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811] 파견법 20년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에 미친 영향 / 최정우

by 철폐연대 posted Nov 12,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파견법 20년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에 미친 영향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 국장)

 

 

 

1.jpg

2018.10.13. 『파견법 폐기, 간접고용 철폐 2018 파견노동포럼』 3섹션, 발제하는 필자 [출처: 철폐연대]

 

파견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다. 1998년 파견법이 제정되고 그해 민주노총은 대정부 5대 요구 중 첫 번째로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를 내걸었다. 그리고 20년 전 파견법 제정의 우려는 현실화되었다. 정규직노동자를 비정규직노동자로 대체했고, 음성적 중간착취를 합법화했다. 파견 금지대상 업종은 위장도급과 각종 편법으로 비정규직 양산의 기폭제가 되었다.

20년간 변함없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운동 진영은 파견법 철폐를 외쳐왔고 투쟁해왔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고, 특수고용의 확대와 함께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동의 질은 악화되고 있으며, 원청의 책임은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 또한, 파견법을 피해 진화하는 파견업체와 위장도급은 이를 더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변화의 속도 아니, 미래는 오히려 먹구름이다.

이런 현실에서 먹구름을 걷어내고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이다. 촛불항쟁 이후 비정규노동자 조직화는 빠르진 않지만 순항하고 있고, 작은 물결은 큰 물결이 되어 우리 사회 비정규노동자의 큰 투쟁으로 몰아칠 것이다.

 

정확히 알 수 없는 간접고용‧파견노동자의 규모

우리 사회의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제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체가 공시한 소속 외 근로자의 규모, 공공부문 비정규 고용개선 시스템의 공공부분 비정규직 규모를 통해 추산하고 있다. 특히 파견노동자의 규모는 고용노동부가 반기별로 공시하는 근로자파견사업 현황을 통해 발표하기는 하지만, 파견허가업체 등록현황에 따른 현황 발표만으로는 미등록 업체를 통한 불법파견, 파견금지 업종에 대한 위장도급, 일시‧간헐적 업무로 위장한 단기파견에 대한 규모는 파악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다만 파견허가 업체수가 1999년 1,244개에서 2017년 6월 2,464개로, 파견노동자수는 53,218명에서 118,467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을 통해 파견노동자 수를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직업소개업, 파견업을 겸업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고 전국화 대규모화된 생산도급전문업체와 용역파견업체는 취업경로 자체를 간접고용노동자를 양산하는 구조로 고착화하고 있다.

 

간접고용 일자리 질 악화의 근원

공공이든 민간이든 바늘구멍보다 좁은 사업체의 정규직일자리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가릴 것 없이 간접고용노동자들은 불안정 고용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첫 번째 요구일 것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지만 진짜 사장인 원청은 ‘하청업체 소속이라 우리와 관계가 없다, 우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바 없다’며 뒤로 빠져 있다. 1998년 파견법 제정 후 현대, 기아 등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투쟁과 KTX, 기륭 투쟁은 파견법 철폐의 정당함을 각인시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파견법이 제정되었지만 파견대상 업종 파견노동자 확대는 기본이고, 파견금지 업종을 불문하고 근로자 파견사업이 확대되었다. 우리 사회 전반이 그렇겠지만, 1998년 구로공단에 있었던 나는 그 당시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다. 그때 내가 다니던 회사는 우량 중소기업이고 거래소 상장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임금체불로 오늘내일하는 위기에 있었다. 당시 파견법에 대해 지역도 어떠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니 솔직히 신경도 쓰지 못했다. 이후 구로공단에는 직접제조생산공정에 아무런 제약 없이 파견사업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공단 구인게시판은 사라지고 벼룩시장의 파견업체 광고를 통해서 취업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취업경로 자체가 파견노동자로 고착된 것이다.

이후 공공기관, 대학, 유통, 제조업, 공단(산업단지), 방송통신, 공항, 콜센터, 기술서비스 등 전 산업 직종에서 파견법은 간접고용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용역, 파견, 민간위탁, 하도급, 아웃소싱, 소사장 등 원청 사용주 책임의 외주화, 기형적 노동시장 확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파견

우리 사회 경제가 대기업‧재벌그룹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재벌그룹의 비정규직 양산은 심각하다. 고용형태공시제로 드러난 자료에는 대기업 간접고용 비율이 3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투쟁에서도 원청인 재벌총수 처벌은 고사하고 조사조차 없는 참담한 현실, 공공부문이나 대기업부터 중소규모 사업체까지 점차 확대된 자본의 간접고용화 기술(?)은 글로벌화, 선진경영기법으로 포장되었다. 대규모 아웃소싱 업체를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정부가 표창하는, 이른바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자본을 위한 파견인 것이다.

삼성전자 불법파견 무혐의에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작년 파리바게트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불법파견 투쟁, 최근 하이마트의 불법파견 등은 대기업의 불법에도 아랑곳없이 봐주기로 일관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 대기업 불법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며 중소업체는 따라 배우고, 파견‧위장도급 업체는 대규모로 확대되었다.

