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812] 파견법 제‧개정 경과와 판례의 변화 / 이용우

by 철폐연대 posted Dec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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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 포커스

 

파견법 제‧개정 경과와 판례의 변화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

 

 

1. 들어가며

 

근로자파견과 같은 간접고용은 근본적으로 정당한 고용형태인가? 근대 노동법의 원칙은 이와 같은 고용형태를 지향하고 있는가? 간접고용이란 근본적으로 고용과 사용의 분리, 권한과 책임의 분리를 낳는다. 이로 인해 누군가는 권한을 행사하면서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게 되고, 누군가는 별다른 기여 없이 중간에서 고용을 알선한 대가만을 수취하게 된다.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반하고 중간착취의 오명을 벗기도 어렵다. 결국 위와 같은 질문에 긍정의 답변을 하기가 곤란해진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1998. 2. 20. 제정되고, 같은 해 7. 1. 시행되었다. 이제 파견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다. 일반적으로 제1조에 규정되는 법의 목적은 법 해석의 가장 기본적 근거일 뿐 아니라 법의 존립 근거이기도 하다. 파견법은 제정 이래 현재까지 제1조에서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기하고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그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파견법 시행 이후 20년, 그 과정에서 파견법의 개정 경과와 법원의 해석론,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법집행 및 현실의 변화 등을 통해 과연 파견법이 그 입법 목적 달성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1 2018.10.13. 2018 파견노동포럼 3섹션, 발제하는 필자 [출처 철폐연대].JPG

2018.10.13. 2018 파견노동포럼 3섹션, 발제하는 필자 [출처: 철폐연대]

 

2. 파견법의 제·개정 경과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제정 파견법은 파견대상업무, 파견기간, 파견업 허가, 고용간주,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강구할 조치, 법 적용에서의 특례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 이후 파견법은 ‘전문지식·기술 또는 경험’ 이외에 ‘업무의 성질’을 이유로도 파견대상업무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고용간주’ 조항을 ‘고용의무’ 조항으로 변경하였으며, 차별시정제도를 도입하였다(이상, 2006. 12. 21. 개정법).

 

이후 불법파견에 대하여는 사용기간과 관계없이 곧바로 직접고용의무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였고, 고용노동부장관에 의한 차별시정요구제도를 도입하였다(이상, 2012. 2. 1. 개정법). 다시 2013. 3. 22. 개정에서는 차별적 처우의 금지 영역을 구체화·세분화하였고, 2014. 3. 18. 개정에서는 차별시정명령의 효력 확대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와 같은 파견법 개정 경과를 종합하면, 파견법은 대체로 파견대상업무의 확대 경향, 불법파견에 대한 법률효과를 고용간주에서 고용의무로 후퇴, 차별시정제도의 구축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한편, 파견법의 개정 경과 외에도 현재까지 자본은 끊임없이 파견법의 개악을 시도하거나 불법적인 간접고용의 합법화를 시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하의 파견대상업무 확대 등 파견법 개악 시도와 사내하도급법 제정 시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개악 시도는 파견법 제정 당시의 선전을 떠올리게 하는데, 파견법 제정 이후 20년의 경과에서 확인한 것처럼 합법을 통한 보호 대신 간접고용의 확대와 노동조건의 악화, 고용형태의 하향평준화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결코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3. 파견법에 대한 해석과 집행 그리고 노동현실

 

파견법에 대한 법원의 해석론과 검찰 등 법집행 기관의 행태 및 노동현실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파견대상업무는 확대 경향 내지 확대 여지가 있다. 파견법을 통해 일부 근로자파견이 합법화된 이상 그 주변에 광범위한 불법파견이 또다시 양산되고 이를 다시 합법의 테두리로 포섭해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어느 순간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이는 파견의 확대로 귀결될 것이다. 파견법상 파견대상업무의 확대 시도와 사내하도급법의 제정 시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초단기 파견 등 고용불안이 극대화되는 형태가 남용되고 있으며, 사람만 바꿔 파견이 반복되는 형태로 파견노동자의 고용안정은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파견법상 일시·간헐적 형태의 파견이 남용되고,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결과로 이와 같은 고용불안이 야기되는 것으로써 파견법이 파견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전혀 기여하지 못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둘째, 파견법을 둘러싼 주요한 이슈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 및 그 법률효과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판례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에 대하여 2000년대 이후 여러 하급심 판례를 누적해오다 2015년에 이르러 비로소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건, KTX 사건 등(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1다78316 판결 등)을 통해 구별기준을 확립하였다. 그러나 법원의 구별기준은 여전히 모호하거나 엄격한 측면이 있고, 법원과 검찰·고용노동부의 구별기준이 상이하며, 전문가들도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이슈이고, 판단에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등의 특징이 있어 파견법과 관련 판례가 불법에 방치된 파견노동자에게 권리구제의 실효적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고용간주 규정이 고용의무 규정으로 대체된 이후 파견노동자는 승소 확정 이전까지 사용사업주의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이에 따른 부담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넷째, 파견법상 차별시정제도는 그 적용의 엄격함과 난해함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활용 정도가 극히 미미하고 실효성도 없다. 파견법상 차별시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비교대상노동자가 있어야 하고, 불리한 처우가 인정되어야 하며, 불리한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법원은 비교대상노동자의 범위, 합리적 이유 등에 있어 노동자에게 불리한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다. 나아가 차별시정 신청기간의 제한, 노동조합 등에게 신청권이 부여되지 않은 문제 등으로 인하여 현실에서 차별시정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처지로 전락하였다.

