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812] 2019년 공단노동자 최저임금 운동을 위한 고민 / 유월

by 철폐연대 posted Dec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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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노동자를 위한 전략과 실천

 

2019년 공단노동자 최저임금 운동을 위한 고민

- 공단노동자 최저임금 실태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유월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2017년 최저임금 인상액이 결정되면서 이에 따른 무력화 편법이 현장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고, 공단에서 활동하는 단위들은 이에 대한 조사와 대응 활동을 진행했다. 이 활동을 돌아보며 평가하는 자리로 지난 11월 8일 ‘공단노동자 최저임금 실태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민주노총과 월담 공동주최로 열렸다. 부산 녹산공단ㆍ반월시화공단ㆍ대구 성서공단에서 사업을 진행한 단위들이 최저임금 실태조사 결과와 대응사업을 공유하고,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사업국장ㆍ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ㆍ정현철 민주노총 안산지부 부의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공단의 대응

 

세 공단의 실태조사 결과는 비슷한 문제를 보여주었다. 먼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편법이 널리 사용되었으며, 그중 상여금 삭감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산공단은 24.5%의 사업장이 편법을 사용했는데 그중 47%가 상여금 삭감이었다. 반월시화공단은 29.4% 중 48.9%, 성서공단은 43.6% 중 31%가 해당됐다. 민주노총이 상담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사례 중에서도 22.6%가 상여금 혹은 식대의 기본급 산입에 해당됐다.

하지만 회사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편법으로 노동조건을 변경할 때 절차는 적법하지 않았다. 반월시화공단에서는 60.4%가 동의과정이 형식적이거나 아예 없었다고 답했다. 서명을 통해 변경이 이루어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다. 성서공단의 경우 28%가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에 의해 변경이 이루어졌고, 27%는 노동자들이 변경절차를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에도 노동자들이 항의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도 드러났다. 성서공단에서는 89%가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월시화공단 또한 46.7%는 아무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동료들과 대화하는 데 그쳤다는 비율도 35.6%를 이루었다.

 

실태조사에 이은 활동

 

회사의 일방적인 노동조건 변경에 대한 대응사업도 이루어졌다. 녹산공단에서는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25개 문제 사업장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노동위원회 노동자위원이 조사에 참여하도록 할 것과 사업장 전체 혹은 과반 이상의 노동자를 조사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반영되지는 않았다. 조사결과는 대부분 ‘혐의 없음’으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반월시화공단에서는 최저임금 미만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문제가 있는 사업장 중 지속적으로 내부제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업장에는 다시 절차를 거치라는 행정지도가 이루어지고, 최저임금 미만인 곳은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임금수준을 상향조정하라는 행정지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문제제기를 집단화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면서 결국 노동조건 변경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런 대응 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예상대로 고용노동부가 여전히 노동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신고센터는 전화번호 하나 정해놓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을 정도로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 안산지청 신고건수가 총 2건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를 통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노동조건 변경을 막으려면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사측의 시도를 집단적으로 거부해야 한다. 모든 발제자와 토론자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듯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확인되는 사안이다. 박준도 동지는 서울 남부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구실로 무상으로 제공하던 점심식사를 기본급에서 공제하려하자 노동조합에 집단 가입한 사례를 소개하며, 최저임금 운동이 대대적인 노동조합 조직화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운동 총평

 

2018년 최저임금 운동 전반에 대한 평가 또한 각 토론자로부터 제출됐다. 최정우 동지는 모든 문제를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귀결시키는 자본의 프레임을 전환할 필요를 제기했다. 마찬가지로 정현철 동지 또한 자본과 보수언론이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적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노총의 위치가 역전되어 공격에서 수비로 바뀐 점을 지적했다. 이에 역량을 객관적으로 따져 최소한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이라도 챙기는 방향을 택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출했다. 박준도 동지는 최저임금 인상의 정치적 성과를 민주노총이 아닌 문재인 정권이 가져가게 되었다는 점, 노동조합의 영향력 강화 없는 최저임금 인상이 실질적인 임금인상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매개로 조직 확대가 이루어지려면 민주노총의 연대임금전략, 연대고용전략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하였다.

 

과제

 

최저임금 운동과 관련하여 어떠한 요구를 제기할지도 제안이 이루어졌다. 최저임금 인상분 원청 분담 의무화, 근로감독 모니터링과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를 통한 개입, 최저임금신고센터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모델 제시 등 의견이 제출됐다.

최저임금 운동에만 한정되지 않는 조직화 전략도 논의되었다. 박준도 동지는 개별조합원이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기 위한 민주노총의 전환이 필요하며, 개별조합원 조직화 경험이 있는 단위들의 경험을 공유할 필요를 제기했다. 최정우 동지는 공단 협약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직화 전략과 대정부 요구를 바탕으로 공단 내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정현철 동지는 근로자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민주주의 의식을 강화하고 집단화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협의회를 고민해볼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같이 여러 진단과 제안이 제출됐지만 아쉽게도 뚜렷하게 초점이 모아지거나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각 공단의 현황과 고민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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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8. 토론회 현장 [출처: 월담]