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611] 노조파괴 최전선에서 희망을 지키기 위한 투쟁, 갑을오토텍

by 철폐연대 posted Oct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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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 최전선에서 희망을 지키기 위한 투쟁, 갑을오토텍
이정호 (사회변혁노동자당 충남도당)

 

 

2015년 신종 노조파괴 공작의 실패, 하지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2015년, 갑을오토텍 사측은 비리경찰과 특전사 출신의 노조파괴 용병들을 신규채용하여 신종노조파괴 공작을 진행하였다. 사측은 신규채용 된 노조파괴 용병들을 중심으로 어용노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노노갈등을 위장해 폭력을 휘둘러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노동조합을 파괴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노조파괴 용병들의 폭력에 압도당해 깨어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파업투쟁으로 나아갔다. 결국 전면파업을 통한 물량압박에 사측은 백기를 들었고, 노조파괴 용병들은 공장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파괴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상황이 불리해지자 잠시 후퇴한 것일 뿐이었다. 오히려 자신의 노조파괴 계획을 좀 더 가다듬고, 체계적으로 노조파괴 공세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불법 대체생산, 진화하는 자본의 공세와 유린되는 노동기본권

사측은 2015년 패배의 원인이었던 전면파업을 통한 물량압박을 막아내기 위한 해법을 불법 대체생산과 불법 대체인력을 통해 마련하였다. 파업 시기 불법 대체인력으로 동원할 이들을 관리직 신규채용을 통해 마련하고, 자본 간의 공조를 통해 불법 대체생산 시스템을 전방위적으로 구축하였다. 그 결과, 2015년 일주일도 못 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사측은 2016년에는 100일이 넘는 전면파업에도 버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는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노동부와 검찰을 비롯한 이 나라의 공권력은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신속한 공권력 투입이 필요하며, 불법 대체생산을 자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용납할 수 없는 갑을자본

갑을상사그룹은 2010년 자본총계 약 430억 원의 갑을오토텍 공장을 162억 원에 인수했고, 갑을오토텍을 인수한 이후 누적 순이익이 290억 원에 이른다. 2014년에는 주요 임원의 임금을 12억 원에서 24억 원으로 인상했고, 70억 원의 주주배당을 했다. 누가 보더라도 사측은 충분히 배를 불리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만족할 수가 없었다. 더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는데 노동조합이 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이 노동조합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외주화다. 식당·경비 노동자도 정규직, 신규채용 하는 노동자도 정규직, 사측은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더 이상 용납할 생각이 없다. 갑을오토텍 사측은 노동조합을 파괴하면 얻을 수 있다고 스스로 분석한 147억 원의 추가이윤을 얻기 위해 노조파괴공작을 진두지휘하던 박효상 전 대표이사가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되는 것까지 감수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1 [출처 필자].jpg

 

나를 넘어서 우리, 가능하게 했던 것은?
사측이 현재 목표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것, 이를 통해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을 우리가 아닌 개인으로 갈라 쳐서 사측의 뜻대로 움직이는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아니라 우리로 단결하여 함께 투쟁하고 있다.
이는 단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갑을상사그룹이 공장을 인수하고부터 2010~2011년 통상임금 소송과 타임오프 대응, 2012년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 2013년 별정직 정규직 채용, 2014년 주간연속 2교대제까지 매년 갑을노동자들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모두의 과제로 투쟁해왔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이 가능했던 것은, 나 살겠다고 다른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내주면 결국 모두가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만도기계 흑자부도 이후 겪었던 5번의 매각과 구조조정 속에서 내가 아닌 우리가 되었을 때 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해왔기 때문이다. 


100일을 넘긴 투쟁, 장기전을 준비하는 사측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공장철야농성 투쟁을 시작한 지는 이미 100일이 넘었다. 투쟁이 장기화되니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직장폐쇄로 임금을 못 받고 있으니 경제적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매일 사측 구사대로 인한 물리적 충돌로 다친 사람들도 늘어만 간다.
물론 사측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불법 대체생산이 전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생산을 통해 이윤을 얻고 있지는 못하다. 관리직 임금을 비롯한 고정비용은 계속 투여되고 있고, 여신한도 축소와 대출금리가 인상되어 손해와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 사측은 노조파괴 용병들에 대한 전적조치와 잡마스터와 맺은 정문경비 계약 해지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언론플레이임과 동시에 박효상 항소심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이고, 동시에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 때문에 100일 넘게 전면파업을 해도 사측이 단 한 번도 교섭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것이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밖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사측은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장기전을 감수하겠다며 어음을 연장시키고, 추가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 또한 각종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소업체 계약 해지, 관리직 무급순환휴직 전환, 정문경비업체 계약 해지 등을 진행하고 있다. 관리직 구사대를 동원하여 정문에서 폭력행위를 지속하고 있으며, 공권력 투입을 위한 압박과 여론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갑을오토텍 노동자들 역시 사측의 도발에 맞서 여전히 공장을 지키며 투쟁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 가겠다고 이야기하는 사측의 엄포에 분노하면서도 차근차근 장기전에 대비한 투쟁을 준비해나가고 있다.

 

사측의 노조파괴 공작,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
이미 갑을오토텍 사측의 노조파괴 공작은 갑을오토텍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선 전면적 불법 대체생산이라는 새로운 노조파괴 전술은, 새로운 노조파괴의 중요한 수단으로 확대되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갑을오토텍 사측이 불법 대체생산한 버스에어컨이 장착된 시한폭탄 버스로 인해 시민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듯이, 이는 시민들의 안전과도 즉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갑을오토텍 사측이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지키는 노동조합을 용납할 수 없다면, 우리는 사측의 불법 대체생산과 노조파괴 공작을 용납할 수 없다. 사측이 장기전까지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더 이상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에게 무거운 짐을 홀로 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2016년 뜨거웠던 여름을 기억한다
덥다 못해 뜨거웠던 2016년 여름의 갑을오토텍 투쟁을 기억한다. 사측은 여름휴가 직전인 7월 26일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불법 직장폐쇄를 진행했다. 그 이후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공장에 진입하려는 용역들, 공권력 투입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는 경찰, “과연 여름휴가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8월 5일, 여름휴가 중에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엄호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동지들의 모습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여름휴가 중 공권력 투입을 하려던 사측의 공세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갑을오토텍 노동자들과 함께한 연대의 힘이었다.


희망을 지켜내기 위해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던 공장은 달라진 날씨만큼이나 한적해졌다. 하지만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여전히 연대의 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동지들이 보내준 쌀, 컵라면, 물 등의 생필품과 기금들, 고기를 먹고 싶다는 발언에 제육볶음을 보내오며 식사를 챙겨줬던 사람들, 밤늦은 시간까지 공장을 함께 지키며 조금이라도 더 쉴 시간을 만들어줬던 동지들, 여기저기서 힘내라고 부쳐주었던 현수막과 대자보 들은 여전히 공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모금으로 1,3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연대기금으로 가져왔던 충남지역노동조합 동지들은 기억에 남는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100일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연대의 힘을 모아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이 승리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보자.
 

 

갑을오토텍 투쟁_질라라비(2016_1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