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404] 쿠팡의 경영 전략 : 노무관리 및 여론관리 / 장귀연

by 철폐연대 posted Apr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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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법률 돋보기

 

 

쿠팡의 경영 전략 : 노무관리 및 여론관리

 

 

장귀연 • 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 소장 

 

 

 

지난 2월 13일 쿠팡 블랙리스트가 폭로되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용직이나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더 이상 일을 하도록 부르지 않거나(일용직) 재계약을 하지 않도록(계약직) 하는 명단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전국적으로 100개에 가깝지만 일단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어디에서든 또 언제든 다시 일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블랙리스트에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언론사 기자들도 이름이 올라 있어 쿠팡이 철저하게 언론을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쿠팡이 노무관리와 여론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쿠팡의 경영 전략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쿠팡은 쇼핑 플랫폼을 운영하며 기존 온라인쇼핑몰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네이버쇼핑, 11번가 등 다른 온라인쇼핑몰들은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며 각각의 판매자가 물류창고 관리와 발송을 맡고 택배사를 통해 배송하는 반면,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에 판매자들의 상품들을 입고해 두었다가 주문에 따라 출고하며 배송망도 직접 운영한다. 이렇게 물류센터와 배송을 직접 운영함으로써 빠른 배송과 일관된 고객서비스가 가능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여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소비자 대중을 대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는 가격, 품질, 서비스 등의 편의성이 가장 크게 작용하겠지만 사회적인 이미지와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하여 쿠팡은 노동자를 최대한 짜내는 방식으로 노무관리를 수행하는 한편, 다른 편에서 (노무관리를 포함한) 기업 경영에 대해 사회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도록 여론관리를 해 왔다. 이러한 쿠팡의 전략에서 특징적인 지점들을 짚어 보기로 한다. 

 

무너지는 직접고용 정책 

 

쿠팡은 물류 부문에서 독특하게 직접고용을 정책으로 했다. 쿠팡 물류센터는 다른 온라인판매점들의 물류센터와 택배사의 터미널을 겸한 셈인데, 자회사(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직접고용을 하고 있다. 다른 온라인판매사와 택배사가 물류센터 및 터미널에 이중 또는 삼중으로 도급을 주어 인력공급업체를 사용하는 간접고용을 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또 택배사의 지역 대리점(또는 집배점)에 해당하는 지역 캠프도 직접 운영하고 최종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배송기사도 직접고용을 한다. 일반 택배사의 경우는 지역 대리점과 위수탁 사업자 계약을 하고 대리점이 배송기사와 위수탁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배송기사는 원청과 직접 계약을 하지 않는 간접고용이자 고용계약을 맺지 않는 특수고용으로 일한다. 배송기사를 직접고용한 것은 쿠팡이 최초이자 거의 유일한 사례이다.

 

직접고용이라고 해서 모두 정규직인 것은 아니다, 물류센터에는 일용직-계약직-무기계약직이 섞여서 일하고 있으며, 배송기사도 수습 3개월 포함 우선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활물류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으로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쿠팡의 직접고용은 도드라진다.

 

이는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내세워 다른 온라인판매사들과 차별성을 부각함으로써 고객을 확보하려는 시장 점유 전략과 관계된다. 그를 위해서 물류센터와 배송을 직접 운영하고 노동자를 직접고용하여 안정성을 확보해야 했던 것이다.

 

