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02] 서울지하철 9호선 재공영화의 시작, 시민 안전과 노동자 권리를 담자 / 전장호

by 철폐연대 posted Feb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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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지역에서 철폐연대 동지들은 

 

서울지하철 9호선 재공영화의 시작, 시민 안전과 노동자 권리를 담자

전장호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위원장, 철폐연대 회원)

 

 

노동권과 시민 안전 위협하는 민영화 ‘지옥철’ 9호선의 다단계하청구조

 

서울에는 1~9호선의 자하철이 있다. 1~8호선은 서울지하철공사와 서울도시철도공사로 나뉘어 건설, 운영되었다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었다. 서울시가 직접 출자한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9호선은 이들과 아주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9호선은 총 3단계로 나누어지는데 1단계는 김포공항역~신논현역, 2단계는 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2018년 12월 1일 새로이 개통한 3단계는 종합운동장역~중앙보훈병원역이다. 9호선은 서울교통공사 소속이 아닐 뿐만 아니라 두 개의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한국 최초의 민영화된 지하철이다.

 

이는 1999년 서울시가 9호선 건설사업안을 계획하고 2000년대 들어 사업을 확정할 때부터 결정된 상황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들어오면서 민영화가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민영화는 2000년대 들어 민간투자사업으로 확장되었는데 바로 9호선이 민간투자, 민간위탁의 전형적인 모델이 되었다. 2009년 개통된 1단계 구간은 하부구조(선로 및 토목공사)는 서울시의 재정으로, 상부구조(전력과 차량 및 역사)는 수익형민자사업으로 건설되었다.

이렇게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서울시는 9호선 지하철의 1단계 운영권을 30년간(~2039년) 민간사업자에게 위탁한다. 위탁받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주)는 건설투자자와 금융투자그룹 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시행사로, 민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만 담당하는 회사인데 2016년 기준, 직원 수가 16명에 불과하다. 당연히 지하철 운영과 관리에 아무런 경험과 지식이 없는 서울메트로9호선(주)는 다시 서울9호선운영(주)라는 회사에 9호선 운영과 유지 관련한 업무를 2023년까지 위탁했다. 서울9호선운영(주)는 프랑스 파리교통공사의 자회사인 베올리아가 만든 운영사로 파리교통공사의 해외사업 부분을 담당한다. 그리고 서울9호선운영(주)는 차량 정비 및 유지‧보수 업무를 메인트란스(주)로 위탁했다. 메인트란스(주)는 현대그룹계열사인 로템이 설립한 자회사이다.

2014년 개통된 2단계와 2018년 12월 개통된 3단계는 건설비용 전액이 국비와 시비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교통공사(1~8호선 지하철)에 운영권을 위탁했고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다시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2, 3단계를 재위탁했다.

 

이처럼 서울지하철 9호선은 민간다단계의 아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가 본격화되었던 2000년대 초반, 오세훈‧이명박 등 전임 서울시장들은 이러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서울지하철 9호선을 민영화와 민자사업의 롤모델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9호선의 기형적인 다단계구조는 당연히 노동자들의 임금감소 및 노동조건의 악화를 가져왔고, 이용객인 시민의 안전에 대한 책임은 방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민영화는 결코 노동자와 시민의 편이 될 수 없다는 저항을 불러왔다.

 

 

투쟁의 시작, 9호선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시민사회의 연대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9호선에 두 개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모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소속으로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1단계)와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지부(2. 3단계)이다. 2017년 11월 30일 1단계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시민의 안전을 위한 9호선 노동자들의 첫 번째 파업이었다. 이 파업은 시민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으며 9호선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옥철’이라는 수식어가 9호선에 붙으며 이용객은 물론 서울시민 모두가 9호선의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분노했고 기형적인 민간다단계구조와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었다. 그리고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지원대책위가 출범했다.

