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08]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의미와 과제 / 김수억

by 철폐연대 posted Aug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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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의미와 과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조합 투쟁의 한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이야기하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 전환과 차별적 임금체계로 귀결되었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도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오름으로써 종말을 고했다. 정부는 ‘혁신성장’으로 기조를 바꾸고 이재용과 만나는 등 재벌 중심의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만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현실을 바꾸는 대안을 내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현실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비정규직은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인식되었다. 상시업무는 정규직 채용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비정규직은 ‘보편적인’ 고용형태가 되었다. ‘정규직’은 승리한 자의 전리품이 되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비정규직들이 노력을 하지 않은 대가라는 인식도 생겼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심히 투쟁했지만 ‘상시업무는 정규직’이어야 하고 ‘안정적인 고용은 모두의 권리’라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지 못했다. 비정규직 투쟁의 결과가 우리 사회 비정규직을 점차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일부의 신분 상승으로 귀결되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의 전망을 우리가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이 개별적 신분 상승이 아니라, 전망을 가진 운동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심히 싸웠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오른 이후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했다. 명분은 최저임금을 받고 상여금을 많이 받는 정규직 임금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 피해는 비정규직들이 입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노사합의로 임금 보전 대책이나 2주 전 통보 등도 하지 않도록’ 만들어서 노조 없는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희생시킨다. 정부의 노동개악은 명분과 다르게 비정규직의 피해로 귀결된다. 비정규직들이 조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 해지의 두려움에 떠는 비정규직들이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려면 신뢰감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비정규직은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시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한다고 했을 때에도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전문가들에게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위탁되었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30%가 비정규직인데도 비정규직은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정규직은 증언자로만 존재할 뿐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을 내는 주체로 생각되지 않는다. 조직도 있고, 정책과 투쟁에서 힘을 가진 비정규직들이 있는데도 왜 비정규직은 정부에게나 사회에서, 그리고 민주노조운동 안에서도 주체로 인정되지 못하는가.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맹 구획 안에서 개별로 싸우는 한 비정규직은 전체 사안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지 못하면 비정규직이 주체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기 위해서라도 지금 조직된 비정규직 노조들이 나서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과제라고 떠밀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조직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조직화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노조들이 뭉쳐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가 개별 사업장이나 자기 현안에만 묶여있고, 비정규직의 여러 현안에 대해 함께 대응하지 못하는 한 비정규직은 시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공동투쟁을 해야 하는 이유는 서로의 투쟁에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 노동조합 활동에 전망을 세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여러 정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하며, 함께 싸워 잘못된 고용구조를 바꾸기 위해서이다. 그래야 개별 사업장의 투쟁도 힘을 가질 수 있다. 우리의 공동투쟁이 개별 현안들을 묶는 것을 뛰어넘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가로막는 구조, 정책, 노조 할 권리를 가로막는 제도 등에 대한 공동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1천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주체로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 지금은 간부들 수준에서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조합원들까지도 함께 싸울 수 있을 때 공동투쟁의 질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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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15. 톨게이트 동지들과 함께하는 비정규직이제그만! 투쟁문화제, 발언하는 필자 [출처: 철폐연대]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이제그만’)의 활동과 의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다

2018년 11월 12일, 지역과 업종과 산별을 넘어,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비정규직과 미조직 비정규직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4박 5일 공동투쟁에 돌입했다. 박근혜가 퇴진하고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며 촛불정권을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함께 싸우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공동투쟁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주체는 문재인 정부도 국회도 자칭 전문가들도 아닌, 당사자인 바로 우리라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청와대와 검찰, 국회를 향한 투쟁을 전개했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대표단 100인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직접대화’ 요구는 사회적 공감과 명분에서 정부를 압박했다.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비정규직 문제는 자본과 정권에게 부담이고 아킬레스건이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지역과 산별을 넘어서 비정규직이 함께 싸울 때, 사회적 여론과 쟁점을 만들고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알리고 자본과 정권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다.

12월 11일 ‘비정규직이제그만’은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전국의 비정규직,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1만인 선언을 발표했다. 불법파견 처벌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조법 2조 개정과 비정규직 악법 폐기를 요구하고,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원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임을 선포한다.

