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712] 시간강사법 폐기의 이유와 대안의 방향 / 임순광

by 철폐연대 posted Dec 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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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법 폐기의 이유와 대안의 방향

임순광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2017년 10월 30일, 우리는 대학공공성강화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학공공성공대위)와 함께 시간강사법 폐기, 사학비리 척결, 박근혜식 대학파괴 평가사업 중단, 대학의 민주성과 자율성 회복 등을 내걸며 청와대 옆 청운·효자주민센터 앞에서 텐트농성에 돌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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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30. 대학공공성강화공동대책위원회 텐트농성 돌입 [출처: 필자]

 

시간강사법은 비용절감과 노동통제를 위한 교수직의 비정규직화 연장선상에서 도입된 것이다. 1962년 대학시간강사제도, 1975년 교수기간재임용심사제도, 2002년 교수계약제, 2003년 비정년트랙교수제, 2011년 산학협력교원과 학생지도·교육·연구가 분리된 반쪽짜리 전임교원 도입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2011년 시간강사법 도입 후 시행 준비(고등교육법 일부개정), 비정규직인 비정년트랙교수를 전임교원확보율에 포함, 비전임교원인 겸임·초빙교수를 교원확보율에 포함한 일련의 조치들은 정권과 자본이 교수직을 비정규직화 하는 과정에서 취한 것이다.

당초 교육부는 권한 없이 차별받는 강사를, 시간강사법을 이용해 100% 전임교원확보율에 반영하려 하였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향후 대학은 의무적으로 대통령령에 따라 뽑게 되어 있는 정규교수 대신 가장 열악한 처지의 비정규교수로 대학을 운영하려 할 것이다. 사실 정권은 지금까지 수십 년 간 대통령령인 대학설립운영규정에 있는 정규교수 수의 2/3도 안 뽑는 대학들을 눈감아줘 왔다. 우리나라 430여 개 대학 중 원래 뽑게 되어 있는 수만큼의 정규교수를 다 뽑아서 운영하는 곳은 2%도 되지 않는다. 이게 전임교원이 9만 명인데 비해 시간강사가 6만 5천 명이고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등이 5만 5천 명이나 되는 문제의 본질적 원인이다. 대학설립운영규정만 제대로 지켜도 비정규교수들이 정규직교수로 대거 채용되어 2/3 이상의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정권은 수십 년간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2011년에 통과된 시간강사법은 이명박 정권의 즉흥적인 대중 인기 영합 정책이었고 국회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급속하게 통과된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인천대를 국립대로 만들기 위해, 또 한나라당은 국립대의 법인화를 위해 인천대를 국립법인대로 만들며 시간강사법을 ‘끼워팔기’ 하였다. 2012년 여름부터 이어진 시간강사법 공청회 무산 투쟁, 위원장 삭발과 파업 및 대통령선거 후보자 합동유세장 앞 집회 등 노조의 노력에 의해 2012년에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자 민주당과 정의당은 시간강사법을 폐기하려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 법을 고안한 한나라당의 반대로 유예만 할 수 있었다. 이후 총 3차례 시행이 유예되었다. 그동안 대체입법 노력은 별로 없었다. 흥미로운 건 2015년에 유예법안 발의를 새누리당이 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여야 관계없이 강사법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대학은 노조와 다른 이유, 특히 해고를 더 쉽게 하고 강사에게 소요되는 비용절감을 위해서 시간강사법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의 입장은 노조와 달리 시간강사제도라는 현 교육적폐 유지를 통해 영리를 더욱 추구하겠다는 뜻이고 고등교육의 질 향상이나 학문 성숙과는 거리가 먼 입장이다.

 

우리 노조는 2018년 1월 1일 시행예정인 시간강사법에 대해서 책임시수 적용의 문제점을 크게 부각시켜 왔다. 현재 대학강사는 비전임교원이고 법적 지위 없이 1대학에서 평균 4시간 내외 강의하므로 9시간 이상의 책임시수 적용 시 절반 이상이 대량해고 된다. 한 대학에서만 강의하는 사람들도 많다. 강사는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제로 9시간 이상의 책임시수 적용을 받게 되므로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시간강사법 논의가 국회에서 한창일 때 국회입법조사처의 정환규 입법조사관은 2011년 10월 21일자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요약문에는 시간강사법이 이대로 제정되어 시행되면 현재의 강사 중 20% 정도만 남게 되고 3만 명 이상의 강사들이 대량해고 당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그걸 알고서도 이 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시간강사법의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일정한 규모의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

2017년 10월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언론사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시간강사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시간강사법은 2018년 1월 1일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강사의 노동권이나 인권뿐만 아니라 국민의 교육권과 학문의 자유까지 모두 침식시킬 것이다. 강사는 고용불안과 저임금 때문에 더 많은 책임시수를 맡겨도 거부하기 힘들어 10여 시간씩 강의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해 다른 사람들이 강제 해고당하는 폐해는 더 커진다. 겸임교수나 초빙교수 등으로의 풍선효과 문제(시간강사법이 통과되고 교원확보율지표가 도입된 후 겸임·초빙교수 등의 각종 비전임교원이 3만 명 쯤 증가)도 심각하다.

