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8] 건설노조 김호중·최명숙 동지의 옥중 인터뷰 / 이미숙

by 철폐연대 posted Aug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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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김호중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지부장

최명숙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

 

 

“노동자 탄압하는 정권,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

200만 건설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투쟁,

중단 없이 전진합시다!

 

 

인터뷰·정리 이미숙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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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동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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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 동지의 편지

 

 

노가다(‘공사판에서 일하는 막노동꾼’이라는 뜻으로 건설노동자를 비하해 일컫는 명칭). 한국 사회에서 건설노동자는 수십 년간 ‘노가다’라는 이름으로 온갖 멸시와 천대의 대상으로 살아왔다. 한 해 수백 명이 산재로 죽어 나가고, 툭하면 임금체불에 해고를 밥 먹듯이 당했으며, 일자리 하나를 얻기 위해 도급 오야지에게 임금의 일부를 매월 중간착취 당했지만 말 한마디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들은 더는 안 되겠다고,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 보자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건설노동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빨대’들을 뽑아냈고, 일거리를 찾아 전국 팔도를 떠돌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안전화와 안전모를 회사에서 지급받았다. 고질적인 스메끼리(유보임금)를 없애고 제때 임금을 지급받고 일요일도 쉴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노가다라고 불리며 멸시받는 일도 줄어들었다. 노조가 없었으면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이제 겨우 노가다라는 이름을 벗어 던지는가 했더니, 최근 또 다른 이름이 생겼다.

건폭(‘건설 현장 폭력배’ 줄임말로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탄압하면서 만든 신조어).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설노동자들을 ‘건폭’이라 부르며 탄압을 가하고 있다. 구속자 33명, 소환조사만 1,400명. 건설노조 35년 동안 여러 번의 대대적인 공안 탄압을 겪어 왔지만, 이번 탄압이 가장 악랄하다. 그러나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다짐하고 있다.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피와 땀으로 변화시켜 온 건설 현장을 또다시 노가다라고 천대받으며, 노예처럼 부려지던 그때로 되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철폐연대는 공안 탄압으로 구속된 김호중(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지부장), 최명숙(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 두 회원 동지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건설노조 탄압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돌파해 낼 수 있을지 들어 봤다.

 

 

Q. 구속 사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검찰 조사나 재판 상황도 궁금합니다.

 

김호중(이하 ‘김’) : 2021년 8월 안양 호계동 재건축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투쟁이 있었는데, 이를 이유로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아 오다가 지난 3월 8일 1심 판결에서 실형 2년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현재는 2심까지 끝난 상태이고 대법원 상고 중입니다. 당시 현장에서 일하던 팀장을 포함해서 조합원 중 일부가 불법도급을 용인하고 있는 어용노조(한국노총)로 넘어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남아 있는 지부 조합원을 보호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사측과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집회가 현장 안팎에서 벌어지게 되었고, 타워크레인 점거농성까지 이어지게 되었던 사건입니다.

현재 저는 박근혜 정권 당시에 시작된 공안 탄압 재판 1심이 진행 중이고, 문재인 정권 당시 벌어졌던 현장 투쟁을 비롯해서 최근 사건까지 여러 건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권 지시로 경찰들이 현장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과거에 있었던 교섭은 협박에 의한 것이니 건설노조에 피해 입은 것을 진술하라며 건설사를 회유하는 경찰들에 의해 안산경찰서와 경기남부경찰청, 그리고 과천경찰서, 최근에는 오산경찰서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경찰 특진을 걸고 하는 조사이기에 물불 안 가리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다른 한편에서는 건설자본의 불법은 방조하거나 부추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명숙(이하 ‘최’) : 일단 구속 사유는 공동공갈입니다. 건설업체와 고용 교섭 진행하면서 조합원 고용을 위해 업체를 공갈·협박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조합원들에게 많은 이득을(임금) 취하게 했다는 것이 저들의 주장입니다. 경찰,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질문 자체부터 이미 범죄라는 걸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에 항의하니 질문을 만들 권한은 자기들한테 있다며 묵살당했습니다. 재판은 지난 6월 29일에 첫 재판이 있었고, 다음 7월 20일에 우리가 증인을 세우는 두 번째 재판이 진행됩니다. 당연히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Q. 건설노조 탄압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 건설노조는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한국의 자본은 재벌을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고, 재벌이 가장 쉽게 민중으로부터 부를 착취하는 구조가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는 땅에 지물을 변경시키거나 사회간접 자본에 투자하여 가치를 상승시켜서 쉽게 부를 이전받는 식의 약탈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모든 재벌은 건설 회사나 부동산 개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금만 규모가 있는 자본이면 건설 회사나 부동산 개발사가 없는 자본이 없습니다. 윤석열의 처가는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세력이라고 보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지지층이 바라는 노조 때리기와 김건희 투기세력을 비롯한 건설자본의 요구에 충실하게 복무하기 위하여 건설노조를 잔인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희룡이 투기세력을 위하여 양평고속도로를 김건희 처가 땅 근처로 바꾸고, 똥 뀐 놈이 성낸다고 고속도로 건설 자체를 백지화하는 등 국민의 세금을 제 돈인마냥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최 : 건설노조 탄압의 본질은 윤석열 정부와 건설자본이 원팀이 되어 민주적 노동조합 활동을 저지하려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간 자본들의 텃밭이었던 건설 현장을 건설노조가 법과 제도를 바꾸고, 중앙교섭을 통해 임금 인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니 가만둘 수 없었던 거죠. 또한 노조활동을 통해 조합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현장에서 목소리들이 높아지니 자본은 위기의식을 느껴 노동조합 활동을 막을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결국 민주노조 죽이기인 것입니다.