실제로 쿠팡 초기의 광고는 빠른 배송보다는 오히려 고객을 만나는(당시는 지금 비대면 배송과 달리 대면하여 물건을 건네주는 방식) 배송기사를 직접고용해서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서비스한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었다. 그리하여 당시 쿠팡의 노동관계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는 노동자 고용을 안정시키고 그를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좋은 기업’의 이미지였고 쿠팡도 그를 피력하며 여론화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직접고용 정책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물류센터 부문은 설사 일용직이라 하더라도 일단 직접고용이 유지되고 있지만, 배송 부문에서는 직접고용 정책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송에서 직접고용한 쿠팡맨이 아닌 노동자들이 일하게 된 것은 2018년 쿠팡플렉스를 사용하면서부터였다. 이는 플랫폼노동으로 쿠팡에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이 앱을 통해 그날그날 캠프에 가서 자차로 상품들을 받아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2021년부터는 쿠팡퀵플렉스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이것은 지입차주들과 계약을 하는 물류운송업체(또는 대리점)와 계약하는 것으로 일반 택배사의 택배기사 사용과 같은 방식이다. 쿠팡은 최근 모기업에서 관리하던 배송 부문을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에 넘기고 있어 쿠팡(주) 소속이던 배송기사들과 캠프 관리자들이 2023년부터 쿠팡로지스틱스로 적을 옮기는 과정에 있으며, 대리점을 통한 간접고용-특수고용 배송기사의 원청도 쿠팡로지스틱스이다. 그러나 현재 쿠팡로지스틱스에서도 직접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구 쿠팡맨)를 거의 새로 채용하지 않고 쿠팡퀵플렉스를 확대하고 있다. 즉 배송 부문에서는 직접고용을 포기하고 기존 택배사와 같은 방식으로 배송기사를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배송 부문에서 직접고용 정책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노동력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쿠팡 직접고용 배송기사의 노동조건이 점점 열악해지면서 쿠팡친구(구 쿠팡맨)로 계속 일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쿠팡 초기에는 직접고용으로 차량 구입과 유지비 등이 필요 없다는 점 등이 배송기사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배송기사의 노동강도가 점점 더 심각하게 강화되었다. 쿠팡 배송기사는 직접고용이기 때문에 고정된 임금을 받는데, 물량이 많아짐에 따라 같은 물량을 소화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 택배기사의 소득과 비교해 볼 때 훨씬 낮아지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배송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쿠팡 배송기사를 계속할 유인이 사라졌고 퇴사율이 높아지면서 노동력 수급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은 임금을 올리거나 고용을 늘려 노동강도를 완화하기보다 기존 택배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간접고용-특수고용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고 할 수 있다.

 

음식배달서비스인 쿠팡이츠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음식배달기사는 기본적으로 고용이 아닌 프리랜서 형태로 노동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2019년 쿠팡이츠라는 이름으로 음식배달 플랫폼을 처음 열었을 때부터 직접고용은 아니었다. 단, 쿠팡이츠가 음식배달 플랫폼에 뛰어들었을 때 기존 음식배달 플랫폼과 차별성을 보인 것은, 지역 배달대행 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배달기사를 관리한다는 점이었다. 즉 기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의 음식배달 앱은 주문자와 음식점을 연결시키는 것이었고 배달은 전부터 지역마다 있었던 배달대행업체가 수행했다.1) 그러다 배달의민족에서 배민라이더라는 이름으로 일부 배달대행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배민 앱을 통해 배달을 수행하는 부문을 만들었는데,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전원 배달대행업체 없이 배달기사들을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또 쿠팡이츠는 한집배달을 내세워 기존 음식배달 플랫폼과의 차별성을 꾀했다.2) 배달기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경로상에서 여러 주문을 묶어 처리할 수 없어 불리하지만 배달수당을 비교적 높이 쳐 주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쿠팡이츠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쿠팡이츠도 배달대행업체(지사)를 통해 배달기사를 사용하는 부문을 만들었다. 이 역시 배달기사 부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비교적 높은 수당으로 배달기사를 끌여 들였지만 시장 점유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배달수당을 낮추자 쿠팡이츠 배달기사 유입이 줄어들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전업 배달기사들을 관리하는 지역 지사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말하자면, 쿠팡은 초기에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 또는 관리를 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 경쟁 업체들과의 차별성을 꾀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점 물량이 많아지고 노동조건이 열악해지면서 노동력 수급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이에 대해서 임금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기보다 다른 업체들처럼 간접고용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한 노동강도와 노동통제 : 기술적 통제의 적극적 활용과 해고 위협 

 

