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03] KT 자회사 정책과 불법파견에 맞서는 조직화, KTCS지회 / 이재연

by 철폐연대 posted Mar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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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KT 자회사 정책과 불법파견에 맞서는 조직화, KTCS지회

이재연 (공공운수노조 KT새노조 KTCS지회장)

 

 

저희는 KTCS 대형유통 사업부 소속으로, 하이마트나 LG베스트샵 등에 파견 나가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노동자들입니다. KT새노조의 도움으로 2018년 6월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원청인 KT, 소속사인 KTCS, 노동현장인 하이마트‧LG베스트샵 등의 다중적인 갑질을 알리며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단결력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형유통사 휴대폰 사업과 비정규직 노동 현실

 

하이마트‧LG베스트샵‧전자랜드‧삼성리빙프라자 등의 대형유통사들은 휴대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처음에는 휴대폰 판매전문 직원이 없어 통신사와 협약을 하여 인력 도급을 받았습니다. 추후 경력직을 채용하여 전문화하고, 모바일 코너를 따로 만들어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나가던 중 추가인력이 필요하게 되자 SK‧KT‧LG 등의 판촉인력이 투입되었고, 이들은 각 매장에 투입되어 판매 업무를 하게 됩니다.

2006년까지는 일부 매장 직원이 직접 이동식 진열대를 매장 한 편에 비치하고 휴대폰과 PC 판매 및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수익을 늘렸지만, 2007년 이후부터 대형유통사들이 본격적으로 거대한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형유통사가 통신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는 다른 가전제품들과 비슷했지만, 똑같은 100만 원짜리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휴대폰은 제품을 구매하면 고객이 바로 가져가기 때문에 물류 보관이나 배송, 추후 고객서비스까지 비용 절감에 있어 탁월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형유통사들은 휴대폰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습니다.

대형유통사의 고용구조는 유통회사 담당관리자 1명을 빼면 대부분 상품을 판매하는 외주 영업직 노동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사 브랜드 요금이나 문의 확인, 고객요청 업무를 상담하고 처리합니다. 통화품질이나 장애처리 상담 역시 이들의 역할입니다. 수년에 걸쳐 각 브랜드는 대형유통사에 파견노동자를 투입하고, 임금 체불과 이중 삼중의 갑질을 일삼았습니다.

파견노동자에게 자사의 유니폼을 입혀 자체 직원처럼 보이게 하고, 자기 직원인 양 일상적인 심부름과 업무 지시로 불법파견을 저지르면서 타사 상품 판매 강요나 원치 않는 휴무 역시 강요해왔습니다. 고용형태는 통신 3사가 조금씩 다른데, KT의 경우 이 업무를 자회사인 KTCS가 맡고 있습니다. KTCS는 동‧서‧남‧북부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데 KT와 대형유통사에서 실적이 떨어지거나 마음에 안 드는 노동자를 관리자에게 얘기하여 일방적으로 권고사직 또는 발령으로 퇴사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파견노동자들은 각 매장에 입점한 현장에서 대형유통사와 KT의 업무지시를 받으며 매일매일 전쟁 같은 갑질에 시달려왔습니다.

파견노동자의 임금체계는 주로 기본급과 성과급, 등급 수당으로 구성되어 있고, 등급과 성과급은 일정 기간의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됩니다. 대형유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에 대한 압박과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도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KTCS는 2018년 노동자 수가 약 8,400명 정도로 대부분 무기계약직인데, 정직원이 되기까지 2년을 버티려면 무수한 갑질을 견디며 권리는 물론 감정도 없는 로봇처럼 일해야만 합니다.

 

 

통신서비스산업에서 외주화가 확대된 이유

 

