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005] 이제 '권유하다'에서 '권리찾기유니온'으로! / 이영주

by 철폐연대 posted May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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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이제, ‘권유하다’에서 <권리찾기유니온>으로!

- 모두의 권리, 5인 미만 사업장 ‘코로나19 긴급휴업급여’ 긴급서명운동부터

 

이영주 • 전교조 해고자,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집행위원

 

 

“그냥 민주노총이 싫었어요. 먹고 살만하니까 저렇게 집회도 하고 투쟁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당장 먹고 살기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했거든요. 계속 일할 곳을 찾아야 했고요. 그런데 내 아들이 그렇게 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려고요. 내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나부터 권리를 주장하려고요.”

 

 

권리찾기의 가능성조차 빼앗긴 이들

 

‘권유하다’ 사무실에서 진행한 특성화고 학생 유가족과의 간담회 중, 고인이 된 학생의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일하면서 틈틈이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하다’를 알려나가겠다고 ‘권유하다’ 선전물도 챙겨 가셨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신신당부도 하셨다.

나에겐 이런 질문을 하셨다. “전교조 선생님이 왜 이런 일을 하셔요?” “교실에서뿐 아니라, 졸업한 후에도 학생들이 행복했으면 해서요. 졸업한 학생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요.”

물론 나는 그 분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함께 살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투쟁하고 있다는 설명도 드렸다. 그럼에도 그 분이 민주노총에 가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와 단결의 소중함을 가슴 아프도록 알고 계시지만, 하는 일과 사업장이 수시로 바뀌는 그 분이, 한국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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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일하는사람_모두의권리 진짜뉴스 시민발언대> [출처: 권유하다]

 

작년에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교육을 한 적이 있다. 고3인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너희가 졸업 후에 노동조합에 가입할까, 말까는 애초 고민할 필요가 없어. 너희가 취직한 곳에 노동조합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거든. 아마도 학급 전체에서 2~3명 정도가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 취직을 할 거야. 취직했는데 노동조합이 있으면 아주 운이 좋은 거지.” 한 학생이 놀라서 물었다. “정말요? 그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요?” 그래서 알려줬다. “아쉽지만,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인터넷을 검색해. 민주노총, 직장갑질119, 그리고 ‘권유하다’.”

 

 

지금 내가 ‘권유하다’를 하는 이유

 

노동조합 조직률은 10% 밖에 안 되고, 하루에 3명이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죽어가는 한국. 노동조합을 만들려면 해고를 감수해야 하고, 멀쩡한 노동조합들도 순식간에 법외노조가 되는 이 나라.

교실의 학생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이 되거나, 노조 없는 사업장에 취직하거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되거나, 때론 이 모두일 텐데, 그나마 학생들에게 안내할 ‘권유하다’가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 내가 ‘권유하다’를 하는 이유이다.

 

‘권유하다’가 만들어진 게 2019년 봄이니, 벌써 1년이 되었다. 2018년 출소 후, 한상균대표가 ‘권유하다’에 대한 첫 구상을 꺼내놓았을 때, 여러 동지들이 우려와 반대를 표했다. 일단은 지켜보겠다며 거리두기를 하는 분들도 많았다.

2019년 초, 나 역시 ‘비현실적인 구상인가? 그만 접어야 하는 건가?’하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현장을 찾아가 ‘권유하다’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노동조합 상층간부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거냐, 어떻게 운영하려는 거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때, 현장조합원들이나 당사자들은 ‘꼭 필요한 일이다, 내가 상상했던 일이다.’라며 반겼다. 지금껏 무수한 시도가 있었으나 아직 성과가 없는,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이 길에 앞선 활동가들의 지지와 조언도 많은 힘이 되었다. 몇 달 동안 많은 분들께 ‘권유하다’를 설명하면서, 오히려 ‘권유하다’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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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일하는사람_모두의권리 진짜뉴스 시민발언대> [출처: 권유하다]

 

근로기준법 회피하려는 ‘가짜’ 5인미만 사업장 찾기

 

여러 동지들께서 ‘왜 한상균동지가 갑자기 이런 일을 해요?’ 하고 묻지만, 사실 이미 5년 전에 시작한 일이다. 2015년 424총파업의 4대 요구 중 하나가,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및 노조법 2조 개정,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였다. 그러니 ‘권유하다’는 임기 내내 구속되어 있던 한상균위원장이, 이제사 자유의 몸이 되어 조합원동지들께 드리는 약속 이행이기도 하다.

