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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2020년 공공부문 비정규 투쟁을 준비하며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2020년 비정규 공동투쟁의 기운이 모이고 있다

 

지난 1월 30~31일 공주 동학산장에서 공공운수노조 2020년 공공비정규 확대간부수련회가 열렸다. 공공기관, 중앙행정기관, 학교, 지방자치단체의 무기계약직, 용역, 민간위탁, 자회사 등 약 7만 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표자‧현장 간부 180명이 참석했다. 준비팀이 예상한 100명을 훨씬 뛰어 넘는 규모였다. 공공운수노조 비정규 사업장이 한데 모인 수련회는 2014년 이후 6년만이다. 2020년 대정부 공동투쟁의 기운이 현장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정부 정규직 전환 정책은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과 운동은 성장하였다. 최근 몇 년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조직률이 크게 늘었다. 정규직 전환의 기대로 또는 정규직 전환 이후의 실망과 분노로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무기계약직, 자회사 전환은 계약 해지로 인한 고용 불안을 줄여 전환 이전에 비해 노조하기 좋은 조건이 되기도 한다. 전환이 지연되고 있거나 전환에서 제외된 노동자들 역시 주체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누군가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스스로 조직하고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2017년 이후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의 투쟁은 지속되었고 이 과정에서 연대와 공동투쟁이 강화되어왔다. 2018년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 가스, 마사회, 국립대병원, 잡월드 비정규 노동자들이 공동파업을 포함한 공동투쟁을 진행한 바 있고, 2019년에는 국립대병원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민주일반연맹의 공동투쟁도 있었다.

 

이렇게 새롭게 조직되고 성장하고 있는 운동이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교육공무직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운동과 만나고 있다. 바로 그 시작이 2019년 7월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10만 총파업이었다. 교육공무직 중심의 파업이었지만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부문의 비정규직이 파업에 동참하였다. 무기계약직‧자회사 40만 명, 기간제, 파견‧용역, 민간위탁, 특수고용 노동자 60만 명을 합쳐 공공부문 비정규직 100만 명의 공동투쟁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파업의 위력은 엄청났다. 사회적 지지가 이어졌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요구의 정당성과 보편성이 확인되었다. 정부는 전환도 많이 했고 처우도 개선되었는데 파업을 한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고립시키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2019년 공공비정규 총파업은 정부에게 보내는 10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엄중한 경고였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수립에 나섰고, 2020년 <공공부문 공무직위원회> 추진으로 이어졌다. 2019년 공공비정규 총파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운동이 자신감을 갖고 더 큰 공동투쟁의 꿈을 꾸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의 예산통제와 제도적 한계 속에 현장 교섭의 벽에 부딪히던 조직들, 공동투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가능성에 대해, 성과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조직들이 대정부 공동투쟁을 자기 과제로 여기기 시작하고 있다.

 

 

2 2019.7.3. 공공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출처 공공운수노조].jpg

2019.7.3. 공공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출처: 공공운수노조]

 

 

이어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투쟁

 

아직도 전환이 완료되지 않은 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한다. 파견‧용역의 경우 전체 공공기관 중 187개, 28.2%(1단계 대상 기준)가 여전히 전환이 완료되지 않았다. 가스, 발전, 부산지하철, 출연연구기관 등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여전히 정규직 전환을 위해 싸우고 있다. 대부분 기관의 경영진이 자회사 전환을 고집하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3단계 민간위탁 부분은 정부 정책 후퇴 속 작년 한 해 동안 20만 명 중 단 1천 명만 전환되었다. 작년 민간위탁 노동자의 투쟁으로 전주시, 청주시, 경산시 등에서 직영화를 위한 협의틀을 꾸리기로는 하였으나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에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소각장 부문, 콜센터 부문, 지역 도서관 등에서 민간위탁 직영화를 요구하는 투쟁은 지속될 것이다.

 

전환에서 제외된 비정규직도 많다. 기간제의 경우 24만 6천 명 중 17만 명이 전환에서 제외되었다. 이들이 모두 일시‧간헐 업무에 종사하거나 이에 준하는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 영어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들이다. 이들은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여전히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억울하게 전환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추가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는 전환 숫자만 실적으로 치장하면서 적당한 수준에서 이 정책을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 현장에서 정부 가이드라인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 정규직 전환 투쟁은 더더욱 개별 기관의 투쟁으로 제한되고 기관의 버티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개별 정규직 전환 투쟁이 고립되지 않도록 연대를 넓히고 힘을 집중하여야 한다. 작년 한국도로공사, 국립대병원 직접고용 투쟁의 성과를 이어 전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본격화 되는 차별 철폐 투쟁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상당수가 저임금에 묶여 있고 같은 기관의 정규직(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정규직)과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기본급이 큰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복리후생에 있어 차별도 심각하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금이 월 20만 원 이상 올랐다고 하지만 같은 시기 최저임금도 그만큼 올랐음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전환 과정에서 전환자와 기존 무기계약직에 대한 단계적인 처우 개선과 차별 해소를 약속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 추가적인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공통의 처우 개선 기준인 식대 월 13만 원, 명절상여금 연 80만 원, 복지포인트 연 40만 원은 3년째 그대로다. 공무원은 식대 14만 원, 명절상여금 120%, 복지포인트는 가족과 근속에 따라 연 100만 원까지 받고 있다. 밥값, 명절상여금마저 차별을 강요하고 있다.