쿠팡의 일은 노동강도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쿠팡의 강한 노동강도는 계속되는 과로 죽음을 불러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최대한 노동을 짜내도록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노동통제를 위해서 IT기술 기반 기업을 내세우는 모양새답게 기술적 통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류센터의 경우 UPH(unit per hour)와 그에 근거한 관리자들의 인격적 통제가 문제가 되었다. 검수, 진열, 집품, 포장, 분류, 상차 등 전 공정에서 각각 개별 노동자가 PDA와 스캐너 등으로 입력을 하는데, 이것은 물건이 입고되어 출고되고 발송되는 흐름 과정을 보여줄 뿐 아니라 노동자 개인별로 일하는 순간순간이 실시간으로 입력되고 기록되는 것이기도 하다, 몇 분 동안 노동 기록이 올라가지 않으면 관리자가 달려와 모욕을 주고, 매일 UPH 순위를 게시하거나 시간별로 UPH가 낮은 노동자를 방송으로 불러서 망신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2020년 코로나19 집단감염을 계기로 쿠팡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상황과 인권침해가 여론화되면서 UPH 공개를 없애고 관리자들의 인격모독적 행위도 어느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UPH를 근거로 한 모독이나 괴롭힘을 삼간다는 것이지 개별 노동자의 UPH 기록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서, 블랙리스트에서 드러나듯 일용직의 호출이나 계약직의 재계약과 무기계약 전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공개된 것도 아니고 고정된 것도 아니라 물량이 많아짐에 따라 기준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 다수가 일용직이나 계약직이다. 일용직은 매일 지원을 하고 거기서 허락이 떨어져야 그날 일을 나갈 수 있으므로 하루 단위로 고용과 해고가 진행되는 셈이다. 계약직도 물론 계약만료 시 재계약이 되어야 계속 일할 수 있다. 최근 블랙리스트 파동에서 드러났듯이 쿠팡이 설정한 노동 수행 기준에 못 미치면(또는 산재를 신청했거나 노조 활동을 해서 밉보이면) 일용직을 부르지 않고 계약직에는 재계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해고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해고되지 않기 위해 개인별 UPH 기록이라는 기술적 통제 하에서 경쟁적이고 자발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이는 상황에 처해 있다.

 

배송 부문의 노동강도 역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물량이 늘어나고 노동강도가 강화되며 노동력 수급이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 대체로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처리하는 물량이 150가구 이하였지만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170~189가구가 보통이 되어 버렸고 현재 수도권에서는 200가구 이상, 심지어 250~280가구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원칙적으로는 휴식시간이 있지만 물량을 제 시간에 처리하기 위해서 휴식을 제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20년부터 휴식시간에 앱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앱이 잠겨지는데, 물량 자체가 많으므로 그 시간에 쉬는 대신 배송을 하고 앱이 풀린 후 배송완료로 한꺼번에 처리하는 상황이다. 물론 배송 과정에서도 이동경로가 실시간으로 추적되며 배송할 때마다 사진을 찍고 앱에서 배송완료를 처리하면서 기록이 된다. 다만 앞에서 말한 대로 직접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는 노동력 수급이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에, 노동수행 기록을 가지고 불이익이나 제재를 심하게 주는 일은 그다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하는 쿠팡 퀵플렉스의 경우는 다르다. 시간 내 배송수행, 프레시백 회수, 반품 회수, 주말 배송 등의 기준을 가지고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 아예 구역을 회수한다. 구역회수란 대리점에 할당한 배송 구역을 회수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구역이 없어지면 배송기사들은 당연히 배송을 할 수 없고 수입도 전혀 없다. 사실상 배송기사들에 대한 해고이기 때문에 생활물류서비스법의 표준계약서에서는 구역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되어 있고, 2021년 택배사들과 노조의 합의에서도 일정 기간 배송 구역을 보장하도록 했다. 그런데 쿠팡은 이를 지킬 생각이 없음을 천명했다. 직접고용을 하지 않은 퀵플렉스 배송기사들에 대해 쿠팡 기준의 노동수행을 하도록 통제하기 위해서 해고라는 무기를 놓지 않으려는 것이다.

 

음식배달 풀랫폼인 쿠팡이츠의 경우, 노동플랫폼의 특성상 기술적 수단에 기반한 노동통제와 그에 따른 제재가 오히려 비가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크다. 쿠팡이츠 음식배달기사의 노동과정은 다음과 같다. 쿠팡이츠는 한집배달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며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기존 다른 음식배달 플랫폼에서 배달기사들이 하던 ‘전투콜’ 방식과는 달리 ‘강제배차’가 된다. 즉 주문을 주변에 있는 여러 배달기사들에게 노출시켜 먼저 콜을 잡는 배달기사가 일을 하는 것이 기존 방식이라면, 쿠팡이츠에서는 AI에 의해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있는 한 명의 배달기사에게 콜을 보내고 배달기사는 그것을 수락하느냐 거절하느냐만 선택할 수 있다. 수락을 누르면 음식점으로 이동해 매장도착 버튼을 누르고 음식이 나오면 음식수령 버튼을 누른 후 고객의 집으로 배송한 후 사진촬영을 해 업로드하고 배달완료 버튼을 누른다. 이 과정에서 배달기사의 위치와 이동경로, 시간이 자동적으로 기록된다.