무선이동통신 가입자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다양한 상품 개발로 수익을 증대시키거나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과 과점경쟁시장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영업이익률을 높이고자 합니다. 특히 인건비 비용 증대를 억제하면서 매출 증대를 지속하고 있고, 통신대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여왔습니다. 이로 인해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모두 크게 증가하여 KT는 2017년 1인당 매출액이 7억 2,200만 원 수준에 달합니다. 직접고용 인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자리에는 비정규직을 활용하게 되고, 이는 인력의 축소와 외주화의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KT의 경우 2000년 민영화 이후에 자회사 형태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그 아래로 다시 하도급 구조를 만들었고,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모두 현장직의 경우 외주업체 혹은 개인도급의 형태로 노동자들을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고용구조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KT는 협력업체들을 대다수 자회사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도 현장직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전환시켰으며, LG유플러스에서도 이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KT의 자회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고용이 안정되었다는 점에서는 이전보다 나을 수 있으나, 별도의 직군으로 만들고 임금체계도 다르게 해서 노동자들의 저임금, 그리고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임금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근속년수도 길지 않고 계속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회사로의 전환은 큰 변화입니다.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라는 흐름에 부응해 이미지 제고를 노리는 기업의 전략, 그리고 통신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의 조직화로 인해 가능했습니다. 희망연대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통신대기업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불법파견이나 개인도급의 위법성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도 고용형태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회사 전환이 기업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며 ‘자회사’ 방식을 제시했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런 방안이라면 관리비용이 더 들어가지 않는 자회사 전환이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던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은 채 고용만 안정된 형태였습니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산업의 변화입니다. 통신서비스가 포화상태로 가면서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외주화하고 저임금으로 일을 시키고 성과급을 강화함으로써 경쟁체제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런 새로운 시장은 서비스를 위한 기술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용이라도 안정화해서 노동자들을 교육‧훈련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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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하이마트 등 대형마트 불법파견, KT고발 기자회견 [출처: 추혜선 의원실]

 

 

KT의 자회사 정책과 불법파견

 

KT 자회사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노동자들을 정규직이라고 주장합니다. KT라는 대기업의 자회사, 그것도 ‘정규직이라는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속년수는 4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근속에 따른 승진과 승급이 제한되고, 임금에 근속이 반영되지 않으며, 현장직 노동자들은 일반직과 다른 직급체계에 속해 있습니다. 근속이 높아져도 임금 상승도 승진도 불가능한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며 계속 다녀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자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노동자들은 사실상 KT의 업무지시를 받습니다. KTCS에서 대형유통사로 파견된 노동자들에게 KT관리자가 단톡방을 만들어 업무지시도 하고 실적관리도 합니다. KT와 실적을 공유하고 할당도 KT로부터 받습니다. 실질사용자가 KT입니다. 그런데 똑같이 판매 업무를 위해 KTS에서 스카이라이프로 파견된 노동자의 경우에는 스카이라이프에서 직접적으로 업무지시를 해왔다는 점이 인정되어 스카이라이프 직접 고용으로 전환되었습니다.

KT라는 대기업이 자신들이 직접 고용해야 할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고용한 후에 다시 파견으로 사용하는 행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심지어 그 자회사 노동자들을 다른 곳으로 파견해서 이윤을 늘리는 것이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인지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가 필요합니다. KT는 다른 곳과는 달리 현장업무를 대부분 자회사에서 맡고 있습니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업무는 KT 업무와 분리될 수 없습니다. KT의 조직구조와 각 자회사의 조직구조를 보면, 자회사들은 KT의 하부조직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콜센터, 판매, 유무선 서비스 업무는 KT라는 기업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는 중요한 업무이고, 이것을 독립적인 사업으로 떼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자회사들은 KT의 지침과 할당량, 업무지시에 의해 운영됩니다. KT는 수시로 자회사들의 업무를 교체하거나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하부조직과 다를 바 없는데도 자회사 형태로 독립적인 인사노무관리 구조를 고수하는 것은, 저임금을 유지하면서도 KT의 영향력을 통해 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KT의 도급금액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자회사의 이윤은 KT로 전이되고 그것이 KT의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수탈구조와 착취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무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투쟁하는 것을 관리하려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KT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이 이끌어낼 변화

 

저희가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KT와 KTCS 그리고 대형유통사는 증거 인멸에 나섰습니다. KT직원들은 SNS 방을 모두 폭파시키라고 지시를 하였고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연락 절대금지’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대형유통사 역시 파견노동자가 함께 있는 SNS방을 모두 폭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직접지시 등은 절대금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갑질을 제보한 직원은 윤리경영팀에 회부되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고, 제보하는 파견노동자들을 잘라내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해 음해하고 현장에서 편 가르기를 하며 심리적‧정신적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6년 넘게 부당한 갑질에 시달리며 일해 왔던 저희들은 이제 더 이상은 물러설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도 KTCS는 노조를 탄압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이동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노동시간도, 임금도, 처우도 제멋대로 하며 노동자들을 착취해온 KT와 KTCS와의 싸움으로 현장을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2018년 12월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과 함께 국회에서 KT의 불법파견을 고발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고용노동부에 사건을 진정해 현재 불법파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 KTCS지회는 증거자료 제출을 계속하면서 싸워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중단 없이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