파업 이후 지원대책위는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노동시민단체가 참여한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이하 ‘대책위’)로 확대 전환해 9호선의 완전공영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책위의 요구는 명확하다. 9호선을 재공영화 하는 것이다. 9호선 1, 2, 3단계의 소유권 및 운영권을 서울교통공사로 이전해 지하철 1~8호선과 함께 통합 운영함으로써,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안전과 운영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책위는 9호선 이용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공영화에 대한 설문조사 사업, 9호선 시민과 함께하는 역사콘서트, 공영화를 위한 진보정당과의 정책협약식, 대시민 선전사업 등을 전개했다.

 

그 결과 2018년부터 조금씩 진전을 이루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2단계 노동조합과 대책위는 투쟁을 통해 2020년 2, 3단계 구간에 대해 서울교통공사의 직접운영과 직접고용 합의를 이끌어냈다. 즉각적인 공영화가 아닌 서울교통공사의 독립채산제(CIC) 방식으로 1~8호선과의 통합은 아니지만, 2020년까지 CIC 방식으로 운영하고 이후 방향은 재논의하는 것으로 이는 매우 소중한 성과이다.

또한 대책위와 1단계 노동조합은 2018년 12월 13일부터 서울시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며 서울시청 앞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프랑스 운영사 즉각 퇴출, 다단계 외주화 구조 철폐와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9호선 공영화를 앞당기기 위해 서울지하철 9호선의 진짜 주인인 서울시민과 9호선 노동자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대책위는 34일간의 서울시청 앞 천막농성과 촛불집회 그리고 노동조합의 파업 결의까지 한파 속에서도 서울시를 압박하는 투쟁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월 18일 서울시는 프랑스 운영사의 위탁계약 해지를 최종 발표했다. 프랑스 운영사의 퇴출은 민간다단계구조의 한 단계를 제거한 것으로 9호선 공영화로 가기 위한 소중한 디딤돌이다.

 

 

3 2018.11.13. 9호선 공영화 촉구 기자회견 [출처 9호선안전과공영화시민사회대책위원회].jpg

2018.11.13. 9호선 공영화 촉구 기자회견 [출처: 9호선안전과공영화시민사회대책위원회]

 

 

9호선 재공영화의 단초를 만든 프랑스 운영사 퇴출

 

그러나 서울시의 발표는 서울시민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반쪽짜리 대책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발표는 운영사 퇴출과 민간시행사의 직접운영 외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 그간 지하철 9호선은 수익성을 이유로 충분히 열차를 배치하지 않아 심각한 혼잡과 불편을 야기해왔다. 그런데 열차운행 횟수문제와 차량 증설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개선 대책도, 인력 충원과 장시간노동 및 저임금 등 9호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방안도 담기지 않았다. 심지어 프랑스 운영사 퇴출로 발생하는 절감비용(연간 120억 원)을 공공성 강화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내용도 빠졌다. 9호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문제가 산적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멈춰 있고, 지난 11월 28일로 서울교통공사의 독립채산제로 전환한 9호선 2단계 구간(언주~종합운동장)의 인력충원 문제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서울시민의 요구인 9호선 완전공영화에 대해 서울시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9호선의 문제는 민간다단계구조와 열악한 노동환경이 9호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한편 공공재로서의 지하철을 민간자본의 이윤창출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에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을 시민이 안전하고 노동자에게 좋은 일터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지하철 1~8호선처럼 서울교통공사로 통합해 책임 있게 운영하는 공영화가 유일한 방안이다.

프랑스 운영사 퇴출은 시작에 불과하다. 금융투기자본인 시행사, 차량 정비만을 담당하는 현대차그룹 계열 민간자본 메인트란스, 선로유지보수․청소환경․시설관리 용역업체들로 구성된 민간다단계구조를 철폐하고 진정한 공영화로 나아가야 한다.

 

9호선을 시작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각 지자체의 전철사업(경전철 포함)에서 민간투자와 민간위탁을 토대로 한 민영화가 본격화되어 왔다. 공공성이 지켜져야 하는 대중교통은 마구잡이식 민간위탁에 노출되고 있다. 9호선의 문제만이 아니다. 공항철도를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궤도사업에 대한 재공영화를 위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사유재산이 아닌 사회공공재이며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임을 분명히 하고, 자본의 배만 불리는 공공부문 민영화를 노동자 시민과 함께 재공영화로 바꾸는 투쟁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