정부와 민주노총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비정규직을 대표하기 위해 나선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많이 언급했지만 이 언급은 주로 정규직을 공격하고 노조가 비정규직을 대표할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서였을 뿐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존중한 것은 아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을 시혜의 대상으로만 간주했다.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전문가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대응하려고 했다.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듯이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동투쟁은 정부가 중심이 된 시혜적인 비정규직 관련 정책의 허구성을 보여주고 비정규직이 주체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와 권리를 걸고 투쟁하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자신의 현안만이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와 권리를 걸고 싸웠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하루 평균 6명이 일하다가 죽는 한국 사회에서 고 김용균의 죽음은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다시금 일깨웠다. 2년 전 구의역 참사로 목숨을 잃었던 김군과 2018년 김용균의 죽음은 다르지 않았다. 이전에도 지금 이 시간에도 매일매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근본적 제기를 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투쟁을 통해 원청인 서부발전의 책임을 확인하고 사과를 이끌어내고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게 했다. 누더기법이 되어 버렸지만 투쟁이 없었다면 28년만의 산안법 개정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최소한의 법제도 개선도 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가짜 정규직을 양산하는 자회사 방침 역시 폐기되지 않았다. 고 김용균 투쟁을 ‘비정규직이제그만’의 과제로 안고 투쟁했지만 현장의 조합원들, 나아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으로 확장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공동투쟁 과정에서 하나의 계기가 주어지면 이 투쟁을 어떻게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전체의 요구와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갈지 과제가 남았다.

고 김용균 투쟁이 한 국면을 지나자마자,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법제도 개악에 나섰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자본가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노동자를 위해 마련했다는 11시간 휴식시간,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등 ‘보호장치’는 문구에 지나지 않았다. 노조가 없는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근로자 대표자와의 서면합의는 사용자 맘대로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건강과 임금을 모두 잃고 자본가들은 공짜 장시간 노동이라는 현찰을 얻게 되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특히 노조 없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 뻔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개악에 이어 단결권과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노동기본권 파괴법을 논의에 부쳤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경사노위 해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경사노위 농성투쟁을 전개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경사노위에 위임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노동법 개악 기도 중단, 경총의 청부입법 기구 경사노위 해체를 요구하며 투쟁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할 일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짜 장시간 노동을 만들고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개악이 아니라, 노조법 2조를 개정하여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원청의 책임자성을 인정케 하는 것이라고 요구하며 투쟁했다. 법률가 동지들이 먼저 단식천막농성을 하고 민주노총이 전선을 만들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경사노위 농성투쟁을 전개했고, 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고 노조 할 권리마저 무력화하는 정부 기도에 맞서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서 투쟁함으로써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노동법 개악의 폐해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와 요구를 위해 투쟁하는 ‘비정규직이제그만’의 지향과 위상을 한발 더 전진케 하는 투쟁이었다.

고 김용균 투쟁과 경사노위 투쟁은 ‘비정규직이제그만’이 주체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문제를 걸고 투쟁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탄력근로시간제 등에 대한 투쟁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공동투쟁이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를 대표하여 발언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어려웠다. 조직된 비정규직인 ‘비정규직이제그만’ 동지들이 앞서서 투쟁했지만 아직 노조가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우리 모두를 대표하여 투쟁한다’는 점을 알리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의 넘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비정규직의 눈으로 입장을 내고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했다.

   

비정규직을 대표해 여러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다

5월 7일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직장갑질119와 함께 문재인 정부 취임 2년을 맞아 비정규직 당사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수많은 언론의 관심과 보도를 통해, 90%가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노동정책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2년 만에 열에 아홉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불만을 갖게 되었다는 결과가 사회적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과 비정규직 제로시대가 얼마나 허상이고 빈말이었는지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확인됐다. 당사자들의 평가와 의견이었기에 사회적 주목을 받았고,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평가와 의견을 알려낼 수 있었다.

6월 27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비정규직 노동자 200명이 모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 3년, 비정규직 현실에 대한 증언대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다음날,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직접 받았던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재벌의 불법파견을 바로잡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믿었던 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노조 할 권리가 보장될 줄 알았던 학습지 특수고용노동자, 최저임금 1만 원 약속에 살림살이 나아지겠구나 기뻤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약속에 들뜨다가 가짜 정규직 자회사 취업을 거부했다고 해고될 처지가 된 톨게이트 수납원, 제철공장에서 건설현장에서 생계문제로 쓸쓸히 죽어간 비정규직의 가족과 동료들, 예술인 노동자들이 모였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에도 매일 비정규직 동료들이 일하다 죽고 있다고, 계약직이거나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2년이 되기 전에 잘리고 노조를 했다는 이유로 잘리고, 최저임금으로 오른 월급은 상여금과 식대를 빼앗아가 배고픈 신세는 변한 것이 없다고, 2019년 바뀌지 않은 비정규직의 삶에 대해 절규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김용균 투쟁에서부터 최저임금 개악,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노동기본권 개악 등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쟁과 사안들에 대해 “비정규직 당사자의 입장과 의견”을 끊임없이 알려내고자 했다.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고 쟁점화하고 주도하기 위해 각종 기자회견과 증언대회, 비정규직 촛불 행진 등의 지속적인 실천과 투쟁을 전개했다. 서울대 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촉구,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와 정규직 노조의 공동투쟁 선언에 대한 환영,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처벌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촉구, 최근 벌어진 부산 신축공사장에서 승강기를 고치다 사망한 20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성명 등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름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쟁점화하고 공동의 투쟁과 사회적 연대를 호소했다.