 

 

Q. 날이 상당히 덥습니다. 구치소에서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김 : 윤석열 정권은 자신들의 치적을 얼마나 많이 구속시키는가로 내보이고 있어서 그런지 교도소에 재소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에 작은방에 많은 재소자가 함께 있는 것은 고역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절로 나오는데 화장실은 12~13명이 같이 쓰려고 하면 아무리 순서를 정한다고 해도 마찰이 생기고, 심지어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까지 마구잡이로 구속하기도 합니다. 특히 안양교도소는 지어진 지 6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퀴벌레, 개미, 모기 등의 해충이 많아 더욱 갇혀 있는 것이 어렵게 만듭니다.

 

최 : 지금 구치소는 과밀수용이 제일 심각한 문제입니다.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을 보면 여성 수용자는 1인당 주어져야 하는데 현재 5평 방에 9명이 지내고 있습니다. 전국이 다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집행하지 못했던 사건들까지 집행하면서 구속자가 많다고 합니다. 현재 천주교 인권위와 노조에서 법무부 교정본부와 이에 대해 면담을 할 예정입니다. 그 외 6월부터 냉수 목욕, 방에서 움직이는 걸 제한하는 것 때문에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더위와 습도로 꽤 힘든 수용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방안에 선풍기 2대가 더운 바람을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책보며 편지 쓰며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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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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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

 

 

Q. 건설노조는 죽음의 건설 현장을 바꾸기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동지에게 건설노조는 무엇입니까?

 

김 : 예전에 질라라비 인터뷰에서 한번 이야기한 것 같은데요. 반월공단에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고, 여기저기 공장에서 블랙리스트로 더 이상 취업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중간중간 어쩌면 생계를 위해서 일했던 일용노동자 생활이 본업이 되었고, 안산에 건설노조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노조원이 되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너머의 세상에 회의를 품고 투쟁의 현장을 떠나갈 때, 저는 먹고사는 것은 노동을 통해 먹고살겠다고 다짐하면서 일용노동자로 살아왔습니다. 건설노조는 저에게 그 약속을 지켜 내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동료가 건설 현장에서 죽었습니다. 같이 일했던 동료 중에는 초겨울 2층에서 서리에 미끄러져 떨어져 죽은 이가 있고, 용접하다 탱크가 폭발하면서 죽은 동료도 있습니다. 저 자신도 동료가 떨어뜨린 거푸집에 맞아서 이가 부러지고 경추가 다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이 죽어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건설 사업주와 부실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기인한 것이고, 사람이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불법다단계하도급이 현장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노조는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여 왔고, 꾸준히 개선시켜 왔습니다.

 

최 : 저에게 건설 현장은 끊임없이 자본과의 투쟁을 벌이는 전쟁터입니다. 눈뜨면 거의 매일 현장 돌며 체불임금, 산재사고, 고용교섭 등을 진행했던 전쟁터. 그곳에서 노조는 나를 보호하는 든든한 갑옷이었습니다. 자본이 얼마나 교묘하게 법을 악용하고 본인들의 이익에 충실한지, 우리 건설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여지없이 느낄 수 있었던 현장이었습니다. 우린 그들에게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었던 투쟁을 벌이고, 노조는 그런 우리들의 배짱이자 든든한 빽입니다. 여전히 바꿀 게 많은 건설 현장 앞에 건설노조는 먹이를 쫓는 하이에나가 되어야 합니다.

 

 

Q. 건설노조 조합원 동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 : 건설노조는 건설자본의 탄압에 맞서 투쟁해 왔고, 정권의 건설 현장 방치를 규탄하면서 투쟁해 왔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 고용이 안정될 수 있는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투쟁해 왔고, 안정된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의 윤석열 정권의 탄압은 탐욕에 겨운 건설자본의 이해와 요구를 바탕으로 정권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어김없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모든 반동은 결국 그 대가를 치를 것이고 더 많은 노동자들의 전진을 예고합니다. 지금도 투쟁력을 보존하면서 강하게 투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앞장서 투쟁한 투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역사는 한 단계씩 전진해 왔습니다. 지금 비록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현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과거에는 투쟁을 통하여 현장에 들어갔다면, 지금은 투쟁을 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간부들과 협의하여 현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동지들이 현장에서 자신의 위치에 맞는 투쟁을 끊임없이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물론 2023년 임단협 투쟁에 강력한 조직력으로 승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최 : 먹고사는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동안 그 중요한 문제를 노동조합과 함께하며 건설노동자도 이렇게 권리를 찾으며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노조를 우린 참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지금은 잠깐 교섭이 안 되고, 일자리 쟁취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이미 조직 안에서 투쟁을 통해 건설 현장을 바꾼 역사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비단 조합원들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200만 건설노동자들의 삶을 바꾸는 투쟁이니 중단하지 말고 계속 전진하는 멋진 조합원이 됩시다. 힘냅시다. 투쟁!

 

 

Q. 철폐연대 회원 동지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해 주세요.

 

김 : 불안정노동자의 급증과 플랫폼노동자의 증가는 자본주의가 더 이상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면서 유지될 수 없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의 조직과 투쟁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합니다. 가장 중요한 과제인 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을 지원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철폐연대 동지들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최 : 철폐연대 동지들! 무더위에 각자 자리에서 투쟁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전 이곳 인천구치소에서 양회동 열사를 보내며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노동자에겐 한 치도 바뀌지 않은 자본과 정권이 또 소중한 우리 동지를 앗아 갔습니다. 한동안 그 분노가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각자 맞설 게 아니라 큰 전선으로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에서 철폐연대 동지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무더위 잘 이기고 투쟁의 현장에서 또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