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011]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 한동대 청소노동자 116일 투쟁에 부쳐 / 임혜진

by 철폐연대 posted Nov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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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 한동대 청소노동자 116일 투쟁에 부쳐*

 

임혜진 •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경북지역지부 조직부장

 

 

 

 

한동대 청소노동자 33명 전원해고!

 

2020년 6월 30일 한동대학교는 코로나19와 민주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생활관 청소노동자 14명을 해고했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뒤이어 8월 1일 본관 청소노동자 19명을 해고하면서, 2개월새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라는 초유의 사태를 저질렀다. 길게는 25년 동안 학교의 궂은일을 성실히 해 온 청소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몬 것이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 짙은 무게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해고된 33명의 한동대 청소노동자 중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은 전체의 70%에 이른다. 평균연령 60대, 여성,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이런 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해고의 도마 위에 올랐다.

 

4 오늘, 우리의 투쟁_1 한동대청소노동자 투쟁01.jpg

2019.10. 인원감축 반대 투쟁 시 교내 피케팅에 동참해 준 학생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공부합니까?’

 

한동대의 한 학생이 이른 아침부터 버스정류장에서 학생들에게 돌린 절절한 호소문에 쓰여 있는 첫 문장이다.

 

한동대학교는 ‘가장 낮은 곳의 사람을 섬기고 내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 정신과 ‘지성, 인성, 영성 교육을 통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교육이념을 표방한 기독교 대학이다. 이러한 교육이념을 몸소 실천해야 할 대학은 가장 낮은 곳의 이웃을 도리어 가장 먼저 해고한 것이다. 호소문은 비기독교적이고 반교육적인 대학의 모습을 비판하는 한편, 부당해고를 겪은 청소노동자들의 전원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작성되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과 기독교의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은 지금 내 옆에서 위기에 처한 이웃인 청소노동자들과 같이 비를 맞으며 부당한 해고에 맞서 함께하는 길이다’는 학생의 호소는 해고된 청소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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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 대시민 선전전을 마치고, 단결의 박수 후 투쟁! [출처: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단결과 연대만이 노동자의 길이다!

 

한동대는 겉으로는 코로나19 사태와 경영위기를 핑계대고 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인원 감축 및 해고 시도, 갑질 운영 등 조합원과 노조 탄압을 줄기차게 진행해 왔다. 그럴 때마다 청소노동자는 단결하여 투쟁으로 학교의 탄압을 저지했다.

 

자본은 항상 고통분담이라는 미명하에 자신들의 이익에 대한 양보는 결코 스스로 하지 않는다. 가장 사회적 약자로 존재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생명줄과도 같은 일터를 현수막으로 해고 통지하는 것이 자본의 본질이다.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고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 자본인 것이다.

 

청소노동자 전원해고 이후 매일 세 차례의 학교 정문 선전전 및 매주 두 차례의 거리 선전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천막농성 사수투쟁, 문화제, 노동교육 등 조합원들은 116일 동안 단결하여 흔들림 없이 투쟁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민주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투쟁으로 무더운 여름과 태풍, 폭우도 견디면서 오늘까지 투쟁해 오고 있다.

 

그동안 한동대 청소노동자들은 학교의 온갖 오물과 쓰레기를 치워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이제 공공운수노조 한동대미화분회는 조합원의 권익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의한 오물과 쓰레기들을 걷어 내고, 우리와 다름없는 처지에 있는 사회적 약자와 굳건히 연대하는 ‘민주노조’임을 투쟁 속에서 느끼고 알아가고 있다.

 

학교 재단은 자본을 무기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굴복하려 하지만, 노동자들은 단결과 연대만이 일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투쟁으로 깨우치고 있다.

 

 

이 글이 작성된 2020년 10월 24일을 기준으로 한동대 청소노동자들은 투쟁 116일차를 맞았다. 천막농성 122일차인 지난 10월 30일에는 전원 복직을 노사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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