 

배달기사의 노동을 평가하는 기준들은 자동배차된 콜을 수락하느냐 거절하느냐의 수락률, 매장에 빠르게 도착했느냐의 매장도착시간, 고객의 집에 빠르게 도착했느냐의 고객도착시간, 배달과정 중 고객의 사정이든 배달기사의 사정이든 취소되지 않고 완료되었느냐를 보는 배달완료율, 그리고 배달 후 고객이 평가하는 평점 등이다. 이 중 매장도착시간과 고객도착시간은 과속을 부추켜 안전을 도외시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앱상에서는 노출되지 않게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보는 수집되고 있으므로 실제로는 불이익을 주는 데 계속 적용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평가가 낮은 배달기사는 콜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심하게는 아예 일감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제재를 받아도 배달노동자 자신은 알지 못할 수 있다. 콜 제한 등에 대해서는 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 알려 주고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하더라도 배달기사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하염없이 콜을 기다려야 한다. 어떤 기준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제재로 이어지는지 알 방법이 없다. 음식배달기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에서는 배차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쿠팡이츠서비스 측에서는 경영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지사를 통해 관리하는 쿠팡이츠플러스의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배달기사의 수락률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 지사에 불이익을 준다.

 

전체적으로 쿠팡 노동통제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개별 노동자의 노동과정이 실시간으로 자동적으로 기록되는 기술적 수단을 통해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 꼼꼼히 감시한다. 그리고 노동을 최대한 쥐어 짜내는 노동 수행 기준을 설정하고 노동자들이 이에 따르도록 하기 위해 해고를 무기로 삼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경쟁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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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쿠팡 블랙리스트 등 노무관리 전략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 [출처: 매일노동뉴스]

 

 

여론관리 : 구밀복검(口蜜腹劍) 

 

쿠팡은 초기부터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왔다. 소비자 편의뿐 아니라 노동자 고용과 대우에서도 좋은 기업이라는 점을 선전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쿠팡 노동현장의 실태가 폭로되면서 그런 이미지가 박살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착취를 부인하고 좋은 기업임을 주장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와 여론형성 작업을 하고 있다.

 

쿠팡은 뉴스룸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보도자료나 간헐적인 기업 홍보 수준이 아니라, 며칠마다 기업 홍보 영상과 뉴스를 제작해서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기업들 사이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이다. 그리고 쿠팡뉴스룸에서 제작한 홍보물 중 절반 가까이가 ‘직원’ 카테고리에 속해 노동자들에게 좋은 기업이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전반적인 기조를 보면, ‘직원과 함께 하고 복지가 좋은 회사’라고 매우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쿠팡은 언론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호적인 언론에 홍보성 기사를 싣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문제 등 쿠팡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박과 소송으로 문제 제기를 가로막는다. 전자를 위해서는 보도자료를 하루에 하나꼴로 배포하는데, 특히 경제지들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매우 자주 기사를 내고 있다. 주로 쿠팡을 ‘혁신’ 기업으로 띄워 주면서, 노동문제에 관해서는 고용 창출을 추켜세운다.

 

다른 한편 쿠팡에 비판적인 기사에 대해서는 강경한 어조의 반박문을 빠지지 않고 낸다. 쿠팡 노동문제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반박문을 내면서 그에 자료를 제공한 노조와 시민단체 들에도 하나하나 경고를 하고 있다. 반박문들의 마지막에는 단호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로 끝맺는다. 실제로 MBC, 한겨레, 일요신문, 프레시안 등에 대해서 고액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 중이다.

 

‘입의 꿀(口蜜)’처럼 노동자 복지에 신경을 쓴다면 노동자들의 대표인 노조와 협의하여 복지를 펴나가면 될 일이며 그렇게 노사관계를 수립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쿠팡은 실질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론관리에 신경을 쓰는 이상 노골적인 불법 탄압을 하지는 않지만,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판단하는 한 최대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업장 밖에서 농성을 하거나 재직자가 근무시간 외 선전활동을 하는 것은 일단 방치하되, 사업장 안에서 활동하면 침입이나 업무방해 등으로 경찰을 동원하는 것이다. 교섭의무 자체는 지키는 듯이 보이지만 막상 교섭 자리에서는 꼬투리잡기로 계속 지연을 시키면서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않는 방식이다. 또 사업장 노조 간부나 조합원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에서 드러난 것처럼 근무태만이라는 사유로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상급조직 간부나 시민단체 성원들에 대해서는 형사 및 민사 소송을 남발함으로써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고 한다. 실제 노조나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개선할 때에도 절대 그러한 문제 제기에 반응한 것이 아니라 사측의 ‘시혜’인 것처럼 포장하고 홍보하는 방식을 취한다.

