려진 것도 직장갑질119 때문은 아닐까’ 등등 여러 가지 상념이 들었습니다.

 

노조에서 이른바 조직담당자로 활동한 지 햇수로 17년째입니다. 그간 수많은 노조 설립 상담을 하면서 여러 난관을 뚫고 민주노조 깃발을 세우기도 했고, 그보다도 더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속에서 어떤 의문 하나가 점점 커져 갔는데, 조직된 노동자들을 담아내는 그릇이 노동조합이라고 할 때 “지금의 전통적인 조직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가?” 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제가 속해있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은 주요 조직대상이 제2금융권(증권,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과 일반사무직, 전문직 등으로 불리는 정규직 노동자들 중심인데, 실제 상당 부분 조직이 되어 있습니다. 결국 사무금융노조의 미조직 사업은 기존 영역 바깥의 보험설계사, 카드모집인, 채권추심직 등의 특수고용노동자와 콜센터 상담사, IT노동자 등 새로운 영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노조 조직 방식은 이들을 담아내는데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한 현재 노동운동의 상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있고, 심지어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처럼 고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있어서 가장 큰 저항세력은 다름 아닌 정규직인 현실입니다.

이렇듯, 정규직 노조에 기댄 채 그들의 선의와 호의만을 기다리다가는 노동조합 바깥의 수많은 중소영세․미조직․비정규 노동자를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직장갑질119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흩어져 있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조직되지 않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묶어내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저의 의문과 고민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희망도 보았습니다.

선정적 장기자랑 강요가 폭로된 한림대학교의료원 소속 5개 병원은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모여 투쟁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조직문화와 노동환경을 개선하였고, 임금을 상품권으로 받는 등 카메라 뒤에 숨겨져 고통 받던 방송스태프들도 노조를 설립했습니다.

또한 직장갑질119의 영향으로 서울남부(무료노동신고센터/노동자의미래), 제주(제주직장갑질119), 전북(전북직장갑질119), 충남(충남불법파견119) 등에서도 지역별 오픈채팅방이 개설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장갑질’이라는 문제를 전사회적으로 확산시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장갑질 근절을 약속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게 되었고 현재 법사위에서 발목을 잡혀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직장내괴롭힘금지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습니다.

   

한편 여전한 의문과 고민은 이런 것입니다. 오픈채팅방에서 넘쳐나는 노동자 개인들의 사연을 어떻게 밖으로 끄집어내어 집단화된 요구로 만들 것인가?!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게 자연스러웠다면 노조가입률이 10%에 불과하진 않았겠죠.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각자의 사연을 쏟아내고 있는 한국 사회 노동자들의 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저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저 역시 궁금합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직장갑질119를 통해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속으로 삭이며 울분을 삼키던 노동자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깨우치고 되찾기 위해 싸우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노동자의식을 조금씩 회복한다면 이것이 한국 사회 노동운동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하는 겁니다.

 

직장갑질119는 완성된 운동형태가 아닙니다. 계속 수정 보완하고 있으며 더 발전하고자 열려있는 단체입니다. 이 글을 읽는 <질라라비> 독자들께서도 이 새로운 실험에 과감히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려봅니다.

 

 

3 2018.11.19. 2018년 대한민국 직장갑질 지수 발표 기자회견 [출처 직장갑질119].jpg

2018.11.19. 2018년 대한민국 직장갑질 지수 발표 기자회견 [출처: 직장갑질119]

 

 

※ 직장갑질119는 정부나 기업의 후원 없이 140여 명의 노동․법률스탭이 자원 활동하는 민간공익단체입니다.

- 일시후원 : 농협 010-119-119-1199 직장갑질119

- 정기후원 : bit.ly/gabjil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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