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03] 모든 건설노동자와 국민에게 더 안전한 현장을! / 이승현

by 철폐연대 posted Mar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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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모든 건설노동자와 국민에게 더 안전한 현장을!

- 산업안전보건법 통과 이후 건설업 사망사고 감소를 위한 과제

이승현 (건설노조 정책국장)

 

 

2018년도에도 건설업은 중대재해와 사망사고의 온상이었다. 정확한 통계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추정사망자는 400~450명 수준으로 보인다. 건설현장에서만 하루에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18년도 중대재해 등이 발생한 산재불량 사업장 명단에서도, 건설업이 전체 업종의 56%를 차지했다. 이 명단에는 대림산업, 대우건설, 호반베르디움 등 소위 1군 업체들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1월 25일에도 김포의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건설노동자가 전복된 레미콘 차량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함께 일하고 웃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며, 함께 살아가던 동료가 이렇게 매번 비극적인 사건으로 사망할 때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은 다단계 하도급으로 운영되는 산업의 전형이다. 대부분의 작업이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진 구조 속에서 진행되다 보니, 중대재해와 사망사고도 대부분 하청노동자들에게 발생한다.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이다. 건설업 50억 원 이상 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88.4%가 하청노동자이다.

   

28년 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건설업 사망사고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까?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건설업에 대한 별도의 절 신설, 건설기계 원청 책임, 특수고용직 산안법 일부 적용, 건설업 발주처 책임 신설 등이 포함되어, 건설업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건설기계 사고 원청 책임은 타워크레인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기계는 시행령으로 위임이 되어 있다. 건설기계에 의한 중대재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 건설기계 27개 기종의 사고 모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이미, 재작년 연이어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강서구에서 이동식 크레인이 전도되어 버스 정류장을 덮쳐 정류장에 대기 중인 시민 1명이 사망한 사고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대형화된 건설기계 장비의 사고는 비단 건설노동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의 산안법 적용도 구체적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다. 안전교육 등 극히 일부만 적용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다. 어차피, 원청은 ‘건설현장’이라는 장소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건설기계 장비 운전사의 법적 지위를 확인하여, 장비 소유주는 안전보건 대책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건설현장’이라는 장소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이익과 책임을 모두 가지고 있는 원청이 책임을 지는 것이 산안법 개정 취지에도 맞다.

 

더욱이 건설현장의 고층화·대형화와 맞물려서 건설기계 장비의 사용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과 복잡한 임대구조 속에서 건설기계가 안전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장 안전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원청에게 책임이 더 강하게 부여되어야 한다.

 

 

2 2018.10.20. 건설노동자 결의대회 [출처 건설노조].JPG2018.10.20. 건설노동자 결의대회 [출처: 건설노조]

 

 

특히나,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조종사의 대부분이 특수고용직 노동자이다. 건설기계와 연관된 중대재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건설기계 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과 함께, 조종사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의무가 반드시 부여되어야 한다.

 

이미, 개정 산업법 77조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하여 사업주에게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76조에서도 건설공사 도급인(원청)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계·기구·설비 등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해당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내용이 개정 산안법 38조와 39조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를 결코 다르게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발주처의 책임도 무척 중요하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관급공사의 비중이 여전히도 매우 높다. 공공공사의 경우부터, 발주처가 현장 안전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발주처 책임의 경우, 구체적인 대상이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다. 이번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사망사건에서 보듯이, 전력산업에서 일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발주처가 책임을 져야 한다. 발전업무 뿐만이 아니라, 배전업무도 마찬가지이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건설공사’에 ‘전기공사업법에 따른 전기공사’가 반드시 포함되어, 배전‧활선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해 한국전력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사실, 현장에서는 법이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건설회사들은 툭하면 법대로 하면 공사 못 한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러다 보니 법을 개정하는 것만큼이나, 개정된 법이 현장에서 준수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안전교육은 이미 의무적으로 사업주의 의무로 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노동자들 모아서 음료수 한 잔 먹고, 사진 찍고, 교육 받았다고 서명하라고 한 뒤, 잠깐 쉬다가 다시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 식이다. 따라서 개정된 법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어 실질적으로 중대재해 및 사망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의 감독과 사용자의 법 준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어떤 건설노동자도 죽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건설노동자라는 자부심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건설현장에 들어가면 입구에 “웃으면서 출근하고, 웃으면서 퇴근하자”고 적힌 현수막이 많이 부착되어 있다. 건설노동자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안전한 현장을 위하여, 건설노동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2019년에도 열심히 싸워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