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1]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위법성 / 조연민

by 철폐연대 posted Jan 04,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풀어쓰는 비정규운동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위법성

- 2022년 화물노동자 노동권의 현주소 -

 

 

조연민 • 변호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법무법인 여는)

 

 

 

2022년 11월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품목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같은 해 6월에도 8일간의 총파업이 진행되었었는데, 6월 14일 종료와 함께 이루어진 국토교통부와의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일몰 기한(2022.12.31.)이 목전에 다가옴에 따라 연간 두 번째로 총파업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매우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적이었는데, 그 중심에 ‘업무개시명령’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에서 정부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화물자동차법’) 제14조에 기하여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의 문제점을 간략히 정리하려고 한다.

 

근거 법령 및 업무개시명령 발령의 경위

 

화물자동차법 제14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국토교통부장관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제1항).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제2항).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업무개시를 명한 때에는 구체적 이유 및 향후 대책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제3항).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1항에 따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제4항). 위 제4항을 위반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제66조의2 제1호), 운송사업자의 경우 허가가 취소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에서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정지되거나, 감차될 수 있다(제19조 제1항 제9호). 운수종사자의 경우 자격이 취소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에서 자격의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제23조 제1항 제3호).

 

위 조항이 화물자동차법에 도입되었던 계기는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이었다. 화물연대 출범 직후 진행되었던 총파업 이후 정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야기하는 영향력을 제어하고자 2004년 화물자동차법을 개정하여 업무개시명령을 신설하였다. 그런데 2004년 이후 약 18년간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시기마다 항상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하면서도1) 금번 총파업 전까지는 정작 한 번도 이 제도를 활용한 적은 없었다. 사실상 사문화되었다는 평가가 이루어졌던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다.

 

금번 총파업의 경우, 화물연대는 2022년 9월경부터 ‘정부가 6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연내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를 위한 화물자동차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는 입장을 구체적·공개적으로 알려 왔고, 11월 14일에는 ‘11. 24. 총파업을 개시할 것’임을 밝혔으며, 같은 날 실제로 총파업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이날 바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공표하였고, 11월 2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당일 오후 내지는 11월 30일경부터 파업 중인 개별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5. 본문사진1.jpg

2022.12.01. 업무개시명령 발령 이틀 만에 개최된

“화물연대 총파업과 업무개시명령의 문제점” 긴급토론회. [출처: 공공운수노조]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위법성

 

화물자동차법 제14조의 위헌성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에 대하여는 2004년 도입 당시부터 많은 지적이 있어 왔다.2) 또한 2013년과 2016년에는 각 이윤석, 최인호 의원 대표발의로 업무개시명령을 삭제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는데, 제안 이유의 골자도 모두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조문이 18년간 사문화됨에 따라 이러한 위헌성 논의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계기가 마련되지 못하였다. 위헌 논거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제14조 제1항과 제4항은 “정당한 사유”, “집단으로”, “커다란 지장”, “국가경제”, “심각한 위기”,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 등 거의 전부가 불확정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발령하려는 측에서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반면, 이를 위반하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국민으로서는 도무지 어떤 것이 금지행위인지 알기 어렵다. 법률이 처벌하려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해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② 직업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에는 직업을 수행하지 아니할 자유, 즉 소극적 의미의 직업의 자유도 포함된다. 또한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도 부작위의 자유가 포함된다. 그런데 업무개시명령은 어떠한 행위를 직업으로서 또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로서 ‘하지 아니할’ 기본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개인에게 그 권리를 모두 부정하고서 바로 그 특정한 행위를 ‘할’ 것을 강제한다. 기본권을 덜 침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할 여지를 남겨 두지 않고, 수범자의 기본권을 본질적 내용까지 모두 침해한다.

 

③ 평등권 또한 침해한다.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런데 화물운송을 제외한 다른 운송 영역의 종사자들은 업무개시명령의 수범자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철도운송, 항공운송, 여객운송에 관한 법률들에서는 ‘국가경제의 위기’를 근거로 개별 종사자에게 업무의 개시를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화물운수종사자에 대해서만 달리 취급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정부가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의 위법성

근거 법률의 위헌성뿐 아니라, 정부가 금번 화물연대 총파업에 맞서 발령한 처분으로서의 업무개시명령 그 자체의 위법성 또한 논의될 필요가 있다.