 

2020년 공공부문의 인건비 예산은 공무원, 공공기관 정규직, 무기계약직, 자회사 등 대부분 2.8% 수준에서 인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든 상위 임금 10% 수준의 정규직이든 임금이 똑같이 2.8%로 올라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사업장 임‧단투를 통해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은 매년 편성된 인건비 예산의 제약 속에 묶여 있고,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침에 의해 인건비로 쓸 수 있는 돈이 묶여 있다. 자회사는 여기에서는 자유롭지만 원청의 계약에 의해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개별 사업장 투쟁으로 이 한계를 넘어서기란 힘들다. 결국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고 처우를 개선하려면 정부의 정책이 바뀌고, 이에 따라 각종 예산 편성과 기준, 지침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정부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의지가 없어 보인다. 2020년 정부 업무보고 어디를 봐도 차별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은 한 줄도 들어 있지 않다. 정부는 올해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여전히 ‘공정’을 수사로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간 경쟁을 강화하여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직 등 노동조합 투쟁 역사가 오래된 부문에는 연공급이 도입되어 있지만 대부분 직종‧직무별로 세분화되고 승진이나 근속에 따른 보상이 매우 약한 직무급이다. 기존 정규직의 임금체계 개악도 문제지만, 비정규 단위 임금체계 개선 요구의 묵살과 차별적 직무급의 고착화는 더욱 문제다.

 

결국 2020년은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에 대한 약속 이행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정부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공무직위원회>에서 시작한 싸움 6~7월, 10~11월 총력투쟁으로 승부 본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정부 투쟁의 시작은 <공공부문 공무직위원회(이하 공무직위원회)> 대응이 될 것 같다. 정부는 작년 12월에 공무직위원회를 고용노동부 산하에 설치하는 훈령을 행정예고했으며 올 2월 중 훈령을 제정하여 3월부터 공무직위원회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공무직위원회는 공공부문의 공무직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범정부기구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교육부 차관급 등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공무직(무기계약직, 기간제)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기능에는 파견‧용역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공무직위원회 내에는 노동조합,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위한 발전협의회를 둔다. 발전협의회에서는 전체 회의와 공공기관, 중앙행정기관,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의 4개 분과협의회도 운영될 예정이다.

 

공무직위원회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구여서 정부 내 관장력이 우려되지만 어쨌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기구,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카운터 파트너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공무직위원회 산하 발전협의회는 그동안 노동조합이 요구해 온 노정교섭의 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공식화된 노정협의의 틀은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있는 반면, 정부와 전문가가 노동조합을 압박할 경우 불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상층 중심 협의로 흐르며 현장과 괴리되고 실질적으로 정규직 이해를 대변하는 한국노총의 산별조직이 대거 들어오면서 비정규 대표성이 더욱 축소될 수도 있다. 또한 차별 해소와 같은 비정규 노동자의 의제를 논의할 기회가 되지만 역으로 직무급 도입과 같은 정부의 추진 의제 역시 같이 방어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존재하지만 공무직위원회는 시작부터 2019년 총파업의 성과였고 성패도 현장 투쟁의 힘에 달려있음은 분명하다. 우려를 보완하고 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주도적 개입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공무직위원회 발전협의회 구성 과정에서부터 적극 개입하여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노정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대한 노정협의 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3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공무직위원회의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상반기에는 2021년 정부 예산안과 각 부문의 예산 편성 기준에 담겨야 할 시급한 차별 해소 과제부터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3월부터 협의를 본격화하여 쟁점을 형성하고 현장 임‧단투와 대규모 집회 투쟁을 함께 배치하여 6~7월 상반기 총력투쟁을 통해 내년 정부 예산안 편성 전에 일정한 성과를 내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하반기에도 공무직위원회 논의를 이어나가며 현장 임‧단투와 대정부‧대국회 투쟁을 집중하는 총파업‧총력투쟁을 10~11월로 준비하고 있다.

   

 

전체 노동운동이 함께 하는 노조 할 권리와 비정규직 철폐 법 개정 운동

 

비정규직의 투쟁이 공공부문만의 투쟁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전체 사회 비정규직 철폐의 마중물로 만들려는 노력을 정부 스스로 포기한 부분에서 가장 크게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와 달리 비정규직 운동은 부문을 넘어 더 크게 단결하여야 한다. 전체 비정규직, 나아가 전체 노동운동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중요한 의제는 바로 노조 할 권리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법 개정 운동이다.

 

올해는 총선이 있고 21대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어 시작하는 해이다. 내후년 봄 대선을 앞두고 그나마 국회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시기이기도하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전태일법’으로 묶어지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3권 보장과 간접고용 원청 교섭을 위한 노조법 2조 개정,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전면 적용에 더해, 상시‧지속 비정규직 사용 제한, 비정규직 등 고용형태 차별 금지, 위험의 외주화 금지 등을 묶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법 개정 운동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법 개정의 초점을 날카롭게 하는 것도 일점 돌파를 위한 좋은 방법이지만 이럴 경우 대중적 힘은 부족할 수 있다. 보편적이면서도 현장이 자기 과제로 움직일 수 있는 법안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대중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부문 무기계약직 단위에서는 공무직법 제정이 가장 중요한 법 제정 요구이지만 공무직만을 위한 법 제정 운동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법 개정 운동 속에서 공무직법 제정 역시 함께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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