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전태일 열사 50주기“인간답게 살고 싶다!” 11.13. 전태일들의 행진 투쟁 선포 기자회견

by 철폐연대 posted Nov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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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문]

전태일 열사 50주기“인간답게 살고 싶다”

11.13. 전태일들의 행진

 

-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전태일 열사가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목적지까지 함께 굴려 나가고자 합니다.

 


 

 

스물둘,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스물일곱, 택배 노동자는 하루 5만보를 걸으며 13시간 이상 근무를 하다 새벽 퇴근 뒤 물도 없는 욕조에서 웅크려 쓰러졌습니다. 가족들에게 항상 했던 얘기는 “우리는 도구였다”. 올해만 14명의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 해 2,400여 명이 일하러 나갔다가 죽는 세상, 시다의 다른 이름인 현장실습생으로 열여덟, 열아홉 청춘들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코로나19 경제위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덮쳤습니다. ‘악’소리도 내지 못한 채, 해고 되고, 전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마지막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조차 들지 못한 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30대 재벌들의 곳간에 사내유보금 1천조 원이 쌓이는 동안, 노조에도 가입하지 못한 절대다수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은 해고 되거나 일하다가 죽거나 오늘도 최저임금 일자리를 찾아 헤매며 기계보다 못한 삶을 연명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약속했던 ‘노조 할 권리’는 팽개친 채,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저항도 못하게 하는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는 마지막 힘을 내어 어머니께 얘기했습니다.

“내가 죽으면, 좁쌀만 한 구멍이라도 캄캄한 데 뚫리면, 그걸 보고 학생하고 노동자하고 같이 끝까지 싸워서 조금씩 구멍을 넓혀서, 그 연약한 노동자들이 자기 할 일을,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엄마가 만들어야 해요.”

 

전태일 열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자신의 몸을 살라 한 줄기 빛이 되고자 했습니다. 노동자가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존중받고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세상의 빛줄기를 뚫고자 했습니다. 그걸 보고 같이 끝까지 싸워서 조금씩 구멍을 넓혀서, 노동자들이 자기 할 일을,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근로기준법이, 정부와 기업에 대한 청원으로 꿈꾸었던 모범기업이 환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몸과 근로기준법을 불살라 투쟁하라고 넘어서라고 노동자들이 가야할 길을 밝혀주었습니다.

 

스물넷, 김용균을 떠나보내며 우리는 약속했습니다. 일하다 죽고, 차별 받고, 해고 되고 생계조차 막막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다른 세상을 만들겠노라 약속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염원했던 전태일 열사가 못 다 굴린 덩이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전태일들이 함께 굴려나가야 합니다. 11월13일, 전태일과 김용균과 함께 죽음을 멈추고 차별을 없애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함께 나섭시다. 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바람, 절대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으며 노동해방, 평등세상 그 목적지까지 못 다 굴린 덩이를 함께 굴려 나갑시다.

 

202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산화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투쟁의 빛을 밝힙시다.

 

-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 해고를 금지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4대보험 적용하라!

- 일 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 원청이 진짜 사장, 노조법 2조 개정하라!

- 인간답게 살고 싶다, 노동해방 평등세상 쟁취하자!

 

 

2020년 11월 5일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photo_2020-11-05_13-03-10.jpg[출처: 한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