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010] 교육부는 임금 삭감 및 환수 조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 박혜성

by 철폐연대 posted Oct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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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교육부는 임금 삭감 및 환수 조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박혜성 •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우리도 교사> 작가

 

 

 

지난 6월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된 임금 삭감과 환수로 교육공무직 경력을 가진 기간제교사들은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투쟁을 계속 하고 있다. 이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는 지난 8년 동안 그들이 한 노동을 부정당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8년 동안 적용했던 경력 인정률이 잘못되었다며 호봉 정정을 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제일 먼저 이를 받아들여 호봉을 낮춰 임금을 삭감하고 환수를 시작했다. 교육부는 교사자격증 취득 전 교육공무직 경력(영양사, 사서, 상담사, 유치원교육보조, 전임코치, 특수교육보조원, 과학실험보조)을 80%로 인정한 것이 잘못이라며 50%로 낮췄다. 호봉을 낮춰 임금을 삭감한 것도 분통이 터지고 억울한데, 5년간 더 받은 급여를 토해내라고 한다.

 

교육부의 7월 현황조사에 따르면 환수와 삭감 대상자의 57%가 영양교사로 이들이 투쟁 중심에 있다. 영양교사들은 영양사 자격증으로 학교에서 근무하다 영양교사가 되었다. 영양사로 근무할 때와 영양교사로 근무할 때의 업무는 동일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하는 모든 업무가 영양사일 때와 영양교사일 때 다르지 않다. 그들이 교사자격증 유무를 기준으로 경력 인정을 다르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이다.

 

교육공무직으로 근무할 때도 임금과 복지 등에서 온갖 차별을 받았던 이들은 교사자격증을 취득해서 교사가 되면 차별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간제교사가 되어도 차별받는 현실에 답답하고, 교육공무직 경력도 차별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교육부의 임금 삭감과 환수가 매우 부당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처가 부당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호봉 정정은 8년간의 업무 숙련도를 무시한 것이다. 급여의 인상은 업무숙련도 인정과 물가 상승을 반영해 이뤄진다. 그런데 8년 전 급여수준으로 임금을 삭감함으로써 8년 동안 갈고 닦은 업무숙련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민간부문과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에 대한 차별적 개정이다. 동일한 업무에 대해 민간부문에서 근무한 경력은 100% 인정을 하고, 공공기관인 학교에서 근무한 경력은 50%만 인정했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다. 차별적 내용을 개정해야 하는 교육부는 오히려 예규를 개정해 차별을 공고히 했다.

 

셋째, 비정규직의 투쟁을 훼손한 것도 부당하다.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이유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차원에서 비정규직 중 상근직 유사경력을 호봉에 반영’하라고 했다. 2012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덕분이다. 교육부는 예규를 투쟁 전으로 후퇴시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훼손하고 있다.

 

넷째, 교육부의 잘못을 교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공무원 보수규정과 다르게 예규를 만들고 적용해 교육공무직 경력을 80% 인정한 것은 교육부이다. 교사들은 교육부에서 정한 대로 급여를 받았을 뿐이다. 교사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교사로서의 책임을 다한 교사들이 왜 느닷없이 채무자가 되어야 하는가?

 

4 오늘, 우리의 투쟁_2 기간제교사노조01.jpg

2020.7.11. ‘임금 환수 및 삭감 중단 촉구 기간제교사 집단 기자회견’ [출처: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기간제교사노조는 지난 6월부터 이 문제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부의 부당성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2천 명이 넘는 개인 서명도 받아 교육부와 경기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102개의 노동사회인권시민단체들의 서명도 받아 발표했다. 교육부, 교육청에 항의전화하고, 면담 요청을 하고, 임금 삭감 및 환수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8월에는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아침, 저녁으로 선전전도 하고 농성도 했다.

 

이런 투쟁의 성과로 교육부는 ‘강제로 환수하지 말고 당사자와 협의하여 분할 납부토록 한다’고 공문에 명시했다. 그러나 기간제교사들은 계약기간 때문에 학교로부터 압박을 받기도 한다. 올 8월말에 계약만료가 되는 기간제교사에게 계약만료와 함께 환수를 정리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 교사는 행정실담당자와 관리자에 맞서 교육부 공문에 따라 협의해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학교로부터 사과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호봉 관련 예규 총칙에는 ‘경력환산율표 적용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동안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종전에 인정받던 경력을 인정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예규 부칙에도 ‘예규의 개정된 내용에도 불구하고 종래의 호봉을 인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교육부가 현재 하고 있는 임금 삭감과 환수가 잘못되었다는 근거이다.

 

지난 9월 15일 교육부가 강은미 의원실에 보고한 것에 따르면 교육부는 환수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여 환수 대상자를 줄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교육부가 할 일은 분할납부 지시나 환수대상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임금 삭감과 환수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영양교사들은 꾸러미 업무(급식 재료를 각 가정에 발송하는 업무), 긴급돌봄급식을 제공해야 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급식이 없는 경우에는 급식 업무 외 일을 맡아 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등교 수업 등으로 학생 관리 및 방역 문제 등 맡아야 할 업무가 늘어났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교사들은 호봉 정정으로 사기가 저하되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 이런 교사들을 격려하고 보상을 줘야 할 정부는 격려와 보상 대신 임금을 삭감하고 환수하고 있다. 이것이 도대체 촛불의 열망으로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에서 할 일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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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15.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간제교사노조 기자회견에서 교육부의 임금 삭감과 환수 조치에 반대하는 퍼포먼스 진행 장면. [출처: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교육부의 이번 예규개정으로 발생한 임금 삭감과 환수는 정부의 예산 삭감정책과 맞물려 있다. 올해 기간제교사노조에 유난히 많았던 제보가 오래된 경력에 대한 증명서 제출 미비를 이유로 호봉을 낮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인정했던 20~30년 전 경력에 대한 경력증명서가 부족하다며 새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였다. 기간제교사들은 자신의 경력을 증명할 서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런데 20~30년 전에 경력이기 때문에 새 증명서 제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이 없던 시절의 경력이고, 근무했던 회사, 학원 등이 폐업해서 현재 운영이 되고 있지 않기에 새로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두 개의 학사 학위 중 하나를 경력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제한한 것이다. 올 5월 15일에 바뀐 예규에 사범대를 졸업하거나 교대를 졸업한 후에 다른 전공으로 대학에 편입을 하면 이 편입기간은 경력인정을 못 받게 되었다. 즉 국문과를 졸업하고 사대 영문과나 교대에 편입했을 때 또는 반대로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하고 일반대학에 편입했을 때 전공이 다르면 경력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전국에 수백 명의 교사들이 이 예규로 호봉이 깎였다.

 

이와 같은 것들을 미뤄볼 때 교육부가 예규를 개정한 이유가 교사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 교육부 예산은 2.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친기업인 재양성을 위한 것이다. 코로나 감염으로 정부는 기업주 지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예규 개정이 부른 임금 삭감과 환수는 비단 교육공무직 경력을 가진 기간제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간제교사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 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관련한 문제이다.

 

임금 환수와 삭감 반대 투쟁은 기간제교사노조가 시작했다. 임금 환수와 삭감 대상은 기간제교사와 정규교사의 규모가 거의 같다. 임금 삭감과 환수는 고용이 불안한 기간제교사들에게 생계 위협을 가져와 기간제교사를 중심으로 운동이 시작되었다. 반가운 소식은 전교조 인천지부에서 정규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호봉정정 피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또한 전교조 경기지부 역시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이 투쟁을 지지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교육부가 임금 삭감과 환수를 중단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기간제교사노조의 투쟁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