 

요약해서 말하면, 쿠팡은 입에 꿀을 바르면서 노동자 복지에 신경 쓰는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한편, 뒤에서는 노조와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서 매우 강경하게 칼을 내리치고 있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전자를 위해서 유독 홍보를 많이 하고 있는 기업이면서 후자로는 교섭 해태와 더불어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시민단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노조를 고사시키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쿠팡의 소비자 동맹과 플래쉬 포인트 

 

텔렌 등에 따르면,3) 플랫폼기업은 소비자와의 동맹에 기반한 암묵적 합의를 바탕으로 가능한 한 플랫폼 규제가 사회적으로 여론화되지 않도록 ‘조용한 정치’를 추구한다. 소비자들은 실제 생활에서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플랫폼기업에 친밀감을 느끼며, 정치인들은 소비자들의 지지나 ‘혁신’에 대한 규제라는 프레임이 두려워 여론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딱히 제도적인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텔렌 등은 기업과 소비자 동맹이 깨지고 소비자 정체성이 시민 정체성으로 전환되는 사안을 ‘플래쉬 포인트(발화점)’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해 플랫폼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논의되고 마련되기 시작한다고 보았다. 이 플래쉬 포인트는 각 나라의 정치사회적 맥락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쿠팡이 초기부터 지금까지 기업 이미지 홍보와 여론관리에 특별히 공들이고 있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 동맹이 쿠팡 성장에 결정적인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배송, 싼 가격, 일관된 반품 정책 등 소비자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것뿐 아니라, 직원복지에 힘쓰는 좋은 기업, 첨단IT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으며, 쿠팡뉴스룸이나 기성 언론관리도 그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쿠팡의 플래쉬 포인트는 노동문제에서 터졌다고 할 수 있다. 쿠팡이 이 사안에 대해서 적극 부인하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시민들이 이 문제에 관한 한 쿠팡의 주장을 신뢰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쿠팡에 대한 소비자 정체성이 크게 깨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쿠팡의 성장이 노동착취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소비자로서의 편의성을 포기하기 어려워 암묵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쿠팡의 여론관리 전략은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소비자 동맹을 유지하면서 노조 탄압과 언론 통제를 통해서 최대한 노동문제를 이슈화하지 않음으로써 시민적 정체성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플래쉬 포인트는 발생하였다. 물류산업에서 야간노동 규제 등 플랫폼의 발달로 생긴 새로운 문제들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소비자 정체성에 기반한 동맹이 크게 깨져야 하는 것으로서 당장의 여론 수준에서는 아직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노사관계 수립, 노동환경과 노동강도 개선 등은 현재도 시민들의 지지를 충분히 받는 사안이다. 쿠팡이 직접고용 정책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도 노동짜내기를 통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는 징후라고 볼 수 있다. 직접고용을 하지 않으면서 쿠팡의 노동수행 기준을 맞추도록 강요하는 것은 곳곳에서 더 많은 문제들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쿠팡의 여론관리 전략에 대응하여 노조, 언론, 시민단체 등은 시민적 정체성을 환기시켜야 하며, 쿠팡 노동문제에 관한 정치권의 논의와 정부 감독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쿠팡은 고용 2위의 ‘블랙기업’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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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식점과 배달기사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는 바로고, 부릉 등이 있으며, 각 지역의 배달대행업체들이 이 플랫폼의 지사라는 형태로 배달기사를 공급하고 관리한다.

2) 현재는 세이브배달을 출시해 주문자가 좀 더 싼 배달료를 택하면 배달기사들이 2건 배달을 묶어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3) Thelen, 2018, “Regulating Uber: The Politics of the Platform Economy in Europe and the United States” Perspectives on Politics 16(4); Rahman and Thelen, 2019, “The Rise of the Platform Business Model and the Transformation of Twenty-First-Century Capitalism” Politics & Society 47(2); Culpepper and Thelen, 2020, “Are We All Amazon Primed? Consumers and the Politics of Platform Power”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