 

2.jpg

2018.10.8.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서울고용노동청 점거 및 단식투쟁을 지지하는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완전 종식 선언’ 신문광고 [출처: 한겨레]

 

심각한 공단(산업단지) 위장도급‧불법파견

“당사는 글로벌 생산전문 도급업체로 삼성‧LG전자 등의 우수 협력업체로 월수 3백을 보장합니다. 반도체, 냉장고, LED, 자동차부품, 의료기기, 식품 등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한 첨단 하이테크놀러지 기업입니다.”

이 구인광고는 “당사는 파견법상으로 직접생산공정에는 파견을 할 수 없어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현대‧기아 사내하청처럼 도급으로 위장한 회사입니다. 하루 12시간 교대노동이나 특근을 빼먹지 않으면 월수 3백을 받을 수 있는데 당신의 건강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당사는 한두 곳만 위장도급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다양하게 위장도급을 하고 있고 규모도 크답니다. 일하다 힘들어 못 버티면 바로 다른 위장도급을 소개해 줄 수 있습니다. 힘들어 못 버티는 건 당신 체력이니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 잘 견디면 누가 알아요? 정규직이 될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요즘 누가 촌스럽게 정규직 뽑아요? 글로벌 생산전문 도급업체로 오세요!!”

공단(산업단지) 불법파견, 위장도급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파견업체 3개월 근무 후 3개월 기간제, 6개월 후 정규직이라는 구인광고가 눈에 띈다. 나름 불법파견을 피해가려는 꼼수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국가고용전략 2020’이라는 명목 하에 민간고용서비스기관의 대형화와 공적영역으로 자리잡아야 할 고용서비스가 민간산업화했고 이를 고용창출 우수기업이라며 치켜세웠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이어받아 “통닭집하지 말고 파견직으로 취업하라, 파견법은 일석사조쯤 된다, 파견법만 통과하면 한 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정신 나간 말을 정점으로, 촛불항쟁의 직격탄을 맞으며 탄핵되었다. 그러나 촛불항쟁이 있고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변화는 체감하기 힘들다.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의 정규직화가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지만 진짜 사장 원청이 책임지라는 원청사용자성 쟁취, 그리고 노조법 2조를 개정해 노동조합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요구의 쟁취는 아직 멀기만 하다.

 

촛불항쟁 이후 간접고용 노동자 조직화

간접고용 형태인 파견‧용역노동자의 조직률은 2.7%로 파견‧용역노동자 89만 8천 명 중 2만 4천 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간접고용 신규조직화는 증가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016년~2018년 7월 사이 약 2만 4천 명의 조합원이 증가했다. 이 중 71%가 비정규직 조합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금속노조는 2017년 상반기 49개 사업장 18,196명의 조합원이 확대되었고 이 중 15개 사업장 2,336명이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2018년 5월 촛불항쟁 이후 민주노총 조합원 확대 현황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사응답 사업장 184개 중 71개 사업장이 비정규직 사업장으로 나타났다.

이후 공공, 민간을 가릴 것 없이 비정규직노동자, 특히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가 관건이 되었다. 공공‧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가 탄력을 받고 있고, 조직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처우 개선과 온전한 정규직화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제 공공부문 용역‧파견, 민간위탁, 사회서비스 노동자 조직화와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직화의 탄력이 민간부문 비정규직 조직화로 옮겨 붙어야 한다.

장시간 저임금, 단기 계약으로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녀야 하는 파견노동자 조직화를 위해서는 노동조합 할 이유를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설득하고 공감대를 얻기 위한 꾸준한 사업 전개가 필요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상반기는 임‧단협 투쟁, 하반기 정기국회는 법제도 개선 투쟁이 고정화되어가고 있다.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조합원과 함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절감하고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7년 민주노총은 간접고용노동자 5대 요구를 마련했다. 임금, 안전, 노조할 권리, 원청사용자 책임, 간접고용 근절, 상시‧지속업무 직접고용, 노동기본권 보장 법제도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 파견법 제정 20년이 가져온 간접고용의 확산에 우리는 원청사용자성 쟁취, 노조법 2조 개정 등을 통한 간접고용노동자 노조할 권리 보장, 현대판 인신매매제도 파견법 폐지를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조직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공동투쟁과 함께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않은 간접고용노동자들과도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펼쳐야 한다. 반복되는 불법파견, 상시‧지속 일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문제, 노동기본권을 유린하는 문제들에 대한 사회쟁점화를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파견법 철폐 투쟁을 기본으로 가장 열악하고 낮은 일자리인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당사자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단기파견‧단기계약의 불안정고용으로 사업장 단위 조직이 불가능하고, 안정정인 교섭이 어려운 파견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새로운 모델과 교섭 전략을 창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