 

2019년 10월, <권리찾기유니온>을 만들기 위한 ‘권유하다’ 발기인대회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2020년 2월, 많은 사람들의 십시일반 후원과 주춧돌기금이 모여서, 드디어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찾기 플랫폼’ <권리찾기유니온>이 만들어졌다.

 

첫 사업으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운동]이 시작되었다.

노동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은 현행 근로기준법 중 '노동시간', '연차휴가', '해고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 악용하여 실제로는 5인 이상인 사업장을 5인 미만의 사업장인 것으로 위장하는 사업자에 대한 고발운동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적용 범위) ①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서류상으로 회사를 쪼개 5인 미만 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4명까지만 등록하고 나머지 직원은 등록하지 않은 경우, ▷실제로는 5인 이상이 근무하는데 연장근로수당 등을 미지급하는 경우 등이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약 580만 명이다. 노동자 네 명 중 한 명이고, 도소매·음식·숙박·부동산업은 대다수를 차지한다. 한국의 노동자 네 명 중 한 명은 합법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위기 내몰린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이런 와중에 코로나19사태가 발생했다. 재난이 오면 사회의 본질이 드러난다. 코로나19사태도 우리 사회의 본질을 다시 보여준다.

세월호와 메르스, 촛불을 겪으며 성장한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시민의식이 바이러스 전염의 위기 상황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있다. 물론 의료노동자들의 헌신이 그 중심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민 개인들은 변화했으나 사회체제는 변하지 않았음이 바로 드러났다. 코로나19의 2차적 피해는 사회적 약자를 향하고 있다. 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대기업에도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대책에서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 지급의무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상 배제되었다.

 

지난 3월 5일,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약칭 권유하다)는 5인 미만 사업장 특별대책의 하나로 <코로나19 긴급휴업급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긴급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권유하다’는 5인 미만 사업장을 위한 <긴급휴업급여> 지원제도를 제시하고, “노동자도 간편신청, 고용보험에서 일괄지급”하는 실행방안을 중심으로 시민참여 서명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시민서명에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뿐 아니라, 사업주들(참여자의 14.7%)도 함께 참여하였다.

 

[코로나19 긴급재난급여 (권유하다 대안)]

▷ 직접 신청! 신속 지급!

▷ 모든 무급휴직 · 실직자에게 차별 없이

(고용유지지원금과 동일하게 소급 적용)

▷ 최저임금의 63%(월 113만원) 일괄지급!

 

재난을 이겨내는 과정은 또 하나의 역사의 전진이어야 한다. 코로나는 지나가겠지만, 그 후에도 남을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차별 없이 삶과 노동의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복구를 진행하기 위해 ‘권유하다’에서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차별 없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방안]

 

1.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사업장 규모 등 차별 없이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근기법 11조)과 근로자 정의 확대(근기법 2조)

- 5인 미만 사업장 등 현행 근로기준법의 적용 제외 규정을 삭제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

-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등 근로계약 형식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 누구나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정의 규정 확대

 

2. [아프면 생계걱정없이 쉴 수 있게] 건강보험 상병수당(질병수당) 제도 실행

- 현재 법적근거는 있으나 실행하지 않고 있는 건강보험 상병수당 제도를 즉각 실시하여 업무상 외 질병·부상으로 치료 받는 동안에도 생계 걱정 없이 임금 보전 및 휴직 지원

 

3. 모든 노동자가 실제로 4대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

- 사업주의 신청에 의해 사업장 기준으로 가입하는 현행 4대보험 체계를 일하는 노동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모든 노동자들이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험 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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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권유하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노동자의 권리가 있다!

 

올해는 전태일열사 50주기이다. 전태일열사의 마지막 외침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였다. 올해 우리는 열사의 뜻을 이어 받아 다시 이렇게 외친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라!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권유하다’는 ‘근로기준법 밖의 노동자’를 위한 조직이다. 근로기준법 밖 노동자들의 모임 <권리찾기 유니온>을 지원한다. 언젠가 다가올, ‘권유하다’가 필요 없어지고 <권리찾기유니온>이 홀로 설 날을 꿈꾼다.

 

쓸모없는 돌탑을 무너뜨릴 때는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돌을 들어내는 방법도 있지만, 아랫돌을 잡아 빼는 방법도 있다. 한국의 노동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상상해보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등 일하는 사람 누구나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을! 그 세상에서는 지금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는 이미 당연한 것이 될 것이다.

 

그 날을 위해, 오늘은 동지들께 딱 한 가지만 요청드립니다.

지금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한번만 인터넷 검색해 주세요. -> 권리찾기유니온

그리고, [권리찾기유니온] 사이트 첫 화면에서, 서명운동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쟁취되면, 그건 다 동지 덕분입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