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10] 콜센터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이 절실하다 / 신희철

by 철폐연대 posted Oct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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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바닥 일기

 

 

콜센터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이 절실하다

 

 

신희철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공동본부장

 

 

 

콜센터노동자들의 노동실태

 

대표적인 감정노동자, 대부분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노동자… 콜센터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 주는 표현들이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지난 4~5월 전국 1,280명의 콜센터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 93%가 여성, △ 여성의 경우 약 60%가 40대, △ 평균 근무 경력이 7.2년이나 3년, 1년, 10년, 2년 등도 높은 비중, △ 45%가 계약직이고 이 중 1년 단위 74.4%, 2년 단위 24%, 3년 단위 1.6%, △ 월평균 소득은 평균 220.6만 원으로 이 중 상대평가 월 인센티브를 제외하면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 △ 연평균 결근일수가 6.8일로 한국 노동자 평균 0.77일보다 매우 크며, △ 아파도 출근한 경우는 콜센터노동자들이 약 40%로 한국 노동자 평균 17%보다 높았다. 그 이유에 대해 1순위가 “관리자에게 밉보일까 봐”였고, 3~4순위가 “소득이 줄어들까 봐”, “동료에게 미안해서”였고, 심지어 13%는 “회사가 못 쓰게 한다”고 답했다. “아파도 병가나 연차휴가를 낼 수 없다”는 60.8%였다.

 

△ “편하게 화장실 가거나 물 마실 여유시간이 아예 없다”가 15%나 되었다. △ 하루 중 점심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 쉬는 시간은 1시간 미만이 39.4%, 30분~1시간 27.9%, 30분 미만이 11.5%에 달했다. △ 월요일 연차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콜센터가 많았고 연차 소진 비율은 45%도 안 되었다. △ 35.4%가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였고, △ 80.1%가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 조사 결과를 확인한 적이 “없다”였다. △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보건휴가를 사용”하는 경우는 23.9%뿐이었고, “눈치 보면서 사용한다”가 27.3%, “눈치가 보여 사용하지 못한다”가 24.2%, “보건휴가가 없다”가 24.6%에 달했다. △ 여전히 20~40%가 “모성보호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고, △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 교육을 연 1회 이상 해야 하지만 “잘 안 함” 34.6%, “전혀 안 함” 28.0%,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안내하는 멘트의 경우 “잘 안 됨” 24.6%, “전혀 안 됨” 16.9%, 고객 폭언 등에 노출 시 끊을 권리 보장은 “잘 안 됨” 33.9%, “전혀 안 됨” 19.9%, 고객 폭언 등 노출 시 휴게시간 보장(최소 30분 이상은 “잘 안 됨” 34.7%, “전혀 안 됨” 31.6%에 달했다. 지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 <콜센터노동자 인권상황 연구용역 결과>(한국비정규노동센터 수행)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보호법 도입 이후에도 고객 폭언 등이 동일하다”가 31.0%, “회사의 보호조치가 강화되지 않았다”가 37.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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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6.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콜센터노동자들의 높아진 노동조합에 대한 기대와 대응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 <콜센터노동자 인권상황 연구용역 결과>(한국비정규노동센터 수행)에 따르면 노동조합 미가입자들의 73.7%가 가입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 통해 “작업환경 개선 기여”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고용안정 기여”와 “임금 인상, 복지향상 기여”, “고충 대변”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조합 효용성에 대한 기대는 민간부문 콜센터노동자들에게 거의 두 배 가까이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전국 콜센터노동자들은 다양한 업종과 고용형태로 약 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민주노총, 한국노총, 기업노조 등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는 1만 명이 채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률이 2%도 안 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등 기초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콜센터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2000년대에는 민간부문에서 소수로 시작하여 좌초되기 일쑤였다. 그러던 2012년, 경쟁적으로 3개 민간위탁 업체로 간접고용 되어 응대 매뉴얼도 처우도 다른 채 한 건물에서 근무하던 120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기본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14년에는 “120다산콜센터 상담노동자 감정노동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직접고용”이라는 권고를 이끌어 냈다. 2017년 5월 120다산콜재단으로 전환했고 12년이 된 2023년 오늘까지 여러 도전을 풀어 왔다. 이후 부족하나마 추진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경과하면서 120경기도콜센터, 고양시, 용인시, 인천광역시 미추홀콜센터 등 지자체 민원콜센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콜센터 등으로 전파되었고 노동조합 결성이 이어졌다. 그러나 소위 인국공 사태와 이를 이유로 한 공정채용 논란, 정규직 전환 특혜 왜곡에 새롭게 가입을 문의하는 미조직 콜센터노동자들은 “공개채용 하면 우리 중 누군가 탈락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노동조합 가입을 포기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왜곡과 모멸에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지난 2021년 상반기에 무려 절반이 퇴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윤석열 정권, 오세훈 서울시장 들어 이는 더욱더 강화되었다. 그러나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 콜센터를 직접운영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간부문 콜센터는 희망연대본부의 경우 다산콜센터지부 사례, 원청 딜라이브지부(전 씨앤앰지부) 노력 등을 통해 2013년 케이블방송 딜라이브(당시 씨앤앰) 자회사 콜센터인 텔레웍스지회가 건설되었고, 통신 대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고용불안에 대응하며 2020년 CJ헬로(현 LG헬로비전) 콜센터노동자들이 지부를 결성하였다. 희망연대본부의 경우 방송통신, 공공부문 콜센터에 집중한 결과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에 대한 왜곡, 기업노조 혹은 복수노조 등의 문제로 인해 2020년 이래 규모 있게 노동조합이 결성되지는 못하고 있고, SK텔레콤 수도권 자회사 콜센터인 서비스에이스도 기업노조로 전환했다. 2023년 말까지 CV센터 폐점을 완료하겠다는 원청과 두 개 자회사 구조, 방송통신 경쟁 속에서 기업노조의 한계는 분명함에도 말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을 경과하면서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흩어져 활동하던 콜센터노동조합들이 얼마 후 2020년, ‘민주노총 콜센터노동자 공동사업단(준)’을 구성해 코로나19 콜센터 대책에 대응했고, 아프면 쉴 권리, 콜센터노동자에게 맞는 현장 점검 등을 제기하고 일부 개선을 이끌어 냈다. 첫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한 에이스손해보험 고객센터에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유급병가 등을 이끌어 내고 다른 손보 고객센터로 확대되고 있으며, 민주노총 차원으로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와 이를 통한 국회토론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 연구 후속 권고 발표 요구, 콜센터노동자 합동수련회와 행진 등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원청사 산하 고객센터임에도 노동조건이 천차만별이고, 도급비, 계약내용 등을 좌지우지하는 원청에 대한 공분과 대응이 절실함을 확인하면서 고객센터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규모 있게 대거 가입, 활동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120다산콜센터, 2019년 건보고객센터에 이어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간접고용 콜센터노동자들이 대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원청을 대상으로 차별 철폐, 직접고용을 전면에 내걸고 2023년 10월 공동파업 투쟁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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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9. 민주노총 콜센터노동자 결의대회. [출처: 노동과세계]

