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11] 우리 노동현장을 바꾸는 명랑투쟁방송 ‘바꿀래오’ / 이동민

by 철폐연대 posted Nov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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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우리 노동현장을 바꾸는 명랑투쟁방송 ‘바꿀래오’

이동민 (바꿀래오 운영진,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절절한 외침, 간절한 바람 ‘바꿀래오’

 

2019년 4월 어느 날. 13년간 부당해고 투쟁을 이어온 김경봉, 이인근, 임재춘 세 명의 콜텍기타 노동자들이 끝장투쟁을 내걸고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NO 콜트(Cort)’ 농성장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연대자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민주노조 노동자들이 함께한 그 현장에서, ‘바꿀래오’의 얘기는 시작되었다.

 

당시 전년도 겨울 출범한 ‘비정규직 대표자 100인 회의’ 그리고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활동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에 함께하던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의 활동가 명숙과 이혜정 그리고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활동가 이동민, 이렇게 세 명은 ‘NO콜트’ 연대활동을 하던 등촌동 콜텍 본사 앞 커피숍에서 머리를 맞대었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 부조리한 노동환경 등을 세상과 나누는 매체가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얼마나 호응해줄까? 운영진은 어떻게 구성할까?”

이렇게 처음 기획회의를 열었다. 절박함으로 똘똘 뭉친 터여서, 의외로 빨리 진척되었다. 인권활동가, 노동문제 전문가, 문화예술인으로 공동엠씨를 구성하고, 매 회마다 현안 이슈를 친절하게 해설하는 코너와 투쟁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두 가지 코너로 진행하자는 데에 생각을 모았다. 그 와중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최은실 노무사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이 흔쾌히 공동엠씨 역할에 응해주었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의 오진호 동지가 멋있는 로고도 만들어 주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대표자회의에 정식으로 안건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녹음과 방송을 시작하였다.

 

‘바꿀래오’는 한 달에 두 번 업로드되는 방송이라 2주 간격으로 기획회의와 섭외, 녹음이 반복된다. 매회 녹음을 위해 사전에 어떤 이슈를 다룰지, 어느 투쟁현장을 소개할지 등을 텔방에서 때론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커피를 앞에 두고 기획회의를 한다.

 

 

“1,100만이 듣는 그 날까지!”, “노동현장을 바꾸는 명랑투쟁방송”

 

우리 방송이 내건 슬로건이다. 대한민국 전체 노동자의 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라니, 참 이상하다. 동시에 결집된 전국단위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이제야 실체를 갖추고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각 사업장별로 투쟁 현안을 들여다보면,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능한 미로 속 공화국임을 절감하게 된다. 대다수 시민들은 ‘죽음의 외주화’라는 큰 덩어리의 의미에 예전보다는 가까이 공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바닥에 깔린 부조리한 구조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함께 손잡고 싸우고 있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서로 다른 사업장별로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에서 제작하는 ‘바꿀래오’는 여기서 출발하였다. 팟캐스트 ‘바꿀래오’는 주요 노동 현안과 이슈를 친절하게 해설로 풀어내는 코너와 현장의 노동자와 함께하는 ‘말할래오’ 코너로 구성된다. 5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 12회차까지 이어졌다. 처음 시작은 녹음스튜디오에서 진행했지만, 갈수록 투쟁현장을 찾아가는 출장 녹음이 많아졌다.

‘상여금/보너스/성과금’, ‘ILO 핵심협약’, ‘불평등과 차별의 단어, 비정규직’, ‘죽음의 외주화’, ‘불법파견’, ‘톨게이트 캐노피에 오른 노동자들’, ‘장시간 노동’, ‘현장실습생’, ‘특수고용노동자’, ‘노조파괴’, ‘용역자회사’ 등이 그간 다루어 온 주제이다. 더불어 발전노조, 쌍용양회, 보험설계사노조, 대리운전기사노조, 한국도로공사노조, 집배원노조, 전교조, 영남대의료원노조, 한국GM, 코레일노조 등 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초대하여 이들의 암담한 이야기를 방송으로 담아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의 구조적 문제를 보다 많은 이들과 공감하고 함께 바꾸어나가는 인식의 확장, 방송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그간 전국단위의 조직된 노동운동은 정규직의 현안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불안정 노동의 근본 토대인 비정규직 노동 사안은 법 제도 및 정책과 사회적 인식 등 우리 사회 노동 의제에서 늘 중심에 놓이지 못했다. 그러기에 공중파와 팟캐스트를 막론하고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송은 없었다. ‘바꿀래오’가 과연 얼마나 역할과 기여를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며칠 전 코레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는 서울역사 안 농성장 출장 녹음을 마치고, ‘바꿀래오’ 기획팀끼리 얘기한 것이 있다. 100회 정도 되면 그간 담아낸 각 현장의 이야기를 백서 형태로 정리해 책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바꿀래오’ 운영팀원들을 대신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문화예술 독립기획자이다. 예술인으로 ‘바꿀래오’ 방송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예술작업과 팟캐스트 ‘바꿀래오’ 작업은 ‘기록을 통한 사회적 공유’라는 관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1970년 더운 숨을 거둔 전태일 열사, 이후의 우리 사는 세상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쳇바퀴 속 다람쥐처럼 지긋지긋한 불공정과 부정의의 하루하루다. 탈출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발언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저항해야 한다. 그렇게 바꾸어내야 한다.

가끔 들러서 업어주고 밥을 사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 하나를 뽑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기대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 스스로 주체가 되어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한 결집된 목소리를 내는 대변 주체가 되어야 한다. ‘바꿀래오’는 일견 작고 소소한 팟캐스트이지만, 이런 변화와 개혁의 운동을 연결하는 의미 있는 하나의 점이고 싶다.

 

 

3 ‘바꿀래오’ 녹음 현장 [출처 필자].jpg

‘바꿀래오’ 녹음 현장 [출처: 필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사각을 세상에 드러내는 ‘바꿀래오’

 

‘바꿀래오’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첫 번째 애로점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송이라는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각자가 처한 사업장 현안에 집중하는 탓도 있을 테고, 팟캐스트와 가깝지 않은 그간의 생활방식도 있을 것이다.

낯선 것을 마주하고 친해지는 것은 무척 어렵고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 투쟁하는 동지들의 보다 많은 관심과 청취연대가 필요하다고 ‘바꿀래오’ 운영진의 목소리를 이 글을 빌어 전한다.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과 거리에서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약 없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투쟁현장과 사안들이 산재해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한 노동환경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 이슈가 우리 사회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성’을 규정하고 드러내는 바로미터임에도 불구하고, 비주류로 치부되고 사회 중심에서 논의되지 못해왔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지 못한 현장들이 너무 많다 보니, 해당 사안 속 노동자의 삶은 쉽게 간과되기도 하고 잊혀지기도 한다. 늘 반복적으로 겪는 악순환의 굴레이다. 작지만 긴 호흡으로 이들 사각에 가려진 세세한 현장의 이야기를 꾸준히 세상에 드러내는 작업을 ‘바꿀래오’는 이어갈 것이다.

 

 

※ ‘바꿀래오’는 매월 1일과 15일, 두 번 업로드됩니다. 스마트폰에 ‘팟빵’이나 ‘팟캐스트’ 앱을 설치하고, ‘바꿀래오’를 검색하면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 노동환경을 바꾸는 명랑투쟁방송 ‘바꿀래오’ 청취연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