지난 8개월간의 투쟁과 활동을 통해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이제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당사자로서, 주체로서 사회적 주목과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단결하고 투쟁하고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주요한 비정규직 사안과 정책에 대해 언론이 먼저 우리의 입장을 묻고, 자본과 정권은 우리의 행동과 투쟁에 대해 촉각을 세우게 되었다.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제그만’에 연대와 공동의 투쟁을 요청하고 함께 만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함께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자, 명실상부한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체로서 사회적 여론을 주도하고 사회적 발언력을 확대하고, 사회적 쟁점화와 더불어 사회적 투쟁을 만들어 가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비정규직공동투쟁’의 과제

 

지역과 업종, 산별을 넘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와 요구를 걸고 함께 투쟁하자

비정규직 투쟁은 개별 사업장과 산별의 요구와 투쟁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결코 올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피눈물 나는 투쟁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1,100만 비정규직 중 98%가 미조직 노동자다. 이들의 노조 할 권리를 쟁취하고 조직해야만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그래서 우리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목표는 노조 밖 90% 노동자들의 기대와 희망이 되어야 한다.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나서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요구를 대변하고 실천하고 투쟁할 때, 미조직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고 조직화의 길을 열 수 있다. 더 뭉치고 더 단결할 때, 명실상부한 비정규직 대표체로서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원인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는 주체이자 주요한 세력으로서 사회적 연대를 조직하고 사회적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1,100만 비정규직의 대표체임을 자임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더욱 드높이자

주요한 비정규직 정책과 쟁점, 사안 들에 대해 비정규직 당자들의 입장과 요구를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 아직도 비정규직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안들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입장만 반영하고 비정규직들이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비정규직의 대표로서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체 비정규직 문제와 쟁점, 사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요구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여론을 주도하고 사회적 의제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팀이 안정적으로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낼 수 있도록 하고, 대표자들도 의견을 적극 개진하자.

 

현장의 조합원들이 함께하는 ‘비정규직이제그만’을 만들어 가자

지금까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제그만’에 함께하는 비정규직 노조 단위는 제한적이다. 그리고 임원들은 공동투쟁의 의미를 이해하고 함께하고 이해하고 있으나, 아직 현장의 조합원들은 여러 일정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대표자의 결의와 결정을 중심으로 실천하고 운영되어 온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현장 간부와 조합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전망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우리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와 권리를 걸고 함께 투쟁해야 하는지, 함께 토론하고 경험하고 그 속에서 전망을 함께 세워나갈 때만이 내 사업장의 투쟁이 우리 모두의 투쟁이 되고, 우리의 공동투쟁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다른 세상을 꿈꾸고 모색할 수 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을 보다 조직적으로 실천적으로 강화하자!

지금까지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여러 단위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이어져왔지만 집행 책임을 진 이들을 중심으로 기획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비정규직이제그만’의 활동이 조금 더 책임성을 갖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때가 되었다. 조직적 실천적인 힘을 강화하자는 의미이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의 강화를 위해 위 네 가지 과제를 제출했지만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다면, 비정규직을 대표하여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서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고, 비정규직 철폐, 평등사회로 나아가는 새로운 주체로 서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대와 평등의 가치를 현장에서 실현하고, 사업장과 산별을 넘어 총자본과 정권에 맞선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조직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 정규직과의 단결, 사회적 연대와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일 것이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세상을 넘어, 비정규직 없는 세상, 평등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전망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미조직 노동자들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7월 19~20일 진행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 대표자수련회 발제문을 축약한 글입니다.

 

* 글을 쓴 김수억 동지는, 고용노동부가 원래 약속한 대로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모든 공정에 대해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라고 요구하며 오늘로 15일째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입니다. 아래, 참세상의 관련 기사 링크를 공유합니다. 함께 읽어주시고, 응원을 보태주세요.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4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