 

 

2023년 상반기 투쟁과 고민

 

보이는 ARS, 챗봇, AI 도입 등을 이유로 콜센터노동자 구조조정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표 고객센터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거나 필수노동자로서의 고용 보장은커녕 소모품 취급하기 일쑤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여성노동자들의 재단 캐노피 고공농성과 집단 단식농성, 은행권 콜센터노동자들의 증언대회가 이를 보여 준다. 하물며 노동조합이 없는 콜센터는 위수탁 계약 과정에서 정원을 줄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의 고용불안도 여전하다. 노동조합이 없는 조건에서도 2019년 개소 이래 맨바닥부터 콜센터를 자리 잡게 하고 원청과 관리자의 갑질 등을 중단시켰던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은 2022년 말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선별 고용에 맞서다가 10명이 해고되었다. 고된 상황에서 노동조합 가입을 거부당하기 일쑤였지만 올해 2월 노동조합에 가입, 무기한 단식농성과 노숙농성, 연대 끝에 해당 콜센터로의 복직을 끌어낼 수 있었다. 간접고용 콜센터노동자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확인되는 사례였다. “공개입찰 때 너도나도 용역업체들이 100% 고용승계를 제시하지만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 우리 회사에 고용승계는 없다”고 한 컨택업체 본사의 주장은 노동조합 없는 콜센터노동자들이 얼마나 취약한 조건에 방치되어 있는지 보여 주었다.

 

현재 콜센터의 주요 이슈는 건강하게 일할 권리이다. 여전히 월요일, 공휴일 직후 등 연차휴가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고객 폭언 등을 당한 상담사가 요청해도 휴게시간은커녕 관련 매뉴얼도 교육하지 않고 버젓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콜센터들이 비일비재하다. 노동조합이 있어도 법정휴게시간 외의 휴식시간은 권고 수준일 뿐이라며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를 드러내고 국회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선 콜센터에서도 이러한 의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고, 그렇다고 회사가 알아서 보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절실함을 보여 준다.

 

직접고용 혹은 자회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콜센터에도 민간위탁 혹은 용역업체 간접고용을 고수한 콜센터에도 마찬가지다. “콜센터는 원래 그래”라며 버젓이 노동기본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콜센터 업계! 이를 부추기고 원청의 책임을 전가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말이 자회사이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채용 시에 작성케 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본사에서 난리 난다”며 으름장을 넣고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절실하다.

 

물론 당장 노동조합 결성까지는 어려운 콜센터노동자들도 많다. 현안 상담은 이어지지만 콜센터 동료들과 나누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많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개별상담, 개별 현안대응 혹은 개별교섭을 감당하기에는 벅차하는 경우도 있다. 노동조합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조직 확대 없는 조직 강화는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끝나왔다. 직장갑질119 부설 콜센터119, 사무금융 우분투비정규센터, 오픈채팅방이나 밴드, 카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문의를 우리가 어떻게 그릇으로 담을지, 개별 노동조합을 넘어 산별노조, 민주노총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