 

한편, 시간강사법은 교원 간 차별을 법률로 조목조목 지시하고 있다. 교수직의 저임금 비정규직화와 처우개선 위한 소요재정추계가 없는 부실함도 비판받아 왔다. 6개월에서 1년으로 계약기간이 바뀐다고 강사의 고용불안정성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강사법은 현재의 대학원생들이 들어올 일자리(강사직)가 절반 이상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현재의 강사들과 대학원생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좋은 일자리(정규교수직)도 없애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결국 학문과 고등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학문의 다양성은 사라지며 그 피해는 강사와 대학원생 그리고 학생 및 국민에게 간다. 2017년 초에 박근혜정권이 추가로 입법발의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2011년 시간강사법보다 더 개악된 법률안은, 임용절차 간소화 조치를 제외하면 2011년에 제정된 강사법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근 교육부와 대학 관련 노조들(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대학노조) 간의 합동 노정교섭은 실무위원회 형태로 9월에 한 차례 진행되었다. 하지만 예산 정국이라 두 번째 노정교섭은 계속 연기되고 있다. 11월 23일 오후 4시에 국회에서 강사법 관련 공청회가 열린다. 필자도 거기에 진술인 중 한 명으로 참석하여 발언한다. 지난 9월 27일 국회 유은혜의원실 주최로 비정규교수 관련 조직 2곳(‘강사법을 먼저 시행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나중에 보완하라’는 강사노조와 ‘잘못 설계된 법으로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양산하기 전에 올바른 법을 만든 뒤에 시행하라’는 비정규교수노조)과 교육부와 국회가 서로의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비공개 협의회를 가졌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조합원 순회 간담회를 가진 뒤 본조 대의원대회를 열어 시간강사법 폐기를 의결하였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농성뿐만 아니라 다른 투쟁으로 이어가게 될 것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에 단순명료하게 접근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한두 번 열릴까말까 한 국회 상임위 회의로 잘못 설계된 강사법을 여러 측면에서 올바로 뜯어고쳐서 개정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노조 간 입장 차이만이 아니라 사용자 측의 조직적 반발(특히 일부 국회의원들은 대학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므로 대학에게 돈을 다 대라는 내용에 대해서 강력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도 체계적으로 잠재우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력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행될 경우 큰 피해 발생이 확실한 시간강사법을 폐기’하고 ‘올바로 관련 고등교육법을 전면개정 하겠다는 약속과 조치’를 시급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다. 물론 여러 독소조항들을 다 없애고 강사 등 비전임교원들에게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내용의 문제없는 법 개정을 기적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이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시간강사법의 독소조항들 삭제도 많은 부분을 뜯어고쳐야 하는 큰 작업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차원에서는 ‘국가교육회의’에 ‘교원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두고 그 안에 ‘비전임교원대책특위’를 가동하면서 관련 실태 전면조사와 대국민 소통활동을 통한 대안 마련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전면논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올바른 대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초벌 논의 이후에 대국민 공개 토론회를 통한 대안 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 차원에서는 여야 일부 의원들이 ‘교문위 내에 교원제도개선특위’를 운영하기로 약속하고, 그 안에 ‘비전임교원대책분과’를 두어 국가교육회의와 함께 또는 별개로 입법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수년 간 국회 내 특위 설치를 꾸준히 주장하였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2015년 말에 강사법 유예안을 세 번째로 통과시킬 때, 국회에서 특위라도 구성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한 바 있다. 올바른 법안의 핵심은 비전임교원들에게 법적 교원지위를 부여하되, 부작용이 없는 방식을 찾아내고 실제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강사법 폐기·대체입법기구·비정규교수종합대책 제시’는 함께 가야 한다.