 

다섯째, 파견법과 관련 판례는 파견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에 있어 규범으로써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파견법은 파견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와 관련하여 사용사업주의 책임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하여 파견노동자의 노동3권은 사용사업주와는 무관하고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파견사업주와만 관련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파견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사용사업주가 지배·결정한다는 점에서 파견노동자의 노동3권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실효적으로 행사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파견법의 태도와 함께 법원의 해석 또한 여전히 파견노동자와 하청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직접적인 계약관계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어서, 파견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대법원이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조합활동이 활발한 하청업체의 폐업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을 두고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하면서 사용자의 지위를 지배력설에 따라 파악한 것은 일보 진전된 판단이지만(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9075 판결), 그럼에도 파견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에 있어 법령과 판례의 태도는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다.

 

여섯째, 파견법 규정 자체는 물론 법원·검찰·고용노동부의 법 해석 및 집행 과정을 보면, 법 위반에 대하여 형사처벌, 과태료 부과, 직접고용 시정명령 등의 제재 조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파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기소가 된다고 해도 경미한 벌금형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지엠대우자동차 닉 라일리 사장에 대한 벌금형 확정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법원에서 확립한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과는 별개의 지나치게 엄격한 자의적인 구별기준(“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 검찰과 고용노동부가 2007년 공동으로 마련한 지침으로써 현재까지도 이를 기준으로 파견과 도급을 구별하는데, 이는 법원의 구별기준과 달리 불법파견의 인정에 엄격하다.)을 고수하면서 쉽사리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이미 법원에서조차 불법파견으로 명확하게 확인된 사내하청 등에 대해서조차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핵심 관련자에 대한 기소는커녕 소환조사나 강제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또한 수사에 있어서 검찰과 같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고, 행정관청으로서 고유한 행정권한인 과태료 부과와 직접고용 시정명령 등의 불법파견에 대한 규율 수단의 활용에 매우 소극적이다.

   

4. 평가와 과제

 

파견법 시행 이후 20년이 흘렀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근로자파견을 합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일정한 보호를 하자는 것이 파견법 제정 당시 자본의 유인 논리였다. 그러나 그 시행 결과는 어떠한가? 합법적인 근로자파견 영역 외부에는 예전보다 더 많은 불법파견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합법의 영역에 있는 근로자파견조차 고용불안에 시달린 채 제대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파견법의 개정 경과와 이에 대한 법원 등의 태도, 현실의 변화를 보면 파견법은 파견노동자의 고용안정이나 복지증진 등 노동조건 보호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파견법 입법목적의 실패를 의미한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파견법이 일부 개정된다고 해도 이와 같은 파견법의 입법목적은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근로자파견이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아니라 근로자파견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합법파견이냐 불법파견이냐 하는 논쟁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 근본적 해결에 한계를 노정한다. 결국 파견법 시행 20년의 역사는 애초부터 파견법으로 근로자파견과 같은 간접고용을 규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즉 파견법의 존립 근거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파견법의 실패를 인정하고 노동법의 대원칙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파견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적 규율을 마련해야 한다. 파견법을 폐지한다고 해도 위장도급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규율의 마련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예를 들면, 도급의 요건을 일부라도 갖추지 않은 경우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에 대한 고용 등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파견 이외에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를 위해 노동법에 직접고용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 나아가 왜 지금 시기 직접고용이 필요하고도 중요한지에 대한 직접고용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실의 문제는 법·제도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노동문제의 영역은 더욱 그렇다. 결국 노동자 스스로 단결을 통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이를 위해 노조법 제2조의 사용자 개념 확대와 원청 사용자 책임에 대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5. 나오며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근로관계의 원칙적인 모습은 직접고용(직접고용 원칙의 규범적 근거와 법적 효과에 관해서는, 조경배, “직접고용의 원칙과 파견근로”, 민주법학 제19호, 민주주의법학연구회, 2001, 39쪽 이하를 참고하기 바란다.)과 상용고용이다. 파견법이 제정, 시행된 이후 오히려 파견노동자들은 상시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었고, 중간착취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사업장 안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파견노동자 간의 차별은 심화되었고,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졌다(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파견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도 제한될 수밖에 없고, 파견기간 제한 규정도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해졌다. 고용단절로 인하여 근로기준법상 각종 보호로부터도 배제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제 노동법의 직접고용 원칙에 따라 ‘파견의 인정을 통한 보호’가 아닌 ‘파견의 금지’로의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파견법은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