 

① 제14조 제1항이 정한 업무개시명령 발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개시 몇 달 전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밝혀 왔고, 11월 14일에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공개하였다. 이에 정부는 미리 사전 수송, 대체 차량 투입, 정상 운행자에 대한 인센티브 마련 등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 중에 있음을 밝힌 바 있고, 심지어 사망 사고로 작업중지 중이었던 오봉역에 대한 작업중지명령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해제하면서 철도를 통한 운송량을 제고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됐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기인 파업 당일에 업무개시명령 발동 입장을 밝히면서, 5일 만에 이를 집행하였다.

 

② 단체행동권 행사로서의 파업은 제14조 제1항, 제4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후술하듯, 결사의 자유와 파업권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ILO 협약에 따라 화물노동자에게 보장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업무개시명령의 노동법상 쟁점

–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위반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ILO 제29호, 제87호, 제98호 협약을 비준하였고, 이는 2022년 12월 현재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어(헌법 제6조 제1항) 재판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협약은 업무개시명령과 같은 처분의 위법성 판단에 있어 법적 기준이 된다.

 

ILO 강제노동 협약(제29호) 위반

ILO 제29호 협약은 제2조 제1항에서 비준국이 금지해야 할 강제노동을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로 정의한다. 위 협약은 제2조 제2항에서 몇 가지 예외를 정하고 있으나(의무 군 복무, 판결에 따른 교도소 내 노동, 전쟁이나 화재, 전염병 등 긴급 상황에서의 노동 등), 업무개시명령이 이러한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번 업무개시명령과 유사한, 그리스 정부가 조종사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업무복귀를 명하고 이에 불응한 이들에게 형사제재를 가했던 사안에서 ILO는 위 명령이 제29호, 제105호(강제노동 철폐) 협약에 반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3)

 

 

5. 본문사진2.jpg

2022.12.20.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 조치, ILO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

한국정부 제소 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ILO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 위반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일관적으로 제87호 협약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는 국내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고 하면서, 명시적으로 “일반적인 자영 노동자”도 보호 범위에 포함됨을 밝혔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의 화물운수종사자가 문제 되었던 제2062호 사건에서도 결사의 자유를 누리는지 여부는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으며, 화물운수종사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였다. 같은 취지의 권고는 제3237호 사건에서도 반복되었다.

 

그리고 제98호 협약과 관련하여 ILO는 파업권의 행사 대상을 단체협약 체결 가능성만으로 제한하여서는 안 되고 당사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사회적 사항에 관해 널리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화물운수종사자는 근로자가 아니고, 안전운임제는 정부 정책에 관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화물연대의 파업은 불법’이라는 점을 전제한 금번 업무개시명령은 ILO 제87호, 제98호 협약과 이에 대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해석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이상 두 협약에 관한 내용을 앞서 본 화물자동차법 제14조의 해석과 연결하여 보면, 화물운수종사자는 그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ILO 제87호, 제98호 협약상 결사의 자유와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으므로, 이러한 권리 행사로서의 ‘운송거부’는 불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사유” 있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라는 불이익을 무기로 강제노동을 명한 것으로써 위법하다.

 

결론을 대신하여

 

19년 전 업무개시명령이 도입될 때 법률가들은 “화물노동자들, 지입차주들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는 상태에서 그들에게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노동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사고이고, ILO 협약에도 배치된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오로지 경제라는 목표에 종속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각주 2의 민변 성명서). 19년이 지난 지금에도 같은 취지의 비판이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 매우 개탄스럽다. 정부의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행태에 맞선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그 위헌·위법성이 적확하게 확인될 수 있도록 법률원 또한 싸워 나갈 것이다.

 
 
----------------------------------------
 

1) 예컨대 정부는 화물연대의 2016년 총파업 당시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계획”,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화물운송종사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었다. (2016.05.10.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정당성 없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철회해야”)

2) 2003.08.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성명서 “업무복귀명령제 민주주의 심각한 후퇴”, 2004.01.08.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성명서 “업무복귀(개시)명령제 법사위 통과를 규탄한다!” 등.

3) Representation(article 24) – Greece – C029, C105 – 1987 [The Hellenic Airline Pilots Association(HAL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