 

교원지위라는 명분에만 사로잡혀 수만 명의 동료들을 해고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노동운동이 할 바가 아니다. 엉터리 교원지위를 위해 절반 이상을 길거리로 내몰아도 된다는 발상은 엘리트주의의 발로이다. 무늬만 교원지위를 받는다고 노예에서 시민으로 의식이 고양되고 해방을 위해 실천하는 것도 아니다. 정말 교원지위를 제대로 갖고 있는 정규직교수 절대다수가 실천을 하던가? 노예학살법을 노예해방법이라고 포장하는 어처구니없는 행위도 그만두어야 한다. 해고가 실제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대량해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주술만 외우는 것은 운동이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대학에 비정규교수는 존재한다. 핀란드건 독일이건 꽤 조건이 괜찮은 곳조차 비정규교수제도는 있다. 중국조차도 5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교원의 법적지위를 부여받되 피해가 없고 현실 적합한 방식, 세계적 기준으로 보아도 별 문제가 없는 형태의 비전임교원법을 원한다. 대학 교수사회의 현실에 맞지 않는 ‘비정규교수의 정규직화’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정규교수를 법령대로 100% 채용하라, 비정규교수에게 연구강의교수제로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보장하라, 모든 교원에게 올바른 방식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라는 주장으로 구체화시킨 대안을 말한다.

비정규교수 문제는 단순히 강사 등 일부 비정규교수의 노동권과 인권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의 질 향상, 학문후속세대 양성, 학문 다양성 확보와 생태계 보전, 4차 산업혁명 대비와 국가경쟁력 강화, 평생교육과 재교육의 질 향상, 국민 교육권 보장과 학생 수업 선택권 보장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할 때, 즉각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어서기 어렵기에 ‘교수직의 비정규직화라는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대학개혁을 할 수 없다. 우리의 대안인 연구강의교수제에 대하여 2017년에 많은 교육운동진영과 노동단체들이 지지를 표명하였다. 2017년 1월 교수·학술4단체와 대학노조 등이 주축이 된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대학구조조정 대책위원회’(현재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가 9대 고등교육 핵심의제와 과제에 시간강사법 폐기와 연구강의교수제 쟁취를 포함시켰다. 민주노총 역시 같은 기간 민주노총 대선요구의제에 포함하였다. 2017년 2월 18일에는 1,500여 개 단체가 결합하여 박근혜를 탄핵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박근혜정권 퇴진과 비상국민행동’의 100대 촛불개혁과제 대국민초안에 포함되었다. 전교조와 학부모회 및 교육단체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교육체제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준)’ 역시 2017년 2월 22일에 주요과제에 포함시켰다. 2017년 2월 28일에는 ‘박근혜 즉시퇴진과 민주평등 국가시스템 구성을 위한 전국교수연구자 비상시국회의’의 새민주공화국 정치사회적 제안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올바른 대안을 당장 실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고 힘도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강사 등 비정규교수에게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올바른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든다는 전제하에서 우리는, 시간강사법 폐기(고등교육법 14조의2 삭제 등 일부 개정)와 비정규교수종합대책 수립(처우 개선, 직장건강보험 적용, 퇴직금 지급, 퇴직기금 도입, 적정 의사결정권과 강좌개설 신청권 보장, 연구공간 제공 등)에 집중하고 있다. 시간강사제도(시급을 받는 강사제도) 폐지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국·공립과 사립대 강사 모두에게 기본급인 연구보수를 지급하도록 청와대에 요구하고 있다. 하다못해 방학 중 급여라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대체입법 과정에서 반쪽짜리 교원이자 저임금 계약직 교원인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는 폐지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100% 확보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임교원이 될 필요가 없는 각종 비전임교원제도를 하나의 비전임·비정규교수제도(연구강의교수제)로 통합하여 이들에게 생활임금과 고용안정성(재계약 기회) 및 일정 수준의 의사결정권을 보장해 주는 조치를 실질적으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예산확보가 핵심이다. 초·중등학교처럼 교부금제도를 도입하고 사립학교까지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지원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시급하다. 이 재정으로 등록금 문제와 비정규교수와 직원 권리보장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당연히 대학법인의 책무성을 높이는 조치도 함께해야 하고 사학비리도 척결해야 돈이 엉뚱한 데로 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내용이 종합적으로 구성된 대안을 내걸고 오랫동안 싸워왔다. 연대의 틀도 공고히 해 왔다. 비록 2017년이나 문재인 정권 시절에 우리의 대안이 완벽하게 관철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대학판 정리해고법, 시간강사법이라는 악법 폐기와 대체입법 추진 및 실질적 처우 개선과 권리 보장만큼은 빠른 시일 내에 어느 정도 이루어 내고 싶다. 동지들의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